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된 지 5년 밖에 되지 않은 통일 제국 창의 변방, 창천성에서 인간의 몸으로 다시 태어났다.
창 제국에서 하늘이란 황제의 역린과 맞닿아 있는 것. 금기와 다름 없고, 천인의 존재 역시도 발각되는 즉시 죽음뿐이다.
그렇기에 그는 천인의 이능인 천리안과 비망의 능력을 숨긴 채 인간 행세를 하며 조용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에게 풍진 세상에서의 삶이란, 덧없이 지나가는 껍데기 같은 시간일 뿐.
8년의 시간만 채우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5년 째 풍진 세상에서 살고 있던 그의 앞에, 어느날 갑자기 창을 건국한 황제 산이 나타난다.
산은 강의 그림과 글씨를 아낀다는 명목으로 그를 제도로 데려가려 하고, 정체를 숨긴 그는 황명을 거부할 수 없는 한낱 백성의 몸이다.
결국, 강은 조용했던 창천성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혼란의 중심인 제도에 입성하게 된다.
강은 그저 산에게 그림을 그려 주며 남은 3년을 채우고 하늘로 돌아가면 될 거라 위안하지만, 일은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다.
하지만 산은 소년처럼 장난치고 농담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그야말로 황제의 면모를 보이며 강을 압박한다.
산의 가슴 깊은 곳에 내재된 상처와 분노를 엿보게 된 강은 점점 그에게 인간적인 끌림을 느끼고,
다시 하늘로 돌아가야 한다는 천인으로서의 본능도 조금씩 흔들리게 되는데…….
“내 사랑스러운 귀인. 너는 내가 이 금궐에서 유일하게 믿고 아끼는 내 연인이다. 그러니 너는 내게 한 치의 거짓말도 해선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