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언제부턴가 그녀가 선배가 아닌 한 여자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기회가 닿으면 이성으로서 뭔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야릇한 분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습 키스 정도는 시도해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있던 기철은 선배와의 묵시적 합의하에 지하철 안에서 선배를 상대로 엉큼한 치한 흉내를 내야한다고 생각하니 감히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긴장과 설렘이 온몸 구석구석 전류처럼 흐르고 있었다. “얘는-, 책임 운운하는 거 보니 꼭 무슨 큰일이라도 저지를 것 같잖아?” “응, 선배! 사고 한번 제대로 치고 싶어.” “방금 사, 사고라고 했니?” 그때 기철은 그렇게 묻는 그녀의 도톰한 입술이 보일 듯 말 듯 파르르 떨리고 있다는 걸 미처 보지 못했다. “응. 그냥 사고가 아닌 대형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