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성석제 에세이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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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성석제의 신작 에세이”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 사이 내 인생의 솔푸드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득한 내 생의 어느 한때, 나는 소풍을 갔다. 아름답고 정다운 여성들의 손을 번갈아 잡아가며 20리길을 타박타박 걸어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기다리고 있는 공간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시간은 내 존재의 일부로 영원히 남아 있다. 나 역시 어린 누군가에게 그런 순간을 선물하고 싶다. 그건 그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지상의 선물인 것이니. 사진을 함께 남겨준다면 상상의 날개라는 덤도 함께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쉽게 사라져버릴 디지털카메라의 파일이 아니라, 인화해서 세월과 함께 천천히 빛이 바래갈 사진으로.” -‘흑백사진의 선물’ 중에서

 

소설가이자 산문작가인 성석제가 일곱 번째 산문집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를 들고 돌아왔다. 산문으로는 2011년 《칼과 황홀》이 나온 뒤 4년만이다. “글쓰기는 살았던 시간을 남기는 방법이다.” 작가의 말처럼 누에를 키워 실을 잣던 고향 집의 어린 시절 풍경부터 이십 대 대학 시절 어쩌면 작가로서의 길을 들어서는 중요한 사건이 되었을 기형도 시인과의 에피소드, 세상의 끝처럼 아무런 꾸밈없고 가차 없고 무정한 느낌이 들었던 남반구 칠레의 토레스델파이네 계곡에서의 느낌까지 자신의 존재를 이루었던 특별한 시간들을 정밀하게 묘사한다.

전작 《칼과 황홀》에서 볼 수 있듯이 작가의 음식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남다르다. 이번 산문에서도 음식에 얽힌 소재가 적지 않다. 서울 출신 사람들만 알음알음으로 살며시 다닌다는 음식점들, 천국의 다른 이름이라고 부를 정도인 단골집, 음식점 이름에 왜 어머니 할머니 등 여성의 이름을 많이 쓰는지에 대한 고찰, 바닷가 모래알처럼 원조가 많은 시절 진짜 원조의 맛의 비밀은 무엇인지, 그리고 고향의 황홀한 맛까지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작가만의 음식 다큐멘터리를 만날 수 있다.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는 〈성석제의 사이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한겨레 ESC〉에 연재한 글과 작가가 틈틈이 써놓았던 에세이들을 한 데 묶어 보강했다.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공지영 지음)에 그림으로 슬며시 웃음 짓게 하는 독특한 화풍을 선보인 적이 있는 일러스트레이터 이민혜 씨의 그림으로 책의 깊이와 재미를 더했다.

 

우연히 마주친, 기억의 방에 물감을 푼 풍경들

 

작가는 고향인 상주에 머물렀던 시간이 15년밖에 안 되지만 소설의 절반 가까이 상주를 무대로 한다고 말한다. 이번 산문에서도 고향을 소재로 한 것이 특히 눈에 띈다. 고향의 황홀한 맛이라고 표현한 골곰짠지 찬사, 오래된 흑백사진 한 장에서 떠올리는 아련한 어린 시절의 한때, 고단했으나 신비로웠던 고향의 누에치기 풍경, 오디 이야기는 물론이고 저 멀리 우즈베키스탄에 가서도 길가의 뽕나무에서 오디를 홀린 듯 따 먹다가도 고향의 검은 오디를 떠올리는 식이다. 경북 상주의 시간과 공간, 청춘 시절, 아메리카의 미국 캐나다 칠레, 중앙아시아 투르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라오스와 터키까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작가의 마음을 예민하게 끌었던 사람, 사건, 그리고 풍경들 속을 함께 걷다가 맛도 보고 슬며시 웃음 짓기도 하며 생에 대한 약간의 위로와 내 인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를 통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여전히 사람이 사람으로 사람답게 사는 풍경을 그리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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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성석제

소설가. 산문작가. 1995년 산문집 《위대한 거짓말》을 펴내며 산문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즐겁게 춤을 추다가》(2004) 《소풍》(2006) 《유쾌한 발견》(2007) 《농담하는 카메라》(2008) 《칼과 황홀》(2011)을 냈다. 이 책은 작가의 일곱 번째 산문집이며 더러 허구가 가미된 ‘이야기’이다. 여행, 장소, 시간, 음식, 그리고 사람에 대한 글을 담고 있다.

