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개정판)

다산책방
40
Free sample

?덕혜옹주의 비극적 삶을 그리다!?


가장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났지만 가장 외롭게 생을 마감했던 덕혜옹주의 삶을 그린 권비영의 소설『덕혜옹주』. 고종황제의 막내딸, 조선 최후의 황족, 덕수궁의 꽃이라 불렸던 덕혜옹주는 태어난 순간부터 철저히 정치적 희생자로 살아가게 된다. 그녀는 비극적인 운명 앞에서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저항하고, 때로는 체념했지만 눈을 감는 그 순간까지 조국을 잊지 못했다. 그런 덕혜옹주의 이야기를 여성 작가 특유의 세밀한 필체로 그려내었다.?


어린 나이에 고종황제의 죽음을 목격한 후, 일본으로 끌려가 냉대와 감시로 점철된 십대 시절을 보낸 덕혜옹주는 일본 남자와의 강제결혼, 10년간의 정신병원 감금생활, 딸의 자살 등을 겪으면서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쇠약해진다. 치욕스러운 시간 속에서 그녀를 붙들었던 건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터전을 되찾겠다는 결연한 의지뿐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은 해방 후에 그녀를 찾지 않는데….?

Read more

About the author

?권비영

?

경북 안동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다.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해 소설가 되는 게 꿈이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소설을 썼는데, 그걸 보신 선생님들로부터 칭찬과 주목을 받았다. 곧 소설가가 될 거라 믿었다. 정말 그런 줄 알았다. 그러나 소설가의 길은 멀고 아득했다. 신춘문예에도 몇 번 떨어졌다. 박완서 선생님을 마음의 맨토로 삼은 덕에, 늦게나마 1995년에 신라문학대상으로 등단의 과정을 거쳤다. 꿈을 이룬 셈이다.?

2005년도에 첫 창작집 『그 겨울의 우화』를 발표하였고, 2009년에 출간한 『덕혜옹주』가 베스트셀러 도서에 선정되며 독자들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독자들의 사랑에 감사하며 더 열심히 쓰겠다는 다짐이 5년 만에 ‘은주’로 결실을 본다. 여전히 ‘한국문인협회’와 ‘소설21세기’에 몸담고 있으며, 앞으로도 꼭 쓰고 싶은 주제의 소설을 몇 권 더 쓸 계획이다.

Read more
4.6
40 total
Loading...

Additional Information

Publisher
다산책방
Read more
Published on
Jul 27, 2016
Read more
Pages
573
Read more
ISBN
9791130609324
Read more
Language
Korean
Read more
Genres
Fiction / General
Fiction / Historical / General
Literary Collections / General
Read more
Content Protection
This content is DRM protected.
Read more
Read Aloud
Available on Android devices
Read more

Reading information

Smartphones and Tablets

Install the Google Play Books app for Android and iPad/iPhone. It syncs automatically with your account and allows you to read online or offline wherever you are.

Laptops and Computers

You can read books purchased on Google Play using your computer's web browser.

eReaders and other devices

To read on e-ink devices like the Sony eReader or Barnes & Noble Nook, you'll need to download a file and transfer it to your device. Please follow the detailed Help center instructions to transfer the files to supported eReaders.
우리나라 역사에서 소외된 비운의 황녀 ‘덕혜옹주’를 세상에 알리며 소설가로서 입지를 다진 작가 권비영의 신작. 역사와 사회에서 소외되고 상처받은 영혼들에 꾸준한 관심을 가져온 그가 다시 일제강점기로 돌아갔다. 이번엔 기록에 남아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명씨로 살다가 잊히거나 잊혀져갈 우리 소녀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절대로 우리가 쉽게 잊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우리 민족에게 가장 혹독한 시련의 세월이었던 일제강점기.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는 정치 외교적인 사안과 엮이며 8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치유되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우리가 끌어안아야 할 이 상처를 위해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몽화』는 이러한 질문에서 시작된 소설이다. 저자는 일본의 폐탄광을 살펴보다 그 앞에서 무심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꽃나무를 바라보게 된다. 오랫동안 품고 있던 마음속 씨앗도 드디어 꽃을 피우게 된 순간이었다. 

주재소 순사를 때린 죄로 아버지는 만주로 도망가고 어머니가 그런 아버지를 찾으러 나서면서 홀홀단신 경성 이모네로 오게 된 영실. 그의 눈앞에 개천 건너편 으리으리한 집에 사는 두 소녀 은화, 정인이 나타난다. 부모를 다시 만날 기약은 없고, 눈앞에 놓인 운명이 기생이며, 아버지가 일본 앞잡이라 손가락질 받는 저마다의 상처 속에서 영그는 우정은 서로에게 살아가는 힘이 된다. 하지만 나날이 독이 오른 듯 일본제국주의의 핍박이 심해지는 1940년대, 역사의 미친 풍랑은 급기야 세 소녀를 갈기갈기 찢어 놓는데……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 

■ 줄거리

경성의 어둑어둑한 거리 ‘이모네 국밥집’ 앞에서 어머니는 딸의 등을 떠밀고 사라진다. 이로써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와도 헤어져 홀홀단신 이모네로 오게 된 영실. 팍팍하고 신산한 이모의 살림을 바라보며 이제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음을 직감한다. 부모 생각과 못다 마친 중학교 학업 때문에 우울하던 영실은 개천 건너 으리으리한 기와집들을 구경하다, 그곳에 사는 두 또래의 여학생 은화, 정인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삶도 순탄치만은 않다. 은화는 조실부모하고 기생집 주인에게 길러져 자신도 곧 기생이 되는 운명을 맞아야 한다는 두려움에 떨었고, 정인은 아버지가 일본 앞잡이인데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먼 타국으로 보내려 해 우울증을 앓는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막막한 삶 속에서 서로만이 살아가는 힘이 되어 우정은 한층 더 돈독해진다. 하지만 조선을 말살시켜 흡수해버리려는 일본제국주의의 야심으로 핍박은 날로 강도를 더해간다. 이유 없이 혹은 일자리를 준다며 소녀와 장정들이 사냥되듯 끌려가고 이제는 부모가 준 자신의 이름도 쓸 수가 없어진다. 역사의 미친 풍랑은 급기야 세 소녀도 갈기갈기 찢어 놓는데……. 

■ 출판사 서평

부모도 나라도 없던 환란의 시절,
그래도 희망을 꿈꾸던 세 소녀가 있었다

여기 세 소녀, 영실, 은화, 정인이 있다. 영실은 홀홀단신으로 경성 이모네로 온다. 아버지가 주재소 순사를 때리고 만주로 도피한 후, 아버지를 찾겠다고 어머니마저 영실을 이모에게 맡겨둔 채 만주로 떠났다. 부모와 외따로이 떨어진 두려움도 두려움이지만 이모 역시 국밥집을 운영하며 신산하게 살고 있어 못다 마친 중학교 학업을 계속할 수 있으리란 희망도 깨어진다.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그의 눈앞에 운명처럼 두 소녀 은화, 정인이 나타난다. 

은화는 부모를 잃고 화월각이라는 큰 기생집 주인의 손에 자랐다. 빼어난 외모에 두 친구에 비해 성숙하며 똑똑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기생이 되는 것이 길러준 것에 대한 보은이라는 부담을 느끼며 괴로워한다. 한편, 정인은 아버지가 일본 앞잡이인데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먼 타국으로 자신을 보내려 해 우울증을 앓는다. 이 세 소녀는 독립군의 은신처인 다리 아래 동굴을 아지트 삼아 모여, 우정을 나눈다. 숨이 막히게 괴로웠던 일들도 별천지 같은 동굴에서 친구들과 있으면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느껴지고 살아갈 수 있겠다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영원할 것만 같은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일제의 핍박은 독이 오른 듯 그 잔인함을 더해갔다. 정인은 결국 아버지의 강제로 불란서로 떠나고 은화는 기생이 되는 걸 피하기 위해 가출을 감행하다 무서운 곳으로 끌려간다. 그리고 홀로 남은 영실은 세상 천지 혼자 남은 것처럼 떨다가 일본으로 떠난다. 과연 이들은 예전처럼 다시 웃으며 만날 수 있을까? 


