소설가 성석제의 맛깔나는 천하 유람기 

단숨에 뇌를 강습하는 벼락같은 맛! 
존재의 심부까지 푹 찔러들어오는 숙수熟手들의 이야기 


무엇을 쓰든 단번에 읽는 이의 심금을 찌르는 절대 무공의 이야기꾼, 성석제가 돌아왔다. 
그가 오랫동안 벼린 칼을 뽑아들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금껏 각별한 관심으로 나름의 미학을 구축해온 "음식"에 관한 것이다. 그는 음식이란 "그 무엇보다 우리의 존재에 맞닿아 있기에", 소설로도 잘 안 되고, 시도 못 된다며 "이야기"의 방식으로밖에 풀어낼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가 나고 자란 고향 상주에서부터 한국에서 비행시간으로만 26시간이 걸리는 칠레에 이르기까지―작가 성석제가 천하를 유람하며 맛본 궁극의 음식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낸 숙수들과 그 음식을 나누어 먹은 정겨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석제 

지은이 성석제 
1960년 경북 상주 생. 소설집에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호랑이를 봤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참말로 좋은 날』 『재미나는 인생』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인간적이다』 등이 있고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 『도망자 이치도』 등을 냈다. 산문집으로는 『위대한 거짓말』 『즐겁게 춤을 추다가』 『소풍』 『유쾌한 발견』 『농담하는 카메라』 등이 있다.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야기의 파격과 품격,성석제의 초기 걸작 단편들
"네 손길에는 소름이 끼치도록 부드럽고도 질기고 단호한 힘이 들어 있었다.그건 사랑에 빠진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것."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1996년, 소설가 성석제의 첫 단편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양식의 소설들을 쏟아낸 소설가 성석제는 한국 문단의 "파격과 충격" 그 자체였다. 시공간, 시점, 소재와 주제에 그 어떤 제약도 없다는 듯 종횡무진 뻗어나가는 성석제의 상상력과 입담은 독자와 평단의 찬사를 자아냈다. 성석제의 등장은 한국소설사에서 지난 한 세대와의 작별을 의미했다. 80년대식 엄숙주의와 이념주의, 내면으로 파고드는 작품 세계와의 단절을 선언하듯 그의 소설은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이야기의 세계로 탈주했다. 성석제 소설이 선사한 풍자와 해학 그리고 웃음 넘치는 입담으로의 초대는 "해방의 즐거움"이라 바꿔 말할 수 있을 것이다.이 책은 성석제의 첫번째 소설집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와 두번째 소설집 『조동관 약전』에서 작가가 직접 가려 뽑은 개정판으로, 20년이 지난 오늘에도 독자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성석제 단편소설의 진수가 모여 있다. 일상다반사에서 길어올리는 기쁨과 슬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드는 소시민들, 목가적인 한 시골에서 전쟁 같은 도시의 삶에 이르기까지 성석제의 소설은 다채로운 공간과 다양한 인물들로 우리의 눈과 귀를 홀려놓는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성석제 신작 소설집

성석제는 의심할 여지 없는 프로 소설가이고 

이야기에 한해서는 맹수에 가깝다. 

_노태훈(문학평론가)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_고려가요 「청산별곡」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서 우는 자들을 위한 노래


2014년 『투명인간』으로,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숨 돌릴 틈 없는 서사에 담아냈던 이야기꾼 성석제가 신작소설집을 출간하며 돌아왔다. 제목이 묘하다, "믜리도 괴리도 업시".

『믜리도 괴리도 업시』는 고려가요 「청산별곡」에서 인용한 것으로,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라는 뜻이다. 고려시대 때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라고 한탄하며 청산으로 숨어들길 소망했던 어느 가여운 이가 있었다면, 2016년 성석제의 소설 속에는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그 어떤 대단한 환희나 통렬한 절망도 없이 꾸역꾸역 살아가다가, 어떤 "사건" 혹은 "사람"과 맞닥뜨리는 인물들이 있다. 

