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대한민국 기업가 14인의 창업 스토리우리 근대사를 이해하는 키워드 ‘기업가’
국내 최초의 상표는 무엇일까? 1910년 등록된 동화약방의 ‘부채표’이다. 구한말 선전관 벼슬을 지낸 민병식이 동화약방을 설립하면서 선보인 상품이 바로 “목숨을 살리는 물” ‘활명수’이다. 그러나 동화약방은 2대를 못 넘기고 민족주의자 윤창식에게 넘어갔다. 이처럼 한 기업의 역사는 곧 당시의 역사적·사회적·경제적 맥락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 책 ‘한국역사 속의 기업가’는 그래서 나오게 되었다. 모든 연구의 출발점이 역사이지만, 기업의 역사는 특히나 우리의 근대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 대부분이 일제강점기와 이승만-박정희 독재를 거치며 성장했기 때문이다. 기업 형성 과정에 대한 역사적 고찰은 기업뿐 아니라 현재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부분인 것이다.
1945년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성장한 구인회·이병철·정주영·최종건의 럭키(현 LG)·삼성·현대·선경(현 SK) 등은 현재까지도 주목받는 기업들이다. 교보의 신용호는 보험, 한진 조중훈과 금호 박인천은 운송, 한화 김종희는 화약, 포항제철 박태준은 철강으로 사업을 일으켰다. 유한의 류일한과 효성의 조홍제는 지금도 존경 받는 기업가들이다. 이외에도 우리 역사 속에는 큰 발자취를 남긴 기업가들이 많지만, 이들 14명의 창업주는 그들이 역사에 남긴 족적만큼이나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점이 있어 책에 실었다. 이들의 성장과 창업 및 성장 그리고 죽음을 추적하면서 저자는 특히 다음의 3가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힌다.
첫째, 이 책에서 다루는 기업가들 중 류일한을 제외한 인물들은 직간접적으로 일본과 관계를 맺었다.
둘째, 거의 모든 기업이 정부 주도형 경제성장 과정에서 정경유착을 통해 특혜를 받았다.
셋째, 우리나라 기업가들은 외형 확장과 신사업 진출을 거듭하여 창업의 성공이 ‘재벌’의 형성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