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결혼으로 월터 엘우드 백작과 결혼한 지 2년째.
소원한 부부 사이로 기약 없는 임신 때문에 압박을 받던 캐서린은 늦은 시각 이를 논의하기 위해 오랜만에 남편의 서재를 찾는다.
“평소에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도통 알 수가 없는데 오늘은 그게 보이는군. 나랑 섹스하고 싶은 거 아닌가?”
사냥감을 앞에 두고 잘근잘근 씹어 먹는 시늉을 하는 맹수. 그의 앞에서 퇴각로는 꿈꿀 수도 없다.
“당신이 필요해서 온 거 맞아요.”
“부인께서 원하는 대로 기꺼이 해주지.”
그를 찾아오기 전 들이켠 독한 위스키 때문이었을까.
“단, 오늘은 나도 고삐를 좀 풀어 헤칠 거라서. 아프지 않을 거라고 장담은 못 하겠군.”
오늘 아침 눈을 뜰 때만 하더라도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 하루의 결말이었다. 술에 취했고, 어쩐지 평소와 다른 월터의 눈빛과 손짓에 감화되었다.
그날 밤을 기점으로 멀었던 부부 사이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