이 책은 2013년 12월부터 2016년까지 성석제가 집필한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책이자, 작가가 1996년 첫 단편소설집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출간 당시 제목 『새가 되었네』)를 출간한 지 꼭 20년이 되는 해에 펴내는 새로운 소설집이다. 책의 표제작 「믜리도 괴리도 업시」는 "동성애"를 다룬다. 아마 성석제의 애독자라면, 대번에 떠오르는 작품이 있을 것이다. 1996년 이상문학상 추천우수작에 올랐으며 지금까지도 한국 퀴어소설과 성장소설의 캐논(canon)으로 불리는 소설「첫사랑」. 1996년, 한국문학 독자들에게 강렬한 "첫사랑"을 각인시켰던 소설가 성석제가 2016년, "믜리도 괴리도 업시" 돌아왔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작가 성석제는 성실한 농부처럼 끊임없이 소설을 써왔다. 문학동네는 성석제 신작 소설집 『믜리도 괴리도 업시』와 더불어 성석제의 초기 단편들을 가려 뽑은 성석제 걸작 단편선집 『첫사랑』을 동시에 출간한다.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하는 그 화려한 입담과 세상만물에 입과 사연을 만들어주는 솜씨는 여전하되, 그의 신작 소설은 동성애, 간첩 조작 사건, 멘토, 스마트폰 중독 등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뜨거운 현실을 끌어안고 더 가까이서 독자들을 매혹한다.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성석제의 신작 에세이”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 사이 내 인생의 솔푸드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득한 내 생의 어느 한때, 나는 소풍을 갔다. 아름답고 정다운 여성들의 손을 번갈아 잡아가며 20리길을 타박타박 걸어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기다리고 있는 공간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시간은 내 존재의 일부로 영원히 남아 있다. 나 역시 어린 누군가에게 그런 순간을 선물하고 싶다. 그건 그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지상의 선물인 것이니. 사진을 함께 남겨준다면 상상의 날개라는 덤도 함께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사라져버릴 디지털카메라의 파일이 아니라, 인화해서 세월과 함께 천천히 빛이 바래갈 사진으로.” -‘흑백사진의 선물’ 중에서

 

소설가이자 산문작가인 성석제가 일곱 번째 산문집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를 들고 돌아왔다. 산문으로는 2011년 《칼과 황홀》이 나온 뒤 4년만이다. “글쓰기는 살았던 시간을 남기는 방법이다.” 작가의 말처럼 누에를 키워 실을 잣던 고향 집의 어린 시절 풍경부터 이십 대 대학 시절 어쩌면 작가로서의 길을 들어서는 중요한 사건이 되었을 기형도 시인과의 에피소드, 세상의 끝처럼 아무런 꾸밈없고 가차 없고 무정한 느낌이 들었던 남반구 칠레의 토레스델파이네 계곡에서의 느낌까지 자신의 존재를 이루었던 특별한 시간들을 정밀하게 묘사한다.

전작 《칼과 황홀》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의 음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남다르다. 이번 산문에서도 음식에 얽힌 소재가 적지 않다. 서울 출신 사람들만 알음알음으로 살며시 다닌다는 음식점들, 천국의 다른 이름이라고 부를 정도인 단골집, 음식점 이름에 왜 어머니 할머니 등 여성의 이름을 많이 쓰는지에 대한 고찰, 바닷가 모래알처럼 원조가 많은 시절 진짜 원조의 맛의 비밀은 무엇인지, 그리고 고향의 황홀한 맛까지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작가만의 음식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다.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는 〈성석제의 사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한겨레 ESC〉에 연재한 글과 작가가 틈틈이 써놓았던 에세이들을 한 데 묶어 보강했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공지영 지음)에 그림으로 슬며시 웃음 짓게 하는 독특한 화풍을 선보인 적이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이민혜 씨의 그림으로 책의 깊이와 재미를 더했다.

