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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백』, 『한국이 싫어서』, 『댓글부대』 작가 장강명의 신작 장편소설“우린 다 태어나서는 안 될 나라에 태어났다는 생각이 들어.”
2016년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새 얼굴이자 대세로 떠오른 장강명 작가의 장편소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이 예담에서 출간되었다. ‘표백 세대’라 명명한 젊은 세대의 ‘자살’을 다룬 『표백』, 한국을 탈출해 ‘이민’에서 미래를 찾는 『한국이 싫어서』, 국정원 불법 선거개입 사건을 모티프로 한 『댓글부대』 등으로 지금, 이곳을 기록해온 장강명이 이번에는 북한으로 눈을 돌렸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김씨 왕조 붕괴 이후의 북한을 배경으로 3일간의 사투를 벌이는 근미래 액션 스릴러이다. “우리 시대를 다루는 작품을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혀온 장강명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오늘의 한국 사회와 우리의 적나라한 민낯을 직면하게 만들면서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라는 정체성을 극대화했다.
『우리의 소원은 전쟁』은 김씨 왕조 붕괴 이후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혼돈으로 가득한 북한 장풍군에 수상한 사내가 등장한다. 얼굴에 칼날 같은 흉터가 있는 이 사내의 이름은 장리철. 이유는 숨긴 채 신천복수대 출신을 찾아 헤매다 남한과 가장 가깝다는 장풍군으로 흘러들게 된다. 한편 북한에 파견될 평화유지군으로, 영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군대를 두 번 오게 된’ 남한 청년 강민준. 그의 불행은 악명 높은 황해북도 장풍군 희망부대로의 파견으로 정점을 찍는다. 그리고 마약수사팀 소속 미셸 롱 대위와 함께 한 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사건 속으로 휘말리는데…….
매 작품마다 한국 사회에 도발적 문제를 제기해온 장강명 작가는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통해 ‘북한 붕괴’라는 민감한 이슈를 다루면서도 재미와 카타르시스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내달린다. “지독하게 다크하고 미스터리하면서도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안달 나게” 한다는 우민호 영화감독과 “장강명의 예언은 불길하고도 불편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나쁜 예언을 엿듣는 건 즐겁고 재미나다.”는 홍석재 영화감독의 말처럼. 그토록 지독하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악몽 같은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과연 무엇을 따르고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를 묻고, 문학이야말로 지금 우리가 발을 딛고 서 있는 바로 이곳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임을 짜릿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승부를 걸어본다’는 생각으로 전력 질주하듯 썼으며 독자들이 긴장감과 속도감을 느끼도록 온 힘을 기울였다”는 작가의 말처럼 독자 역시 『우리의 소원은 전쟁』의 세계로 흠뻑 빠져들게 될 것이다.
절망의 기록, 그러나 동시에 절박한 희망의 구조 요청
싸늘히 표백된 우리 시대 청춘들의 잔인한 자화상

주인공은 7급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서 상위 10개 대학의 뒤쪽에 위치한 A대학에 입학해서 군대를 갔다 온 복학생이다. 그는 대학입시를 다시 준비하든 편입시험을 보든 더 상위권으로 진입해야 하는데, 어떤 것을 시작해도 이미 늦어버린 나이라고 생각하며, 미래의 암울한 현실을 깨닫지만 딱히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취업 선배들과의 대화’ 행사 뒤풀이 후에 전교적으로 유명한 ‘21세기 지도자 장학생’인 세연, 경영학과 동기인 휘영, 후배 병권, 세연의 친구 추윤영 등과 어울리게 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자살을 준비해온 세연은 친구들을 설득하며 5년 후에 자살할 것을 강요하며, 자신이 가장 주목받는 선구자가 되기 위해서 죽는다. 5년 후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며 표백되고 있던 주인공과 친구들은 우연찮게 한 사이트(와이두유리브닷컴whydoyoulive)를 통해 서로의 소식을 알게 된다. 그러나 친구들은 5년 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후에 자살을 한다고 선언하는데……. 젊은 세대들이 자살하는 세태를 정확하게 그려내며 현실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은 우리 사회 청년들의 삶과 일상을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표백》은, IMF 이후 변화된 사회의 문제들을 혼자의 몸으로 뚫고 온 혹은 뚫고 가고 있는 청년 세대에 바치는 소설이다. 성공한 삶이라고 주변에 얘기할 수 있는 그때, 그리고 그 성공을 위해 노력했던 스스로에게 자살이라는 방법으로 자유의지를 보여주는 청년들은 부조리한 세계에서 부조리한 방식으로 그들의 삶에 대해 최선의 길을 추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들은 어떻게 이 세계를 헤쳐 나갈 것인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들이 그리는 슬픈 비망록이 펼쳐진다.

 

한겨레출판 제공

  “사람은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어.
하지만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행복해질 수는 없어.
나는 두려워하면서 살고 싶지 않아.”

한국에서의 익숙한 불행보다 호주에서의 낯선 행복을 택한 노마드 청춘의 등장
거침없는 수다로 한국 사회의 폐부를 드러내는 글로벌 세대의 ‘문제적’ 행복론

사회 비판적 문제에서 SF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소재, 흡인력 있는 스토리 전개, 날렵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 일본 대중 문학의 기수 오쿠다 히데오에 비견되며 한국 문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작가 장강명의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가 민음사 ‘오늘의 젊은 작가’시리즈로 출간되었다. 한겨레문학상·수림문학상·제주4.3평화문학상에 이어 최근의 문학동네작가상까지, 문학상 4관왕 성취를 이룬 작가가 수상작들을 출간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선보이는 작품이다.『한국이 싫어서』는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이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이민 간 사정을 대화 형식으로 들려주는 소설이다. 학벌·재력·외모를 비롯해 자아실현에 대한 의지·출세에 대한 욕망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평균 혹은 그 이하의 수준으로 살아가며 미래에 대한 비전을 꿈꾸지 못하는 주인공이 이민이라는 모험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가는 과정을 담았다. 특히 1인칭 수다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전개 방식은 20대 후반 여성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은 듯 생생하고 경쾌하게 전달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어느 날 갑자기 타인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면 그 ‘힘’을 가진 자들과 그 ‘힘’을 막고자 하는 자들이 벌이는 일생일대의 대결! 한겨레문학상, 수림문학상 수상작가 장강명 신작 장편소설 상실감으로 범벅된 텅 빈 젊은 세대들을 ‘표백’된 삶으로 오마주한 『표백』의 작가 장강명이 이 년 만에 새 장편 『호모도미난스지배하는 인간』으로 돌아왔다. 전작 표백이 젊은 세대의 풍경을 냉정한 필치로 그려낸 절망의 기록이었다면 신작 장편 『호모도미난스지배하는 인간』은 강해지기 위해, 이기기 위해 유전자 스스로가 거듭 진화해 남을 지배하는 ‘힘’을 갖게 된, 새로운 신인류 ‘호모도미난스’들의 이야기이다. 자기 존재 증명을 위해 몸부림치는, 다르지 않으나 결코 같지 않은 우리 안의 다른 존재, 호모도미난스! 호모사피엔스의 다음 단계라 지칭할 수 있는 ‘지배하는 자’ 호모도미난스. 이 소설은 타인을 지배하고 조종하며 모든 인류의 삶을 마음대로 조각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 자들과 그 ‘힘’을 막고자 조직된 또 다른 호모도미난스들의 대결을 그린 낯설고 매력적인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장강명은 전직 기자 출신 작가답게 명확한 문장과 간결한 스타일을 유지하되 부지불식간 급소를 찔러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만약 우리에게 남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주어진다면 우리는 그 ‘힘’으로 무엇을 하겠는가, 하고 말이다. 그렇다. 이 소설은 장르적 기법을 차용해 우연처럼 찾아온 거대한 ‘힘’과 그 ‘힘’의 쓰임 또는 그 ‘힘’에 반동하며 균형을 잡아가는 힘의 항상성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자 우화인 셈이다.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신예작가 장강명이 선보이는 『호모도미난스지배하는 인간』은 판타지적인 재미와 묵시록적인 서사의 흐름, 영화적 편집기법 등을 무기로 분명, 한국문단의 새로운 소설 탄생을 예감케 할 것이다.
인간 진화에 관한 미싱 링크를 찾아서-인간은 선과 악의 변이와 선택으로 진화한다.

“분명 모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데, 아무도 서로의 내면에 그런 인간이 존재하는지 모르는 인간. 모두의 인간이면서, 오직 나 하나만의 인간!”


『합체』『맨홀』『양춘단 대학 탐방기』로 작가만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고 있는 박지리의 신작. 이번 작품은 배경도 주인공도 한국이 아니지만 작가가 구축해 낸 세계, 캐릭터, 그들의 삶을 위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숙명적인 사건들까지 너무나 견고하고 탄탄해서 3천매나 되는 분량이 무색할 정도로 속도감 있게 읽힌다. 완전히 새롭고 낯선 세계를 그리고 있지만 비현실적이지 않고, 계급사회로 회귀한 미래를 보는 것처럼 삭막하게 느껴지다가도 고풍스러운 배경과 캐릭터들의 우아한 분위기 덕에 클래식 한편을 읽는 듯 아련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또한 한 인물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혀나가는 과정은 치밀하게 짠 범죄추리소설처럼 시종일관 긴장감을 자아낸다. 제아무리 발버둥 쳐도 벗어나기 힘든 ‘가족’이라는 굴레, 필연적으로 저지르게 되는 살인의 문제와 법의 효용, 그를 둘러싼 부자간의 숭고한 사랑 등 3대에 이어 걸쳐지는 가혹한 운명의 수레바퀴는 인간이 가진 악의 본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한국은 싫지만, HJ는 좋다”

인생 앞에 굴복하지 않는 젊은 부부의 신혼여행 분투기

 

앞으로 우리 부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이런 에세이를 써놓은 주제에, 내가 술에 취해 바람을 피우게 될지도 모르고, HJ가 운명적인 사랑을 발견해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 그러면 아마 이 책은 결혼과 사랑과 믿음에 대한 지독한 아이러니의 사례가 되겠지. 나는 두고두고 놀림감이 될지도 모른다. _241쪽

 

장강명의 첫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짧게 말하면, 소설가 장강명의 뒤늦은 신혼여행 이야기이고, 길게 말하면, 소설가 장강명이 2014년 11월에 HJ와 3박 5일로 보라카이에 신혼여행을 다녀온 여행 이야기이다. 그리고 제대로 말하면, 한국에서 자라서, 자신이 희망하던 것들 앞에서 좌절하고, 번번이 부모와 부딪치고, 미래에 대한 기대와 실망을 번갈아 하던, 그리고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르게 대학에서 HJ를 만나 사랑의 여러 빛깔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한 남자 장강명의 이야기이다.

3박 5일간의 신혼여행을 하며 작가는 자신의 청춘, 연애, 결혼, 그리고 결혼 후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놓는다. 별 희망이 안 보이던 자신에게서 어떻게 희미하게나마 무언가를 건져냈는지, 첫사랑, 첫 섹스, 첫 직장 생활 같은 것들에서 어떻게 벗어났는지,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HJ와 어떻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는지, 그리고 끝내 한국을 떠나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그러므로 《5년 만에 신혼여행》은 연애와 결혼, 가족, 인생에 대한,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 굴복하지 않은 채 살아온 장강명의 인생 분투기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런데 소설가 장강명은 왜 5년 만에야 신혼여행을 떠나야 했을까?

 

우리는 어떻게 시시한 세상을 견디며 청춘을 보내야 할까?

 

시시한 세상이고, 찌질한 청춘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우주의 신비 같은 건 보일 기미가 없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것도, 우리 주변의 사람들을 깊이 관찰하는 것도 모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일 같다.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건 나를 포함해 인간 두 명, 화분 몇 개, 동물 한두 마리 정도가 고작”이며 그것 또한 어지간한 마음가짐으로는 지켜내기 어렵다. 무언가 해보려고 할 때마다 예고도 없이 찾아온 시시콜콜한 일들이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뒤흔들고 지나가버린다. 그것도 거의 매일. 연애는 어렵고, 결혼은 더 어렵다. 결혼식이나 예단, 예물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프다. 아이는 상상할 수도 없다. 혼자 사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렇기에 《5년 만에 신혼여행》을 집어 들며 우리는 물을 수밖에 없다. 장강명은 어땠을까? 메이저 신문기자 출신에, 문학상 네 개를 휩쓸며 한국문학의 대표 작가로 떠오른 그의 청춘은 그의 지금은 어떨까?

대학을 9학기째 다니고 있으면서도 꼭 선후배와의 만남 자리는 나가고, 부모의 집을 나와 고시원에 살다가 매트리스랑 모텔용 냉장고만 두고 원룸에서 살고, 공업수학 강의를 들으며 머리의 한계를 느끼고, 언론사 준비 스터디를 쫓아다니며 신문사와 방송사 입사 준비를 하지만 모두 떨어지고야 마는, 결국 어느 건설사에 취직하지만, 거기서도 얼마 못 가 그만두고야 마는 청춘, 어떤가? ‘장강명’이 아니라 ‘장공명’이나 ‘장강수’ 같은 이름을 넣더라도 다를 거 없는 청춘이다. 그리고 그런 청춘은 소설가가 되고 신혼여행을 가서도 계속된다. ‘내가 소설가로 성공할 수 있을까?’ ‘이번 책은 얼마나 팔릴까?’ 하고 생각하니 말이다.

 

내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내가 옳은 선택을 한 걸까?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걸까? 마흔이 되어서까지 그런 걸 고민한다는 게 이상했다. _21쪽

 

마흔이 되어서도 그런 걸 고민한다는 게 이상하다는 작가를 보면서 무언가 시시함이 좀 줄어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괜찮은 거 아닐까. 적어도 이 시시한 세상을 견디고 있는 게 나 혼자는 아니니까.

 

야무지게 재미있는 걱정이 될 정도로 솔직한

 

《5년 만에 신혼여행》은 장강명의 ‘첫’ 에세이다. 장강명이 에세이라고? 에세이도 재밌을까? ‘첫’이란 늘 기대와 우려가 한데 섞여 찰흙처럼 단단히 뭉쳐지는 법이다. 다행히도 첫 장 ‘2001년~D-2개월: 결혼을 해야 하는 데드라인과 사랑의 메신저’를 펼치자마자 그런 걱정과 우려는 말끔히 씻겨나간다. 눈이 밝은 사람이건 눈이 어두운 사람이건 이 에세이가 엄청나게 재미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냥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야무지게” 재미있다. ‘더블린에 있는 것과 사장님들이 정하는 것’ ‘섭식 장애가 있는 듯한 커플과 바보 같은 눈물’ ‘숨을 쉬는 법과 사도마조히즘의 세계’ ‘승합차의 최종 도착지와 유황 지옥에 빠지는 기분’ 등 열여덟 장의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으니 말을 해서 더 뭐할까. 그럼 재미가 다일까? 물론, 아니다. 작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화들은 보라카이 화이트 비치에서 선탠 중인 사람들처럼 책 곳곳에 누워 있다. 어쩌면 치부일지도 혹은 단점이거나 숨기고 싶을지도 모를 그런 일들이 작가의 목소리로 아무렇지 않게 쓰여 있다. 《한국이 싫어서》, 《표백》, 《호모도미난스》 등을 읽으며 작가에게 궁금한 게 생긴 독자라면 이 책을 읽으면 된다. 그러면 “아!” 하고 ‘장강명’이란 소설가와 ‘장강명’이란 사람을 동시에 알 수 있다.

우리는 아이를 갖지 않고 둘이서 잘 살기로 했다. 그런 결심을 하고 나는 신촌의 비뇨기과에 가서 정관수술을 받았다. 어영부영하다가 결심이 흔들릴 게 두려웠다. 비뇨기과 의사가 “자녀는 몇 분입니까?”라고 물었을 때 “둘 있습니다”라고 거짓말했다. _15쪽

 

우리 집 창고 문에는 ‘효도는 셀프’라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HJ가 붙였다). 내 부모님은 나에게 효도를 받고, HJ의 부모님은 HJ에게 효도를 받으면 안 될까? 기타노 다케시는 가족에 대해 “누가 보지만 않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말했다. 내 가족관은 기타노 다케시보다 훨씬 건강하다. 나는 내 가족을 아무도 내다 버리고 싶지 않다. 다만 그들을 서로 만나게 하지 않을 뿐이다. 그들이 서로를 대형 폐기물로 여기지 않게 하기 위해. _30~31쪽

 

그래서 책을 읽으며 우리는 ‘3박 5일간’이 아니라 마치 ‘35년간의’ 여행 에세이를 읽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런 걸 써도 되나? 하고 걱정이 될 정도로 솔직하고 거침없으니까. 생각해보자. 이런 에세이가 또 있었나?