얼마 전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와 위안부 문제에 합의한 일을 기점으로 다시 한 번 위안부 문제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일고 있다. 최근 개봉한 영화 <귀향>의 열풍은 이러한 관심을 방증한다. 위안부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 영화는 수익성이 약하다는 이유로 투자자를 찾지 못해 14년 만에야 빛을 본 저예산 영화다. 하지만 현재, 수 주일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해외 배급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를 보고 그들의 상처를 되새기는 것이 우리가 이 문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몽화』가 태어난 계기도 그랬다. 집필 후기에서 권비영 작가는 ‘위안부 문제’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오래 고민해왔으며, 일본의 폐탄광을 살펴보다 그 앞에서 무심하게 꽃을 피우고 있는 꽃나무와 떨어지는 꽃송이를 바라보면서 그 오랜 고민이 때를 만난 듯 생명력을 얻었다고 밝혔다.『몽화』는 그 이름처럼 꽃송이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작가는 이들을 끌어안고 칩거를 시작했다. 그리고 춥고 맨발인 영혼들을 위로해주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 하나로 이야기를 엮어갔다. 그들의 삶을 진실성 있게 풀어내어 독자들이 그 속으로 젖어들고 그 아픔에 공감하게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문학이 할 수 있는 진혼일 것이다.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세 소녀의 일그러진 일상들을 통해 씨줄과 날줄로 얽히는 사람들의 애환을 통해, 존재감도 없이 사라져야 했던 소녀들의 억울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냄으로써 그 암흑의 시대를 견뎌 온 소녀들의 가슴을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따스한 손길을 건네고 싶었다. 곳곳에, 슬픈 눈빛으로 서 있는, 위안부였던 소녀들의 맨발에 신발을 신겨 주고 싶었다. 그래서 가슴 저 밑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통곡을 함께하고 싶었다. _<집필 후기> 중 

『몽화』는 곱씹어볼 만한 메시지뿐만 아니라, 저자의 전작 『덕혜옹주』에서 검증된 대로 시대극이 주는 매력은 물론 드라마적 재미도 충분하다. 특히 다음 세 가지 요소가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1. 눈앞에 보이는 듯 생생한 1940년대 

삶보다 죽음이 가까운, 온통 절망뿐인 세상이다. 저자는 당시의 혹독한 상황을 역사적 고증을 통해 생생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예를 들어, 은화가 가출하여 내몰린 거리의 풍경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곧 그녀를 잡아먹을 기세로 으르렁 거린다. 잠깐 머문 여인숙의 주인은 의뭉스럽고 집요하게 일자리를 제의하고 길거리의 벽보와 신문엔 위안부 모집 광고가 그녀를 유혹한다. 그리고 과거 화월각에 있었던 기생 언니는 은화에게 차가운 현실을 확인시켜주기도 한다.

- 기생하던 애가 나와서 뭘 하겠니? 힘든 일을 할 것도 아니고…….
은화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얼른 대꾸했다. 또박또박, 잘못된 일을 정정하듯이.
- 언니. 나, 기생은 아니잖아요.
- 엎어치나 메어치나, 그게 그거지. 너, 거기서 살았는데 머리만 안 얹었지 뭐가 다르니?
영란 언니의 말투도 싸늘하게 바뀌어 있었다. 반드르르한 가구나 화려한 장신구들이 갑자기 창이나 쇠스랑 같은 무기처럼 느껴졌다. 그곳은 그녀가 머물 곳이 아니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아니었다. 멍하니 서 있는 은화에게 영란의 말이 화살처럼 꽂혔다. (…)
- 그래, 인생은 어차피 혼자 겪어야 하는 전쟁이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_ p. 122

소설은 위안부뿐만 아니라, 상당 부분 강제 징용 피해 상황도 그리고 있다. 강제 징용 당해 온 사람들이 인간의 존엄을 훼손당한 채 짐승만도 못한 취급을 받으며 일하는 탄광의 모습은 그야말로 지옥에 가깝다. 

가장 무서운 고문 도구는 단연 황소의 성기를 말려 만든 채찍으로, 등에 맞으면 살점이 그대로 묻어나올 정도로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것은 황소의 생식기 윗부분에 돌을 매달아 나뭇가지에 걸어서 건조시켜 만든다고 했다. 상국은 그걸 보면서 진저리를 쳤다. 그러면 노무는 슬쩍 눈길을 돌렸다. _ p. 196

그건 사람이 아니었다. 탄 덩어리처럼 보였다. 순간, 무엇으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이 멍해졌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탄부 하나가 물 호스를 가져와 차 씨의 얼굴에 뿌려 댔다. 차 씨가 움찔거렸다. 아직 숨은 붙어 있는 것 같았다. 탄가루가 씻겨 나가자 해골 같은 차 씨의 허연 얼굴이 드러났다.
- 에이, 조센징! 재수 없다! 빠가야로!
노무는 채찍을 허공에다 내리치며 분을 삭이고 있었다. _ p. 292

2. 개성 강한 등장인물과 케미 

억척스럽고 정 많지만, 남자를 상대하는 데는 이골이나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위해서라면 색을 파는 것도 대수롭지 않은 영실의 이모 을순이라든지, 을순의 정부(情夫)로 일본인이면서도 나라보다는 자신의 이해득실이 더 중요한 의뭉스러운 장사꾼 나카무라, 정인 네 머슴으로 주인댁 아들 대신 강제 징용에 끌려가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지만 약자만 보면 보호하려 드는 우직한 사내 칠복, 정보력 강하고 눈치도 빠르고 상황 판단력도 강해 탄광촌에서 박사로 불리며 칠복의 탈출을 돕는 쾌활한 남자 정한우 등,『몽화』는 세 소녀 외에 마치 박경리 소설 속 인물 같은 다양하고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이 등장해 극의 재미를 더한다. 

또한 영실을 중심으로 잘생긴 엘리트지만 우유부단하고 허약한 도련님 태일과 머슴 출신이지만 우직하고 영실을 끝까지 보호하려는 칠복과의 삼각관계나, 을순과 나카무라의 사랑과 잇속을 넘나드는 장사꾼적인 애정 관계 역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드는 한축으로 작용한다.

3. 시대의 아이템 - 가투, 시조

소설에서 흥미로운 놀이 하나가 등장한다. 바로 ‘가투’다. 가투의 놀이 방법은 이렇다. 

100장의 카드에 100수의 시조 초장 혹은 중장을 적어 놓고 ‘꽃쪽’이라 부른다. ‘엽쪽’이라 부르는 또 다른 100장에는 같은 시조의 종장만 적혀 있다. 꽃쪽 초장 또는 중장을 읽어서 엽쪽을 찾아내는 놀이, 가투 _ p.104

소설 속에서는 조선 총독부나 경시청 관리들의 부인이나 애인들이 모여 친목 도모를 위해 하는 놀이로 그려지고 있다. 다소 생소한, 이 놀이는 1920년대 선진문물이 가속화되던 시기에 3·1운동에 의해 시조가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문학 장르로 자리매김하며 자리 잡았고, 시조에 나오는 망국의 회고나 나라의 근심이 식민지 현실에 대한 심상과 이어져 인기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시조는 가투에서 뿐만 아니라 이 세 친구들의 정한을 대변하는 장치로 소설 곳곳에 등장하여 한층 더 짙은 정서를 이끌어낸다.  

작은 것이 높이 떠서 만물을 다 비추니
밤중의 광명이 너만 한 이 또 있느냐
보고도 말 아니하니 내 벗인가 하노라.

영실은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윤선도의 <오우가>를 읊고, 은화는 위안부를 겪은 상처로 자살을 결심하며 정민교의 <간밤에 부던 바람에>를 읊는다. 

간밤에 부던 바람에 만정도화 다 지거다
아이는 비를 들고 쓸오려 하는고야
낙환들 꽃이 아니랴 쓸어 무슴하리오.

부모도 나라도 없다. 안전한 울타리는 광풍에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광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깊은 상처뿐이다. 이제는 죽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있다면, 희망은 있다. 꽃송이는 떨어졌으나 스러지지 않고 희망을 꿈꾼다. 그래서 태어난 이름이 몽화(夢花)다. 『몽화』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꿈꾸며 현재를 사는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이야기다.