 

우연히 마주친, 기억의 방에 물감을 푼 풍경들

 

작가는 고향인 상주에 머물렀던 시간이 15년밖에 안 되지만 소설의 절반 가까이 상주를 무대로 한다고 말한다. 이번 산문에서도 고향을 소재로 한 것이 특히 눈에 띈다. 고향의 황홀한 맛이라고 표현한 골곰짠지 찬사, 오래된 흑백사진 한 장에서 떠올리는 아련한 어린 시절의 한때, 고단했으나 신비로웠던 고향의 누에치기 풍경, 오디 이야기는 물론이고 저 멀리 우즈베키스탄에 가서도 길가의 뽕나무에서 오디를 홀린 듯 따 먹다가도 고향의 검은 오디를 떠올리는 식이다. 경북 상주의 시간과 공간, 청춘 시절, 아메리카의 미국 캐나다 칠레, 중앙아시아 투르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라오스와 터키까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작가의 마음을 예민하게 끌었던 사람, 사건, 그리고 풍경들 속을 함께 걷다가 맛도 보고 슬며시 웃음 짓기도 하며 생에 대한 약간의 위로와 내 인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를 통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여전히 사람이 사람으로 사람답게 사는 풍경을 그리겠다고.

우리 모두가 기다려온 바로 그 걸작!

성석제 소설의 정점, 절대적인 감동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성석제가 2년 만의 새 장편 『투명인간』으로 돌아왔다. 특유의 입담과 해학은 경지에 달했고, 시대와 개인의 핵심을 묘파하는 날렵한 필치는 가히 절정에 이르렀다. 그가 천의무봉의 솜씨로 펼쳐놓는, 눈물겹게 아름다운 한 인간의 이야기.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묵묵히 우리 곁을 지켜온 그의 일생이 우리가 잊고 있던 주변의 누군가를 돌아보게 하고, 굴곡의 역사 가운데 던져진 개인의 운명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 모두가 기다려오던 바로 그 걸작” “한국소설의 새 지평이 열리는 장면”(염무웅)이라는 평이 무색하지 않은, 성석제 소설의 결정판, 우리 시대를 대표할 작품의 탄생이다.

“나는 알았다. 그 또한 투명인간이라는 것을.

나는 모른다. 그가 왜, 어떻게, 언제부터 투명인간이 되었는지를.”

한 남자가 한강 다리 위에 서 있다. 금방이라도 다리 아래로 몸을 던질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투명인간이다. 마침 그 곁을 지나던 또다른 투명인간이 그를 알아본다. 그의 이름은 ‘김만수’. 그는 왜, 어떻게 투명인간이 된 것일까. 그리고 소설은 시간을 되돌려, 그가 태어나던 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의 일대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Changbi Publishers

이것은 시인가, 소설인가, 산문인가!

장르와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야기꾼 성석제의 탄생을 알린 전설적인 데뷔작


성석제는 1986년 <문학사상>에서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그의 첫번째 책은 1991년에 출간된 시집 『낯선 길에 묻다』였다. 그리고 "시인 성석제"와 "소설가 성석제" 사이에 한 권의 책이 놓여 있다. 성석제에게 "이야기꾼" "풍자와 해학의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파격적이고 충격적인 데뷔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이다.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가 2017년 문학동네에서 새로운 장정과 구성의 개정판으로 출간되어 독자들 곁에 돌아왔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이것이 과연 시인의 산문시인지, 재기발랄한 수필이라 해야 할지, 상상력의 끝까지 뻗어나가는 픽션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문단과 독자들이 그어놓은 장르의 범주 안에 성석제의 글들은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성석제는 이 데뷔작 이후로도 이렇게 짧은 분량의 글 안에 경계 지을 수 없는 상상과 현실적인 소재와 캐릭터들이 한데 녹아 있는 글들을 꾸준히 써왔고, 오늘날 그의 "짧은소설"은 독보적인 장르가 되었다. 


"시를 뼈라고 하고 산문을 살이라고 한다면 "뼈와 살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최소한 조사 "와"가 있다. 뼈이면서 물렁한 것(가령 물렁뼈), 살이면서 때에 따라 딱딱해지는 것이 있다. 뼈라고 부를까, 살이라고 부를까"라는 저자의 말처럼, 뼈이면서 물렁하고 살이면서 때에 따라 단단해지는 그의 소설들은 장르와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으며 우리를 미지의 나라로, 첫사랑과 책을 좋아하는 벗과 어처구니들이 사는 서재로 데려간다.


흔히 어이없고 황당하며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서는 일을 맞닥뜨렸을 때 쓰는 "어처구니없다"라는 어구의 "어처구니"는, 본디 "상상보다 큰 물건,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 한다. 성석제의 이 다채로운 소설 속 어처구니없는 사람과 사건들을 읽어나가다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상상 너머의 세계와 조우하게 될 것이다.