 

인생이 행복한지 불행한지는 계속 살아보는 수밖에

 

내 생각에는 전형적인 한국식 결혼식은 빼빼로데이와 매우 비슷하다. 언젠가부터 점점 호사스러워지고 있고, 장식이 본질을 압도하고 있으며, 이제는 거대 산업이 되어버렸다. 업체들이 호사스러움을 부추기고 있으며, 소비자들은 모두 그게 허세이고 바보 같다는 걸 알면서도 그 상술에 넘어가고야 만다. 왜 이런 미친 짓거리가 사라지지 않을까? 내 생각에 그 이유는, 모든 사람들이 이 미친 짓거리에 협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미친 짓거리에 협조하지 않는 자들을 “걔 원래 좀 특이하잖아”라며 이단자 취급하기 때문이다. 그 미친 짓거리를 성대하게, 무의미하게 치러낼수록 찬탄을 사고 그 사실을 자랑스러워하기 때문이다. (48~49쪽)

 

HJ와 작가는 ‘좋은’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물론, 둘의 뜻대로는 되진 않았지만. 결국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고, 결혼식 대신 전철을 타고 마포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고, 구청을 나와서는 뷔페 대신 순댓국을 먹었다. 예단이고 예물이고 아무것도 없이 장모님이 사준 냉장고 하나를 가지고 20평대 전세아파트에 들어가 동거를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결혼. 한국이 아니었다면 두 사람이 바라던 대로 (생각만큼 좋은 결혼식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을까? ‘가격 대비 성능비(수익을 생각하지는 않는)’를 따지고, (싸울 때도) 야무진 두 사람이니까 분명 ‘좋은’ 결혼식을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 호주나 캐나다에 가지 않고 한국에 남아줘서. 한국에서 계속 지지고 볶고, 서로에게 다정하고 친절하게, 틈만 나면 “나 좋아?” 하고 묻고 “조금 좋아.” 하고 대답하며 살아줘서. 우리는 안다. 장강명과 HJ가 한국을 싫어한다는 걸, (뭐 싫어하진 않을지도 모르지만) 한국의 여러 지점을 마뜩잖게 여기고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둘은 서로가 끔찍하게 좋다. 그 사랑이 한국을 떠나지 않게, 더 즐겁고 의미 있게 살아오게 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거면 된 거 아닐까? ‘5년 만에 신혼여행’이든 ‘50년 만에 신혼여행’이든 인생이 행복한지 불행한지는 계속 살아보는 수밖에 없으니까.

"스토리텔링 애니멀"성석제 신작 소설집

성석제는 의심할 여지 없는 프로 소설가이고 

이야기에 한해서는 맹수에 가깝다. 

_노태훈(문학평론가)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_고려가요 「청산별곡」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맞아서 우는 자들을 위한 노래


2014년 『투명인간』으로,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살아낸 보통 사람의 이야기를 숨 돌릴 틈 없는 서사에 담아냈던 이야기꾼 성석제가 신작소설집을 출간하며 돌아왔다. 제목이 묘하다, "믜리도 괴리도 업시".

『믜리도 괴리도 업시』는 고려가요 「청산별곡」에서 인용한 것으로,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라는 뜻이다. 고려시대 때 "믜리도 괴리도 업시 마자셔 우니노라"라고 한탄하며 청산으로 숨어들길 소망했던 어느 가여운 이가 있었다면, 2016년 성석제의 소설 속에는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 그 어떤 대단한 환희나 통렬한 절망도 없이 꾸역꾸역 살아가다가, 어떤 "사건" 혹은 "사람"과 맞닥뜨리는 인물들이 있다. 

이 책은 2013년 12월부터 2016년까지 성석제가 집필한 여덟 편의 단편소설을 묶은 책이자, 작가가 1996년 첫 단편소설집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출간 당시 제목 『새가 되었네』)를 출간한 지 꼭 20년이 되는 해에 펴내는 새로운 소설집이다. 책의 표제작 「믜리도 괴리도 업시」는 "동성애"를 다룬다. 아마 성석제의 애독자라면, 대번에 떠오르는 작품이 있을 것이다. 1996년 이상문학상 추천우수작에 올랐으며 지금까지도 한국 퀴어소설과 성장소설의 캐논(canon)으로 불리는 소설「첫사랑」. 1996년, 한국문학 독자들에게 강렬한 "첫사랑"을 각인시켰던 소설가 성석제가 2016년, "믜리도 괴리도 업시" 돌아왔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작가 성석제는 성실한 농부처럼 끊임없이 소설을 써왔다. 문학동네는 성석제 신작 소설집 『믜리도 괴리도 업시』와 더불어 성석제의 초기 단편들을 가려 뽑은 성석제 걸작 단편선집 『첫사랑』을 동시에 출간한다. 책에서 손을 뗄 수 없게 하는 그 화려한 입담과 세상만물에 입과 사연을 만들어주는 솜씨는 여전하되, 그의 신작 소설은 동성애, 간첩 조작 사건, 멘토, 스마트폰 중독 등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의 뜨거운 현실을 끌어안고 더 가까이서 독자들을 매혹한다.

 현실과 상상을, 고통과 환희를 오가며 피어나는 이야기들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최다 수상 작가 김성중의 두번째 소설집



유려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감각을 촘촘하게 풀어놓는 소설가 김성중의 신작 소설집 『국경시장』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그의 이름 앞에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최다 수상"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데서 알 수 있듯, 김성중은 꾸준히 주목받으며 자신만의 소설세계를 단단히 구축해왔다. 

첫번째 소설집 『개그맨』 이후 사 년 만에 펴내는 이번 소설집은, 그간 그가 보여준 자유롭고 개성적인 상상력이라는 강점을 유지하되 그 위치를 좀더 현실 쪽으로 옮겨와 서사에 둔중함을 더한다. 허공으로 떠오르는 아이처럼 자유롭고 경쾌했던 김성중의 세계가 현실로 중심을 한 걸음 옮길 때 벌어지는 일은 환상과 실재의 오묘한 뒤섞임이다. 한 편의 음악처럼 리드미컬한 문체와 조밀한 구성은 이 뒤섞임의 원동력으로 작동한다. 강렬한 뒤섞임 속에서 독자들은 소용돌이에 휘말리듯 단숨에 작품들을 읽게 될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소설은 끝에 도달하지만, 읽고 난 뒤의 여운은 읽는 시간보다 더 오래 독자의 마음속을 맴돈다. 나라와 나라 사이의 경계 지점인 "국경"처럼 가짜와 진짜 사이, 환희와 고통 사이, 이야기와 이야기의 근원 사이, 그리고 작품과 독자 사이를 계속해서 오가는 움직임이 바로 김성중의 소설이 향하는 곳이다.

엉망인 이곳에서 우리는 후회 없이 나아갈 수 있을까

50명의 이야기 속에 담긴 대한민국의 절망과 희망

숨어 있는 ‘한사람’까지 맞잡아주는 정세랑의 섬세하고 다정한 손길

 

2016년 1월~5월 창비 블로그 연재 당시 50명의 주인공으로 화제를 모았던 정세랑 장편소설 『피프티 피플』이 단행본으로 묶였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느슨하게, 또는 단단하게 연결된 병원 안팎 사람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면서도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50개의 장(章)으로 구성된 소설 속에서 한사람 한사람이 처한 곤경과 갑작스럽게 겪게 되는 사고들, 그들이 안고 있는 고민은 현재 사회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안과 멀지 않다. 정세랑은 특유의 섬세함과 다정함으로 50명의 주인공을 찾아 그들의 손을 하나하나 맞잡아주고 있다. 그 손길을 통해 지금 당신이 겪고 있는 아픔과 고통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고, 우리 사회가 같이 이겨내야 한다고, 그래야 후회 없이 다음 세대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전하는 작가가 미쁘고 든든하다.

 

우리를 닮은 얼굴, 우리를 닮은 목소리

『피프티 피플』에 담긴 우리를 닮은 얼굴, 우리를 닮은 목소리에는 많은 사람들의 개인적 고민과 사회적 갈등이 녹아들어 있다. 작가는 그 안에서 허황한 낙관도, 참담한 절망도 하지 않는 건강한 균형감각으로 하루하루 겪어내는 삶의 슬픔과 감동을 조화롭게 버무린다. 작가 스스로도 “쓰고 나니 그래도 이 이야기는 2016년에 써야 했구나 받아들이게 되었”(작가의 말, 392면)다고 말했듯, 『피프티 피플』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의 사연(한규익), 성소수자의 시선(김성진 지연지), 층간소음 문제(김시철), 낙태와 피임에 대한 인식(이수경), 씽크홀 추락사고(최애선, 배윤나), 대형 화물차 사고 위험(장유라, 오정빈) 등 2016년의 한국 사회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빗길에 미끄러진 25톤 화물차가 중앙선을 넘어와”(장유라, 47면)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뜻하지 않은 불행을 겪지만 화물연대의 집회를 보고 자신이 먹으려던 샌드위치를 건네게 되는 아내의 마음에서 먹먹한 여운이 남는다.

 

유라는 길을 걷다가 유난히 불행을 모르는 듯한, 웃음기를 띤 깨끗한 얼굴들을 발견하면 갑자기 화가 났다. 불행을 모르는 얼굴들을 공격하고 싶은 기분이 되곤 했다. 왜 당신들은 불행을 모르느냐고 묻고 싶었다. 어리고 젊고 아직 나쁜 일을 겪지 않은 얼굴들이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는 건 비틀린 위로였다. (…)

제동거리. 유라는 샌드위치집으로 걸으며 제동거리에 대해 생각했다. 과적으로 늘어나고 빗물로 늘어난 제동거리. 만약에 그 제동거리가 조금만 짧았더라면, 운전자가 핸들을 조정할 수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

벤치에 앉아서야 자신의 몫은 남기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허기가 심한가 심하지 않은가 느껴보려 했지만 몸속에 허기와 비슷한 것이 너무 많아 헷갈렸다. 요즘은 늘 그렇다. (…) 유라가 다시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까운 역에 도착했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늘도 300여대의 차들이 미끄러질 것이었다.(장유라, 49~54면)

 

우리들의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의 경이로움

『피프티 피플』은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만큼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는 꼼꼼한 취재와 자문을 통해 의사, 간호사뿐 아니라 보안요원, MRI 기사, 이송기사, 인포메이션 담당자, 홍보부 직원, 해부학 기사, 임상시험 책임자, 닥터 헬기 기사, 공중보건의, 제약회사 영업사원, 병원 설립자의 사연까지 담아내고 있다. 여기에 응급실, 정신과, 외과 등으로 찾아드는 환자들의 사연까지 더해져 이야기는 더욱 입체적이고 풍성해진다.

 

매일매일 죽는 사람들을 모두 한사람이 옮긴다는 사실 역시 관계자가 아니면 모를 것이다. 그것이 계범의 직업이다. 전용 이동침대와 고인을 덮을 부직포 덮개를 챙겨 호출이 온 층으로 올라간다. 타이밍이 적절해야 한다. 너무 빨리 가면 유족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시간을 방해하는 게 되고, 너무 늦게 가도 유족들의 충격이 심해지기 때문에 몇분의 차이지만 사려 깊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 노력을 병원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 같긴 하다. 계범은 그 일을 오래 했다.(하계범, 339면)

 

의사와 환자로, 환자의 가족으로, 가족의 친구로 50명의 인물들이 이루고 있는 구도가 긴밀하고 짜임새 있기도 하지만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들이 서로를 마주치는 순간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리는 어쩌면 그저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이미 위안을 받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병실에 돌아와서 저녁잠을 두시간쯤 잤다. 자고 일어나니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았다. 카니발이 끝났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득 옆 건물 옥상에 혼자 서 있는 여자를 보았다. 모든 천막이 사라진 공터를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쓸쓸해 보였다. 어째서 저렇게까지 쓸쓸해 보이는 걸까, 궁금해하고 있을 때 여자가 고개를 스티브 쪽으로 돌렸다.

스티브가 손을 흔들었다. 반사적으로 한 행동이었다. 여자도 손을 마주 흔들어주었다.(스티브 코티앙, 208면)

 

누가 쳐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고개를 돌렸다. 본관의 입원실 낮은 층 창가에 있던 사람이 잠깐 망설이더니 설아에게 손을 흔들었다. 설아도 마주 흔들어주었다. 창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손바닥만은 다정했다.(이설아, 266면)

 

느슨하게 혹은 단단하게 연결된 우리들,

우리 모두가 주인공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경멸하는 것도 사람, 가장 사랑하는 것도 사람”일 테지만 우리는 “그 괴리 안에서 평생 살아갈 것이다.”(266면) 물론 사람들 때문에 우리는 절망도 하고 눈물도 흘리겠지만, 그 사람들 속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지금을 고민하는 젊은 의사 소현재가 40년생 노의사 이호와 나누는 대화는 그래서 더욱 뭉클하다. 진창 속에서 서로가 서로의 징검다리가 되어주고 잘 건널 수 있게 손을 잡아준다면 느리지만 굳건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믿음. 그것은 곧 사람에 대한 희망이자, 다음 세대에 대한 약속이다.

 

모든 곳이 어찌나 엉망인지, 엉망진창인지, 그 진창 속에서 변화를 만들려는 시도는 또 얼마나 잦게 좌절되는지, 노력은 닿지 않는지, 한계를 마주치는지, 실망하는지, 느리고 느리게 나아지다가 다시 퇴보하는 걸 참아내면서 어떻게 하면 지치지 않을 수 있을지 현재는 토로하며 물었다. (…)

우리가 하는 일이 돌을 멀리 던지는 거라고 생각합시다. 어떻게든 한껏 멀리. (…) 소 선생은 시작선에서 던지고 있는 게 아니에요. 내 세대와 우리의 중간 세대가 던지고 던져서 그 돌이 떨어진 지점에서 다시 주워 던지고 있는 겁니다. (…)

가끔 미친 자가 나타나 그 돌을 반대 방향으로 던지기도 하겠죠. 그럼 화가 날 거야. 하지만 조금만 멀리 떨어져서 조금만 긴 시간을 가지고 볼 기회가 운 좋게 소 선생에게 주어진다면, 이를테면 40년쯤 후에 내 나이가 되어 돌아본다면 돌은 멀리 갔을 겁니다. (…)

젊은 사람들은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지요. 당사자니까, 끄트머리에 서 있으니까. 그래도 오만해지지 맙시다. 아무리 젊어도 그다음 세대는 옵니다. 어차피 우리는 다 징검다리일 뿐이에요. 그러니까 하는 데까지만 하면 돼요. 후회 없이.”(소현재 379~381면)


│차례│

송수정 / 이기윤 / 권혜정 / 조양선 / 김성진 / 최애선 / 임대열 / 장유라 / 이환의 / 유채원 / 브리타 훈겐 / 문우남 / 한승조 / 강한영 / 김혁현 / 배윤나 / 이호 / 문영린 / 조희락 / 김의진 / 서진곤 / 권나은 / 홍우섭 / 정지선 / 오정빈 / 김인지 오수지 박현지 / 공운영 / 스티브 코티앙 / 김한나 / 박이삭 / 지현 / 최대환 / 양혜련 / 남세훈 / 이설아 / 한규익 / 윤창민 / 황주리 / 임찬복 / 김시철 / 이수경 / 서연모 / 이동열 / 지연지 / 하계범 / 방승화 / 정다운 / 고백희 / 소현재 / 그리고 사람들 / 작가의 말


아무것도 놓이지 않은 낮고 넓은 테이블에, 조각 수가 많은 퍼즐을 쏟아두고 오래오래 맞추고 싶습니다. 가을도 겨울도 그러기에 좋은 계절인 것 같아요. 그렇게 맞추다보면 거의 백색에 가까운 하늘색 조각들만 끝에 남을 때가 잦습니다. 사람의 얼굴이 들어 있거나, 물체의 명확한 윤곽선이 보이거나, 강렬한 색상이 있는 조각은 제자리를 찾기 쉬운데 희미한 하늘색 조각들은 어렵습니다. 그런 조각들을 쥐었을 때 문득 주인공이 없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모두가 주인공이라 주인공이 50명쯤 되는 소설, 한사람 한사람은 미색밖에 띠지 않는다 해도 나란히 나란히 자리를 찾아가는 그런 이야기를요.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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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인 4색, 놀라운 상상력으로 무장한 그들이 모였다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는 SF 대표작가 듀나, 김보영, 배명훈과 장르를 넘나들며 활약하는 작가 장강명. 이 책은 이들 4인의 작가가 모여 ‘태양계 안의 각기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는 규칙을 정하고 집필한 소설이다. 작가들은 각각 금성, 화성, 토성, 해왕성으로 배경을 골랐다.