한강 『채식주의자』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한강 연작소설 『채식주의자』(영문판 제목 ‘The Vegetarian’)이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5월 16일 저녁 7시(현지시간, 한국시간 17일 새벽 3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보이드 톤킨)는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 앨버트 미술관’에서 최종 후보작가 6인과 번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환영만찬 및 시상식을 열고 『채식주의자』의 작가 한강과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에게 상패를 수여했다. 심사위원장 보이드 톤킨(『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은 “『채식주의자』는 탄탄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그리고 아마도 그들의 꿈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맨부커상은 1969년에 제정된 이래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등 세계적인 권위의 상이다. 이 상의 일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2005년에 시작되어 영어로 번역된 외국 작품에 격년으로 수여돼오다가 2016년부터 영어로 번역되어 영국에서 출간된 작품에 매년 시상하는 것으로 개편되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주요 작가로는 필립 로스(미국), 앨리스 먼로(캐나다), 이스마일 카다레(알바니아), 치누아 아체베(나이지리아) 등이 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번역의 중요성에 주목해 5만 파운드(한화 8,150만원)의 상금을 작가와 번역자에게 나누어 지급한다.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지난 4월 16일 쇼트리스트(최종후보작) 6편을 발표하였으며, 여기에는 오르한 파묵(터키), 옌 렌커(중국) 같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들어 있었다.

한강 작가는 수상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에게 공로를 돌리고 영국 출판사 포르토벨로(Portobello)의 수석편집자 맥스 포터에게 감사를 표했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20여개국에서 출간

2007년 창비에서 출간된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3편의 연작 중편을 묶은 것으로, 한강의 해외판권을 관리하는 에이전시인 KL매니지먼트를 통해 2010년부터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번역 출간돼오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지난 2015년 1월 1일 문학의 명문 출판사인 포르토벨로가 영어판을 냈다. 그후 미국과 유럽 등지를 비롯해 지금까지 모두 25개국에 해외판권이 팔렸다.

2015년 영국에서 출간 당시 런던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가 집계하는 베스트셀러 리스트 2위에 올랐고, 2016년 1월에는 영국 포일스(Foyles)서점에서 소설분야 톱10에서 1위에 올랐다.

2016년 2월 2일에는 미국 최대 출판그룹 중 하나인 펭귄랜덤하우스 그룹의 문학전문 임프린트 호가드(Hogarth)에서 미국판이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시카고트리뷴』 『라이브러리저널』 등을 비롯해 다수의 유력 매체에서 호평을 받았다. 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위클리』는 지난 2월 1일 ‘2016년 봄, 가장 기대되는 주목할 소설’ 중 첫째로 『채식주의자』를 꼽기도 했다.

한강 작가의 또다른 최근작 『소년이 온다』 역시 2016년 1월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Human Acts’(데보라 스미스 번역)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미국에서는 2017년 1월 출판될 예정이다. 『소년이 온다』는 영국과 미국을 비롯해 북유럽 등 이미 10개 나라에 판권수출 계약을 마쳤다. 눈여겨볼 것은 구미 지역에서 『소년이 온다』가 『채식주의자』 못지않은 관심을 받으며 빠른 속도로 판권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3월 10일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의 1차 후보작(13편)에 포함된 이래 4월 16일 최종 후보작(6편)에 올라 수상의 기대감을 높여오면서 4만여부가 추가 판매되고, 출간 9년 만에 국내소설 베스트셀러 목록에 다시 오르는 등 가파른 매출상승 추이를 보여왔다. 아울러 최근작이며 작가가 가장 애정을 갖는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창비 2014)의 판매 역시 동반 상승해 올해만 2만부에 가까운 판매현황을 보이고 있다.

수상자 소개

한강(韓江)

1970년생.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2015년 런던대학에서 한국학 박사학위(현대문학)를 받았다. 한강의 또다른 장편 『소년이 온다』를 비롯해 한국문학을 영미권에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번역문학 전문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Tilted Axis)를 설립해 출판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채식주의자』에 대한 해외서평

“앞으로 미국 문학계에 파문을 일으키면서도 독자들과 공명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

“2016년 봄 가장 기대되는 소설” 퍼블리셔스 위클리

“충격 때문에 손으로 입을 막고 읽어야 하는 책” 오프라 매거진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이다.” 가디언

“일시에 마음을 빼앗긴 수준 높은 작품” 아사히신문

『소년이 온다』에 대한 해외서평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소설” 가디언

“한강의 작품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질문인 ‘무엇이 인간성인가, 우리가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의 출발점이다” 미국 소설가 에이미어 맥브라이드

『채식주의자』 해외출간 목록 (현재 25개국 판권 수출)

존재의 숙명적 상처와 세상의 근원적 어둠에 대한 처연한 인식에서 출발하여 식물적 상상력으로 그에 대응해온 작가가 도달한 이 새로운 미적 차원은 놀랍고 신선하다. 상처와 어둠의 극한까지 밀어붙여 존재의 처음과 끝, 그 신비로운 근원을 엿보고자 하는 열망으로 도달한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는 우리 소설을 일상과 탐욕의 저잣거리로부터 끌어올려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황도경 「한강의 작품세계」(『문학사상』 2005년 2월호)

작가는 상처와 치유의 지식체계를 오랜 시간 동안 기록해온 신비로운 사관(史官)이다. 그녀의 많은 소설은 일상의 트랙을 벗어나 증발해버린 타인을 찾아나서는 이들의 움직임을 그린다. 이런 여러 탐색담은 대상을 찾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정상성을 벗어난 인물들을 찾아나선 ‘정상적’인 인물들은 스스로 감추었거나 잊었던 트라우마와 조우한다. 마치, 애초에 그들이 그토록 닿으려 했던 목적지가 그 깊은 상처였던 것처럼.
- 허윤진(문학평론가)「해설」 중에서

올해로 등단 13년째를 맞는, 70년대생 작가의 선두주자였던 소설가 한강이 표제작인 「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불꽃」으로 구성된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를 창비에서 출간했다.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있는 구성력이라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한 수작이다. 나직한 목소리지만 숨 막힐 듯한 흡인력이 돋보이는 『채식주의자』는 지금까지 소설가 한강이 발표해온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한데 집약시켜놓은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상처, 욕망, 그리고 죽음

『채식주의자』의 1부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인 ‘나’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 영혜는 어느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처가 사람들을 동원해 영혜를 말리고자 한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에서 영혜는 또 육식을 거부하고, 이에 못마땅한 장인이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을 긋는다.

2부 「몽고반점」은 인혜의 남편이자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아티스트 ‘나’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동생을 측은해하는 아내 인혜에게서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영혜의 몸을 욕망하게 된다. ‘나’는 영혜를 찾아가 비디오작품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청한다. 벌거벗은 영혜의 몸에 바디페인팅을 해서 비디오로 찍지만, 성에 차지 않은 ‘나’는 후배에게 남자 모델을 제안한다. 남녀의 교합 장면을 원했지만 거절하는 후배 대신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 영혜와 교합하여 비디오로 찍는다. 다음날 벌거벗은 두 사람의 모습을 아내가 발견한다.

3부 「나무 불꽃」은, 처제와의 부정 이후에 종적없이 사라진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가족들 모두 등돌린 영혜의 병수발을 들어야 하는 인혜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영혜가 입원한 정신병원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인혜는 식음을 전폐하고, 링거조차 받아들이지 않아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영혜를 만나고, 영혜는 자신이 이제 곧 나무가 될 거라고 말한다.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려는 의료진의 시도를 보다못한 인혜는 영혜를 큰병원으로 데리고 가기로 결심한다.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 영혜의 남편·형부·언니의 시선으로 구성되는 3부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은 가족 모임에서 영혜가 손목을 칼로 긋는 장면이다. 아내의 육식 거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남편으로서는 그 충동적인 행동이 그저 끔찍한 장면으로만 기억될 뿐이다. 피를 흘리는 처제를 들쳐업고 병원에 간 형부는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비디오작업이 송두리째 모멸스럽고 정체 모를 구역질을 느끼고 그후로 전혀 다른 이미지(바디페인팅)에 사로잡힌다. 어린시절부터 가까이서 본 동생 영혜가 죽음을 불사하고, 식물이 되기를 원하는 것을 알게 된 언니는 그 장면을 안타깝고 원망스럽게만 기억한다.