성석제의 손바닥소설이 움켜쥔

압도적인 사랑과 인생의 풍경


책장이 채 넘어가기 전에 

당신은 웃거나 울게 될 것이다!


최근 독자들 사이에서 "짧은소설"이 각광받고 있다. 200자 원고지 10~30매 정도의 짧은 분량 안에 인생과 인간의 번뜩이는 순간을 담아낸 "짧은소설"은 SNS와 모바일환경에 익숙해진 젊은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우리 문학의 한 장르로 자리잡았다. 


이 짧은소설계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소설가 성석제가 새 책을 들고 돌아왔다.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2007)과 『인간적이다』(2010)의 일부 원고와 그후 2017년까지 써온 최근작을 엮은『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에는 55편의 "압도적인" 짧은소설들이 담겨 있다. 시인 성석제가 1994년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를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산문의 길이에, 시의 함축성을 품고 있으며, 소설의 재기발랄한 서사와 캐릭터까지 담긴 이 책은, 이야기꾼 성석제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17년의 성석제는 여전히 장르를 넘나들고, 책장이 서너 장 넘어가기도 전에 폭소와 찡한 감동을 선사하며 짧은소설의 미학과 현재성을 입증해낸다.


흔히 짧은소설은 "엽편소설(葉篇小說)" "장편소설(掌篇小說)"로도 불린다. 그 분량의 단출함으로 인해 "나뭇잎 한 장"과 "손바닥"에 비유한 것이지만, 성석제의 손바닥소설은 다 읽고 나면 "장편소설(長篇小說)"이 주는 감정에 부럽지 않은 인생에 대한 통찰과 감동을 선사한다.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은 지긋지긋하게 사랑스러운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한 성석제식의 해부도이자, 요즘 "문학"과 "책"이 다소 어렵고 멀어 보인다는 이들에게도 거침없이 건넬 수 있는 유쾌한 프로포즈이다. 


성석제는 신작이 담긴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과 함께 데뷔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와 성석제 짧은소설의 백미로 평가받는『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의 개정판을 함께 펴냈다.

"내가 쓰고 내가 읽고 내가 웃는다."

전세계거짓말쟁이협회 

서기장 성석제의 

이 황홀한 입담을 보라!


소설가 성석제에 대한 일화 가운데 사실인지 소문인지 분간할 수 없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느 날 그가 너무나 재밌는 이야기를 발견해서 웃음을 터뜨리며 읽고 있었다. "거참, 그 사람 소설 한번 재미지게 쓰네!" 생각하던 차에 작자가 누구인지 찾아보니 다름 아닌 자기 이름이 적혀 있더라는 것.


"내가 쓰고 내가 읽고 내가 웃는" 흡사 득도한 도인과도 같은 경지에 이른 이야기꾼이자, 등단 이후 본인도 헤아리기 힘들 만큼의 많은 이야기들을 지치지 않고 수확한 부지런한 농부 같은 소설가 성석제. 이야기꾼 성석제의 수많은 작품들 가운데 두고두고 회자되는 짧은소설의 백미가 모여 있는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의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2017년 개정판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은 1997년 출간된 『재미나는 인생』과 2003년 출간된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의 짧은소설들을 저자가 직접 고르고 다듬어 엮은 것이다. 성석제 특유의 재기발랄한 문체가 빛을 발하는 가운데, 농촌마을에서 벌어진 유쾌한 소동(「경운기 주정차 금지 위반」)부터 사교육 문제(「선행학습」), 나이에 따른 갑질(「미안하다고 했다」), 학교 폭력(「재미나는 인생 3―폭력에 관하여」), 뇌물(「보이지 않는 손」) 등의 사회문제는 물론이거니와, 인생 그 자체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잠언 같은 소설들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이루는 다양한 인간군상들, 그리고 그 인간들이 펼쳐내는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들을 포착했다. 


가장 어렵고 무거운 이야기를 가장 발랄하고 재치 있게, 또한 가장 가벼운 주제를 세상에서 제일 진지한 태도로 다루는 성석제의 입담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독자들을 매혹한다.