금성탐사에 파견된 천재과학자 어머니와 대립하며 살아온 딸이 거대기업에 맞서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당신은 뜨거운 별에>, 휴가 기간 동안 화성식민지 청사를 지키던 여성 공무원이 갑자기 촉발된 비상상황에 홀로 고군분투하는 <외합절 휴가>, 타이탄으로 구조를 떠난 우주선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극단적 대립과 폭력이 벌어지는 상황을 AI의 시점으로 서술한 <얼마나 닮았는가>, 거대 인공지능의 지배하에 트리톤에 살고 있던 아이들에게 어느 날 이상한 여자가 찾아오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두 번째 유모>. 배경에 대한 설정만 정하고 시작한 이 네 편의 소설은 놀랍게도 ‘시스템/거대권력/다수’에 맞서는 ‘소수자/사회적 약자’라는 공통의 이야기로 귀결된다.

 

 

통제와 폭압의 현실에 대해 SF작가들이 응답하다

 

오직 이윤만을 위해 개인을 착취하는 회사(<당신은 뜨거운 별에>), 대의를 위해 침묵을 강요하는 정부(<외합절 휴가>)의 모습은 낯설지 않다. 개개인을 통제하는 거대시스템, 소수자를 배제시키는 정치권력과 관료제, 비이성적인 이유로 차별과 폭력을 행사하는 집단. 그 차갑고 무자비한 세계와 융화 혹은 불화하며 다양한 형태로 분열하는 인간군상.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에 등장하는 세계는 우리가 사는 오늘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두 번째 유모>가 그리는 세계는 더욱 잔혹하다. 태양계를 지배하는 두 개의 축. 혼돈과 폭력으로 빚어진 거대악 ‘아버지’와 온화하지만 차가운 ‘어머니’. 그리고 그 “신들의 체스판에 올려진 말”에 불과한 아이들의 모습은 현실에 대한 거대한 은유로 기능한다.

“인간의 이성과 양심을 과신하지 말 것. 그들은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자의 인격만을 겨우 상상할 수 있을 뿐이다.”

우주선이라는 제한되고 고립된 공간에서 인간이 드러내는 야수성을 묘사하고 있는 <얼마나 닮았는가>. 주인공은 자신을 향한 선원들의 차별과 폭력을 목도하며 AI다운 차분한 시선으로 그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태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그는 인간이 “타자에게 갖는 망상”을 혼란스러워한다. 인간의 비이성과 비합리를 있는 그대로 써내려간 이 ‘AI의 인간 행태 보고 리스트’는 긴장과 미스터리가 극대화되는 결말 부분에 그 진가를 발휘한다. 작품 전체를 뒤흔드는 마지막 반전 이후에 이 리스트는 완전히 다른 맥락으로 읽히며 현실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드러낸다.

 

 

차별과 폭력으로 얼룩진 사회의 냉정한 소수자 히어로들

 

이 책은 암울하고 비열한 세계에 대항하는 주인공들을 내세운 히어로물이기도 하다. 이 책이 기존의 히어로물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주인공들이 대의나 정의감에 의해 움직이지 않고 폭력을 사용하지 않으며 히어로로서의 자의식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상식과 매뉴얼, 자신이 가진 데이터에 따라 움직이며, 차분하고 냉정한 지성을 바탕으로 결국은 타인을 세계를 그리고 스스로를 구원한다. 자유의지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유진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며 거대기업에 맞서는 딸 마리(<당신은 뜨거운 별에>), 화성식민지의 운명을 스스로의 판단으로 결정하는 은경(<외합절 휴가>)등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가장 이성적인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해나가는 모습들은 새로운 소설적 재미와 감동을 더한다.

“‘믿음의 관성’을 가진 인간”과 다르게 “이상한 믿음을 쉽게 버릴 수 있도록 설계된” 아이들의 존재(<두 번째 유모>)는 편견과 맹신으로 고착된 이 사회에 대해 보내는 작가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AI는 “오염된 데이터를 지우는 것”으로 간단히 ‘나’를 없앨 수 있지만(<얼마나 닮았는가>), 인간은 기억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에 끊임없이 낡은 믿음을 버리는 것만이 구원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오늘날부터 1990년까지의 ‘학교생활’을 키워드로 삼은 특별한 소설집 『다행히 졸업』이 출간되었다. 더할 나위 없이 나빴던, 순간순간 유쾌했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우리들의 학창 시절을 장강명, 정세랑, 김보영 등 재기 넘치는 9명의 작가들이 소설로 풀어냈다. 1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변하지 않은 학교생활의 고달픔과 성장기의 고민을 진솔하고 다채롭게 녹여내어 독자에게 다양한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생활을 알지 못하기에 ‘나 때는 더했다’, ‘너는 좋은 시대에 태어났다’며 세대 간 불행 경쟁을 하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시대에는 그 시대만의 슬픔이 있고, 이는 우열을 가리거나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책을 기획할 당시 제가 작가를 섭외하며 건넨 질문은 “당신의 학창 시절은 거지같았습니까?”였습니다. 학교 잘 다니신 분보다 잘 못 다닌 분들을 우대해 모셨습니다.

― 김보영 「기획의 말」 중에서

“당신의 학창 시절은 거지같았습니까?”

학창 시절,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입시 경쟁과 학벌주의, 그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한국의 현실에서는 학창 시절이 결코 즐거운 시절로만 기억되기는 어렵다. 오히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고, 가끔 아직도 시험 보는 악몽을 꾼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다행히 졸업』은 눈에 띄지 않게, 숨만 쉬다가 졸업하는 게 목표였던 그 시절을 소설을 통해 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책이다. 『다행히 졸업』을 함께 쓴 아홉 명의 작가들은 “당신의 학창 시절은 거지같았습니까?”라는 이 기획의 질문에 누구보다 진솔하게 응답했다. SF, 판타지, 만화 등 다양한 장르를 주조해 낼 줄 아는 재능 넘치는 작가들이 자신의 학창 시절을 토대로 또는 취재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1990년까지 각자 마음을 울리는 어느 해의 이야기를 그렸다. 보통의 학생들이 경험했던 불안과 억압의 순간들을 각자의 개성으로 세밀하게 포착하며 때로는 씁쓸한 웃음을, 통렬한 쾌감을, 또는 찡한 눈물을 전달한다.

 

콱 집어던져 버리고 싶은 과거, 잊고 있던 너와 나의 학교생활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서와도 같은 이 소설집을 통해 사학 재단의 비리(「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청소년 동성애에 대한 검열(「3학년 2반」), 극한의 입시 경쟁(「육교 위의 하트」 「비겁의 발견」), 전교조 해직 사건(「나, 선도부장이야」) 등등 이 사회의 굵직한 이슈들이 우리 곁에 생생하게 살아난다. 각 단편 속에 드러나는 학생들의 괴로움은 이제껏 해소되지 않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보여준다.

 

“너는 안 무서워? 어떻게 안 무서워? 선생님들은 세상이 좋아질 거고 이렇게 미친 듯이 공부하지 않아도 되게 변할 거라고 했지만…… 나는 모르겠어. 우릴 기다리고 있는 게 뭘지 모르겠어.” ― 「육교 위의 하트」 본문 240쪽

주인공 학생들은 이사 및 전학을 겪으며 ‘혼자 밥 먹는’ 외로움을 담담히 보여주거나(「환한 밤」), 방치된 도시의 변두리에서 또래끼리 어울리며 방황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잊고 있던 그 시절의 고독과 소외를 되살려 낸다(「얼굴 없는 딸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른들의 비논리에 맞서 지지 않고 저항하는 주체로 호명되기도 하고(「11월 3일은 학생의 날입니다」), 그 어떤 억압에도 기어이 유머를 잃지 않으며(「백설공주와 일곱 악마들」) 건강함을 입증한다.

 

유쾌하고 씁쓸한, 괴롭고도 그리운 특별한 맛

‘학교’를 떠올리면 괴로움과 그리움, 유쾌함과 씁쓸함, 지긋지긋함과 해방감이 연이어 떠오르는 독자들에게 소설집 『다행히 졸업』은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고른 당신이 학교에서의 시간을 잘 이겨 내면 좋겠다. 학교 악몽을 꾸지 않는 졸업생이 되면 좋겠다.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잘 알아채고, 스스로는 거짓말을 약간 덜 하는 성인이 되기를 응원한다.” ― 정세랑 「작가 후기」 본문 415쪽


● 차례 및 작품별 줄거리

2015년 ◆ 장강명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

급식의 질은 낮았고, 어른들은 훈계했고, 학생들은 억울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전혀 책임지지 않았다. 급식 비리 사건을 맞닥뜨리고도 지지 않으려 애썼던, 그리고 내내 유쾌했던 싱싱한 아이들 이야기.

2010년 ◆ 김아정 「환한 밤」

여고생 ‘나’는 가세가 기울어 전학을 해야 했지만, 자기 가난을 숨기고 싶다. 항상 식판만 내려다보며 혼자 밥 먹는 점심시간을 견디던 사람, 그렇게 ‘다행히 졸업’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신비로운 단편.

 

2004년 ◆ 우다영 「얼굴 없는 딸들」

도시의 낙후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여중생들의 방황하는 삶. 사회와 가족들에게서 소외된 아이들의 공허한 심리, 자각하지 못한 채 벌어지는 폭력 등이 잘 살아난 쓸쓸한 소설.

 

2002년 ◆ 임태운 「백설공주와 일곱 악마들」

축구냐, 공부냐 그것이 문제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를 배경으로 거리 응원을 가려는 남학생들이 벌이는 유쾌한 소동.

 

2001년 ◆ 이서영 「3학년 2반」

학교에서 대놓고 ‘이반 검열’을 하던 시절. 그 당시 성 정체성을 고민하던 청소년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상처받은 월야와 한빈의 이야기로 느껴 보는 그때의 아픈 순간들.

 

2000년 ◆ 정세랑 「육교 위의 하트」

끔찍한 중학교 생활을 버티던 모범생 가영은 평범해서 오히려 특별한 창우와 친해진다. 그러나 가영이 명문고에 입학하면서 둘의 사이는 점차 서먹해지고 마는데…….

 

1995년 ◆ 전혜진 「비겁의 발견」

삼풍백화점 사고가 일어났다. 대입 때문에 극한의 경쟁 상황에 놓여 있던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의 죽음조차 제대로 애도하지 못한다.

 

1992년 ◆ 김보영 「11월 3일은 학생의 날입니다」

스승의 날은 기념하지만 학생의 날은 안된다?! 고등학교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도 현수막 하나 내걸지 못했던, 꽉 막히고 답답했던 1992년, 그 시절 이야기.

 

1990년 ◆ 김상현 「나, 선도부장이야」

1990년 전교조 해직사건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선도부장 김유신의 활약. 유쾌하면서도 위악적인 분위기가 돋보이는 단편소설.

 

기획의 말 ◆ 김보영

작가 후기 ◆ 장강명 김아정 우다영 임태운 이서영 정세랑 전혜진 김보영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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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말이 너에게 닿기를

흩어져 있는 이야기들에게 손을 뻗으며

많은 이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희망 없는 세대와 미래 없는 시대를 사유하는 작가 박솔뫼가 네번째 장편소설 『머리부터 천천히』를 펴냈다. 다섯 권의 책을 내는 동안 박솔뫼는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에 네 번 선정되었으며 문지문학상과 김승옥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소설에서도 박솔뫼 특유의 ‘쉼 없이 흘러가다가 익숙해질 무렵 덜컥 변하는 리듬 같은 문체’와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공간”(금정연)이 여전히 빛을 발한다. 


『머리부터 천천히』 속에서 발밑을 디딘 공간이 어디인지 모르고 “흘러가버리는 사람들”, 세계를 헤매는 점 같은 존재들은 자신들이 지도 위에 그리는 선이 영영 겹쳐지지 않는다 해도 절망에 빠지지 않으며, 이야기로써 서로의 존재를 증거한다. 사실 박솔뫼의 소설과 ‘세대’나 ‘시대’ 같은 거창한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시제가 증발한 시공간과, 어디에서든 하루를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 표지판(묘비명)처럼 불쑥불쑥 나타나 저마다의 역사인 ‘기억’으로 시간과 공간을 증언하는 사람과 사물들의 이야기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아주 당연하고 평평하게 바로 그렇게” 전하는 문장들의 “어디에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사람의 선명함”이 박솔뫼의 이야기를 ‘오늘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 

새로운 〈이방인〉이 나왔다. 카뮈의 〈이방인〉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번역돼, 노벨문학상 수상작에 걸맞은 역작의 진가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기존 번역에 문제가 많았던 것. 

사실 카뮈의 〈이방인〉은 기묘한 역설을 안고 있었다. 이방인의 말뜻 그대로 낯설고 이상하게 다가와서 새로운 것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요령부득의 작품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설은, 작품에 덧씌워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권위를 털어 내면 그렇게 대단한 작품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독자의 의구심과 개연성을 봉쇄해 왔다. 그래서 대부분의 독자들은 자신의 독법을 문제 삼거나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를 운운해 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원래 《이방인》이 얼마나 재미있고, 잘 읽히는 소설인지는 당시 원고를 처음 접했던 많은 이들의 입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예컨대 당시 프랑스 출판물을 담당했던 독일 측 수석고문 게르하르트 헬러는 갈리마르 측에서 보낸 원고를 처음 접하고, 이런 소감을 내놓는다. 

“그날 오후 《이방인》 원고를 받은 즉시 읽기 시작했는데, 새벽 4시까지 손에서 뗄 수 없었다. 문학에 일대 진보를 가져올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갈리마르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_게르하르트 헬러(허버트. R. 로트먼 저, 한기찬 역, 한길사, 《카뮈, 지상의 인간》, 481쪽) 

그렇다면 저들이 느꼈던 저 감동을 우리는 왜 느끼지 못했던 것일까? 문제는 번역에 있었던 것이다. 

그때 밤의 저 끝에서 뱃고동 소리가 크게 울렸다. 그것은 이제 나와는 영원히 관계가 없어진 한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고 있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김화영 역, 민음사, 135쪽) 

그때, 한밤의 경계선에서 사이렌이 울부짖었다. 그 소리는, 이제 영원히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세계로의 출발을 알리고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다시,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이정서 역, 새움, 161쪽) 

사형을 앞둔 주인공 뫼르소의 심리를 묘사한 대목이다. 기존의 번역은 위 세 문장이 긴밀한 의미망을 형성하지 못하고 각기 따로 논다. 작가는, 밤 12시에 자정을 알리는 사이렌이 울리면 뫼르소는 그날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져야 하는 심리적 상황을 묘사한 것인데, 기존 번역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상징하는 “한밤의 경계선”(자정)을 살리지도 못했을뿐더러 ‘죽을 날이 다가왔다’는 “사이렌” 소리의 은유도 전혀 건져 내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불과 몇 시간 뒤면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야 할 상황에서 어머니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절박한 비애와 처연함에 조금도 공감하지 못하고 연민도 느끼지 못한다. 오히려, 여기서 왜 갑자기 어머니를 떠올렸을까, 하고 반문하게 된다. 빼어난 문학작품이 번역을 거치면서 요령부득의 문장으로 둔갑돼 버렸다. 나쁜 번역의 전형이다. 
위 문장의 번역 오류는 또 있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처음으로”는 우리말에 없는 표현이다. 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에 오래간만이면 오래간만이고 처음이면 처음이지 ‘오래간만에 처음으로’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말이 안 되는 비문인 셈이다. 

놀랍게도 이런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이 책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역자노트」는 기존 번역의 오류를 세세히 지적하는 데 바쳐져 있다. 역자에 따르면, 가장 큰 문제는 등장인물의 왜곡이다. 생양아치처럼 묘사된 레몽을 비롯해 마리의 순진성, 셀레스트의 재치, 검사의 노회함, 변호사의 심리적 변화 등이 소설의 전개와 아무 상관 없이 잘못 번역됨으로써 독자들이 작품의 재미와 구성의 긴밀성, 미묘한 뉘앙스 차이에서 오는 미적 쾌감 등을 모두 놓치게 만들었다는 신랄한 지적이다. 요컨대, 기존의 번역은 거의 대부분의 등장인물을 평면적이고 단선적으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소설의 재미를 반감시켰다는 비판이다. 
그 때문일까, 역자는 다소 래디컬한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읽은 〈이방인〉은 카뮈의 〈이방인〉이 아니다”라고. 기존 번역자의 선입견과 오해, 무지가 만들어 낸 별종(변종)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번역과 「역자노트」를 부지런히 따라가다 보면 이러한 주장이 결코 과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주인공 뫼르소가 아랍인을 살해하는 1부 끝 장면은 가히 압도적이다. 