막을 수 없었을까. 두고두고 그녀는 의문했다. 그날 아버지의 손을 막을 수 없었을까. 영혜의 칼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남편이 피흘리는 영혜를 업고 병원까지 달려간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정신병원에서 돌아온 영혜를 제부가 냉정히 버린 것을 말릴 수 없었을까. 그리고 남편이 영혜에게 저지른 일을, 이제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값싼 추문이 되어버린 그 일을 돌이킬 수 없었을까. 그렇게 모든 것이-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의 삶이 모래산처럼 허물어져버린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나무 불꽃」 중에서

동일한 장면을 다른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영혜’와 ‘아버지’에게서도 발견된다. 어린 딸의 다리를 문 개를 오토바이에 묶어 끌고다니다 죽이는 아버지에게는 개의 살육이 그저 부정(父情)의 실천이었을 뿐이겠지만, 모두에게 ‘불분명한 동기’인 영혜의 육식 거부가 실은 그 어린시절의 끔찍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육체적인 욕망과 예술혼의 승화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수작으로 극찬을 받으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2부 「몽고반점」은 연작소설 『채식주의자』 전체 줄거리에 연결되면서 이 소설의 차원을 확장하고 심화한다. 각 부에서 각기 다른 시선으로 조명되는 욕망의 근원은 결국 영혜라는 주인공의 상처와 기억의 문제로 수렴된다.

숨막힐 듯한 식물적 상상력의 궁극
「작가의 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는 작가가 10년 전 발표한 단편 「내 여자의 열매」(『내 여자의 열매』, 창비 2000 수록)에서 선보였던 식물적 상상력을 궁극의 경지까지 확장시킨 인물이다. 희망없는 삶을 체념하며 하루하루 베란다의 ‘나무’로 변해가던 「내 여자의 열매」의 주인공은, 어린시절 각인된 기억 때문에 철저히 육식을 거부한 채로 ‘나무’가 되기를 꿈꾸는 영혜와 통한다.

난 몰랐거든.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봐, 저거 봐, 놀랍지 않아?
영혜는 벌떡 일어서서 창을 가리켰다.
모두, 모두 다 물구나무서 있어.
[…]
어떻게 내가 알게 됐는지 알아? 꿈에 말이야. 내가 물구나무서 있었는데…… 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
나, 몸에 물을 맞아야 하는데. 언니, 나 이런 음식 필요 없어. 물이 필요한데. ―「나무 불꽃」 중에서

단순한 육식 거부에서 식음을 전폐하는 지경에 이르는 영혜는 생로병사에 무감할뿐더러 몸에 옷 하나 걸치기를 꺼리는, 인간 아닌 다른 존재로 전이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더 나아가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채식주의자」)라고 믿는 영혜는 아무도 공격하지 않고, 공격받지 않는 순결한 존재가 되는 듯하다.

반면 영혜 주위의 인물들은 육식을(영혜 남편), 혹은 영혜의 몸과 몽고반점 그리고 자신의 예술혼을(영혜 형부) 지독하게 욕망한다. 그들의 욕망은 결국 누군가에게 또다른 상처를 주고 끔찍한 기억을 남긴다. 인간의 욕망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생명이 있는 한, 그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욕망할 수밖에 없는 동물적인 육체로 살아가야 하는 정체성을 포기한 영혜는 결국 죽음에 이르는 길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영혜로 표상되는 식물적인 상상력의 경지는 소설가 한강의 작품세계를 가로지르는 소설 미학이며, 이야기로서든 상상력으로서든 감각으로서든 우리 소설의 차원을 확장시키는 시도임에 분명하다.