흥겨운 입심과 날렵한 필치, 정교한 구성으로 ‘성석제식 문체’를 일궈가는 중견소설가 성석제씨의 새 소설집은 제2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인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포함, 2년여 동안 발표한 일곱편의 중&#8226;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세상의 공식적인 길에서 한치 비껴난 예외적인 인물들의 생에 주목함으로써 기성의 통념과 가치를 돌아보는 독특한 감동을 선사한다.

작가는 현실에 널린 대상을 포착해 그것을 묘사하는 고전적인 방식이 아니라, 현실의 세목을 하나하나 수집하고 분해한 뒤 거대한 거짓말의 세계로 끌어들여 정교하게 재구성함으로써 기존의 소설문법을 유쾌하게 뒤집어 보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예외적 인물들, “순수한 개성”의 소유자들로 해서 그의 소설은 “국가&#8226;계급&#8226;계층&#8226;가문 등 전체성적 의미항을 중시하는 우리의 오랜 소설전통과, 나아가서는 한국사회와 근본적으로 맞서 있다”(정호웅)는 평가를 낳게 되는 것이다.

표제작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는 모든 면에서 평균치에 못 미치는 농부 황만근의 일생을 묘비명의 형식을 삽입해 서술한 단편이다. 남의 비웃음과 모멸을 거리끼지 않고 평생 자신의 일을 다하며 이웃을 돌보다 갑작스런 사고사를 당한 황만근의 일생이, 그의 진면모를 알아본 한 외지인의 기림 속에 온전히 살아나면서 그 “이타의, 수분(守分)의”(정호웅) 행적을 되새기게 한다. 황만근은 과연 무엇이라 말했는가? 그는 작중 어디에서도 아무 특별한 메시지를 남기지 않지만(“농사꾼은 빚을 지마 안된다카이”가 그나마 제대로 된 발언이다) 그 때문에 말없이 도리를 다한 생애는 욕망과 이기심으로 뭉친 삶을 되비추는 독특한 거울이 된다.

한 친목계 모임에서 우연히 벌어진 조직폭력배들과의 한판 싸움을 그린 「쾌활냇가의 명랑한 곗날」은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해학과 야유가 전편에 깔린 작품이다. 사기, 간통 등의 소소한 전과를 가진 지역사회의 보잘것없는 일원들의 모임인 이 ‘상호친목계’(한번 계원이 되면 상호간에 평생 친구가 되어 목숨을 걸고 서로를 지키는 계’의 준말이다)는 그대로 현실세계의 축도이다. 이들의 크고작은 이권싸움과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 파렴치하고 비겁한 이력은 그 자체로 흥미롭게 부조된 우리 사회의 모습이다. 작품의 끝부분에 돌연 등장한 ‘진짜 깡패’들과의 일전(一戰)은 이 세계가 ‘진짜 이전투구’의 장임을 생동감있게 폭로하는 장치이다. 이 “지리멸렬의 세계를 지배하는 권력의 몰합리적이고 폭력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속성”(정호웅)과 그에 대한 맹목적 복종, 한여름 땡볕 속에 벌어진 이유 없고 우연한 싸움의 아수라를 아연한 활기와 환호성으로 버무려 그려낸 작가의 솜씨가 빛을 발한다.

‘목욕하는 여인(들)’ ‘바느질하는 여인’ ‘파라솔을 쓴 소녀’ 등 르누아르(P.-A. Renoir)의 작품들을 소제목으로 삼은 특이한 구성을 취한 「욕탕의 여인들」은 돈많은 과부와 결혼해 잘살아보려던 한 입주과외 대학생이 차례로 유복한 집안의 여성들을 만나 겪는 일을 그린다. 얄팍한 욕심과 변변치 못한 이력의 소유자가 미모의 돈많은 여성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른 세계’로 진입해보려다 ‘주제를 파악하고’ 안착하는 과정이 주인공의 허위의식과 적당한 순정주의를 기조로 경쾌하게 이어진다. 누구나 한번쯤 품어봄직한 얄팍한 계산속과 이기주의가 막강한 현실과 부딪혀 낳는 결과를 해학과 페이소스에 실어 보여줌으로써 한편으로는 개인을 얽어매는 이 세계의 완강한 질서를, 한편으로는 허위의식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드러낸다.