 

그림 이민혜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한 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난 밥 먹기 싫어》를 쓰고 그렸고, 《무서운 날의 그림책》 《지퍼가 고장 났다!》 《내 맘대로 할래》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등에 그림을 그렸다.

www.mindra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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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tional Information

Publisher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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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Nov 2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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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s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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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84319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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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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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res
Literary Collections / Ess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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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
소설가 성석제의 맛깔나는 천하 유람기 

단숨에 뇌를 강습하는 벼락같은 맛! 
존재의 심부까지 푹 찔러들어오는 숙수熟手들의 이야기 


무엇을 쓰든 단번에 읽는 이의 심금을 찌르는 절대 무공의 이야기꾼, 성석제가 돌아왔다. 
그가 오랫동안 벼린 칼을 뽑아들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금껏 각별한 관심으로 나름의 미학을 구축해온 "음식"에 관한 것이다. 그는 음식이란 "그 무엇보다 우리의 존재에 맞닿아 있기에", 소설로도 잘 안 되고, 시도 못 된다며 "이야기"의 방식으로밖에 풀어낼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가 나고 자란 고향 상주에서부터 한국에서 비행시간으로만 26시간이 걸리는 칠레에 이르기까지―작가 성석제가 천하를 유람하며 맛본 궁극의 음식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낸 숙수들과 그 음식을 나누어 먹은 정겨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석제 

지은이 성석제 
1960년 경북 상주 생. 소설집에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호랑이를 봤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참말로 좋은 날』 『재미나는 인생』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인간적이다』 등이 있고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 『도망자 이치도』 등을 냈다. 산문집으로는 『위대한 거짓말』 『즐겁게 춤을 추다가』 『소풍』 『유쾌한 발견』 『농담하는 카메라』 등이 있다. 
공지영
 “걷듯이 가벼이 앞으로 나아가거라.

다만 이 한순간이 너의 생의 전부라는 걸 잊지 마라!”

“인생을 행복하게만 살다 간 사람은 없어. 다만 덜 행복하게 더 행복하게 살다 가는 사람들이 있단다. 어떤 것을 택할지는 네 몫이야. 그러니 눈을 크게 뜨고 이 순간을 깨어 있어라. …… 엄마가 생을 믿고 그래 왔듯이 네 생을 믿어라. 걷듯 가벼이 앞으로 나아가거라. 다만 이 한순간이 너의 생의 전부라는 걸 잊지 마라.” -작가의 말 중에서

 

자기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살기 위해 오늘도 애쓰는 너에게

소설가 공지영이 초간단 요리법과 함께 딸에게 들려주는 27개의 인생 레시피

 