Changbi Publishers

“역사는 그녀들의 권력에 대한 의지를 잊고 있었다!” 팩션형 조선 역사서의 최고 작가 이수광, 오랜 고증과 치밀한 추리로 되살아난 조선 퍼스트레이디들의 숨소리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조선의 왕후는 중종의 왕비인 폐제헌왕후, 즉 폐비 윤씨다. 그녀의 생애는 우리가 갖고 있던 왕후들의 이미지를 대변한다. 왕의 총애를 둘러싼 암투, 모함, 그리고 끝내는 독살되고 마는 운명. 이러한 왕후들의 이미지들이 달라지고 있다. 왕실의 꽃이나 궁중 암투만을 일삼던 여인들에서 권력에 대한 의지를 가졌던 살아 있는 인간으로 재탄생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다산초당에서 펴낸 은 치밀한 판단력과 불굴의 의지로 정치력을 발휘했던 왕후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 왕후들의 실체를 우리 눈앞에 불러낸다. 책의 출간을 기념하여 16인의 왕후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인터뷰를 했다. 저자: 낡은 고서책 속에서 몇 줄의 글로 흔적을 찾던 분들을 이렇게 직접 만나 뵙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꼭 여쭤 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사료들을 보면 왕후들에 대한 기록이 매우 소략합니다. 이유가 무엇인가요? 원경왕후 민씨(태종 비): 조선은 남존여비의 풍조가 뚜렷한 사회였습니다. 고려시대만 해도 딸이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는 등 어느 정도 남녀평등이 이루어졌다면, 조선에서는 아무리 왕후라 해도 여성의 이야기를 함부로 사책史冊에 남길 수 없었지요. 이번에 선생님께서 쓰신 책을 보니 참 많은 노력을 기울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실록에 기록이 없는 탓에 다른 여러 사료들을 통섭해야 했을 테니까요. 일부에서는 이러한 사료들을 야사로 취급하기도 합니다만, 그것은 온당한 평가가 아닙니다. 실록을 편찬할 때는 사관의 기록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사료들과 개인의 문집 등을 취합한 후에 그것을 재편성했습니다. 즉, 정사와 야사의 뚜렷한 경계선을 지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다양한 자료들과 치밀한 추론을 통해 실제 왕후들의 모습을 복원하려 한 선생님의 시도는 참 반가운 일입니다. 저자: 부족한 책을 과찬해 주시기 부끄럽습니다. 조선을 뒤흔들 만큼 정치에 깊이 개입했던 왕후들의 이야기는 아직까지 생소합니다. 요즘 들어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조선의 왕후들이 무엇을 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문정왕후 윤씨(중종 비): 왕후들이 정치에 깊이 개입하여 국정을 좌우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조선왕조사상 가장 큰 권력을 휘둘렀던 대비이자 권력에 눈이 멀었던 표독한 여인으로 인식돼 있습니다. 아들인 명종에게도 “네가 왕이 된 것은 다 나의 힘 덕분이다”라고 누누이 말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권력에 대해 집착하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당쟁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윤원로 형제의 누이로서 장경왕후를 중심으로 한 윤임 일파에 의해 폐위될 뻔한 위기를 겪었습니다. 실제로 후궁들인 경빈과 희빈은 비참한 죽음을 맞았지요. 이러한 경험 때문에 권력을 잡지 않으면 죽음을 당한다는 위기의식이 있었습니다. 저는 명종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정치력을 발휘했습니다. 인종이 승하할 당시 제가 대궐을 떠나겠다고 선언하자 문무백관들이 모두 그 위세에 눌려 명종을 왕으로 추대할 수 밖에 없었지요. 태종과 세종이 모두 신하들의 압력을 못 이겨 포기했지만 저는 보우를 등용하여 불교를 진흥시켰습니다. 권력 투쟁을 일삼는 남성들 사이에서 정치력을 발휘한 여성이었던 셈이지요. 인선왕후 장씨(효종 비): 저는 세종의 왕비였던 소헌왕후 심씨의 예를 들고 싶군요. 세종의 치세 뒤에는 은밀한 정치력을 발휘했던 소헌왕후 심씨가 있었습니다. 세자빈 김씨와 봉씨의 폐출 사건도 내명부의 기강을 세우기 위해 소헌왕후가 주도한 일이었지요. 저는 효종과 함께 청나라에서 8년 동안이나 인질 생활을 했고 그 때 겪은 고초 때문에 북벌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그를 위해 조정 내 친청파를 제거해야 했는데 저는 김자점과 조소용의 역모 사건을 밝혀 그들을 처형했습니다. 남자들도 그들의 권세가 두려워 벌벌 떨던 때에 여자인 제가 직접 손에 피를 묻혔던 것이지요. 물론 북벌의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왕후들이 군주의 파트너로서 담당했던 역할에 대해 재평가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명성황후 민씨(고종 비): 저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군요. 구한말은 그야말로 내우외한의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대원군은 오로지 쇄국 정책을 고집했지요. 저는 그것만으로는 무너져 가는 조선을 부강하게 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러시아를 끌어들여 일본을 견제하면서 개국해 나가는 정책을 선택했지요. 남편 고종이 우유부단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제가 정국을 주도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 측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지만 국모로서 할 바를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남성들이 팔짱만 끼고 여러 나라들의 눈치를 보던 시기에 저마저 ‘여자가 무슨 일을 하는가’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조선의 운명은 더욱 비참하게 됐을지도 모릅니다. 저자: 그렇다면 그 동안은 왜 왕의 총애를 둘러싼 암투 등의 이미지가 지배적이었을까요? 정순왕후 김씨(영조 비): 무엇보다 역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조 임금이 승하한 후 수렴청정을 하면서 사실상 군주 역할을 했습니다. 이에 대한 반발이 상당했기 때문에 여군女君 운운하며 반대하는 자들은 숙청을 하겠다고 선언했지요. 일부에서는 저를 세도 정치를 굳히고 사학금령을 내려 천주교인들을 몰살한 악독한 여인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척이 정치에 관여했던 것은 이방원을 왕으로 만들기 위해 친정의 힘을 활용했던 원경왕후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매우 오래된 일입니다. 사학금령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천주교를 반대했던 것은 당시의 시대적 이념 중 하나였습니다. 정조가 문체반정을 일으켰던 것도 서학을 견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었지요. 그런데 여성인 제가 했다고 해서 암탉이 울어서 집안이 망했다는 식으로 평가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희빈 장씨(숙: 인현왕후 민씨와 제가 대립했던 숙종 대의 일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보통 왕의 총애를 둘러싼 암투로만 인식되고 있지만 사실은 이와 다릅니다. 숙종 대는 서인과 남인 간의 치열한 권력 투쟁이 벌어졌던 때이고 숙종은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당쟁을 이용했습니다. 남인에게 권력을 주었다가 하루아침에 그들을 쓸어버리고 서인들을 등용하는 식이었지요. 인현왕후가 서인 명문가 출신이었다면 저는 남인 계열로서 비천한 신분이었습니다. 정치적 배경이 부족한 저로서는 당쟁의 와중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습니다. 사가들은 저를 희대의 요부로 그리고 인현왕후는 현숙한 여인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현왕후 역시 저를 제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일을 벌였습니다. 그녀 역시 저와 마찬가지로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지요. 저자: 얼핏 보면 왕후라는 자리가 신데렐라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권력 투쟁의 틈바구니에 있는 탓에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을 것 같습니다. 선의왕후 어씨(경종 비): 저는 경종의 아내로서 연잉군, 즉 훗날의 영조와 대립해야 했습니다. 경종이 재위할 때부터 연잉군으로 하여금 대리청정을 시키라는 둥 노론 측의 압박이 심했습니다. 결국 참다못한 제 남편이 결단을 내려 노론 대신들을 조정에서 쫓아냈지만 화근을 자르지 못해 독살되고 말았지요. 영조가 즉위한 후에 제가 영조의 자식들을 독살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지어미로서 지아비의 원한을 풀어 주는 일을 어찌 잘못되었다고만 하겠습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책을 읽어 본 후 독자들께서 평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효의왕후 김씨(정조 비): 저는 정조의 왕비였지만 남편이 세손이었던 시절에는 노론 측이 우리를 죽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루었고, 왕후가 된 이후에는 홍국영의 위협 때문에 편히 지낼 수 없었습니다. 홍국영은 탕약에 독을 넣어 저를 죽이려 했는데 제가 기지를 발휘하여 남편 앞에서 마시는 시늉을 하고 피를 토하고 나서야 그 음모가 밝혀졌습니다. 결국 홍국영의 권력이 몰락하고 외방으로 내쳐지는 바람에 목숨을 보전할 수 있었지요. 저자: 정말 참혹하군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치열한 권력 투쟁 속에서 조선 왕후들이 어떤 삶을 살아야 했는지 손에 잡힐 듯 선하게 그려집니다. 마지막으로 후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인목왕후 김씨(선조 비): 반정이 일어나 광해가 물러나기까지 저는 궁궐에 유폐되어 홀로 공포와 싸우면서 10년의 세월을 견뎌야 했습니다. 광해군 대에는 불안정한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역모 사건들이 가장 많이 조작되었습니다. 제 아버지와 아들도 이 와중에 희생됐지요. 그 때 저는 살아남아 권력을 다시 찾는 것만이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내 가족의 한을 풀어 주어야 했기 때문이지요. 왕후들의 삶은 정치권력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권력을 잡느냐 아니냐가 생사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었기 때문이지요. 궁중 암투로 세월을 보냈던 여인네들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인간으로서, 권력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 왕후들의 모습을 복원하려는 시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저자: 오늘 여러 왕후님들을 만나서 좋은 말씀을 들었습니다. 살아 계실 때 힘든 세월을 보내셨던 만큼 하늘나라에서는 편히 지내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이 전자책은 <군함도 1><군함도 2> 두 권 전편이 실린 '합본'입니다.


우리가 기다려온 정통 역사소설의 귀환

“어제를 기억하는 자에게만이 내일은 희망이다”

 

집념의 작가혼으로 완성한 장엄한 증언과 기록의 서사

27년에 걸친 자료조사, 집필과 개작으로 밝혀낸 군함도 과거사의 진실

 

일제강점기 하시마(瑞島) 강제징용과 나가사끼 피폭의 문제를 다룬 한수산 장편소설 『군함도』가 곧 출간된다. 한수산은 1988년 일본에 체류하던 중 토오꾜오의 한 서점에서 오까 마사하루 목사가 쓴 『원폭과 조선인』이라는 책을 접한 뒤 하시마 탄광의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가사끼 피폭에 대한 작품을 쓰기로 결심한다. 이후 소설의 무대가 되는 군함도와 나가사끼에만 십여차례 방문하고 일본 전역을 비롯해 원폭 실험장소인 미국 캘리포니아 네바다주까지 다녀왔으며, 수많은 관련자들을 인터뷰하는 등 치밀한 현장취재를 거쳤다. 이렇게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2003년 대하소설 『까마귀』를 펴내고, 작품을 보완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 작가는 일본어판 『군함도(軍艦島)』(作品社 2009)를 출간할 무렵 한일 동시 출간으로 기획했던 전폭적인 수정작업을 2016년 초 마침내 완료했다.

2016년 5월 창비에서 출간되는 『군함도』는 전작을 대폭 수정하고 원고를 새로 추가해 3500매 분량으로 완성된 결정판이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의 출신과 배경 등이 새롭게 설정되었고 원폭 투하의 배경과 실상을 전면 개고해 최대한 사실에 가까운 묘사를 추구했다.(40, 41장) 등장인물들의 고난은 자아의 지평을 넓혀가는 과정으로 서사적 흐름이 자리잡으며 소설적 구성미와 완성도를 높였고,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재미와 가독성을 끌어올렸다. 또한 눈물로 기다리는 조선여자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남편을 찾아나서고 탄광사무소의 부당한 처우에 맞서는 서형, 불의에 맞선 죽음으로 자신의 사랑을 지켜내는 금화 등을 통해 주체적인 여성상을 창조했다.