그래서인지 「역자노트」를 따라 읽으면 기존의 〈이방인〉이 지녔던 기묘한 역설의 정체를 깨닫게 된다. 이 땅에 〈이방인〉이 번역된 지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에도 독자들은 ‘불문학계의 대가’라는 번역자의 권위(김화영 교수는 카뮈 연구로 프랑스 현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에 짓눌려 번역이 잘못됐을 거라곤 생각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 탓만 하고 있었다는 사실 말이다. 그러니까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작품의 권위와 번역자의 권위에 이중으로 짓눌려 사태의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번 번역의 결정적인 공로는 꼼꼼하고 정밀한 번역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임으로써 주제에 접근하는 통로를 자연스럽게 열어 두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주인공의 살해 동기를 강렬한 태양 때문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펼쳤다. 왠지 부조리 문학에는 그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중삼중의 연막을 치면서 작품의 의미를 더욱더 오리무중으로 밀어 넣었던 것이다. 
하지만 역자는 그게 아니라고 분명히 말한다. 주인공이 쏜 다섯 발의 총알 중 첫 발은 아랍인의 칼날에 비친 햇빛의 위협에 대한 정당방위로 쏜 것이며, 나머지는 “위장된 도덕, 종교, 권위,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를 향한 무의식적인 발사”(본문 p.209)라는 것이다. 이렇게 주인공 뫼르소의 살해 동기를 깔끔하게 정리한 뒤 역자는 “하늘로 난 채광창”의 은유와, 순교자적 의미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처형대” 등에 대한 기존 번역의 오류를 섬세하게 톺아보고 바로잡아 나가면서 작품의 의미를 본래대로 바로잡아 놓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책이 역자의 첫 번역이라는 점이다. 최근 서울대 김윤식 교수의 표절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를 펴내기도 한 역자는, 우리의 문화 수준을 고려하면 국내의 번역문학이 더 정밀해지고 꼼꼼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이 책이 우리의 번역문학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기를 희망했다. 이래저래 국내 번역문학에 새로운 계기가 될 책이 분명해 보인다. 


<추천사>
번역의 권위는 정확성에 있다 

번역자의 피와 땀만이 정확성을 담보한다. 프랑스에서 마르트 로베르(Marthe Robert)와 클로드 다비드(Claude David)가 번역한 카프카(Kafka)는 독일어판 정본에 버금가는 권위를 누리고 있으며 모든 인용의 준거가 된다. 새로 나온 이 번역판 역시 프랑스어판 정본에 버금가는 권위를 누리고 한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인용의 준거가 되기를 기대한다. 
_장승일(서울대 불어교육과 교수, 《프랑스 샹송 3부작》 저자) 

 

너는 너의 세상을 살아라!
전통과 도덕에 압살당해 오던 인간 의식은 카뮈의 《이방인》에 의해 비로소 해방되었다. 젊은 시절 나는 영어판 《이방인》을 읽고 미친 열정으로 종로 거리를 쏘다녔다. 내 평생 가장 뜨겁고 자유롭던 시절이었다. 이제 세기를 달리해 이 새로운 《이방인》을 우리말로 읽었다. 놀라운 충격이다. 
_김진명(소설가, 대하소설 《고구려》 저자) 

 

잘된 스릴러를 읽듯 한순간에 읽히는 완벽한 소설이다 
실제 카뮈가 그린 《이방인》 속 인물들은 기존 번역서의 인물들과는 완전히 다른 살아 있는 전형들이었던 것이다. 
_장현도(소설가, 《트레이더》 저자) 

 

그날 오후 《이방인》 원고를 받은 즉시 읽기 시작했는데, 새벽 4시까지 손에서 뗄 수 없었다. 문학에 일대 진보를 가져올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갈리마르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_게르하르트 헬러(독일군 점령 당시 프랑스 출판물 검열 수석고문)


<관련 글&영상>

1. 김화영 교수님, 이정서를 고소하십시오
http://saeumbook.tistory.com/451

2.MBC 뉴스http://imnews.imbc.com/replay/2014/nwtoday/article/3455420_13495.html

3. 김욱동 교수님, 한기호 님 답해주세요
http://saeumbook.tistory.com/446

 

 

 

 

 

 

한강 『채식주의자』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한강 연작소설 『채식주의자』(영문판 제목 ‘The Vegetarian’)이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5월 16일 저녁 7시(현지시간, 한국시간 17일 새벽 3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보이드 톤킨)는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 앨버트 미술관’에서 최종 후보작가 6인과 번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환영만찬 및 시상식을 열고 『채식주의자』의 작가 한강과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에게 상패를 수여했다. 심사위원장 보이드 톤킨(『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은 “『채식주의자』는 탄탄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그리고 아마도 그들의 꿈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맨부커상은 1969년에 제정된 이래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등 세계적인 권위의 상이다. 이 상의 일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2005년에 시작되어 영어로 번역된 외국 작품에 격년으로 수여돼오다가 2016년부터 영어로 번역되어 영국에서 출간된 작품에 매년 시상하는 것으로 개편되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주요 작가로는 필립 로스(미국), 앨리스 먼로(캐나다), 이스마일 카다레(알바니아), 치누아 아체베(나이지리아) 등이 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번역의 중요성에 주목해 5만 파운드(한화 8,150만원)의 상금을 작가와 번역자에게 나누어 지급한다.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지난 4월 16일 쇼트리스트(최종후보작) 6편을 발표하였으며, 여기에는 오르한 파묵(터키), 옌 렌커(중국) 같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들어 있었다.

한강 작가는 수상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에게 공로를 돌리고 영국 출판사 포르토벨로(Portobello)의 수석편집자 맥스 포터에게 감사를 표했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20여개국에서 출간

2007년 창비에서 출간된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3편의 연작 중편을 묶은 것으로, 한강의 해외판권을 관리하는 에이전시인 KL매니지먼트를 통해 2010년부터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번역 출간돼오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지난 2015년 1월 1일 문학의 명문 출판사인 포르토벨로가 영어판을 냈다. 그후 미국과 유럽 등지를 비롯해 지금까지 모두 25개국에 해외판권이 팔렸다.

2015년 영국에서 출간 당시 런던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가 집계하는 베스트셀러 리스트 2위에 올랐고, 2016년 1월에는 영국 포일스(Foyles)서점에서 소설분야 톱10에서 1위에 올랐다.

2016년 2월 2일에는 미국 최대 출판그룹 중 하나인 펭귄랜덤하우스 그룹의 문학전문 임프린트 호가드(Hogarth)에서 미국판이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시카고트리뷴』 『라이브러리저널』 등을 비롯해 다수의 유력 매체에서 호평을 받았다. 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위클리』는 지난 2월 1일 ‘2016년 봄, 가장 기대되는 주목할 소설’ 중 첫째로 『채식주의자』를 꼽기도 했다.

한강 작가의 또다른 최근작 『소년이 온다』 역시 2016년 1월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Human Acts’(데보라 스미스 번역)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미국에서는 2017년 1월 출판될 예정이다. 『소년이 온다』는 영국과 미국을 비롯해 북유럽 등 이미 10개 나라에 판권수출 계약을 마쳤다. 눈여겨볼 것은 구미 지역에서 『소년이 온다』가 『채식주의자』 못지않은 관심을 받으며 빠른 속도로 판권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3월 10일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의 1차 후보작(13편)에 포함된 이래 4월 16일 최종 후보작(6편)에 올라 수상의 기대감을 높여오면서 4만여부가 추가 판매되고, 출간 9년 만에 국내소설 베스트셀러 목록에 다시 오르는 등 가파른 매출상승 추이를 보여왔다. 아울러 최근작이며 작가가 가장 애정을 갖는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창비 2014)의 판매 역시 동반 상승해 올해만 2만부에 가까운 판매현황을 보이고 있다.

수상자 소개

한강(韓江)

1970년생.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2015년 런던대학에서 한국학 박사학위(현대문학)를 받았다. 한강의 또다른 장편 『소년이 온다』를 비롯해 한국문학을 영미권에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번역문학 전문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Tilted Axis)를 설립해 출판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채식주의자』에 대한 해외서평

“앞으로 미국 문학계에 파문을 일으키면서도 독자들과 공명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

“2016년 봄 가장 기대되는 소설” 퍼블리셔스 위클리

“충격 때문에 손으로 입을 막고 읽어야 하는 책” 오프라 매거진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이다.” 가디언

“일시에 마음을 빼앗긴 수준 높은 작품” 아사히신문

『소년이 온다』에 대한 해외서평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소설” 가디언

“한강의 작품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질문인 ‘무엇이 인간성인가, 우리가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의 출발점이다” 미국 소설가 에이미어 맥브라이드

『채식주의자』 해외출간 목록 (현재 25개국 판권 수출)

존재의 숙명적 상처와 세상의 근원적 어둠에 대한 처연한 인식에서 출발하여 식물적 상상력으로 그에 대응해온 작가가 도달한 이 새로운 미적 차원은 놀랍고 신선하다. 상처와 어둠의 극한까지 밀어붙여 존재의 처음과 끝, 그 신비로운 근원을 엿보고자 하는 열망으로 도달한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는 우리 소설을 일상과 탐욕의 저잣거리로부터 끌어올려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황도경 「한강의 작품세계」(『문학사상』 2005년 2월호)

작가는 상처와 치유의 지식체계를 오랜 시간 동안 기록해온 신비로운 사관(史官)이다. 그녀의 많은 소설은 일상의 트랙을 벗어나 증발해버린 타인을 찾아나서는 이들의 움직임을 그린다. 이런 여러 탐색담은 대상을 찾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정상성을 벗어난 인물들을 찾아나선 ‘정상적’인 인물들은 스스로 감추었거나 잊었던 트라우마와 조우한다. 마치, 애초에 그들이 그토록 닿으려 했던 목적지가 그 깊은 상처였던 것처럼.
- 허윤진(문학평론가)「해설」 중에서

올해로 등단 13년째를 맞는, 70년대생 작가의 선두주자였던 소설가 한강이 표제작인 「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불꽃」으로 구성된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를 창비에서 출간했다.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있는 구성력이라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한 수작이다. 나직한 목소리지만 숨 막힐 듯한 흡인력이 돋보이는 『채식주의자』는 지금까지 소설가 한강이 발표해온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한데 집약시켜놓은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상처, 욕망, 그리고 죽음

『채식주의자』의 1부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인 ‘나’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 영혜는 어느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처가 사람들을 동원해 영혜를 말리고자 한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에서 영혜는 또 육식을 거부하고, 이에 못마땅한 장인이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을 긋는다.

2부 「몽고반점」은 인혜의 남편이자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아티스트 ‘나’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동생을 측은해하는 아내 인혜에게서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영혜의 몸을 욕망하게 된다. ‘나’는 영혜를 찾아가 비디오작품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청한다. 벌거벗은 영혜의 몸에 바디페인팅을 해서 비디오로 찍지만, 성에 차지 않은 ‘나’는 후배에게 남자 모델을 제안한다. 남녀의 교합 장면을 원했지만 거절하는 후배 대신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 영혜와 교합하여 비디오로 찍는다. 다음날 벌거벗은 두 사람의 모습을 아내가 발견한다.

3부 「나무 불꽃」은, 처제와의 부정 이후에 종적없이 사라진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가족들 모두 등돌린 영혜의 병수발을 들어야 하는 인혜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영혜가 입원한 정신병원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인혜는 식음을 전폐하고, 링거조차 받아들이지 않아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영혜를 만나고, 영혜는 자신이 이제 곧 나무가 될 거라고 말한다.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려는 의료진의 시도를 보다못한 인혜는 영혜를 큰병원으로 데리고 가기로 결심한다.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 영혜의 남편·형부·언니의 시선으로 구성되는 3부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은 가족 모임에서 영혜가 손목을 칼로 긋는 장면이다. 아내의 육식 거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남편으로서는 그 충동적인 행동이 그저 끔찍한 장면으로만 기억될 뿐이다. 피를 흘리는 처제를 들쳐업고 병원에 간 형부는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비디오작업이 송두리째 모멸스럽고 정체 모를 구역질을 느끼고 그후로 전혀 다른 이미지(바디페인팅)에 사로잡힌다. 어린시절부터 가까이서 본 동생 영혜가 죽음을 불사하고, 식물이 되기를 원하는 것을 알게 된 언니는 그 장면을 안타깝고 원망스럽게만 기억한다.

막을 수 없었을까. 두고두고 그녀는 의문했다. 그날 아버지의 손을 막을 수 없었을까. 영혜의 칼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남편이 피흘리는 영혜를 업고 병원까지 달려간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정신병원에서 돌아온 영혜를 제부가 냉정히 버린 것을 말릴 수 없었을까. 그리고 남편이 영혜에게 저지른 일을, 이제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값싼 추문이 되어버린 그 일을 돌이킬 수 없었을까. 그렇게 모든 것이-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의 삶이 모래산처럼 허물어져버린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나무 불꽃」 중에서

동일한 장면을 다른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영혜’와 ‘아버지’에게서도 발견된다. 어린 딸의 다리를 문 개를 오토바이에 묶어 끌고다니다 죽이는 아버지에게는 개의 살육이 그저 부정(父情)의 실천이었을 뿐이겠지만, 모두에게 ‘불분명한 동기’인 영혜의 육식 거부가 실은 그 어린시절의 끔찍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육체적인 욕망과 예술혼의 승화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수작으로 극찬을 받으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2부 「몽고반점」은 연작소설 『채식주의자』 전체 줄거리에 연결되면서 이 소설의 차원을 확장하고 심화한다. 각 부에서 각기 다른 시선으로 조명되는 욕망의 근원은 결국 영혜라는 주인공의 상처와 기억의 문제로 수렴된다.

숨막힐 듯한 식물적 상상력의 궁극
「작가의 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는 작가가 10년 전 발표한 단편 「내 여자의 열매」(『내 여자의 열매』, 창비 2000 수록)에서 선보였던 식물적 상상력을 궁극의 경지까지 확장시킨 인물이다. 희망없는 삶을 체념하며 하루하루 베란다의 ‘나무’로 변해가던 「내 여자의 열매」의 주인공은, 어린시절 각인된 기억 때문에 철저히 육식을 거부한 채로 ‘나무’가 되기를 꿈꾸는 영혜와 통한다.

난 몰랐거든.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봐, 저거 봐, 놀랍지 않아?
영혜는 벌떡 일어서서 창을 가리켰다.
모두, 모두 다 물구나무서 있어.
[…]
어떻게 내가 알게 됐는지 알아? 꿈에 말이야. 내가 물구나무서 있었는데…… 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
나, 몸에 물을 맞아야 하는데. 언니, 나 이런 음식 필요 없어. 물이 필요한데. ―「나무 불꽃」 중에서

단순한 육식 거부에서 식음을 전폐하는 지경에 이르는 영혜는 생로병사에 무감할뿐더러 몸에 옷 하나 걸치기를 꺼리는, 인간 아닌 다른 존재로 전이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더 나아가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채식주의자」)라고 믿는 영혜는 아무도 공격하지 않고, 공격받지 않는 순결한 존재가 되는 듯하다.

반면 영혜 주위의 인물들은 육식을(영혜 남편), 혹은 영혜의 몸과 몽고반점 그리고 자신의 예술혼을(영혜 형부) 지독하게 욕망한다. 그들의 욕망은 결국 누군가에게 또다른 상처를 주고 끔찍한 기억을 남긴다. 인간의 욕망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생명이 있는 한, 그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욕망할 수밖에 없는 동물적인 육체로 살아가야 하는 정체성을 포기한 영혜는 결국 죽음에 이르는 길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영혜로 표상되는 식물적인 상상력의 경지는 소설가 한강의 작품세계를 가로지르는 소설 미학이며, 이야기로서든 상상력으로서든 감각으로서든 우리 소설의 차원을 확장시키는 시도임에 분명하다.

Changbi Publishers

공감 불능 사회, 차가움을 녹이는 아몬드

 

“고통과 공감의 능력을 깨우치게 할 강력한 소설”

 

영화보다 강렬하고 드라마처럼 팽팽한, 흥미로운 소설이 우리 앞에 도착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특별한 성장 이야기로,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흡인력 강한 작품이다. 또한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해진 ‘공감 불능’인 이 시대에 큰 울림을 주는 소설로, 작품 속 인물들이 타인과 관계 맺고 슬픔에 공감하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탁월하게 묘사했다. 영화처럼 펼쳐지는 극적인 사건과 매혹적인 문체로 독자를 단숨에 사로잡을 것이다. 『완득이』 『위저드 베이커리』를 잇는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소년의 특별한 성장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는 감정을 느끼는 데 어려움을 겪는 독특한 캐릭터다.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의 이면을 읽어 내지 못하고 공포도 분노도 잘 느끼지 못하는 윤재는 ‘평범하게’ 살아가려고 가까스로 버텨 오고 있다. 엄마에게서 남이 웃으면 따라 웃고, 호의를 보이면 고맙다고 말하는 식의 ‘주입식’ 감정 교육을 받기도 한다. 세상을 곧이곧대로만 보는 아이, ‘괴물’이라고 손가락질받던 윤재는 어느 날 비극적인 사건을 맞아 가족을 잃게 되면서 이 세상에 홀로 남는다.

