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스러운 소문만 남기고 한순간에 증발한 유신을 원망하며 살던 그녀 앞에, 그가 8년 만에 다시 나타났다.
“보고 싶었어요?”
“뭐?”
“그런 표정이길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뻔뻔하게 다시 나타난 것도 모자라,
“김기철이랑 결혼하지 마.”
“상상 이상으로 나쁜 새끼야. 선배에게 상처만 줄 거라고.”
그녀의 남자친구인 기철을 향해 날을 세우는 그를 선율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는 곧 유신과 기철 사이에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음을 알아차리는데…….
*
그의 입술이 느리게 목 뒤에 닿았다. 맨살에 닿은 날숨의 느낌이 아찔했다.
“뭐, 뭐 하는……!”
틱.
목덜미 뒤쪽에서 무언가 끊기는 소리가 났다. 그의 입매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까만색 태그를 보고 나서야 선율은 제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챘다.
“아, 태그가…….”
“이렇게 티를 내 주시니.”
그가 손가락 사이에 끼운 태그를 가볍게 흔들었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려 있었으나 눈빛마저 유순하지는 않았다. 당장 달려들어 목덜미를 물어뜯을 것만 같은 욕망이 일렁였다.
“아니, 그렇다고 그걸 입으로…….”
“입으로 하는 건 뭐든 잘하거든요.”
그가 엄지로 제 입술을 느릿하게 문질렀다.
“알 텐데, 아마.”
귓불이 벌게질 정도로 노골적인 말이었다.
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