소설가 공지영이 27개의 초간단 요리법을 알려주면서,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는 딸에게 보내는 삶에 관한 따뜻하고 솔직한 응원을 담은 책 《딸에게 주는 레시피》가 출간되었다. 작가는 결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인생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 딸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10분~15분이면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쉬운 요리법들을 소개한다. 요리가 완성되는 동안, 작가가 몸으로 느끼고 마음으로 후회했던, 생애의 긴 시간들을 이겨내면서 감사하게 살아왔던 인생 이야기를 하나둘씩 들려준다. 딸에게 현실을 똑바로 인식하라고 혼내기도 하고, 때론 힘을 내라고 다독여주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하고, 그런 사랑을 또 다른 나인 남과 나누어야 한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수와 실패와 시련들을 꿋꿋이 잘 이겨내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우울하고 초라할 때, 세상이 공평하지 않다고 느낄 때, 모든 게 엉망일 때, 돈으로부터의 자유를 찾을 때, 몸이 아프고 힘들 때 등 우리가 궁지에 처했을 때 어떻게 몸을 돌보고 마음을 다스려야 하는지를 들려준다. 또한 자립한다는 것은 자기가 먹을 음식을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하며, 스스로 먹을 것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인간의 자존감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고 한다. 작가의 경우, 요리를 안 하고 자꾸 뭘 사먹으려 하거나 귀찮아할 때는 인생의 컨디션이 떨어져 있을 때였다고 한다. 마음이 힘들 때 마음을 일으키는 건 힘든 일이니, 우회해서 제일 먼저 몸을 돌보고 일으키라고 권한다. 몸을 돌보는 것은 성형을 하거나 사치스러운 것을 몸에 휘감는 것이 아니라,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악과 말을 듣고, 좋은 향기를 맡고, 좋은 생각을 하고, 무엇보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딸을 위한 레시피》를 통해 작가는 스스로의 생을 믿으라는 멋진 응원의 메시지를, 이 한순간이 너의 생의 전부라는 걸 잊지 말라는 진심 어린 당부를, 오늘도 서로 좋은 하루를 맞이하자는 따뜻한 격려를 전한다. 우리는 모두 존엄하고 소중하며 괜찮은 사람이라고. 이 책에는 나를 위해 요리한 음식을 먹은 후에야 비로소 알 수 있는 진짜 단단하고 특별한 인생 레시피가 담겨 있다.

 

1부 걷는 것처럼 살아

작가는 말한다. 산다는 건 걷는 것과 같다고. 그냥 걸으면 되고, 그냥 이 순간을 살면 된다고. 충실하게 의미 있게 선하고 재미있고 보람되게 이 순간을 만들면 된다고 한다. 1부에서 들려주는 9개의 레시피는 한참을 걷고 돌아와 먹기에 맞춤해 보인다. 우리는 자신이 초라해 보이는 날에는 ‘시금치샐러드’, 엄마 없는 아이 같을 때는 ‘어묵두부탕’, 자존심이 깎이는 날에는 ‘안심스테이크’, 복잡하고 어려울 때는 ‘애플파이’, 고마운 친구들과는 ‘훈제연어’, 모든 게 잘못된 듯 느껴지는 날은 ‘꿀바나나’를 천천히 즐기고 맛보면서 이 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포틀럭 파티에 가져가기 위해 ‘브로콜리 새우 견과류 샐러드’를 만들고, 세상이 개떡같이 보여서 ‘콩나물해장국’을 먹고, 갑갑하고 느끼한 속을 위해 ‘시금치된장국’을 끓이면서 당연한 것은 결코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내가 이 간단한 시금치된장국을 끓이는 법을 모르고 살았듯이 끓이기 전에는 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를 사랑한다는 건 나에게 좋은 것들을 주는 것이다.

 

2부 우리가 끝내 가지고 있을 것

작가는 묻는다. 지금 사랑을 느끼는지, 우리가 끝끝내 가지고 있을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2부에 등장하는 9개의 레시피는 우리의 가슴속에 우리가 외면했거나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 한 가지씩을 남긴다. ‘알리오 에 올리오’는 우리가 끝끝내 가지고 있을 것에 대해서, ‘김치비빔국수’는 누군가를 변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서, ‘칠리왕새우’는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을 구분하는 것에 대해서, ‘굴무침’은 우리를 진정 살게 하는 노동에 대해서, ‘불고기덮밥’은 너무 사랑한다는 것에 대해서, ‘두부탕’은 술을 마시는 방법에 대해서, ‘부추겉절이와 순댓국’은 소중한 일상의 평화에 대해서, ‘비프커틀릿’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가래떡’은 힘든 시간을 이기는 방법에 대해서 묻는다.