세상의 경계선상을 떠도는 ‘괴(怪)’한 인물들의 모습은 이번 소설집에서 여러 형태로 드러난다. 집의 부피를 초과할 만큼 책 수집에 탐닉해온 「책」의 주인공 당숙, 온갖 불운의 한가운데만을 걸으면서도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다”고 말하는 [천애윤락]의 동환, 천덕꾸러기로 태어나 천하제일의 미남으로 자라고 향기로써 보는이의 영혼을 사로잡는 [천하제일 남가이]의 반평생, 첫판의 도박은 종류를 불문하고 이기고 마는 [꽃의 피, 피의 꽃]의 주인공 ‘나’가 그런 이들이다. 이들이 가진 독특한 습성과 괴벽에도 불구하고 그러나 이들은 세상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할 법한 개연성을 부여받아 생동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편으로 설화적•전기적 요소를 십분 활용하는 치밀한 구성과, 대상과 상황의 미묘한 기미를 놓침없이 날렵하게 짚어내는 문장들에 힘입은 것이다.

이번 소설집은 그간 남다른 문체와 소재로 우리 소설에 유례없는 활기를 불어넣어온 성석제의 작품세계가 한층 무르익은 가운데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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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서사전략과 개성적인 소설언어로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성석제 스타일’을 펼쳐온 작가 성석제(成碩濟)의 신작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2002년 동인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등을 수상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이후 3년여 만으로 작가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독자와 평자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며 그해 언론에서 새뚝이로 선정된 바 있다.

이번 소설집은 제49회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내 고운 벗님」을 포함, 3년여 동안 발표한 아홉 편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이번 소설집에서 기성의 통념과 가치를 뒤집는 화려한 수사와 “웃음의 모든 차원을 자유자재로 열어놓는 말의 부림”으로(정홍수) 우리 주변에 있음직한 각양각색 인물들의 삶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소설의 표면에 드러나는 유쾌한 재미와 해학, 풍자 밑에는 세상을 보는 날카로운 통찰이 번뜩이기도 하고 그리움이나 인간을 향한 건강하고 따뜻한 시선이 은근히 깔려 있어 읽는 이에게 독특한 감동을 선사한다.

성석제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농담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막힘없이 풀어놓으며 “마치 무협지의 고수들처럼”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입담을 펼친다.(문혜원) 이러한 거침없는 활력은 이번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에서도 여전히 빛난다. 「잃어버린 인간」의 화자는 소설가이다. 소설가인 화자는 재당숙모의 부음을 듣고 찾아간 고향에서 재당숙 이봉한의 두 아들 쌍둥이가 굶어죽었다는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진다. 소설의 한가운데 액자처럼 들어 있는 재당숙 이봉한의 일생, 사회주의자이자 독립운동가로 알려진 한 인물의 삶을 풍문에서 건져 실제 인간의 모습을 찾아내려 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긴 세월의 망각을 뚫고 어린시절의 자신의 철없는 폭력과 다시 대면하는 장면은 읽는 이에게 진기한 울림을 준다.

「내 고운 벗님」은 ‘건국 이래 최대 국방사업의 에이전트’라 알려진 거물급 ‘대위’가 한 시골마을 ‘장안’에 낚시를 하러 오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다. 대위에게 최대한 좋은 인상을 주려고 온몸이 노곤해지도록 자발적인 봉사를 했던 ‘이중사’와 ‘장낚시’는 대위가 사나운 욕설과 거대한 쓰레기더미만 남긴 채 황당하게 떠나버리자 충격에 휩싸이지만, 이내 “미쳤어도 가주니 참말로 고맙지라” 하며 덤덤하게 넘긴다. 이러한 한바탕 소동 안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한 우스꽝스러운 야유이자 은근한 풍자가 배어 있다.

「소풍」의 화자 ‘정대’는 독선과 허세로 무장한 속물지식인 박중현의 환멸스러운 자태를 곱씹다가 박중현의 고향마을에서 식당 노인을 만나고 박중현류의 인간이 키워지는 토양에 대해 나름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많은 양반가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절대 무시당해서는 안되고, 싸움을 걸어오면 절대 피하지 않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존재증명을 해야만 하는 법. 정대가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을 받는 마지막 대목에 이르러 작가의 촉수는 우리 삶의 속물적 속성을 건드린다.

