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마음≫은 ‘나’가 화자가 되어 선생님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선생님과 나’에서는 가마쿠라 해변에서 만난 선생님과 가까워지면서 그에게 감도는 의혹을 계속 제시하고 ‘부모님과 나’에서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나’의 눈에 비친 부모님과 시골의 모습이 그려지다가 마지막 ‘선생님과 유서’에서 그동안 수수께끼 같았던 선생님의 전모가 드러나게 되는 구조다. 또 제1부 마지막에서 선생님이 ‘나’에게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되어 줄 수 있느냐고 확인하는 말은 ‘나’에게 유서를 남기게 되는 이유로 연결되며 제2부에서 병환 중인 ‘나’의 아버지가 메이지 천황 사망과 노기 장군의 순사를 언급하는 것은 선생님의 자살 배경과도 연관이 된다.
또한 작품에는 선생님과 ‘나’의 아버지가 메이지 천황이 서거하자 따라서 죽으려고 마음을 먹는 장면이 있다. 유서를 쓰기 전에는 현실에서 죽음을 각오하는 순간이 있어야 하는데 각오에 이르는 직접적 계기는 노기 장군의 순사였다. 소세키는 메이지 시대 시작 1년 전인 1867년 태생이므로 삶을 메이지 시대와 함께했다고 볼 수 있다. 당시는 봉건주의와 근대 사상의 갈등이 심했던 시기다. 그래서 메이지 시대와 함께 살아온 소세키가 자살의 공적인 계기를 메이지 정신에서 찾은 것은 급변하는 근대 사회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일면이 있다.
소세키는 ≪마음≫을 집필하기 3년 전 ‘현대 일본의 개화’(1911. 11)라는 강연에서 메이지 45년간 일본의 개화를 설명하면서 메이지 정신은 벽에 부딪히고 생활이 어렵게 되리라는 비관적인 결론을 내린다. 하지만 ≪마음≫ 완결 3개월 후 ‘나의 개인주의’(1914. 11)라는 강연에서는 비슷한 내용을 말하면서도 극복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2014년은 ≪마음≫이 출판된 지 꼭 100년이 되는 해다. 1세기 전의 신문소설을 지금 읽는다는 기분으로 감상한다면 현재와 다르지 않은 동시대 상황을 읽을 수 있으리라 보며, 이 책을 이런 의미에서 발견하는 독자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