그러면서 작가는 그 질문들에 선뜻 답을 내주지 않는다. 다만 여러 가지 고민 속에서 힘들어하는 딸을 보고 오래전 자신이 고통받았던 시간들을 생각한다. 더불어 우리에겐 다른 인간을 변하게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얼마나 감사할 게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있다면 희망이 있는 거라고 말하는 작가는,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던 시절을 솔직히 털어놓는다.

 

3부 덜 행복하거나 더 행복하거나

작가는 알려준다. 삶은 공평하지 않고, 행복하기만 하지도 않다고. 어쩌면 삶은 우리에게 온갖 좋은 것을 주려고 손을 내미는데 우리는 받을 수 있는 손이 없는지도 모른다고. 3부에서는 어떻게 사느냐는 사는 사람 마음이듯이, 어떻게 먹느냐는 먹는 사람 마음이란 걸 보여주는 9개의 레시피를 소개한다. 척박한 땅에서 열매 맺는 ‘올리브’와 힘겹고 아픈 날 먹는 ‘녹두죽과 애호박무침’, 요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고민한 ‘달걀 요리’, 네 인생은 전부 봄이라고 말하는 ‘콩나물밥과 달래간장’, 한 사람도 고통받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얘기하는 ‘더운 양상추’, 4월 16일을 생각하며 만든 ‘프렌치토스트’, 함부로 미안하다 하지 않기 위한 ‘오징엇국 혹은 찌개’, 요리를 만드는 사람도 먹는 사람도 시원한 ‘싱싱김밥’, 몸을 비우기 위해 먹는 ‘된장차’까지.

작가는 오늘은 혼자서 따뜻한 된장차를 마시며 마음도 몸도 비운 채,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글을 읽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권하며, 삶은 자기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말한다. 《딸에게 주는 레시피》는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며 오늘도 애쓰고 있는 우리들을 위한 공지영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특별 레시피이다. 

성석제
소설가 성석제의 맛깔나는 천하 유람기 

단숨에 뇌를 강습하는 벼락같은 맛! 
존재의 심부까지 푹 찔러들어오는 숙수熟手들의 이야기 


무엇을 쓰든 단번에 읽는 이의 심금을 찌르는 절대 무공의 이야기꾼, 성석제가 돌아왔다. 
그가 오랫동안 벼린 칼을 뽑아들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금껏 각별한 관심으로 나름의 미학을 구축해온 "음식"에 관한 것이다. 그는 음식이란 "그 무엇보다 우리의 존재에 맞닿아 있기에", 소설로도 잘 안 되고, 시도 못 된다며 "이야기"의 방식으로밖에 풀어낼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가 나고 자란 고향 상주에서부터 한국에서 비행시간으로만 26시간이 걸리는 칠레에 이르기까지―작가 성석제가 천하를 유람하며 맛본 궁극의 음식들, 그리고 그것을 만들어낸 숙수들과 그 음식을 나누어 먹은 정겨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성석제 

지은이 성석제 
1960년 경북 상주 생. 소설집에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 『호랑이를 봤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참말로 좋은 날』 『재미나는 인생』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인간적이다』 등이 있고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 『도망자 이치도』 등을 냈다. 산문집으로는 『위대한 거짓말』 『즐겁게 춤을 추다가』 『소풍』 『유쾌한 발견』 『농담하는 카메라』 등이 있다. 
성석제
“아들아, 이제 우리 친구 하자” 재미있는 소설의 대명사 성석제의 열한번째 소설집 1994년 소설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를 펴내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래 독특한 소설적 재미와 풍자세계를 일궈온 작가 성석제의 『지금 행복해』가 출간되었다.