그런데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던 순간에 윤재 곁에 새로운 인연이 다가온다. 어두운 상처를 간직한 아이 ‘곤이’나 그와 반대로 맑은 감성을 지닌 아이 ‘도라’, 윤재를 돕고 싶어 하는 ‘심 박사’ 등이 그러한 인물들이다. 윤재와 이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타인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럼에도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소설가 공선옥은 이 작품을 일컬어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나 같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소설”이라고 평했으며, “어쩌면 현대라는 사회가 집단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상실을 애도할 시간, 감정을 보듬을 여유를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 독자들은 윤재를 응원하면서 자신의 마음 또한 되돌아볼 기회를 얻을 것이다. 윤재의 덤덤한 어조는 역설적으로 읽는 이의 가슴을 더욱 슬프게 저미며, 독자는 이 작품을 통해 깊고 진실한 감정의 고양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보다 강렬한, 드라마처럼 팽팽한

한국형 영어덜트 소설의 탄생!

출판평론가 한기호는 『아몬드』를 ‘한국형 영어덜트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으로 평했다. 영어덜트(Young Adult) 소설이라 하면 『메이즈 러너』나 『헝거 게임』 등 환상성과 장르성이 전면에 드러난 작품을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 들어 로맨스를 비롯해 더욱 다양한 계열의 서사로 확장되고 있다. 영어덜트 문학은 배경이 되는 삶의 공간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보다 극단적이고 기묘하게 설정함으로써 현실 세계를 은유하며, 독자들에게 상상의 세계를 경험하게 한다. 결핍이나 상처가 있는 주인공들이 그 세계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성장한다는 영어덜트 문학의 기본적인 설정은 10대부터 30대까지 영어덜트 독자들을 매료하는 요소이다. 『아몬드』 또한 ‘감정 표현 불능증’이라는 극한의 상황에 놓인 10대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이 사회의 균열을 드러낸다. 그와 동시에 누구도 완벽할 수는 없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과연 서로에게 위안이 될 수 있을지, 희망을 전해 줄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실험한다. 새롭고 독특한 서사 안에 ‘공감의 상실’이라는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녹여 내면서 문학적 감동을 전하는 『아몬드』는 ‘사회파’ 영 어덜트 소설의 탄생이라 할 만한 작품이다.

 

매혹적인 문체, 독특한 캐릭터, 속도감 넘치는 전개! 

독자의 마음을 감동으로 채워 줄 이야기꾼의 등장

손원평 작가는 그동안 「인간적으로 정이 안 가는 인간」 「너의 의미」 등 다수의 단편영화 각본을 쓰고 연출해 왔으며, 첫 장편소설 『아몬드』로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또 다른 장편 원고 『1988년생』으로 “사건과 주제를 형상화시키는 작가의 힘, 소설미학이 돋보인다”는 평을 얻으며 제5회 제주4·3평화문학상을 수상했다. 『아몬드』는 “캐릭터의 매력과 깊은 성찰로 빚어낸 두 인물의 관계에 깃든 아름다움에서 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었다”는 평을 얻었으며, 네이버 사전 연재에서 회당 1만여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독자들의 열띤 반응을 이끌어냈다. 구체적인 이미지가 손에 잡힐 듯 그려지며 눈을 떼지 못하고 순식간에 읽었다는 많은 독자 리뷰에서 알 수 있듯, 매혹적인 문체와 독특한 캐릭터,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마음을 사로잡는다. 새로운 서사에 목말라 하는 한국소설 독자들에게 신선한 매력과 감동으로 다가갈 작품이다.

  

프롤로그

 

나에겐 아몬드가 있다.

당신에게도 있다.

당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거나 가장 저주하는 누군가도 그것을 가졌다.

아무도 그것을 느낄 수는 없다.

그저 그것이 있음을 알고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이야기는, 괴물인 내가 또 다른 괴물을 만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끝이 비극일지 희극일지를 여기서 말할 생각은 없다. 첫째, 결론을 말하는 순간 모든 이야기는 시시해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의미에서 둘째, 그렇게 해야 당신을 이 이야기에 동행시킬 가능성이 조금은 커지기 때문이다. 셋째,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변명을 하자면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이다.

 

 

 

 

추천사

 

『아몬드』는 ‘가슴이 머리를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 나 같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소설이다. 어쩌면 현대라는 사회가 집단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처럼 죽음과도 같은 성장통을 겪어 내야만 감정의 시대가 뿜어내는 향기를 우리가 맡을 수 있을지도. 긴 겨울의 끝에 봄이 온다. 봄이면 식물이 자라듯 감정도 자라고, 감정이 자라면 세상도 자랄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동안 가슴이 내내 두근거렸다. 다가오는 봄에는 내 감정과 네 감정이 스파크를 일으켜 아름다운 폭죽 하나쯤은 터지고 말리라. ― 소설가 공선옥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손원평 작가의 『아몬드』는 타인과 관계 맺고 슬픔에 공감하며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몸이 자라는 만큼 마음도 함께 자라던 시절, 그 시간을 함께 보낸 주인공 ‘나’와 ‘곤’의 이야기. 그들이 만나 ‘친구’라는 이름이 붙기까지 보내 온 몇 해의 계절을 떠올리면, 책을 덮고 나서도 코끝에 처연하고 시린 기운이 전해지는 것만 같다.

― 이재용 감독(「두근두근 내 인생」 「스캔들」 연출)

 

20년 넘게 영화 일을 하며 생긴 직업병 같은 게 있다. 두 시간을 넘는 콘텐츠에는 집중하기가 어렵다는 거다. 2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을 읽어야 하다니……. 그렇지만 『아몬드』는 끊임없이 궁금증과 흥미를 유발하여 마지막 페이지까지 금세 넘어갔다. 담담히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우리들에게 세상을 버틸 용기와 힘을 주는 소설이다.

― 장원석 PD(「최종병기 활」 「터널」 제작)

여기, 삶에 대처하기 유달리 힘들게 태어난 소년이 있다. 그의 삶은 점점 나쁘게 흘러갈 것이 뻔해 보인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소년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 일어났다. 그 좋은 일이란 무엇일까? 사실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너무 좋은 일이다. 이렇게 대답해 보고 싶다. 우리가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우정을, 사랑을, 타인을 느낄 수만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 정혜윤 PD (CBS 라디오)

 

두 소년이 타인과 관계 맺고 성장하는 과정을 끝까지 섬세하게 짚어 나가는 작가의 문장은, 겉보기에 괴물로 보인다 할지라도 그 내면에는 언제나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한 눈물겨운 분투가 숨어 있다는 진실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캐릭터의 매력, 그리고 깊은 성찰로 빚어낸 두 인물의 관계에 깃든 아름다움에서 이 작품이 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성취를 이루었음을 알 수 있다.

―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심사위원 권여선 김지은 오세란 정은숙

 

내가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마음으로 주인공이 바라보는 세상을 함께 보며 꺽꺽 울어 버렸다. 너무 아팠다. 너무 슬펐다. ―제10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청소년심사단 심사평 중에서

 

한국형 영어덜트 소설의 등장. 각박한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 영어덜트물의 경향은 주인공들이 극한의 고뇌를 겪거나 ‘삶 아니면 죽음’이라는 가혹한 선택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아몬드』의 주인공 윤재도 마찬가지다. 윤재는 감정이 고장 난 아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과연 윤재가 특별하고 별난 경우라고 볼 수 있을까? 공감을 잃어버린 시대에, 이 소설은 우리에게 타자를 상기시키고 고통을 표현하며 다른 삶을 상상하게 한다. 비극적인 존재들이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온몸으로 끌어안고 고통 위를 기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것임을 예감케 한다. 내가 아닌 타인에 대해 상상해 보는 것은 공감의 씨앗이다. 그리고 그 씨앗이 바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약속이자 희망이다. 신체는 커 버렸지만 감정적으로는 성장하지 못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현실, 『아몬드』는 고통과 공감의 능력을 깨우치게 할 강력한 소설로, 침체된 한국 소설시장에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 출판평론가 한기호

 

 

줄거리

열여섯 살 소년 선윤재는 ‘감정 표현 불능증’을 앓고 있다. ‘아몬드’라 불리는 편도체가 작아 분노도 공포도 잘 느끼지 못한다. 타고난 침착성, 엄마와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 덕에 별 탈 없이 지냈지만, 크리스마스이브이던 열여섯 번째 생일날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나 가족을 잃는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윤재 앞에 ‘곤이’가 나타난다. 13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곤이는 분노로 가득 찬 아이다. 곤이는 윤재에게 화를 쏟아 내지만, 감정의 동요가 없는 윤재 앞에서 오히려 쩔쩔매고 만다. 윤재는 어쩐지 곤이가 밉지 않고, 오히려 궁금해진다. 두 소년은 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특별한 우정을 쌓아 간다. 윤재는 조금씩 내면의 변화를 겪는데……. 서로 다른 이유로 ‘괴물’이라 불리는 두 소년은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까?

 

 

작가의 말

 

매일매일 아이들이 태어난다.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축복받아 마땅한 아이들이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군가는 사회의 낙오자가 되고 누군가는 군림하고 명령하면서도 속이 비틀린 사람이 된다. 드물지만 주어진 조건을 딛고 감동을 주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도, 괴물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를 해 보고 싶었다.

이 소설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 특히 아직도 가능성이 닫혀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 내미는 손길이 많아지면 좋겠다. 거창한 바람이지만 그래도 바라 본다. 아이들은 사랑을 갈구하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사랑을 주는 존재들이다. 당신도 한때 그랬을 것이다.

2017년 봄, 손원평


[목차]

프롤로그 
1부 
2부 
3부 
4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


Changbi Publishers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 수상 <채식주의자>의 한강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

섬세한 감수성과 치밀한 문장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온 작가 한강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가 출간되었다. 1980년 광주의 5월을 다뤄 창비문학블로그 '창문'에 연재할 당시(2013년 11월~2014년 1월)부터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열다섯살 소년의 이야기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를 통해 한강만이 풀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1980년 5월을 새롭게 조명한다. 한강은 무고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진심 어린 문장들로 어느덧 그 시절을 잊고 무심하게 5·18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여전히 5·18의 트라우마를 안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무한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맞서 싸우던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그후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받는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당시의 처절한 장면들을 핍진하게 묘사하며 지금 "우리가 '붙들어야 할' 역사적 기억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환기하고 있다(백지연 평론가)." "이 소설을 피해갈 수 없었"고,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느꼈"다는 작가 스스로의 고백처럼 이 소설은 소설가 한강의 지금까지의 작품세계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신형철 평론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 도시의 열흘'과 소년을 위로하는 한강의 간절한 목소리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강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5·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어린 소년은 '어린 새' 한 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취를 뿜어내는 것으로 또다른 시위를 하는 것 같은’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혼한테는 몸이 없는데, 어떻게 눈을 뜨고 우릴 지켜볼까.
(…) 눈을 감고 있던 외할머니의 얼굴에서 새 같은 무언가가 문득 빠져 나갔다. 순식간에 주검이 된 주름진 얼굴을 보며, 그 어린 새 같은 것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몰라 너는 멍하게 서 있었다.
지금 상무관에 있는 사람들의 혼도 갑자기 새처럼 몸을 빠져나갔을까. 놀란 그 새들은 어디 있을까.
_ 본문 중에서

혼은 자기 몸 곁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을까.
그게 무슨 날개같이 파닥이기도 할까. 촛불의 가장자릴 흔들리게 할까. (…)
용서하지 않을 거다. (…)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
_ 본문 중에서

억울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오월의 노래

정대는 동호와 함께 시위대의 행진 도중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져 죽게 되고, 중학교를 마치기 전에 공장에 들어와 자신의 꿈을 미루고 동생을 뒷바라지하던 정대의 누나 정미 역시 그 봄에 행방불명되면서 남매는 비극을 맞는다. 무자비한 국가의 폭력이 한순간에 무너뜨린 순박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과 무고하게 죽은 어린 생명들에 대한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정대의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로 대변된다. 5·18 당시, 인구 40만의 광주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은 80만발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엄혹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가의 부조리에 맞서도록 어린 그들까지 시위현장으로 이끌었던 강렬한 힘은 다만 ‘깨끗하고도 무서운 양심’ 하나였다. 그렇게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느끼며 수십만 시민들이 모여 만든 위대한 ‘양심의 혈관’을 함께 이루었던 것이다.

키가 자라고 싶었지.
팔굽혀펴기를 마흔번 연달아 하고 싶었지.
언젠가 여자를 안아보고 싶었지. 나에게 처음으로 허락될 여자, 얼굴을 모르는 그 여자의 심장 언저리에 떨리는 손을 얹고 싶었지. (…)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이 악몽 속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_ 본문 중에서

그날 도청에 남은 어린 친구들도 아마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겁니다. 그 양심의 보석을 죽음과 맞바꿔도 좋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총을 메고 창 아래 웅크려앉아 배가 고프다고 말하던 아이들, 소회의실에 남은 카스텔라와 환타를 얼른 가져와 먹어도 되느냐고 묻던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서 뭘 알고 그런 선택을 했겠습니까?
_ 본문 중에서

소설은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이 겪은 5·18 전후의 삶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단면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오히려 치욕스러운 고통이 되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괴로워하는 이들의 모습은 35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시 수피아여고 3학년 시절에 5·18을 겪은 ‘김은숙’은 '전두환 타도'를 외치는 데모로 점철된 대학생활을 포기하고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담당 원고의 검열 문제로 서대문경찰서에 끌려가 ‘일곱대의 뺨’을 맞기도 한다. 봉제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고귀한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조활동을 하다 쫓겨난 ‘임선주’는 이후 양장점에서 일을 하다가 상무관에 합류하게 되고, 경찰에 연행된 후 하혈이 멈추지 않는 끔찍한 고문을 당한다. 상무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대학생 ‘김진수’ 역시 연행된 이후 ‘모나미 볼펜’ 고문, 성기 고문 등을 받으며 끔찍한 수감생활을 했고, 출소 후 트라우마로 고통받다 결국 자살하고 만다. 소설은 이러한 국가의 무자비함을 핍진하게 그려내면서 ‘유전자에 새겨진 듯 동일한 잔인성’으로 과거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인간의 잔혹함과 악행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다음 문단은 검열 때문에 온전히 책에 실리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어서 먹선으로 지워진 넉줄의 문장들을 그녀는 기억했다. (…) 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았다. 어떤 표정, 어떤 진실, 어떤 유려한 문장도 완전하게 신뢰하지 않았다. 오로지 끈질긴 의심과 차가운 질문들 속에서 살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_ 본문 중에서

처음 자료를 접하며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연행할 목적도 아니면서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살상들이었다. 죄의식도 망설임도 없는 한낮의 폭력. 그렇게 잔인성을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명령했을 지휘관들. (…)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_ 본문 중에서

‘꽃이 핀 쪽으로’이끌어주는 한강의 손길

한강은 이번 소설을 통해 ‘살아남았다’는 것이 오히려 치욕이 되는 사람들이 혼자서 힘겹게 견뎌내야 하는 매일을 되새기며, 그들의 아물지 않는 기억들을 함께 나눈다. 한강 작가는 “무덥고 습했던 여름 끝에 가로수 아래를 걷다가, 잘 마른 깨끗한 홑청 같은 바람이 얼굴과 팔에 감기는 감각에 놀라며 동호를 생각”한다. 따뜻했던 봄날의 오월을 지나 ‘그 여름을 건너가지 못한 동호, 이런 아침을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동호’를 떠올리며 작가는 우리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되새기고, 인간으로서의 우리가 이들에게 어떠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가를 간절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리하여 이제는 더이상 억울한 영혼들이 없기를, 상처 입은 영혼들이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나아가 평온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5·18 희생자들의 ‘눈 덮인 무덤들’ 사이에서 못다 핀 소년 동호를 추모하기 위해 작가 한강이 마음을 다해 밝힌 작은 촛불들이 안타까운 세상에 온기를 더해줄 것이다.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_ 본문 중에서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_본문 중에서

추천사

어둠과 폭력의 세계 속에 상처 입은 존재들을 섬세하게 그려온 한강의 소설이 5월 광주의 시공간에서 벌어진 잔혹한 학살의 참상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증언하는 자의 소명의식과 듣는 자의 상상력이 치열하게 어우러지는 간절한 고백의 서사는 잊을 수 없는 ‘그 도시의 열흘’을 고통스럽게 되살린다. 물방울이 내쏘는 햇빛의 파편에도 눈이 시린 순결한 ‘어린 새’의 흔적을 쫓는 이 소설은 우리가 ‘붙들어야 할’ 역사적 기억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환기하고 있다.
_ 백지연 문학평론가