한수산은 비극적인 역사적 사실을 전하고 알려내는 것뿐만 아니라 당시 고난을 겪은 조선인 한사람 한사람의 숨결을 되살리는 데에도 큰 공력을 들이며 지옥의 섬 군함도에서 다만 ‘사람’이고 싶었던 징용공들의 일상과 인간적인 면모, 역경 속에서도 그들이 꿈꾼 안타까운 사랑과 희망을 가슴 아프면서도 핍진하게 복원한다. 작가는 경상 전라 충청도의 생생한 사투리 구사에 힘을 기울여 인물에 생동감과 실감을 더하면서 힘든 환경 속에서 구수하고 걸쭉한 농담으로 고됨을 잊는 조선 징용공과 농부들의 활기를 전하고, 각 지방의 아리랑과 의병가를 적절히 활용해 작업현장에서의 고달픔과 서러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넘어서는 조선인의 힘을 부각한다.

 

지옥의 섬 군함도에서 우리는 다만 사람이고 싶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가사끼 원폭 비극

불굴의 저항과 처절한 탈출의 숨 막히는 서사

 

작가 한수산은 2016년 오늘에도 여전히 살아 있는 쟁점을 제기하며 독자들에게 과거사를 넘어 우리의 미래를 질문한다. 30년 가까운 세월동안 조선인 강제징용과 나가사끼 원폭문제를 파헤치고 골몰해온 작가는 “고향으로 돌아온 한국인 피폭자들이 살아야 했던 비참한 실상과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대두하고 있는 피폭 2세, 3세의 문제까지” 수많은 문제들을 제기하며 독자들에게 간곡한 바람을 전한다. “젊은 독자들이 이 ‘과거의 진실’에 눈뜨고 그것을 기억하면서 ‘내일의 삶과 역사’를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뎌주신다면,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은 후에 이전의 삶으로는 결코 돌아갈 수 없는 각성과 성찰을 시작하신다면, 이 작품으로서는 더할 수 없는 영광이 될 것입니다.”(작가의 말)

 

│상세 줄거리│

 

군함도: 어디에도 조선은 없다, 그건 우리가 잃어버린 나라다

타는 듯 붉은 해가 넘어가고, 망망한 잿빛 바다를 앞에 두고 명국은 태복과 삼식의 탈주 계획을 듣고 있다. 건너기만 하면, 뭍으로만 나가면 자리를 못 잡겠냐. 죽더라도 내 땅에나 돌아가서 죽어야겠다. 어떻게 저 바다를 건널 것이며, 건너서 갈 데도 없다. 그렇게는 안 된다. 결국 죽기를 각오한 사람들은 떠났고, 남은 명국은 사흘 뒤 시체로 돌아온 삼식을 마주한다. 붙잡히며 맞아서 반죽음이 된 태복이 함께였다. 탄광사무소 조사실에서 모진 고문을 받던 태복은 견디다 못해 조사계장의 목을 찌르고 형무소로 끌려가고 만다.

일제가 태평양전쟁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 군수기업 미쯔비시가 운영하던 하시마탄광에서 중국인 포로, 일본인 광부와 함께 절대다수를 차지한 것은 조선인 징용공들이었다. 명국과 태복은 많은 조선인처럼 돈을 벌러 일본에 건너왔다가 광부 모집책에 속아 하시마로 끌려왔으나, 징용과 관(官)을 동원한 조직적인 강제 차출로 들어오는 조선인 광부들의 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다.

새벽어둠 속에 시작되어 한밤의 어둠 속에서야 끝나는 노동, 형편없는 식사와 거친 잠자리, 미비한 안전시설… 바깥세상과 완전히 절연된 채 그들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이어갔다. 한번 들어오면 죽어야만 나갈 수 있는 섬, 잔혹한 폭력이 횡행하는 인권의 사각지대. 광부들은 해저 갱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지옥문’이라고 부르게 된다. 섬 모양이 군함을 닮았대서 일명 ‘군함도’라 불린 하시마(瑞島)는 당시 일본 내에서도 죽음 같은 노동으로 악명 높았다. 미쯔비시는 이 가혹한 노동 착취를 통해 캐낸 탄으로 철강을 생산했고 일제는 그것으로 포탄과 어뢰를 만들었다. 하시마에서 20여 킬로미터 떨어진 나가사끼는 도시 전체가 미쯔비시의 군수산업단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춘천: 나에게 일본은 무엇이었던가

결혼한 지 두해 만에 고대하던 아기를 가진 서형은 남편 지상에게 소식을 알리려 걸음이 바쁘다. 그런데 웬일인지 시댁은 쥐죽은 듯 괴괴하다. 늦게야 돌아온 지상은 낯빛이 무겁기만 하고. 온 춘천에 친일파로 이름난 집안에 징용 통지가 나온 것이다. 며칠 후, 서형은 지상이 장손인 형 대신 징용을 자원했다는 소식에 무너지고 만다. 학을 수놓은 푸른 비단 손수건 한 장, 서형이 지상과 나눈 것은 겨우 그것이었다.

내리는 빗속에서 춘천역에 모인 청년들은 봉의산 신사에 절을 하고 ‘황국신민서사’를 소리치는 것으로 낯설기 짝이 없는 여정을 시작한다. ‘강물로 둘러싸인 춘천, 봄가을이면 물안개 피어오르며 아침을 맞고, 나무도 풀도 밤안개에 젖으며 골목 저 끝의 불빛마저 은밀했던’ 고향, 나즈막한 야산과 물결치는 들판을 두고 ‘우리는 황국신민이다, 충성으로써 군국에 보답한다’고 외치며 춘천을 떠난다.

일본인들과 결탁해 정미소에 금광에 재산을 일구며 등 따습고 배부른 집안에서 자란 지상에게 일본은 소학교 시절 흰 블라우스 검정 치마의 얌전한 여선생과 보낸 햇살 가득한 교실의 오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경성으로, 부산으로, 그리고 현해탄을 건너 시모노세끼로, 뛰라면 뛰고 구르라면 구르며 욕설과 매질 속에 마주한 일본. 지상은 덮쳐오는 무력감과 절망 속에서 무언가 ‘크게 잘못 만난’ 것을 감지한다. 각지에서 모여든 각양각색의 사람들 속에서 같은 춘천고등보통학교 출신 우석을 만난 것은 큰 불행 중의 작은 행운. 독서와 토론으로 조선독립의 꿈을 키우고 상조회를 조직해 고향의 경제적 자립을 이루려다 일제 경찰에 발각되어 대대적인 탄압을 받은 춘천고보 상록회 사건에 뜻을 함께했던 두 사람이기에 이 만남은 각별했다. 나로 인해 타인이 고통받지 않는 평화를 꿈꾸는 지상과 불의부당에 맞서 싸워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우석, 둘은 나란히 ‘미쯔비시광업소 타까시마탄광 하시마분원’에서 감옥 같은 징용생활을 시작한다. 지상은 명국과 한방을 쓰게 되면서 진중하고 속 깊은 그를 깊이 의지한다.

 

착취, 죽음, 사랑: 그 목소리에 눈물이 밴다

아침 6시에 시작되는 15시간 노동, 쉴 틈을 주지 않는 채탄 할당량, 열악한 작업환경… 사고는 끝이 없고 죽어나가는 사람 태반은 일본어 주의사항을 못 알아듣는 조선인 광부들이다. 땀과 탄가루가 범벅이 된 채 그들은 가스폭발로, 무너지는 갱목의 낙반사고로, 감시와 매질을 못 견딘 발작으로 끊임없이 죽고 다치는 동료들을 묵묵히 바라볼 수밖에 없다. 그날, 갑자기 부러진 갱목에 창수를 잃은 동료들은 그의 시신을 싣고 울며 소리치며 어둠 속을 올라온다. 올라가자, 올라가자, 창수야. ‘파리 목숨이라도 과분하지. 이건 불면 날아가는, 목숨도 아니다.’ 자신을 돌봐주던 창수의 죽음을 지상은 ‘어떻게도 견딜 수가 없었다.’

드물게 오는 고향 소식조차 제대로 전해주지 않는 형편 속에 지상은 어렵사리 춘천에서 날아온 득남 소식을 듣는다. 방값, 식대, 보험금, 갖은 명목으로 제하고 주는 월급이라곤 그나마 돈도 아닌 전표. 섬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전표를 푼푼이 모아 동료들은 지상의 득남을 다 함께 축하한다. 밀가루빵, 마른오징어에 부족한 술 한잔을 나누고 강원도 장타령 한 자락으로 흥을 돋우며 서럽고 쓰린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새 생명이 태어났다는 소식에 희망을 말하면서.