작품집 『참말로 좋은 날』(2006) 이후 2년 만에 펴내는 열한번째 소설집으로 2003년부터 2008년 사이에 발표한 최근작 9편의 단편을 묶었다. 작가 특유의 입담과 재치 넘치는 유머감각은 이번 작품집에서도 여전해서 읽는 페이지마다 독자들에게 많은 웃음을 선사한다. 그간의 성석제 소설이 던지는 재미와 웃음에 빠져들다보면 허구와 농담의 경계를 파악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등장인물들이 다소 비현실적인 인간유형으로 비쳐왔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작품집이 특별한 것은 재미는 재미대로 느끼는 동시에 우리가 흔히 겪을 수 있는 주변의 삶들이 구체적인 형상으로 체감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웃음은 더 리얼하고 그 뒤에 오는 슬픔과 쓸쓸함도 아주 구체적으로 다가와 감동을 선사한다. 삶은 여행과 같은 것, 여행 3부작 이번 작품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유난히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다는 점이다. 여행 3부작이라 할 수 있는 「여행」 「설악 풍정」 「피서지에서 생긴 일」을 비롯해, 낚시이야기를 다룬 「낚다 섞다 낚이다 엮이다」와 산에서 죽을고비를 넘기고 기적처럼 살아돌아온 이야기를 다룬 「기적처럼」을 포함하면 절반 이상이 여행을 소재로 하고 있다. 작가가 유독 여행에 대해 천착하는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여행은 그야말로 삶의 축약판이자 인생의 희로애락과 인간군상의 내면을 잘 드러내는 소재이다. 여행은 대부분 즐거움과 설렘으로 시작되지만 도정에서의 예기치 않은 난관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동물성과 폭력성을 폭발하게끔 하기도 한다. 첫 작품 「여행」은 가까운 고향 친구인 만재 봉수 영덕 세 사람이 무전여행을 결행하면서 시작한다.

무전(無錢)이지만 오래된 우정과 떠남에 대한 기대로 시작한 여행은 돌발적인 사건과 사고를 통해 점차 고통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세 친구 사이에는 교통편 이용(히치하이크)이나 캠핑하면서 부르는 노래, 음식조리 등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갈등과 대립이 끼여드는데, 만재의 배탈은 이들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된다.

점점 힘들어지는 여정에서 지친 이들은 만재의 신발이 다 해지자 결국 사찰에서 신발을 훔치게 되고, 무전(無錢)의 원칙을 깨기도 한다. 차츰차츰 드러나는 이들 내면의 이중성은 천곡사 계곡에 이르러서 극대화된다. 굶주린 세 친구에게 친절을 베풀어 온갖 음식과 술을 제공하는 청년들에게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은 것이다. 청년들과 이들의 대립은 아주 단순화하면 계급적 이질성이라 할 수 있다. 태양담배와 물 말아먹는 식사, 무전과 삼류지방대 등이 세 친구의 비루함과 가난을 표상하는 거라면, 반대편에 서 있는 청년들은 양담배와 스포츠카와 위스키, 유전(有錢)과 국립대 등을 갖춘 부르조아지를 표상한다.

그렇다고 기존의 소설에서 흔히 보이는 프롤레타리아의 정신적 건강성과 부르조아지의 퇴폐가 대립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1970년대 후반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청년들이 더 깨어 있고 민주주의와 개인주의를 더 선호하는 한편, 만재 봉수 영덕 들이 더 체제순응적이고 반공적인 사고에 길들여져 있다. 이들을 지배하는 계급적 열등감이나 분노는 그야말로 원초적인 인간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지 어떠한 철학적 사상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학습을 하고 토론하고 친구가 정앙정보부에 끌려가 고문 끝에 사망한 것에 대해 패닉상태로 지쳐 있다면, 세 친구는 그야말로 무전과 무식의 여행에서 지친 것뿐이다.