어떤 소재는 그것을 택하는 일 자체가 작가 자신의 표현 역량을 시험대에 올리는 일일 수 있다. 한국문학사에서 ‘80년 5월 광주’는 여전히 그러할 뿐 아니라 가장 그러한 소재다. 다만 이제 더 절실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응징과 복권의 서사이기보다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일 것인데, 이를 통해 한국문학의 인간학적 깊이가 심화될 여지는 아직 많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이 쓴 광주 이야기라면 읽는 쪽에서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고 각오한 사람조차 휘청거리게 만든다. 이 소설은 그날 파괴된 영혼들이 못다 한 말들을 대신 전하고, 그 속에서 한 사람이 자기파괴를 각오할 때만 도달할 수 있는 인간 존엄의 위대한 증거를 찾아내는데, 시적 초혼과 산문적 증언을 동시에 감행하는, 파울 첼란과 쁘리모 레비가 함께 쓴 것 같은 문장들은 거의 원망스러울 만큼 정확한 표현으로 읽는 이를 고통스럽게 한다. 5월 광주에 대한 소설이라면 이미 나올 만큼 나오지 않았느냐고, 또 이런 추천사란 거짓은 아닐지라도 대개 과장이 아니냐고 의심할 사람들에게, 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둘 다 아니라고 단호히 말할 것이다. 이것은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이다.
_ 신형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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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약관의 나이로 등단한 이래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두 권의 소설집만으로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2천년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김애란의 첫번째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이 출간되었다. 2010년 여름부터 2011년 봄까지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될 당시부터 문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은 이 작품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청춘과 사랑에 대한 눈부신 이야기를 다룬다. 담백하고 신선한 문장들로 담아낸 벅찬 생의 한순간과 사랑에 대한 반짝이는 통찰이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동시에 어느 순간 울컥, 눈물을 감출 수 없게 한다. “김애란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도대체 가능한가”(신형철 『몰락의 에티카』)라는 반문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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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스러움이라든가 시치미를 떼는 말짱함으로 보더라도 그녀는 운명적인 이야기꾼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그야말로 첫 장편인데도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 속으로 말려들어가게 만드는 은근한 매력을 갖고 있다. 자아란 미망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는데, 사람이 원래 욕망의 산물이기 때문이고 어차피 남들의 영향에 의하여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작가의 산문은 도처에 생에 대한 ‘숨은그림찾기’와 같은 두 겹의 모양을 배치해두었고, 이러한 ‘공중전’이 김애란 소설의 의젓함이자 품위이기도 할 것이다. - 황석영 소설가

인생이 알 수 없는 신비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나이 든 어린 영혼이 건네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책장이 바삐 넘어간다. 남은 부분이 얇아지면 얇아질수록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읽는 일을 멈출 수 없다. 비극에서 낙천의 보석을 골라내는 타고난 재능, 희극에서 통찰에 이르는 길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정묘한 내비게이터의 면모를 본다. 놀라 다시 본다. - 성석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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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를 잇는, 『완득이』와는 다른, 또 하나의 화제작

2008년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으로 폭넓은 독자층을 아우르며 아낌없는 사랑을 받은 『완득이』. 2009년 제2의 『완득이』를 기다려온 독자들에게 『완득이』 그 이상의 작품이 찾아왔다. 제2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위저드 베이커리』는 빼어난 서사적 역량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완득이』와는 또 다른 지점에서 한국소설의 지형도에 융기를 형성하는 작품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집에서 뛰쳐나온 소년이 우연히 몸을 피한 빵집에서 겪게 되는 온갖 사건들은 판타지인 동시에 절망적인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마법사의 눈에 비친 현대인의 비틀린 욕망은 무시무시하고, 평범한 중산층 가족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끔찍하기까지 하다. 『헨젤과 그레텔』 같은 ‘잔혹동화’의 바통을 이어받으면서도 이들의 문법을 절묘하게 전복시킨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것이다.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청소년문학의 등장 『위저드 베이커리』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기존 청소년소설의 틀을 뒤흔드는, 현실로부터의 과감한 탈주에 있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한국의 청소년문학은 작가가 자신의 청소년기를 회상하거나 요즘 아이들의 실상을 관찰하여 기록하는 데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작품이 대부분이다.

영미권과 유럽을 비롯해 가까운 일본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YA(Young Adult), 즉 젊은 독자들을 겨냥한 다양한 소재와 장르의 소설을 선보인 데 반해, 우리는 ‘성장소설’의 관점에서만 청소년문학에 접근해왔던 것이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이처럼 한계가 뚜렷했던 기존 청소년문학의 외연을 한 단계 넓힐 작품이다. 『위저드 베이커리』는 근원을 알 수 없는 청소년기의 악몽을 불온한 터치로 각색한다. 이 소설이 보여주는 현실세계에 대한 섬뜩한 알레고리는 문학에서마저 학교 안에 갇혀버린 최근 한국 청소년소설의 한계를 뛰어넘는 고무적인 성과로 보인다. 심사위원들은 “우리 청소년문학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청소년심사단 역시 만장일치로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주지의 청소년소설 경향을 가뿐히 뒤집는 이 작품을 향한 독자들과 평단 안팎의 뜨거운 관심이 예상된다.

인간의 욕망에 따라 마법의 빵이 만들어지는 곳 『위저드 베이커리』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제껏 국내 소설에서 찾기 어려웠던 미스터리와 호러, 판타지적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이다. 비유하자면 이른바 ‘마법 이야기’가 최초로 한국 영주권을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문학과 장르소설의 묘미를 적확한 비율로 반죽한 이 작품만의 특별한 미감은 색다른 이야기에 목말랐던 독자들에게 쾌감을 선사한다. 작품을 지배하는 섬뜩한 분위기와 긴장감을 유지시키면서도 이야기가 무겁게 얼어붙지 않도록 탄력을 불어넣는 작가의 촘촘한 문장 또한 발군이다. 청소년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의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할 문제작으로 손색이 없기에, 창비에서는 『완득이』에 이어 일반 성인을 위한 양장본을 같이 출간하였다.

▶ 줄거리

어머니가 죽은 뒤 재혼한 아버지와 새어머니, 의붓여동생과 살게 된 열여섯 살의 소년. 안 그래도 새어머니 배 선생과의 갈등으로 힘들어하던 소년은 여동생 무희를 성추행했다는 누명까지 쓰게 되자 집에서 쫓기듯 뛰쳐나온다. 급한 마음에 동네 빵집으로 뛰어든 소년을 기다리는 것은 놀라운 마법의 세계. 언뜻 보기엔 평범한 빵집인 것만 같은 ‘위저드 베이커리’에서는 인간들의 주문에 따라 마법의 빵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 소년은 이곳에 머물며 자신의 욕망에 따라 마법의 힘을 마음대로 휘두르고 싶어 하는 인간들의 행태를 목격한다. 또한 빵을 만드는 마법사와 그를 돕는 파랑새에게서 따끔한 충고를 얻기도 하고, 때로는 가족에게서 느껴본 적 없는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위저드 베이커리’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현실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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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마이클 샌델은 구제 금융, 대리 출산, 동성 결혼, 과거사 공개 사과 등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흔히 부딪히는 문제를 통해 ‘무엇이 정의로운가’에 대한 해답을 탐구했다. 이 책은 탁월한 정치 철학자들이 남긴 시대를 초월한 철학적인 질문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이를 통해 옳고 그름, 정의와 부당함, 평등과 불평등,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을 둘러싼 주장들이 경쟁하는 공적 담론과 토론의 장에서 정의에 관한 자신만의 견해를 정립하고 논리 기반을 굳건하게 다지는 토대를 제공한다. 이 책은 현대 사회의 문제를 진단하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내는 정치 철학자들의 지적 탐색 과정을 보여준다.


정의를 둘러싼 위대한 철학자들과의 대화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억만장자 수가 두 배 이상 늘었고, 가장 부유한 85명이 인류 재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극에 달한 경제 불평등 해소를 위한 ‘자본세’라는 급진적 대안에 대해 옳고 그름의 논쟁이 불붙은 2014년 대한민국 사회에 또다시 정의 열풍이 불고 있다. 불평등의 원인으로 시장만능주의가 지목되고 있으며, 혹자는 부자에게 세금을 거둬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공정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인이 노력해 번 돈을 세금으로 빼앗는 행위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무엇이 과연 옳은 판단인가?

경제 불평등과 공공성의 상실 같은 문제들이 한국 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민주주의 사회의 정의를 실천하기 위한 도덕성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나아가 사회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올바른 대안을 살펴볼 때다. 정치 철학의 역사 속에서도 벤담, 칸트, 롤스와 같은 사상가들이 당대의 문제와 씨름하며 대안을 모색했으며 그들의 이론을 통해 오늘을 되돌아볼 수 있다. 하버드 대학교 마이클 샌델 교수는 구제 금융, 모병제, 대리 출산, 외주 임신, 동성 결혼, 이민법 개혁, 과거사 공개 사과와 같은 현실 문제를 비롯해 경로를 이탈한 전차, 고통의 대가를 계량하는 시험과 같은 사고 실험을 토론 주제로 삼아 독자들이 위대한 사상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우리 사회의 ‘정의’란 무엇인지 고민하도록 안내한다. 그는 “논쟁이야말로 건강한 사회의 상징”이라고 확신한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자본주의, 행복, 평등, 자유, 미덕과 같은 주제로 이 시대 도덕과 정의는 무엇인지 탐구했다. 정치 철학가인 마이클 샌델은 27세에 하버드 대학교 교수가 되었고,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를 발표하면서 세계적 학자로 인정받았다. 특히 1만 5천 명이 운집한 연세대학교 공개 강연을 통해 대한민국의 지식인들에게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그의 대표작 『정의란 무엇인가』는 불공정과 불평등이 만연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시기에 옳은 행동과 바람직한 삶의 방식을 정립할 수 있는 철학적 기반을 탐구한다.

이 책은 정치 철학사 속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긴 사상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정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저자는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의 공리주의는 다수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을 지지하지만, 고문이나 대리 출산과 같은 인간의 존엄성 문제에는 도덕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이마누엘 칸트가 말하는 자유와 도덕의 개념은 설득력이 강하지만, 친구를 위해 살인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는 사례처럼 정언 명법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특정한 이해관계가 사라진 무지의 장막 뒤에서 정의의 원칙을 합의해야 한다는 존 롤스의 주장도 완벽해 보이지만, 노예제를 인정한 과거 미국 헌법과 같이 아무리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사유하려해도 결국 공동체의 이익이나 관습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비판적인 사고를 통해 정의에 대한 생각을 수정하고 바로 잡는 정치 철학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를 새삼 확인하고, 모두에게 좋은 사회를 향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바람직한 철학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를 심어준다.


세계적인 정의 열풍 “시민으로 살아가는 법을 스스로 생각하라”

2005년 6월, 미 해군 특수 부대는 탈레반 지도자를 찾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은밀히 정찰 활동에 나섰다. 이들은 무장하지 않은 염소 목동 두 명과 열네 살가량의 남자아이와 조우했다. 염소 목동들은 민간인으로 보였기에 놓아주어야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특수 부대의 소재를 탈레반에 알려 줄 위험이 있었다.

한 부대원은 “우리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저들을 놓아주는 것은 잘못이다”며 이들을 죽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대의 지휘관인 루트렐은 망설였다. 그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그들을 풀어 주자는 쪽의 손을 들어 줬다. 곧 후회할 결정이었다. 염소 목동들을 풀어 준 후 특수 부대는 탈레반 병사에게 포위되었다.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졌고, 부대원 세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을 구출하러 온 미군 헬기 한 대까지 격추당하는 바람에 군인 열여섯 명이 목숨을 잃었다. 루트렐은 중상을 입고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특수 부대원이 처한 딜레마는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죄 없는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 목동들을 놓아 주었다. 하지만 풀어준 목동들이 탈레반에 협조했고 결과적으로 부대원을 죽음으로 몰았기에 잘못된 결정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목동들이 탈레반의 강요에 못 이겨 미군의 위치를 알려 주었다면? 다시 부대원의 희생을 막기 위해 죄 없는 사람들을 죽였어야 하는가의 도덕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또한 이러한 시각은 우리가 어떤 공동체에 살고 있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저자는 딜레마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옳은 행동과 바람직한 삶을 위해 어떤 식으로 도덕적 주장을 전개해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민주 사회에서 살다 보면 정의와 부당함에 관한 이견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옳고 그름, 평등과 불평등,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을 둘러싼 주장들이 경쟁하는 딜레마적 사례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딜레마에 빠졌을 때 우리가 처한 상황을 깨닫고 우리가 의존할 도덕적 원리를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과 관점의 차이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밀, 롤스와 같은 사상가들이 이야기한 정의를 둘러싼 원칙은 우리의 철학적 기반을 다지는 좋은 재료가 된다. 이 책의 진정한 목적은 독자들로 하여금 정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립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도록 만들어, 자신이 무엇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도록 하는 데 있다.

저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 철학이란 세상을 올바르게 살아가기 위한 투쟁이다. 정의를 둘러싼 논쟁은 수 없이 되풀이되며, 우리의 판단과 원칙 사이에서 접점을 찾고 편견의 타래에 머물지 않기 위해 여럿이 함께 대화에 참여하라고 촉구한다. 저자는 “행동의 세계에서 이성의 영역으로, 다시 이성의 영역에서 행동의 세계로 마음을 돌리는 것이 바로 도덕적 사고의 근간을 형성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정의란 일부 사상가들이나 정치가들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버드 대학교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위대한 사상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마이클 샌델 역시 롤스의 정의 이론의 장단점을 지적하고 보완하며 새로운 대안을 탐구하는 철학자다. 자유적 공동체주의 입장에서 롤스의 장점을 수용하면서도, 롤스의 자유주의의 한계를 넘어서는 입장을 체계적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는 다른 공동체가 가진 도덕성을 외면하는 공동체주의의 사고를 경계한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단순한 공동체주의가 아니라, 자유주의의 장점을 수용하고 종합한 공동체주의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저자가 이 책에 정의에 대한 확고한 정답을 담지 않은 이유다. 이 책은 정의에 대해 깊이 사색하는 시간을 만들어 미래의 철학자, 인문학자, 정치가가 되기 위해 자신의 사고를 다듬는 독자들에게 깨달음의 기회를 만나는 획기적인 프레임을 선사한다.


추천의 글

토론과 고민을 통해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이 가진 입장의 장점과 한계를 인식하게 된다. 나아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게 된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노력을 하는 시민들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 김선욱, 숭실대학교 철학과 교수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민주주의가 어떤 것이며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성찰해 봄직하다. 샌델의 공화주의와 공공철학적 관심을 우리가 좀 더 진지하게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이현우,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블로그 운영

마이클 샌델은 정치적으로 가장 어려운 도덕적 주제들을 과감히 다루며, 정치적 견해의 차이점을 명확히 보여 준다. - 마이클 거슨, 워싱턴 포스트

마이클 샌델은 수년간 강의해 온 경험을 통해 정의의 이론들을 명확하고 빠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 철학자들의 견해를 이토록 쉽게 설명한 책은 없었다. - 조너선 라우흐, 뉴욕 타임스

역사, 해외 토픽, 문헌 사례, 법적 공방, 그리고 위대한 철학자들의 가르침으로부터 나온 에피소드를 흥미롭고 재미있게 엮었다. 우리가 교수들로부터 늘 원했던 뛰어난 해설이다. - 키르쿠스 리뷰스
학습 능력이 100세까지 행복한 인생을 만든다.
더 늦기 전에 공부 습관을 바꿔라!

125년의 학습 연구, 40년의 인지심리학 연구 성과, 11인의 학자가 10년간 수행한
‘교육현장 개선을 위한 인지심리학의 응용’ 연구를 집대성한 하버드대학교 출간 교육학 명저!

미래학자들은 누구나 평생 대여섯 번은 직업을 바꾸어야 하는 시대가 왔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식의 반감기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으며 산업의 질서가 순식간에 뒤바뀌어 사라지는 직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다가오는 3D 프린팅 기술과 사물인터넷의 상용화는 첨단산업이 아닌 일반 산업 분야에도 거대한 파괴적 혁신을 몰고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명문대나 서울 소재 대학을 보내기 위한 입시용 교육에 모든 학생이 내몰리며 첫 번째 직장을 얻는 데에도 확실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대학 간판을 따기 위한 공부에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하지만 문과는 졸업 후 바로 치킨을 튀기고, 이과는 벤처 창업 후 부도, 이후 자살 아니면 치킨집 창업으로 이어져 문과가 이과보다 유리하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치킨맵이라는 자조적 유머가 말해주듯, 원하는 대학에 입학해도 단지 하나의 관문을 통과한 것일 뿐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한편, 무료 동영상 강의를 제공하는 비영리 교육단체 칸 아카데미와 온라인 공개강좌(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 등 굳이 비싼 등록금을 내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나 세계 최고 수준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지식과 기술을 효과적으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단연 인생을 살아가는 데 유리하다. 또한 뇌과학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인간의 뇌는 불과 수십 년 전에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엄청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학습은 뇌를 변화시키며, 뇌를 변화시키면 더욱 효과적으로, 더 많은 지식을 축적할 수 있다. 학습이야말로 부익부 빈익빈이 극심한 분야다. 학습과 그 신경계적 기초에 대해서는 알아야 할 것이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즉시 적용해서 부작용 없이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는 실용적 전략과 원리들이 이미 나와 있다.