지상은 아들이 태어났다는데도 막막하기만 한 자신을 돌아보며 이렇게 벌레 같은 삶을 계속할 수는 없다고 마음을 굳히고 어렵게 명국과 탈주를 모의하지만, 예기치 않은 낙반사고로 명국은 다리를 잃고 만다. 무산된 탈출로 더욱 절망에 빠진 지상 앞에 나타난 것은 우석이었다. 그리고 지상은 우석과 다시 탈출을 도모할 것을 꿈꾼다. 한편, 바닷가에서 바람을 쐬던 우석은 섬의 유곽에 있는 조선여자 금화를 마주친다. 모두 다 끌려온 처지. 천대받고 멸시당하며 갖은 고생을 다해온 금화는 우석의 굳은 심지를 알아보고, 자신을 온전히 사람으로서 존중하는 그와 사랑을 나누게 된다. 강제노동과 착취에 지지 않으려 마음을 다지던 우석은 금화에게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속내를 나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건 혼자서는 안 되는 일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사람은 무릎 꿇고 살아서는 안 돼. 그렇게 해서는 살 수도 없고. 그러니 싸워야 해. 싸워도 함께 싸워야 해.”(1권, 192면)

 

탈출: 너희들 죽지만 마, 살아서 만나자

이제까지 생각지 않았던 방법으로 지상과 우석, 필수는 탈출을 계획한다. 목발을 짚은 채 명국은 걱정과 희망이 엇갈리는 심경으로 그들을 응원한다. 차마 두고 갈 수 없어 우석은 금화에게 함께 가자고 종용하지만 금화는 단호하게 그를 떠나보낸다. 당신만은 다르게 살아야 한다면서. 우석으로 해서 온전한 사랑을 배운 금화는 온 힘을 다해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 한 것이다. 그러나 방파제를 넘던 우석은 다리를 다치고, 지상과 필수는 일촉즉발의 순간에 우석과 헤어져 바다를 건넌다.

지상과 필수의 탈출로 동료들과 금화는 탄광사무소로 끌려가 혹독한 조사에 시달린다. 특히 탈출 시각 경비원을 붙들고 술을 먹였던 금화는 고의성을 의심받아 비열하기 짝이 없는 고문을 당해 만신창이로 풀려난다. 그리고 끝내 바다에 몸을 던짐으로써 비로소 세상의 핍박에서 벗어난다. 우석이 다쳐 섬에 남은 줄도 모른 채. 명국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 금화는 말한다. “이 금화가 가장 깨끗이 사는 길은, 그렇답니다, 이제 그만 죽는 일이랍니다. 독한 마음으로 죽을 생각을 하는 게 아니랍니다. 그 사람 품에 안기듯이, 그냥 저는 죽기로 합니다. (…) 그래도 이 세상은 아름다웠다고 그렇게 믿으며, 먼저 갑니다. 다음 세상에서 만나요.”(1권, 481면)

뒤늦게 금화의 죽음을 접한 우석은 비통한 마음으로 그 주검을 수습해 바다로 떠나보낸다. 그리고 그녀의 뼈 한조각을 몸에 지니기로 한다. 그의 의지를 북돋던 금화의 뜻을 가슴에 품고 우석은 징용공들을 모아 대규모 파업과 탈출을 조직하기에 이른다.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한 조선인 징용공들의 대대적인 파업은 격렬한 투석전과 몸싸움 속에 온 섬을 뒤흔들며 이어졌으나, 속임수에 군대까지 동원한 탄광사무소의 잔인한 진압으로 무너지고 만다. 파업을 주도한 우석과 일주는 황급히 바다를 건너 몸을 피한다.

나가사끼: 절망적인 전쟁을 계속하며, 역사의 톱니에 부서지며

바다를 건넌 안도도 잠시, 공포와 굶주림에 시달리며 몇날 며칠을 헤매던 지상과 필수는 우연한 일로 헤어지고, 기진맥진한 지상은 나가사끼 해안에 쓰러졌다가 고기잡이 노부부에게 발견되어 간신히 목숨을 건진다. 엄혹한 전시에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돌봐주는 노부부의 모습에서 인간에 대한 믿음을 겨우 붙잡은 지상은 노부부의 딸 아끼꼬와 사위 나까다의 도움을 입어 나가사끼조선소에 취업하고 조선인 징용공들에게 작업에 필요한 일본어를 가르치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전황이 일본에 불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뒤늦게 군함도를 탈출한 우석과 일주는 흘러흘러 나가사끼로 찾아들어 우석의 먼 친척 육손이가 맡아 운영하는 터널 공사장에서 기숙하게 된다. 일본 각지에서 모여든 조선인 일꾼들을 통해 조선인 차별의 참상과 함께 일본 피차별민들과 연대한 후루까와탄광의 조선인 광부 파업사건을 들은 우석은 어떤 희망을 발견하며 더욱 투쟁의지를 굳히게 된다. “그것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과 사람, 단체와 단체가 하나로 뭉치는 연대였다. 힘을 모으는 것. 나뭇가지도 하나씩은 부러지지만 묶여서 한아름이 되면 불에 탈지언정 부러지지는 않는다. (…) 나에게는 꿈꾸는 내일이 있다. 농민과 노동자들을 깨우쳐야 한다. 그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나아가야 한다.”(2권, 339~340면) 우석은 연일 기세를 더해가는 미군의 폭격에 맞서 주요 군수공장을 이전하기 위해 지하터널을 뚫는 공사현장을 폭파하기로 결심하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모은다. 그러나 불의의 사고로 폭파는 미수에 그치고 만다.

이 무렵 나가사끼를 비롯한 일본 전역은 하늘과 바다, 육지를 가리지 않고 쏟아지는 미군의 폭격 속에 패전을 번히 눈앞에 보면서도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한 시간이 멀다 하고 울리는 경계-공습경보 속에서 상시적인 죽음의 위험에 노출된 채 극심한 물자 부족에 시달리며 혹독한 정신무장을 강요받는 것은 일본의 평범한 시민들이었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시골로 강제 소개시킨 어린아이들은 굶주림에 시달렸으며, 오끼나와에서는 왜곡된 선전과 강요로 수많은 주민이 자결을 감행했다. 천황을 위한 영예로 미화된 카미까제 특공대의 젊은 죽음들이 수도 없었다.

 

조선: 만신창이 역사는 무심해도 그 산하는 의연하구나

혼자 낳은 아이가 돌이 가깝도록 남편에게서 오는 소식은 끊겼다. 혹시 하는 마음에 일본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먼 길 가리지 않고 찾아가 수소문을 하던 서형은 끝내 아이를 둘러업고 하시마로 지상을 찾아가보기로 한다. 가서 찾으면 그 옆에 자리 잡고 살기라도 못하랴. 옷고름으로 눈물 찍으며 기다리는 것이 능사랴. 그러나 고생고생 찾아간 그 감옥 같은 섬에 남편은 없었다. 행방불명이라며 나 몰라라 하는 탄광소장 앞에서 서형은 눈을 부릅뜨고 항의한다. “내선일체, 총독부에서 내세워온 것이 내선일체 아닙니까. 조선인에게 의무가 있다면 일본에는 책임이 있는 것 아닙니까. 국민을 징용했으면 당연히 보호해야 하고, 그래서 징용기간 끝나면 집에서 기다리는 부모와 처자식 앞으로 보내줄 의무가 있는 것 아닙니까.”(2권, 126면)

지상이 탈출했고 살아 있으리라는 명국의 귀띔으로 겨우 진정하고 조선으로 돌아온 서형은 마음을 다잡고, 아이만은 제 뜻을 펴고 사는 다른 세상을 살기를 소망하며 지상을 기다릴 결심을 한다. ‘돌아오세요. 당신이 오실 때는 제가 기다리는 때입니다.’