단지 잘산다는 것에 대한 분노는 아주 단순한 담배 음식 자동차 등에 대한 꼬투리잡기식 트집에서 이적성에 대한 마녀사냥으로까지 번진다. 친절과 호의를 일방적인 폭력으로 보답하는 이들은 청년들이 사라진 뒤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난다. 그리고 이들 세 친구 역시 담배 한갑을 공평하게 나누지 못해 뿔뿔이 흩어진다. 작가는 세 친구 사이에 존재했던 삼각형(연대감)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점점 멀어지면서 깨진다고 훌륭하게 묘사한다. 각자의 적나라한 내면과 폭력을 드러내 보인 이들의 우정 역시 물론 사라질 것이 빤하다. 세 친구의 여정을 따라가는 우리는 비루하고 코믹하고 역겨운 이들의 행동에 웃고 비난하면서 읽게 된다.

하지만 작품을 읽고 난 뒤에는 이들의 원초적인 분풀이와 폭력성에 대한 우리 내면 깊숙한 곳의 동질감 때문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이것은 물론 계급의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인간으로서, 인간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는, 특히 술 취하면 표출되는 부끄러운 이면들이 등장인물들과 닮아 있어서일 것이다. 「여행」이 동물적인 인간 내면을 까발린다면 「설악 풍정」이나 「피서지에서 생긴 일」은 여행지에서 발생하는 온갖 코믹한 상황과 에피쏘드들을 동원해 남성의 성적 욕구와 환상을 희화시키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설악산 등반에서 만난 선녀로 비유되는 미모의 여성을 따라가는 ‘나’가 등장하는 「설악 풍정」이나, 고향 친구들이 역시 같은 고향 출신인 여자애들을 쫓아 계곡에 놀러가는 「피서지에서 생긴 일」은 변변치 못한 인간들의 분출구를 찾는 여정을 아주 코믹하고 비굴하게까지 그리고 있다.

이들 작품 역시 비루한 화자나 주인공들의 대척점에 고상하고 부유하고 좋은 대학과 직업을 가진 남성들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배치는 화자들의 적나라한 욕구를 드러내려는 작가의 의도와 연결된다. 두 작품 모두에서 술에 취해 남자를 여자로 착각해서 벌어지는 소동은 독자로 하여금 그야말로 배꼽을 잡게 한다.

실컷 웃고 난 뒤에는 또한 작중인물들이 내보이는 과장된 성적 억눌림이나 환상이 우리 자신이 애써 감추려 한 기억을 자극하기 때문에 얼굴이 붉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성석제는 아주 유머 넘치는 상황을 통해 인간 내면의 양면성을 파헤치는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중독의 끝에서 다다른 눈물중독 표제작 「지금 행복해」는 이 작품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이다. 그간 성석제 소설에 종종 등장한 중독자의 이미지는 이 소설에서 상당히 다른 양상으로 표출된다. 화자의 아버지는 온갖 ‘중독의 집합체’라 할 만큼 이력이 화려하다. 당구 노름 마약 술 등에 중독되어 가정을 방치하고 수감생활까지 한 뒤 아들에게 나타난 아버지는 무기력한 한량의 전형이다. 무기력한 동시에 아들에게 “이제 친구로 지내자”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독특한 아버지상이다.

아들 역시 아버지를 덤덤하게 친구처럼 대하고 대화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부모자식 관계는 소설에서 모녀지간을 통해서는 종종 그려졌지만 부자간에서 드러난 것은 드물다고 할 수 있다.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아버지를 향한 자식의 적의가 없다는 것도 특이한 설정이다. 이들 사이에는 끈끈한 가족애도, 연대감도 아닌 단지 한 인간 대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연민과 충고가 있을 뿐이다. 아들은 아버지와 별거하면서 열애중인 어머니의 이혼서류를 내밀고 도장을 찍으라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아버지 또한 이에 순순히 응하는 ‘쿨’한 사이이기도 하다.