125년 전 시작되어 최근에 주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학습 연구를 통해 우리는 학습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다. 40여 년 전부터 시작된 인지심리학의 연구 성과는 학습 연구를 ‘학습의 과학’으로 정립했다. 우리는 이에 힘입어 성공담과 개인적 경험에 근거한 잘못된 믿음을 대체하는 진짜 효과적인 학습법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게 되었다.

‘학습의 과학’을 집대성하는 이 책의 집필 과정은 대규모의 공동 프로젝트였다. 학습과 기억 연구에 매진해온 저명한 인지과학자 헨리 뢰디거와 마크 맥대니얼, 그리고 작가인 피터 브라운이 한 팀이 되어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집필했고, 수많은 사람들과 단체의 도움을 받았다. 이 책은 2002년 제임스 S. 맥도널 재단이 자금을 지원한 ‘교육 현장 개선을 위한 인지심리학의 응용’ 연구 덕분에 탄생했다. 책임 연구원 헨리 뢰디거를 비롯한 마크 맥대니얼과 9명의 학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10년에 걸쳐 인지과학을 교육학에 적용하는 합동 연구를 수행했다. 이 외에도 미국 교육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컬럼비아 중학교와 컬럼비아 고등학교에서의 학습 연구, 다트 뉴로사이언스의 지원을 받은 기억력 선수들에 대한 연구도 이 책에 수록되었다. 또한 하버드대학교 출판부에서는 인지과학자 5명을 별도로 선임하여 출간 전 원고의 세부 사항을 철저하게 검증했다.

대학생, 의사, 교수, 조종사, 작가, 음악가, 운동선수, 군인, 경찰, 보험회사, 자동차 정비업체 등 각계각층에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공유해준 덕택에 이 책은 연구 결과를 나열하는 대신 복잡한 지식과 기술에 통달하는 법을 깨달은 사람들의 살아숨쉬는 이야기를 가득 담게 되었다. 이 책은 학생과 교사를 비롯하여 비즈니스 현장과 정부, 군대 각 분야의 교육 담당자, 업무 연수를 제공하는 전문가 집단의 리더, 코치 등 효과적인 학습법이 시급한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한편 비즈니스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려는 직장인과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는 평생 학습자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지식과 기술을 더 잘 배우고, 더 오래 기억하고,
필요할 때 즉각 떠올리게 하는 최고의 학습법은 무엇인가?

자기주도학습은 틀렸다. 최고의 선수는 훌륭한 코치의 도움을 받는다. 밑줄 긋기, 강조하기, 벼락치기, 반복 학습, 집중 연습은 안다는 착각을 일으킬 뿐 그렇게 익힌 지식은 금세 머릿속에서 사라진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공부할 때 가장 효과가 높다는 학습유형의 신화는 결코 증명된 적이 없다. 뛰어난 학생이나 천재들의 성공 스토리,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주관적인 학습법은 진실과 거리가 멀다. 이 책에서는 연구와 실험, 과학적 검증을 통해 효과가 입증된 학습법을 집대성, 독보적 실력의 신경외과의사, 미식축구 챔피언 팀 코치, 꼴찌에서 일등이 된 의대생, 농업 기술을 독학으로 익힌 정원사, 88세의 피아니스트와 기억력 대회 우승자 등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들려준다.

인지심리학이 경제학에 적용된 행동경제학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인지적 오류들을 밝혀냈듯, 효과적인 학습 전략도 우리의 직관이나 느낌과 어긋날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요즘 각광받고 있는 자기주도학습은 특히 비효율적인 방식이 되기 쉽다. 자신의 실력을 정확히 판단하고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하는 상위인지(메타인지)는 우수한 학생들일수록 뛰어나고, 그렇지 못한 학생일수록 부족하다. 무능한 사람이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은 더닝-크루거 효과(160쪽)라 불리며 심리학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우수한 학생들조차 객관적 기준으로 평가받고 적절한 피드백을 받을 때 더욱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최고의 운동선수가 혼자 연습하지 않고, 훌륭한 코치의 도움을 받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는 바람직하게 학습하고 있을 때와 그렇지 못할 때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배우는 과정이 느리고 힘들다는 느낌이 들면 더 생산적으로 보이는 전략에 마음을 빼앗긴다. 그러나 쉽게 배운 지식은 모래 위에 쓴 글씨처럼 오늘 배우면 내일 사라진다. 가장 흔한 학습 전략은 ‘교재를 반복해서 읽기’, 그리고 기술이나 새로운 지식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기’라는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뭔가를 배우려면 이렇게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복해서 읽고 몰아서 연습하면 실력이 늘었다는 느낌을 받지만, 이러한 방식에는 몇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익숙함을 아는 것으로 착각하는 자기기만에 빠지며 실력이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사실이나 개념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인출 연습(retrieval practice)은 반복해서 읽는 복습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다. 인출 연습에는 플래시 카드나 시험 같은 방법이 있다. 시험 자체가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 되는 현상은 ‘시험 효과’라 불린다. 한 중학교에서 연구자들은 교재의 일정 범위를 정해서 간단한 시험을 세 차례 실시하고 학생들에게 결과를 알려주었다. 또 다른 범위에서는 시험을 보는 대신 세 번씩 복습하게 했다. 한 달 후 치른 시험에서 학생들은 어느 범위의 내용을 더 잘 기억했을까? 간단한 시험을 보았던 범위의 평균 점수는 A-였고 시험을 보지 않고 복습만 시킨 범위의 평균 점수는 C+였다(55쪽).

답답하더라도 노력을 많이 들여 배운 지식일수록 더 깊이 남고 오래 간다. 하루이틀의 집중 훈련보다는 시간 간격을 둔 연습이 효과적이다. 외과 수련의 38명이 미세 혈관 수술에 대해 네 차례의 짧은 수업을 들었다. 절반은 하루에 모든 수업을 들었고, 나머지는 똑같이 네 번 수업을 받되 수업 사이에 일주일씩 간격을 두었다. 그 결과 일주일 간격을 두고 수업을 받은 집단이 모든 면에서 더 나은 결과를 얻었다(71쪽). 새로운 지식을 장기 기억에 새겨넣으려면 통합 과정이 필요하다. 기억 흔적(memory trace, 새로운 지식에 대한 뇌의 표상)을 강화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사전 지식과 연결하는 이 과정은 몇 시간에서 며칠에 걸쳐 일어난다. 약간의 망각 후에는 지식을 인출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지므로 시간 간격을 두고 학습하면 기억을 강화하고 통합을 더욱 촉진한다.

체육 시간에 여덟 살짜리 아이들이 바구니에 콩 주머니 던져넣기 연습을 했다. 그중 반은 바구니에서 9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주머니를 던졌다. 나머지 반은 60센티미터와 12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번갈아 주머니를 던졌다. 나중에 모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9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콩 주머니 던져넣기 시험을 보았을 때, 월등히 뛰어난 성적을 거둔 아이들은 60센티미터와 120센티미터를 오가며 연습하고 90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한 번도 연습하지 않은 아이들이었다(68쪽). 시간 간격을 둔 연습처럼 다양한 형태를 뒤섞어서 연습하는 것이 실력을 높이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이러한 학습 방식은 우리의 현실과 닮아 있어 실제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할 때 그것을 끄집어내는 데에도 더 유리하다. 가령 수학 교과서는 단원별 내용을 집중적으로 학습하고 그 단원에 해당하는 연습문제들을 풀어본 후 다음 단원으로 넘어가게 구성되어 있지만, 기말고사에서는 모두 뒤섞여 출제된다. 단원별로 공부한 학생은 기말고사 문제가 어느 단원에 나오는 유형의 문제인지, 어떤 공식을 적용해야 할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수학의 도형 문제에서 여러 유형을 뒤섞어 공부한 학생이 배울 때에는 애를 먹지만, 이후 테스트에서는 훨씬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밝혀졌다(72쪽).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뇌는 인생 경험과 의도적 학습에 의해 변화하고 재조직된다는 것이 밝혀졌다(신경가소성).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시각 정보를 감지하는 센서를 눈이 아닌 혀로 바꾸는 실험을 실시한 결과 피험자는 출입구를 찾고 자신에게 굴러오는 공을 잡았으며 20년 만에 처음으로 딸과 가위바위보를 했다. 뇌가 “스스로 배선을 바꾸어” 혀로 감지하는 정보를 시각 정보로 인식하게 되었던 것이다(220쪽). 노력을 들여 기억해 내고 이것저것 섞어서 연습하다 보면, 뇌의 여러 부위가 활성화되어 더욱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다. 브라질 거리에서 장사를 하는 소년들을 연구한 결과, 장사에 필요한 셈을 잘하는 아이들이 똑같은 문제가 학교 시험처럼 추상적인 형태로 제시되면 풀지 못했다. 한편, 매우 복잡한 변수들을 계산하여 우승마를 추론하는 경마전문가들의 IQ는 보통 수준에 불과했다(197쪽). 산업 국가에서 IQ 평균이 계속 상승해 왔음은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인간의 잠재력을 고정된 잣대로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능이 자신의 노력에 의해 향상될 수 있다는 성장 사고방식 자체가 학습 성과를 높인다는 점이 밝혀졌다(231쪽). 이 책에서는 뇌의 놀라운 능력을 활용한 기억술의 원리도 소개한다. 그중 말리스라는 학생이 영국 대학입학시험에 응용한 ‘기억의 궁전’ 기법은 수험생이나 의대생처럼 방대한 지식을 단기간에 암기해야 하는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246쪽).

열심히 노력하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뇌는 새로운 연결을 형성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새로운 연결 덕분에 우리는 더욱 똑똑해져 더 많은 것들을 더 빨리 습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독점하던 지식과 정보가 자유롭게 공유되는 한편 삶의 안정성이 뿌리째 위협당하는 변화의 시대에 인지심리학의 연구 성과는 우리 손에 효과적인 학습 도구들을 쥐어 주었다. 쉼 없는 학습을 통해 오늘보다 내일 더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야말로 일상화된 불안과 위기 속에서 우리를 끝까지 버티게 해줄 힘이 될 것이다.
김진명, 이번에는 카지노의 비밀을 풀다!
돈, 욕망, 그리고 인간을 그린 매력적인 도박 소설!

종교와 이데올로기가 죽고 오직 돈이 지배하는 세상,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은 오늘도 카지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어떠한 의식이나 절차 없이 바로 돈으로 승부를 거는 공간 카지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강원랜드에서 마카오, 라스베이거스까지…… 이 소설은 세계의 유명 카지노를 배경으로 카지노의 세계를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도박 소설’을 표방하면서도 속을 파고들면 그저 그런 스토리에 실망감을 안은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이 소설을 통해 그 실망을 보상받을 수 있겠다. 이제껏 현실과 픽션을 넘나들며 당대의 첨예한 미스터리를 통쾌하게 해결해주었던 작가 김진명의 놀라운 변신! 진정한 프로 도박사와 카지노의 세계를 이토록 현실감 있게 그려낸 도박 소설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그동안 알고 있던 모습과는 또 다른 김진명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도박사들이 벌이는 위험한 게임
“이겨야 하는 게임이라면 반드시 이긴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면 바카라를 하게 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가장 간단한 도박이 가장 흥미진진하다는 진리를 말해주듯 바카라는 동전 던지기와도 같은 간단한 규칙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하지만 이런 쉬운 바카라야말로 비극을 부르는 무서운 게임이다. 아무리 많이 이긴 경험이 있다고 해도 한 번 무너지면 순식간에 자신의 모든 걸 잃을 수 있고, 그러한 순간이 되기까지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바카라이기 때문이다.
여기, 바카라에 맞서는 최고의 도박사들이 있다. 도박에 관한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는 스페셜리스트 서후. 그는 도박에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지는 게임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게는 사람을 죽이는 ‘카지노 도박’이 아니라 인생을 살리는 ‘카지노 게임’인 것이다.
한편 50연승의 대기록, 3천으로 176억을 이기며 마카오 최고의 프로 갬블러로 불렸던 우필백이 있다. 카지노의 신화라 할 수 있는 그는 바카라 학교를 세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불패의 도박사 한혁과 혜기를 창조해낸다.
카지노를 이길 수 있는 인간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김진명 소설 특유의 속도감으로 흥미진진한 카지노의 세계를 읽다보면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진정한 도박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진짜 카지노의 세계를 살아가는 도박사들의 삶과 서후와 한혁 두 승부사의 운명적인 대결까지! 인간과 카지노의 한판 승부 속에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게임의 법칙이 밝혀진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승자다.

 

<책 속에서>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도박이다. 따라서 도박에는 완전한 조화가 필요하다. 카지노 게임을 도박처럼 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도박을 도박처럼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카지노 게임은 공부처럼 해야 한다. 뜨거운 미역국을 한 사발 가득 떠서 밥상에 옮겨놓는 조심스러움과 몇 십 번이고 불어서 식혀 먹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크게 이기기 위해서는 때가 왔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베팅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에 더해 얼마간의 운이 따를 때 크게 이기는 거 아닙니까?”
“그것은 필패의 길이다. 열 번 중 아홉 번을 이기더라도 한 번 지면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게 카지노 게임이다. 카지노 게임은 그날 얼마를 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땄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카지노 게임은 공부처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카지노 게임에 있어서 운이나 재수란 무엇입니까?”
최 교수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런 것은 없다.”
“네? 도박에서 제일 중요한 게 운이 아닙니까?”
“그것은 하수들의 생각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 공부라고 여긴다면 거기에 운이 끼어들 틈은 없다.”
“하지만…….”
“도박사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한 판을 맞히고 못 맞히고는 우연이다. 그 숱한 우연의 바다를 헤엄치면서 자신만의 조화를 통해 필연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도박사의 몫이다.”
다음날은 2,600으로 400을 이기는 게임이었지만 처음부터 어려웠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모두가 순식간에 가진 돈을 다 잃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무도 못 맞히는 그런 그림이 연속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형천은 100도 채 잃지 않았다.
“대단하군요. 모두가 다 오링됐는데 어째 혼자서만 그렇게 잘하쇼?”
이형천은 자신의 게임법을 얘기하려다 입을 꽉 다물었다. 아무와도 얘기하지 말라던 서후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언젠가 자기만 잘됐던 날 자랑하기에 바쁘다가 순식간에 가진 것 모두를 잃어버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게임을 100 단위로 쪼개 100만 이기려 하다 보니 못 맞힐 때라 하더라도 그렇게 크게 잃지는 않았다. 이형천은 몇 번 못 맞히면 그대로 오링으로 이어지곤 하던 예전의 게임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던가를 새삼 떠올렸다.
욕심으로만 잔뜩 어우러졌던 과거의 게임은 그야말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이형천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이상하게도 과거와는 달리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갑자기 게임이 엄청나게 느셨어요.”
과거의 자신을 기억하는 한 딜러가 놀랍다는 듯 말을 던져왔다. 이형천은 그냥 싱긋 웃고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그림이 바뀌면서 누구나 맞힐 수 있는 쉬운 그림이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다 잃고 떠났기 때문에 이형천은 혼자 슬슬 벳을 했다.
너무도 쉬운 게임이었다. 이형천은 아주 안전하게 100씩 게임을 잘랐고 어렵지 않게 목표를 채웠다.
“인간이란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존재예요. 생각해보세요. 인간의 그 장대하고 파란만장한 운명을. 그 운명 앞에 인간이란 다만 겸허할 수밖에 없어요. 두 사람이 카지노 게임을 잘한다고요? 항상 딴다고요? 그러나 카지노 게임이란 그런 게 아니에요. 잃어야 해요. 잃으면서 슬픔과 고난을 겪는 겁니다. 그러면서 지혜를 터득하는 거지요. 하지만 두 사람은 기계처럼 돈이라는 목적을 위해 제조된 사람들이에요. 우 프로의 탐욕이 두 사람을 만들어낸 거지요.”
“어쨌든 우리는 이겨요. 늘 이겨왔어요.”
“카지노 게임이란 본래 지는 겁니다. 숱한 패배 속에 살아남는 지혜를 터득하고자 하는 인간의 몸부림이에요.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도박이란 본능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인간의 숙제예요. 그러나 두 사람은 도박에 이기게끔만 설계되었어요. 많은 노름꾼들이 다 그렇지요. 이긴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주변을 모두 황폐화시키고, 본인 역시 삶을 그르치고 말지요. 지금 두 사람에게 패배를 가르쳐주지 않으면 두 사람은 기계적으로 돈을 위해 일하게 되고, 결국 돈에 치여 삶을 망치고 맙니다. 나는 두 사람을 살리고 싶었고, 그래서 이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중단할 수 없어요.”
유비, 조조 너머에 을불과 창조리가 있었다
천년을 기다려 온 소설, 백년 후면 역사가 된다 
현실과 픽션을 넘나들며 대한민국 역사의 미스터리들을 통쾌하게 해결해주는 작가 김진명. 그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데뷔했을 때부터 숙원해왔던 ‘필생의 역작’ <고구려>가 드디어 출간되었다. 
오래전부터 기획되었던 김진명의 <고구려>는 고구려 역사 중 가장 극적인 시대로 손꼽히는 미천왕 때부터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까지 다섯 왕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그중 이번에 출간된 1~3권은 미천왕의 일대기를 담았다. 17년간의 사료 검토와 해석을 통해 당시의 고구려 상황은 물론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까지 아우르는 <고구려>는 대한민국 역사소설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우리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나라 ‘고구려’에 대한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에도 불구하고 <삼국지>와 <초한지>, <수호지>를 번역하여 필독서로 제정하여 읽게 하는 현실에 반해 지금까지 고구려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문학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오늘날 요하 문명을 자국의 역사로 편입시키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에 맞서 ‘우리 역사 고구려’를 바로 세우기 위한 김진명의 <고구려>가 세상에 선보이게 된 것은 참으로 반갑고 귀한 일이다. 언제까지 <삼국지>를 통해 우리 역사를 볼 것인가? 마침내 드러나는 천년 제국 고구려의 장엄한 진실, 다가올 천년은 김진명의 <고구려>를 먼저 읽게 될 것이다. 

