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2

손영목

Sep 2014 · 컨텐츠헤라

About this ebook

그는 여체의 요소요소에 숨어 있는 바늘 끝 같은 성 신경을 하나하나 교묘하게 찾아내어 마치 파이프 오르간처럼 연계 반응으로 예민하게 희열의 음악을 합주하도록 만드는 능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난 당신이 드러내고 있는 풀어진 구석을 쉽사리 간파할 수 있었지.” 격랑의 첫 항해에서 기진맥진하여 마치 익사체처럼 침대 위에 널브러져 나른하고 기분 좋은 호흡으로 놀의 마지막 여운을 음미하는 혜정의 귓가에다 대고 박이 속삭인 말이었다. 그는 거만한 자신감으로 완전히 승리했다고 믿고 있었으며 그것은 사실이었다. 그는 조급하지도 느슨하지도 않은 간격으로 혜정의 육체를 요구했고, 그러면 그녀는 마치 독약을 마신 듯한 기분으로 떨면서 그의 쾌락 속으로 침몰해 버리는 것이었다. … 널 죽이고 네가 가진 모든 걸 내 것으로 만들 테야. 그녀는 약이 오른 코브라처럼 잔뜩 긴장한 몸뚱이 속에 독을 품었다. 어둡고 질척질척한 감정의 늪. 치정(癡情)과 탐욕이 촘촘히 얽힌 미궁 속 살인사건들이 서서히 파헤쳐진다.

About the author

한국소설가협회 부이사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저서로 장편소설 『악어사냥』, 동시집 『네 마음에 반짝이는 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