아버지에게 이혼서류를 갖다주고 어지간하면 도장을 찍으라고 말하는 아들이 인류역사에 몇명이나 될까. 나는 유별난 아들이 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친구니까 친구로서 권유한 것이다. 엄마가 내게 시킨 건 절대 아니다. 엄마는 지금 이대로도 상관없다고 할 것이다. 엄마와 애인이 살고 있는 집에 아버지가 쳐들어가서 어떻게 할 것도 아니다.(67면) 여느 중독자와는 달리 아버지는 스스로가 알코올중독자 요양시설에 들어가기를 자청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기존의 성석제 소설에 등장하는 중독자 이미지가 허무에 탐닉하는 미학적 요소가 있었다면 이 소설의 중독자 이미지는 삶을 긍정하면서 현실에 발붙이려는 노력이 눈물겹게 그려진다.

아버지는 모든 중독을 거쳐 ‘남을 돕는 데’ 중독되고 종내에는 ‘눈물중독자’로 변화된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 또는 중독된 삶의 아름다운 결말은 작가가 설정한 부자간의 독특한 관계 때문에 더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평론가 이경재 역시 「해설」에서 이 점에 주목한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나 『인간의 힘』에서는 적대의 환원 불가능한 특성 앞에서 변증법적 대립을 넘어서는 긍정적인 인간상을 감동적으로 형상화한 바 있다. 이들의 긍정은 황만근이 죽기 전날 민씨와 나누는 대화가 보여주듯이, 니체가 말한 ‘아니오’를 모르는 나귀의 긍정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처한 시공은 어디까지나 전근대적이거나 허구적인 성격이 강한 것이었다. 근대적 시공을 배경으로 할 때 이러한 중독은 긍정적인 성격을 잃고, 허무주의적 색채를 짙게 드러내곤 했다. 당대와의 긴장을 유지하면서도 중독의 윤리학이 온전한 모습을 갖추는 것이 성석제 소설의 중요한 과제였다면, 이번 소설집은 그 과제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남 도와주는 거에 중독되기’ ‘눈물에 중독되기’가 그 구체적인 모습이다. (…) 이때의 눈물이 타자의 삶과 인생에 대한 따듯한 공감에서 비롯된 것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통렬한 자기반성, 옆에 있는 자의 숨소리에 귀기울이는 작은 실천을 통해서 이 사회를 촘촘하게 갈라놓고 있는 적대와 균열의 선들 사이에는 따뜻한 눈물이 흐르게 된다.

여기까지 이르는 과정을 지켜본 것이 행복이었다면, 그 눈물이 흘러간 자리의 단단함을 지켜보는 일은 차라리 축복에 가까울 것이다. ― 해설 「‘정치적인 것’의 복원」 모자이크된 인간군상 이번 소설집에서 다른 작품들과 변별점에 위치한 작품이라면 「톡」을 꼽을 수 있다. 작중인물들이 이니셜로 등장해 서로 겹치거나 독립된 사건들이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자동차보험 사기, 지하철 성추행, 트랜스젠더, 성생활 보조제, 농작물 서리, 날치기, 주부도박, 개똥녀 등등 다양한 사건들을 건조한 문체로 나열하는 이 작품은 기존의 성석제 소설에서 접하기 어렵던 문법과 재미를 선사한다. 이런 사건들은 현재뿐만 아니라 가까운 미래에도 계속된다는 설정은 현대사회의 비인간성과 도덕성 상실을 일상적으로, 아이러니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모자이크된 군상들은 한 시대를 엿보는 만화경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것은 이경재의 표현을 빌리면 ‘작가의 치열한 자기모색’과 ‘이 사회의 적지 않은 변화’에서 영향받아 일구어낸 ‘건조한 산문성’으로 작품세계를 갱신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기적처럼」에서는 「지금 행복해」와는 또다른 가족관계를 보여준다. 비정상적인 가족의 관계와 구조 속에서 화자는 피폐해지는데, 작가는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가정에도 존재하는 다양하고 비루한 인간유형을 파헤치며 전시한다. 가학적인 어머니와 동생, 아들 사이에서 화자는 소외되고 폭력에 노출된다.