「본래면목」은 삶의 진창에서 노니는 사이비 예술가 ‘황봉춘’과 병 요양차 시골에서 살고 있는 화자의 알 듯 모를 듯한 교류와 요란한 활약상을 작가 특유의 해학 넘치는 문체로 그려낸 작품이다.

‘강산’이라는 고장에 새로 부임한 경찰서장 ‘남산만’ 총경을 둘러싼 소동을 그린 「만고강산」, 부에 대한 허망한 집착과 욕망을 보여주는 「인지상정」, ‘미시타 숑’이라는 미묘한 인물을 통해 “성석제식 인간탐구의 특이한 국면”을 보여주는(정홍수) 「너는 어디에 있느냐」, “유년기 시골학교 축구팀에 대한 현란한 수사학 밑에 투명한 그리움이 흐르고 있”는(김윤식) 「저녁의 눈이신」 등은 우리 일상의 낯익은 테두리 안에서 벌어진 법한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을 작가 특유의 활력과 해학, 페이소스에 버무려 그려낸 흥미진진한 작품들이다.

이번 작품집에서 작가는 이야기꾼으로서의 장기와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하나의 이야기와 또다른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교차시키며 유려하게 텍스트를 직조해내고 있다. 그 유려함으로 눈에 띄는 작품이 표제작 「어머님이 들려주시던 노래」이다. 이 소설에는 보름달이 환한 늦가을 밤, 베틀을 가운데 두고 길쌈하는 어머니와 그 앞에서 어머니를 위해 고전소설 『추풍감별곡』을 읽어드리는 맏딸 재희가 등장한다. 어머니의 마음은 혼기에 이른 맏딸 재희에 대한 걱정과 장에 간 남편과 아들에 대한 염려로 가득하고, 고전소설 『추풍감별곡』의 이야기가 그 안에 스며든다. 소설에 삽입된 『추풍감별곡』의 내용은, 김진사의 딸 채봉과 선천부사의 아들 강필성이 서로 사랑에 빠져 약혼을 하게 되었는데 벼슬에 눈이 어두운 김진사가 딸 채봉을 허판서의 첩으로 주려고 하여 채봉이 평양 기생이 되는 등 두 남녀가 갖은 고난을 겪는 부분이다. 고전소설 속 인물들의 정한과 재희네 가족사가 교차되고 어머니의 상념이 베틀의 움직임과 함께 다시 이야기에 녹아든다. 소설은 장에 갔던 아버지와 아들이 수레를 밀고 끌며 집에 돌아오는 것으로 끝맺는다. 군더더기 없이 잘 짜여진 이야기와 깊은 모정, 전통적인 가락에 담긴 그리움과 비(悲)의 정서가 독자들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부족함이 없는 수작이다.

내성의 틀에 갇혀 스스로의 입지를 좁혀가는 오늘의 우리 문학판에서 성석제의 건강한 웃음과 개성있는 서사는 단연 빛을 발하는 활력이 될 것이다.

Changbi Publishers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어디라도 훌쩍 떠나고 싶지만 팍팍한 일상은 여유를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주5일제와 웰빙열풍은 값지게 인생을 즐기라고 등을 떠밀지만 먹고살기 바쁜 처지에는 또다른 부담일 뿐이 다. 잠시라도 숨가뿐 생활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쉬고 싶은 생각이 간 절한 요즘, 가까운 곳에 소풍을 가보는 건 어떨까. 거닐소(逍)에 바람 풍(風)이라, 바람에 일상의 짐을 훌훌 날려버리고 한가로이 거닐라는 이 말은 휴식의 참의미를 일깨워준다. 휴가철에 이름난 휴양지가 아니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그 순간을 즐긴다면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소풍중이다.