기존의 고루한 역사소설은 잊어라!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할 새로운 역사소설의 탄생! 
‘역사소설은 어딘지 지루하고 갑갑하다’고 느껴 멀리했다면 김진명의 <고구려>를 읽어보는 순간 그 고정관념이 깨끗이 사라질 것이다. 기존의 고루한 역사소설과는 달리 속도감 있는 문체, 치밀한 구성, 짜임새 있는 줄거리, 저마다의 개성을 갖춘 매력적인 등장인물, 영화처럼 스펙터클하게 그려지는 전투 장면까지……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새로운 형식의 역사소설이기 때문이다. 첫 페이지부터 독자들을 사로잡는 중독성 강한 이 작품을 통해 왜 고구려인지, 왜 김진명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목숨을 위협받던 도망자의 신분에서 영토 확장의 기반을 마련한 왕이 되기까지 
잃어버린 낙랑 땅을 되찾은 미천왕의 극적인 삶이 펼쳐진다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는 선비족 우두머리 모용외, 진의 황제를 꿈꿨던 낙랑태수 최비, 여자임에도 남자들의 세상을 뒤흔드는 주아영, 낙랑 최고의 무예가 양운거까지 세상을 지배하려는 일세의 영웅들과 재사들…… 그 사이에 을불이 있었다.
왕의 손자로 태어났으나, 도망자의 신분으로 갖은 고생을 하다 왕위에 올랐던 제15대 왕 미천왕. 왕이 되어서는 대외정복활동에 힘써 한의 식민통치에 한인들이 노예로 핍박받던 낙랑을 되찾는 업적을 세웠다. 
왕의 손자에서 하루아침에 도망자의 신세로 전락한 을불. 단 한 줄로 적는 삶에서도 미천왕의 극적인 삶이 드러난다. 
“지금 온 나라가 폭군에게 눌려 신음하고 있지만, 강약(强弱)이 부동(不動)이라 저에게는 그를 당할 힘이 없습니다. 어찌 하면 힘을 길러 이 나라 고구려를 구하고 백성들을 구제할 수 있을는지요?”
자신을 밀고할지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게 신분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을불. 목숨을 부지하는 것마저 힘겨운 상황, 아무것도 없었던 을불은 어떻게 왕이 될 수 있었을까? 
“나는 반드시, 반드시 고구려의 왕이 되겠습니다. 왕이 되어 온 천지에 신음하는 백성들을 구해야만 하겠습니다.”
진정한 힘은 백성의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던 을불, 위기를 극복하고 왕이 되어 잃어버린 옛 영토를 되찾은 그의 숨겨진 이야기가 김진명에 의해 완성되었다. 
흔히 역사를 일컬어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고들 한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드넓은 영토를 장악했던 고구려의 전성기, 그 시작의 기틀을 마련한 미천왕의 일대기는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가슴에도 뜨거운 감동을 새긴다. 
 ★★★ 일본 아마존 인문·교양 베스트셀러 ★★★ 

일상의 고민부터 비즈니스 전략까지, 지적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철학적 사고법


“철학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삶과 비즈니스 현장에서 철학적으로 생각하고 답을 도출하는 법을 알려 주는 실용 철학서. 세계 1위 경영·인사 컨설팅 기업 콘페리헤이그룹의 시니어 파트너인 저자는 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미학미술사를 공부한 ‘문사철’ 출신이다. 경영에 관한 정식 교육은 한 번도 받지 않았지만 컨설턴트로서 경영 전반에 걸친 기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적은 없다. 눈앞의 상황을 철학이나 심리학, 경제학 개념에 맞춰 생각하면 언제나 해결의 실마리가 보였기 때문이다.

철학이 현실 세계와 동떨어진 학문이라는 말을 강하게 부정하는 저자는 사람들이 철학을 쓸모없다고 여기는 이유가 철학과 비즈니스를 연결시켜서 생각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오히려 그는 본질을 꿰뚫고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내는 철학적 사고법이야말로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무기라고 말한다. 그가 비즈니스 현장에서 유용하게 사용하는 50가지 철학·사상을 담은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철학의 쓸모를 새롭게 조명하는 세상에서 가장 실용적인 철학 사용 설명서다.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컨설턴트답게 저자는 난해하거나 고리타분한 이야기는 빼고, 바로 지금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그 해결책에 주목한다. 비즈니스 기회를 찾고자 할 때는 프레드리히 니체의 ‘르상티망’을 사용하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가 힘들 때는 에드문트 후설의 ‘에포케’를 처방하는 등 일과 삶의 모든 과제를 철학으로 해결한다. 현실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철학 개념으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일상의 고민에서 비즈니스 전략까지 삶의 모든 부분에서 지적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철학적 사고법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못 말리는 녀석이 온다!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완득이』가 출간되었다. 수상자 김려령은 같은 해 마해송문학상과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받으며 혜성같이 등장한 신인으로, 이번에 창비청소년문학상까지 석권하면서 문학계에 흔치 않은 그랜드 슬램 기록을 세웠다. 진지한 주제의식을 놓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필력으로 청소년 심사단과 심사위원들의 눈을 단숨에 사로잡은 이 작품은 비단 청소년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의 독자들에게 울림을 안겨줄 것이다.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2007년 제정된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 공모에는 총 55편의 응모작이 접수되었고,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소설가 공선옥·김연수,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원종찬·박숙경은 만장일치로 『완득이』를 수상작으로 결정하였다. 또한 별도로 선정된 청소년 심사위원단 5인 역시 만장일치로 『완득이』에 지지를 보냈다.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활기 넘치는 매력적인 주인공의 등장을 반겼으며, 우리 사회의 다양한 ‘마이너리티’들을 돌아보는 작가의 주제의식 역시 높이 평가했다.

특별한 성장소설, 『완득이』

『완득이』는 우리 문학사에서 쉬이 찾아보기 힘든, 그래서 더욱 반가운 활력 만점의 성장소설이다. 주인공이 자기를 발견하고 정신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은 세대를 뛰어넘어 모든 독자들에게 읽히곤 한다. 그러나 그간 우리 독자들은 성장소설의 진정한 감동과 재미를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서구소설이나 『Go!』 같은 일본 대중소설에서 찾아왔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 우리도 청춘소설의 고전 반열에 들 작품, 그리고 한 세대를 풍미할 주인공 ‘완득이’를 갖게 되었다고 자부하면서, 창비는 성인 독자를 겨냥한 양장본을 함께 출간하기로 하였다.

완득이는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열일곱 살 소년이다. 철천지원수였다가 차츰 ‘사랑스러운 적’으로 변모하는 선생 ‘똥주’를 만나면서 완득이의 인생은 급커브를 돌게 된다.

킥복싱을 배우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법을 익히고, 어머니를 만나면서 애정을 표현하는 법을 알게 되는 완득이는 소설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나간다.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의 향연 『완득이』는 주인공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현실에서 튀어나온 듯한 개성 만점의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조화를 이루는 진풍경을 연출한다. 가진 건 타고난 두 주먹뿐인 뜨거운 청춘 도완득은 첫눈에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이 시대의 진정한 ‘훈남’이라 할 만하다. 거기에다 학생들을 살살 약 올리는 재미로 학교에 나오는 건 아닐까 의심스러운 담임선생 ‘똥주’, 부잣집 딸에다 전교 1, 2등을 다투는 범생이지만 왠지 모르게 완득이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 윤하 등도 매력 만점의 주인공이다.

여기에다 완득이가 교회에 갈 때마다 나타나 ‘자매님’을 찾는 정체불명의 핫산, 밤마다 “완득인지, 만득인지”를 찾느라 고래고래 소리치는 앞집 아저씨 등등 양념처럼 등장하여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변 인물들의 조화도 더없이 절묘하다. 차차차보다 유쾌하게, 킥복싱보다 통쾌하게! 캐릭터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완득이』의 매력은 바로 속도감 넘치는 문체이다. 리드미컬한 대사와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는 스토리는 일견 만화를 연상시킬 정도다. 『완득이』는 롤러코스터다. 한번 올라타면 끝날 때까지 절대 내릴 수 없다. 꾸밈없이 솔직한 문장과 거침없이 내달리는 이야기 속에서 독자들은 차차차보다 유쾌하고, 킥복싱보다 통쾌한 완득이의 스텝을 따라 어느새 신나게 들썩이고 있는 자신의 두 발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희망’이라는 촌스러운 단어의 화려한 부활

또 하나, 『완득이』가 지닌 가장 강력한 무기는 한바탕 웃고 난 뒤 코끝을 찡하게 하는 감동이다. 난쟁이 아버지와 베트남에서 온 어머니, 어수룩하고 말까지 더듬는 가짜 삼촌으로 이루어진 완득이네는 냉정한 현실에서 결코 환영받지 못할 가족상이다. 게다가 할 줄 아는 거라곤 주먹질밖에 없는 완득이지만 기죽고 좌절하기는커녕 남들이 지레 포기해버린 행복까지 단단히 그러쥔다. 정해진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대신,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온실의 화초는 절대 알지 못할 생활 감각과 인간미, 낙천성을 가진 완득이를 통해 독자는 ‘희망’이라는 촌스러운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 줄거리

집도 가난하고 공부도 못하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피 끓는 열일곱 청춘 도완득. 카바레 삐끼로 일하다가 보따리 장사꾼으로 나서게 된 난쟁이 아버지와 옥탑방에서 살지만 절대 기죽지 않던 완득이의 인생은 괴짜 선생 똥주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꼬이기 시작한다. 험한 말을 입에 달고 살고 학생 괴롭히는 걸 낙으로 삼은 듯한 담임선생 ‘똥주’. 하필 이웃에 살면서 날이면 날마다 제 이름을 불러젖히는 똥주 때문에 완득이는 골치가 아프다. 수급대상자에 멋대로 이름을 올려놓고 수급품을 빼앗아 가더니, 이젠 얼굴도 모른 채 잊고 살았던 어머니와 마주치게 한다. 남몰래 불법체류 노동자를 돕는 일을 하던 똥주가 베트남 출신인 완득의 어머니를 찾아낸 것. 처음에는 멋쩍기만 하던 어머니와의 만남에서 애틋함을 배운 완득은 모범생 정윤하와 가까워지면서 ‘꽃 냄새 나는 껌’ 같은 첫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킥복싱을 배우면서 인생의 목표를 찾게 된 완득은 진 횟수만큼 이기고 킥복싱 관장님을 찾아가겠다는 목표도 세운다. 완득의 아버지도 똥주의 도움으로 삼촌과 함께 댄스 교습소를 열어 생활의 활력을 되찾는다. 똥주 때문에 묘하게 꼬여버린 줄 알았던 완득이의 스텝은 어느새 이렇게 경쾌한 리듬을 타고 있다.

Changbi Publishers

죽은 자가 남긴 다섯 개의 별자리, 실종자가 남긴 한 통의 메일 

ETER의 물리학자 이정서는 귀국 후, 옛 친구의 자살소식을 접한다. 
미진은 사서삼경에 목매달아 죽었고 은원은 실종 상태다. 

사건의 미궁 한가운데엔 대韓민국이 있다. 

우리나라의 한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한국인으로 살면서 우리는 이 물음에 쉽게 답하지 못한다. 조금 배웠다는 사람은 삼한이라고 대답하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이 삼한이 또 어디서 왔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의 한이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의문에 사로잡혔던 작가 김진명이 이 세상에 남아있는 모든 기록들을 필생 동안 추적한 끝에 찾아낸 ‘韓’의 실체. 
그리고 미국의 NASA 프로그램에서 증명되는 천문학적 실체에 대한 진실. 

화성이 붉은 빛을 내면서 서서히 진입해 대기하고 있던 두 개의 거대한 행성에 차츰 한 방향으로 늘어서는 순간 금성이 삼태성처럼 늘어선 세 개의 행성 사이로 서서히 끼어들었다. 그때까지도 수성은 나머지 네 행성의 궤도는 상관도 하지 않는 듯 빠른 속도로 돌다 갑자기 맹렬한 속도로 네 개의 행성이 일직선으로 늘어선 선상에 쑥 들어가 버렸다. 
“아아!” 
다섯 개의 행성은 급기야는 완전한 일직선상에 늘어서버린 것이다. 하단의 숫자판에는 기원전 1733이라는 연도가 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서지학과 천문학, 작가 김진명의 결합이 밝혀낸 대한민국 국호의 비밀. 그가 오랜 침묵 끝에 또다시 한국인의 정신을 강타한다. 
봉인된 <천년의 금서>를 펼치는 순간, 대한민국 비밀의 판도라 상자가 열린다. 

■ 작가의 말 

조선이라는 이름이 기록상에 처음 등장하는 건 기원전 3세기 무렵. 
하지만 이 한이라는 국호는 기원전 9세기 무렵의 유력한 기록에 나온다. 
그런데도 우리는 일본인들이 그어놓은 금을 한 발짝도 넘어가지 못한 채 우리 고대국가는 고조선이라고만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한이 어디서 왔느냐고 물으면 삼한이라고 대답하는 게 고작이다. 그러나 이 삼한이 어디서 왔는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국호인 한이 어디서 왔을까 하는 의문에 사로잡혀 한이라는 글자를 담고 있는 이 세상의 갖가지 오래된 기록들을 찾아헤매 왔다. 
지구상의 온갖 서책을 다 뒤진다는 각오로 고군분투하던 내게 윤내현 교수의 중국 문헌에 대한 조언은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추적의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기원전 7세기 무렵 편찬된 사서삼경 중의 한 권에서 나는 우리의 조상 한후(韓侯)라는 왕을 찾아낼 수 있었고, 후한의 대학자 왕부가 이 한후를 분명 우리의 조상이라고 확인한 저작과도 만날 수 있었다. 
뻥 뚫린 상태로 있던 우리의 고대사에 고조선보다 훨씬 이전에 존재한 나라의 확고부동한 실체가 등장한 것이다. 
- 작가의 말 중에서
김진명, 경이로운 수의 비밀을 풀다
현실과 픽션을 넘나들며 당대의 첨예한 미스터리를 통쾌하게 해결해주었던 작가 김진명의 색다른 소설!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신비한 숫자들에 대한 탐구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1달러 속 13계단과 요한묵시록 144, 그리고 12, 72, 108…… 놀라운 숫자들의 수수께끼!
진리에 목말라하며 각종 철학 서적을 탐독하고 사색에 잠기던 인서는 ‘13의 비밀’이라는 의문의 사이트에 호기심을 품게 된다. 그 사이트를 매개로 만난 나딘 박사는 수의 신비를 연구하는 수비학에 능통해 있다. 어떤 특정 수들은 이미 아득한 옛날부터 인류에 의해 공통적으로 쓰여왔고, 세상의 어떤 일들은 수로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에 인서는 매료된다. 인서는 나딘 박사와 함께 세계 문명에 공통된 신비의 수를 추적하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인류를 구원할 최후의 지혜를 찾아라!
단서가 되는 암호의 수는 성경에 있다!
자본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비밀결사 모임인 프리메이슨. 그들은 유대교의 원전인 카발라를 신봉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세상의 해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세상 최고의 지혜를 얻은 고대인들이 그 지혜를 카발라와 짝이 되는 신비의 경전에 나누어 담아 놓았기 때문이다. 카발라가 힘을 주는 경전이라면, 그 신비의 경전은 힘을 넘어선 단계의 지혜를 담은 것이다.
프리메이슨들의 지도자인 전시안은 지구의 물리적 변화에 대해 연구하면서 신비의 경전을 찾기 위해 은둔한 채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
카발라와 짝이 된다는 경전, 성경에 그 열쇠가 있다는 신비의 경전. 과연, 그 경전은 무엇이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인가? 전시안이 먼저 최후의 경전을 찾는다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인서와 나딘 박사는 최후의 경전을 찾아내서 세계를 지배하려는 이들의 음모를 막을 수 있을까?

“김진명을 읽지 않고
현대 소설을 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댄 브라운도 김진명 소설을 읽고 쓰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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