가족관계에서 이런 일상이 지속되면 인간은 “더부살이에, 삶 같지도 않은 삶에, 욕설에, 싸움에”(118면) 중독된다는 것을 작가는 정교하고 세밀하게 묘사해낸다. 이밖에도 「낚다 섞다 낚이다 엮이다」는 낚시터에서 벌어지는 유쾌한 에피쏘드에 농담과 과장을 섞어 재미를 선사한다. 예술적 재능이 부족한 아이가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의 그림으로 사생대회에서 상을 받은 이후 화가로 성장한다는 성장소설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과, 국숫집에서 한 노숙자가 무료로 식사를 대접받은 뒤 그가 사업가로 대성한다는 미담을 통해 사실과 소설의 경계에 대한 작가의 고민이 투영된 「깡통」 역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성석제의 이번 작품집은 그의 특유의 입담과 문체로 앉은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만큼 재미있다, 우습다.

눈물나게 우습다가도 가슴 한켠이 불편하고 서늘해지고, 서늘해진 뒤에는 따스해지기도 한다. 중독된 인간 유형이 다양하게 등장하는 소설들이지만 정작 중독되는 것은 독자들이다.

허구적이고 비현실적인 유머와 농담과 허풍이 아니라 구체적인 실체감을 가지고 내면을 파고드는 감동적인 웃음과 슬픔의 공존, 이것은 작가의 노력과 갱신의 결과물이다. 이번 소설집에서 웃어넘기지 못하고 내내 가슴에 남는 이야기들의 여운이야말로 다시 한번 성석제의 저력을 확인하게 할 것이다.

재미와 감동을 겸비한 성석제의 소설이 없었다면 우리의 빤한 일상은 얼마나 재미없고 밋밋할 것인가.

Changbi Publishers

성석제
성석제의 손바닥소설이 움켜쥔

압도적인 사랑과 인생의 풍경


책장이 채 넘어가기 전에 

당신은 웃거나 울게 될 것이다!


최근 독자들 사이에서 "짧은소설"이 각광받고 있다. 200자 원고지 10~30매 정도의 짧은 분량 안에 인생과 인간의 번뜩이는 순간을 담아낸 "짧은소설"은 SNS와 모바일환경에 익숙해진 젊은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우리 문학의 한 장르로 자리잡았다. 


이 짧은소설계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소설가 성석제가 새 책을 들고 돌아왔다.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2007)과 『인간적이다』(2010)의 일부 원고와 그후 2017년까지 써온 최근작을 엮은『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에는 55편의 "압도적인" 짧은소설들이 담겨 있다. 시인 성석제가 1994년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를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산문의 길이에, 시의 함축성을 품고 있으며, 소설의 재기발랄한 서사와 캐릭터까지 담긴 이 책은, 이야기꾼 성석제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2017년의 성석제는 여전히 장르를 넘나들고, 책장이 서너 장 넘어가기도 전에 폭소와 찡한 감동을 선사하며 짧은소설의 미학과 현재성을 입증해낸다.


흔히 짧은소설은 "엽편소설(葉篇小說)" "장편소설(掌篇小說)"로도 불린다. 그 분량의 단출함으로 인해 "나뭇잎 한 장"과 "손바닥"에 비유한 것이지만, 성석제의 손바닥소설은 다 읽고 나면 "장편소설(長篇小說)"이 주는 감정에 부럽지 않은 인생에 대한 통찰과 감동을 선사한다.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은 지긋지긋하게 사랑스러운 인간이라는 종족에 대한 성석제식의 해부도이자, 요즘 "문학"과 "책"이 다소 어렵고 멀어 보인다는 이들에게도 거침없이 건넬 수 있는 유쾌한 프로포즈이다. 


성석제는 신작이 담긴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과 함께 데뷔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와 성석제 짧은소설의 백미로 평가받는『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의 개정판을 함께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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