흥겨운 입담과 날렵한 필치를 자랑하는 소설가 성석제가 신작 산문집 『소풍』을 펴냈다. 음식과 맛에 얽힌 추억을 맛깔스럽게 버무리며 구수한 사람, 맛깔진 세상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는 음식을 만들고 먹고 나누고 기억하는 행위가 곧 일상을 떠나 마음의 고삐를 풀어놓고 한가로운 순간을 음미하는 소풍과 같다고 말한다.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며 오감이 총동원되는 총체예술”이며, “필연코 한 개인의 본질적인 조건에까지 뿌리가 닿아 있다”는 지론은 곧 우리 세대가 잃어버린 사람살이의 다양한 세목을 되살려내온 성석제 소설세계와 상통한다. 십수년간 각종 매체에 연재하며 갖가지 음식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낸 작업이 ‘음식의 맛, 사람의 맛, 세상의 맛’을 함께 음미하게 하는 책으로 다시 태어났다.

1부는 너비아니부터 묵밥까지 한끼 식사로 적당한 음식, 2부는 냉면과 라면 같은 국수류, 3부는 김치나 홍시, 석화젓 등의 곁다리 음식 , 4부는 국화차, 소주 같은 마실거리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살이가 제각각이듯 다루는 음식도 다양하다. 식성대로, 글맛대로 골라 읽어도 무방하다.

성석제를 사로잡은 맛들은 진귀하거나 값비싼 음식에서 나오지 않는다. 흔하고 하찮은 음식일지라도 만든 사람, 만드는 과정, 먹는 장소, 먹는 동안 일어난 일, 함께 먹은 일행 등등에 대한 느낌이 합쳐져 하나의 기억을 이룬다. 그 기억은 곧 먹은 사람의 개인사이자 그가 속한 사회의 풍속의 일부가 된다. 겨울밤 이웃끼리 제삿밥을 나누던 시절, 라면과 자장면에 얽힌 성장기, 김치 서리의 풍경, 나이트클럽 앞에서 팔던 순두부, 긴 겨울 옷장에서 삭힌 홍시, 처음 먹어본 막걸리 등 추억의 맛, 맛의 추억이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유명세만 믿고 ‘기본’을 갖추지 않은 상술, 인체에 유해한 조미료의 남용, 입맛을 평균화시키는 패스트푸드 등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함께한다. 틈틈이 각종 음식과 식재료에 관한 역사와 상식과 함께 오리 농법이나 무농약 과일처럼 달라진 식문화 세태를 엿볼 수도 있다. 곁들여, 북한의 평양냉면, 인도의 커리, 베트남 쌀국수, 중국의 국화차, 미국의 게 요리와 연어 스테이크 등을 맛본 체험기가 이채롭다. 푸짐하게 차려진 성석제의 맛깔스런 산문에, 만화가 김경호의 익살스런 삽화가 곁들여져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Changbi Publishers

“나는 알았다. 그 또한 투명인간이라는 것을. 나는 모른다. 그가 왜, 어떻게, 언제부터 투명인간이 되었는지를.” 한 남자가 한강 다리 위에 서 있다. 금방이라도 다리 아래로 몸을 던질 것만 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는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투명인간이다. 마침 그 곁을 지나던 또다른 투명인간이 그를 알아본다. 그의 이름은 ‘김만수’. 그는 왜, 어떻게 투명인간이 된 것일까. 그리고 소설은 시간을 되돌려, 그가 태어나던 순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의 일대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두메산골 ‘개운리’에서 3남 3녀 중 넷째로 태어난 만수는 어려서부터 ‘큰 머리에 비해 가느다란 몸통에 유난히 길어 보이는 팔다리’와 ‘토끼처럼 커다란 앞니’가 두드러진 볼품없는 외모에, 유난히 허약하게 태어난데다 말도 늦고 매사에 이해가 더디지만 마냥 착하고 순박하기만 하다. 소설은 그의 가족을 비롯해 친구, 동료 등 그를 둘러싼 수많은 인물들이 차례로 화자로 등장해 그에 관한 에피소드를 회상하며 진술하는 독특한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들이 각자의 처지에서 각자의 시선으로 본 만수의 일면, 그들이 보고 겪은 각각의 장면들이 하나하나 짧은 이야기를 이루고, 그것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한 사람의 인생이라는 입체적이고 커다란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와 함께 소설은 그들 한사람 한사람이 겪는 세상살이의 한 대목들을 모아 수십년에 걸친 시대의 흐름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생생하게 되살려낸다. 장면 사이사이의 시간적 공백을 통해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는 동시에 시간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내는 절묘한 구성 또한 이야기꾼 성석제의 독보적인 면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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