발악적인 일제의 수탈을 못이긴 춘천의 이웃들은 하나둘 살던 땅을 버리고 남부여대 만주로 간도로 떠나간다. 독립운동을 하러 중국으로 건너간 서형의 오빠 태형은 상하이 군관학교로 간다는 소식을 전해온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아들을 멀리서 응원하며 노구를 끌고 고향을 지키는 서형의 아버지 치규는 어린 손자와 함께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제 갈 길을 가는 자연의 유구한 흐름을 되새긴다. “저 소양강처럼, 저 울울하게 넘실거리는 가리산 연봉들처럼 묵묵히 제 목숨의 본분을 다하는 거, 그게 사는 일이라는 걸 이제 할아버지는 안다. 역사는 만신창이가 되어 30여년을 무심하다만 그 민족을 길러낸 이 땅만은 저토록 의연하구나.”(2권, 325면)

 

폭격, 폭격, 폭격: 조선인들은 주검에서까지 차별받았다

그리고 1945년 8월 9일 11시 2분, 나가사끼에 원자폭탄이 떨어졌다. 땅 위의 건물과 사람이 남김없이 파괴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폭심지 2킬로미터 상공의 새들이 죽어서 떨어지고 물속의 물고기들도 죽어 떠올랐다. 폭심지 반경 1킬로미터 이내의 화강암은 석영이 끓어올라 표면에 기포가 생겼다. 상상하기 어려운 참상이 끝없이 이어졌다.

조선소에서 폭격을 맞은 지상도 충격에 날아올랐다 떨어졌지만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시내로 나간 그가 목격한 광경은 말로 다할 수 없이 끔찍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시체와 무너진 건물의 잔해, 엄청난 먼지 사이로 여기저기가 불타고 부러진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헤매고 다녔다. 눈앞이 바로 지옥이었다. 그늘을 찾아 모여든 사람들의 상처는 8월의 폭염 아래서 금세 곪아서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엄청난 수의 파리떼가 상처에 들러붙었다. 쫓을 힘도 없는 사람들은 그대로 죽어갔다. 지상은 사람들 틈에서 다리를 다친 아끼꼬를 발견하고 산의 그늘로 업어 옮긴다. 그러나 지상이 조선인인 걸 알아본 일본인 부상자들은 그를 위협해 쫓으려 한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에, 죽는 그 순간까지도 조선인은 차별받는다. “다친 몸으로 일본인들의 차별과 멸시 속에 버려진 조선인들은 거리에서, 부서진 건물더미 밑에서, 누군가의 집 처마 아래서, 다리 밑에서, 강가에서 죽어갔다. 마지막까지 시체의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던 것도 조선인들이었다.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게 다친 사람들을 들것에 싣고 병원으로 가다가도 ‘아이고!’ ‘어머니!’ ‘물 좀 주세요, 물!’ 하는 조선말 신음소리를 들으면 그들을 거리에 내버렸다.”(2권, 460면) 지상은 경멸로써 그들의 위협에 맞서고, 천신만고 끝에 아끼꼬를 나가사끼의대 병원으로 실어보낸다.

우석은 터널 공사장에서 돌 운반차를 밀다 폭격을 맞아 등 뒤에 화상을 입고 허리를 다쳤다. 겨우 몸을 움직여 그가 마주한 광경은 빗자루를 들어 쓸어낸 듯 서 있는 거라곤 아무것도 없이 먼지와 안개가 자욱한 폐허. 아비규환 속에서 산으로 올라가 몸을 맡긴 나무 그늘에서 그는 자신도 다친 몸으로 있는 힘껏 부상자들을 돕는다. 그러나 그를 돕는 사람은 없다. 병원 구호반조차 그를 외면하고 간다. “조선놈 몫은 없다. (…) 일본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 조선놈한테 바치겠다는 거냐!”(2권, 446면) 일본인들의 위협을 피해 시내의 폐허로 내려와 강으로 향하던 끝내 기진해 숨을 거둔다. 바지춤에 꿰매 넣었던 금화의 뼈 한조각을 간직한 채. 그의 시신은 강물에 싸여 멀리 바다로 흘러간다.

 

고향으로: 이제 안다, 결국 사람과 사랑이라는 것을

아끼꼬를 구해 병원으로 실어보낸 지상은 조선소의 동료들을 모아 구호대를 조직한다. 그토록 차별과 멸시를 받았으면서도 참화 속에서 그들은 오로지 사람의 도리를 다하기 위해 시체를 모으고 수습해 화장하는 데 힘을 아끼지 않는다. “삼태기같이 생긴 것에 담아 나르던 시체들도 이제는 양동이나 커다란 통 같은 것으로 나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사체에서 살이 떨어져나오고 피부가 훌러덩 벗겨지곤 했기 때문이다.”(2권, 461면) 조선인 징용공 구호대의 이런 활동을 일본인들은 ‘훌륭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구호대 활동이 정리되고, 생명의 기운이라곤 없는 끔찍한 폐허를 마주한 속에서 겨우 어머니와 아내와 아들을 떠올리며 지상은 생각한다. “산다는 것의 의미도, 믿음도, 가치도 다 잃어버렸지만 그래도 남아 있는 그 마지막 그루터기, 그 사랑. 그것이 남아 있기에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제 나는 그 소중함을 안다. 결국 사람이라는 것을, 그 사이의 사랑이라는 것을. 사람과 사랑이다. 이제 안다. 마지막까지 기대고 부둥켜안아야 하는 것은 사람이며, 사람 사이의 사랑이다.”(2권, 416면) 지상은 고향으로, 살아남은 조선사람들과 함께 조선으로 걸음을 내디딘다.

 

│추천사│

 

나의 오래된 기억 속에 한수산은 유랑곡예단의 낭만적 애환을 그린 소설 『부초』의 작가로, 그리고 신군부 정권에 터무니없이 고문을 당한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만 남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직무태만에 지나지 않음을 이 소설이 확실하게 증명한다. 『군함도』는 읽어나갈수록 점점 더 온몸에 소름이 돋고 눈에서 천불이 일게 하는 역작이며, 첫 착상부터 자료조사와 현장답사를 포함하여 ‘쓰고 지우기’에만 30년 가까운 세월의 공력이 투입된 대작이다. 원폭의 도시 나가사끼에서 멀지 않은 섬 하시마, ‘군함도’로 더 알려진 그 섬의 지하탄광에 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들, 그들의 지옥 같은 삶과 안타까운 죽음, 불굴의 저항과 처절한 탈출로 이어지는 숨 막히는 서사를 통해 우리는 70년 전의 고난의 역사가 오늘 우리 자신의 현실처럼 재현되고 있음을 생생하게 경험한다. 원폭투하의 처참한 현장 속에서 일본인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겪어야 했던 조선인의 운명을 일찍이 이처럼 실감 있게 묘사한 소설이 있었던가 묻고 싶다. 염무웅 문학평론가

 

일제강점기 징용 문제는 위안부 문제와 함께 한국 근대사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어떤 목적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서 갔건 간에 징용에 끌려갔던 식민지 조선인들은 제국주의와 식민지라는 구조 하에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인권을 유린당해야 했다. 그리고 냉전의 시작을 알리는 원자폭탄 투하로부터 고통받아야 했다. 1945년 이후 전개된 냉전의 상황은 그 피해자들이 오히려 숨죽이고 살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들을 강제로 동원하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던 자들은 도리어 그 장소를 문화유산으로 만들었고, 탐욕으로 일으킨 자신들의 전쟁과 동원을 정의의 전쟁으로 미화했다. 한수산의 『군함도』는 왜 그들의 행위가 범죄였는지, 그 범죄로 인해 식민지 조선인들이 어떠한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역사학자라면 그려낼 수 없는 생생한 현장을 단순한 상상이 아닌, 직접 발로 뛰면서 고증하고 재현한 작가의 힘이 느껴진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목차]



처음으로
판권
일러두기

군함도 1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13장
14장
15장
16장
17장
18장
19장
20장
21장
22장
23장

군함도 2
24장
25장
26장
27장
28장
29장
30장
31장
32장
33장
34장
35장
36장
37장
38장
39장
40장
41장
42장
43장
44장
45장
작가의 말


Changbi Publishers

©2018 GoogleSite Terms of ServicePrivacyDevelopersArtistsAbout Google|Location: United StatesLanguage: English (United States)
By purchasing this item, you are transacting with Google Payments and agreeing to the Google Payments Terms of Service and Privacy Not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