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숨이 막히는 듯 아찔한 현기를 느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순간이라는 흥분과 이처럼 어이없이 쉽게 무너져 오는 그녀에 대한 야릇한 실망감, 그러면서도 주위의 분위기나 상황이 그녀의 공세를 맞받아 주기에는 너무나 적합하지 않다는 당황스러움이 뜨거운 봇물처럼 한데 어울려 내 혈관을 폭발시키려고 했다. …맹수로부터 떨어짐으로써 치명적인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하여, 나는 결사적으로 그 펄떡거리는 몸체를 껴안았다. 바로 코앞에서 꿈틀거리는 상대의 오른쪽 목덜미 핏줄을 내려다보며, 이제 이 핏줄이 터져 뜨거운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와 내 얼굴을 적시게 될 것 같아 조마조마했다. 맹수의 사나운 발톱에 내 잔등의 어딘가가 찢어지고, 무릎이 까져서 쓰라렸다. 그것은 내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격렬하고 힘든 싸움이었다. 나는 땀투성이였다. 나는 빨리 패배해버려 이 절망적인 싸움에서 도망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