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자음과모음
Free sample

중국 내 모든 출판사로부터 거부당하고
전 세계 20개국에 판권이 팔린 비운의 걸작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딩씨 마을의 꿈』 『나와 아버지』
옌롄커의 최신 장편소설!
“잊혀버린 역사 그리고 죽었거나 살아 있는 수많은 지식인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옌롄커)


? 『사서』 한국어판 저자 서문 중에서
저는 늘 제가 처한 ‘환경’에 맞는 출판이 아니라 제 ‘현실’을 반영하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소망해왔습니다. 그리고 『사서』는 출판을 염두에 두지 않음으로써 모든 구애에서 벗어나려 했던 제 도전의 산물입니다. 출판을 염두에 두지 않아 자유롭다는 말은 잡다한 내용을 적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글을 쓸 때 정말로, 철저하게 어휘와 서술에서 자유로워져 새로운 서술 질서를 만들어낸다는 뜻입니다. ‘새로운 서술 질서’ 속에서 저는 필묵과 출판의 노예가 아닌 글쓰기의 황제가 됩니다. 저는 그렇게 ‘중국식 글쓰기’의 황제이자 반역자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글을 마치자 예상했던 대로 이전 저작과는 완전히 다른 찬사를 받는 동시에 이전 저작보다 더 강하고 빈번하게 거부를 당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사서』 원고를 스무 곳도 넘는 중국 출판사의 동료들, 책임자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나왔습니다.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이 단호하게 거부했지요.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버렸습니다. 글을 쓰기 전부터 또 다른 ‘서랍 문학’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기 때문에 오히려 홀가분해졌습니다. 아무런 원망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입장을 바꾸어 제가 편집자자라도 이 변절적 성향의 소설을 거절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중국 현실의 한 단면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중국식 현실일 것입니다. (옌롄커)


?본문 중에서
아이가 손에 닿는 대로 몇 권을 집어 들었다. 『외침』, 『파우스트』, 『파리의 노트르담』에 불을 붙였다. 이어서 『정신현상학』에 불을 붙였다. 『신곡』, 『요재지이』에도 불을 붙였다. 여러 권을 불태운 아이가 발자크의 소설에 불을 붙이려다가 다시 책 더미로 던져 넣었다. 톨스토이의 소설을 태우려다 책 더미로 다시 던졌다. 『죄와 벌』도 던져 넣은 뒤 두 청년에게 심드렁하게 말했다.
“나머지는 내 처소로 옮겨놔. 겨울에 불쏘시개로 쓰면 딱 좋겠어.”
책을 한 뭉치 옮길 때마다 아이가 중간에서 한 권씩 뽑으며 목청을 높여 물었다.
“이 책은 누구 거지? 자, 우리 99구에서 무당 600근을 달성하겠다는 게 많은 건가?”
또 한 권을 뽑아들고 물었다.
“600근이라고 책정한 게 높으냐고?”
이번에는 두꺼운 표지의 양장본을 꺼내 들었다.
“이 책은 반동 중에서도 반동이군. 무당 밀 600근을 생산할 수 있겠냐고?”
정오 무렵이 되자 아이는 책을 전부 들었다 놓았고 질문도 끝냈다. 사람들이 모두들 기계를 들고 밭으로 나가 씨를 뿌렸다. / (『하늘의 아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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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신구는 당시 감옥의 옥사와 분포도에 따라 일망무제의 황허 옛길에 본부와 지부를 설치했다. 그런데 각 지부와 토지는 1000무가 넘는 곳이 있는가 하면 1만 무가량 되는 곳도 있고, 죄인이 총 1만 8700여 명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2만 3300여 명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교화가 필요한 죄인이 총 몇 명이고 토지가 얼마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었다. 어쨌든 대략 2만 명이라고 추산되는 교화 대상자들은 90퍼센트가 교수, 학자, 교사, 작가 및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10퍼센트는 정부 지도층과 고위 관료였다. 우리 제99구의 경우 총 127명에 95퍼센트가 지식인이었다.
99구는 본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가장 변경의, 가장 황허에 인접한 곳이었다. 황허 바로 옆이다 보니 도망자를 걱정할 필요도 전혀 없었다. 거친 황무지를 밟으며 10리, 20리를 가봐야 다른 위신구의 죄수들을 만날 수 있을 뿐, 외부 사람은 거의 만날 수 없었다. 위신구에서는 도피 혐의가 있는 죄수를 신고하면 1개월, 도망자를 잡으면 3개월의 가족 방문 포상 휴가를 주었다. 도망자 세 명을 잡으면 석방돼 원래 도시와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위신구의 모든 죄수들은 누군가를 고발할 기회를 기다렸다. / (『옛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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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구에서 돌아온 뒤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녁 식사 때도 이전과 달리 밥그릇을 든 채 이러쿵저러쿵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왜 그렇게 과묵해졌겠습니까? 바로 91구의 혁명 공연이 아직도 더 많은 개조가 필요한 그들의 마음과 영혼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며, 바로 여기에서 그들 모두에게 갱신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학자, 그는 강철 제련에 동의했다며 아이가 꽃을 줄 때 그 작은 꽃을 건네받은 뒤 기쁜 표정 대신 비꼬며 조롱 섞인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러고는 아이가 멀어지기도 전에 들고 있던 꽃을 구겨 바닥에 내던지고 발로 밟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누구 눈에도 띄지 않았다고 생각했겠지만 제가 그 모든 행동을 지켜보았습니다. 꽃을 던져버린 뒤부터 저녁 식사 때까지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런데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다고 그의 사상이 결백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와 늙은 죄수 언어학자와의 아래 대화를 살펴보십시오.
“정말 믿을 수 없군요.” 언어가 오늘 공연에 대해 길게 탄식했습니다.
“미쳤어요! 이 나라가 미쳐가고 있어요.” 학자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습니다.
“누군가 상부에 편지를 써서 이런 행위를 막아야 합니다.”
그러자 학자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습니다. “제가 쓸 테니 서명하시겠어요?”
늙은 죄수는 국가언어연구소의 옛 소장으로 전 국민이 사용하는 사전과 자전의 편찬을 주도했던 인물이었지만 그때만큼은 언어를 멀리했습니다. 의견을 묻는 학자의 눈길에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저녁 식사 때 학자와 언어학자는 더 이상 한 마디도 섞지 않았습니다. / (『죄인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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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포스가 그렇게 불안에 휩싸인 채 매일 아침마다 정상에서 바위를 힘껏 밀어 내리면 거대한 바위는 황혼 무렵 다시 저절로 굴러 올라갔다. 하루하루 긴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더 이상 머리가 깨질 듯한 고민을 하지 않게 되었다. 다시 힘껏 밀어 내리는 끝없는 순환과 반복에 적응하고 반대의 징벌을 성실하고 불평 없이 행하게 되었다. 그러자 형벌이 그의 육체와 영혼에 녹아들고 어우러졌다. 상호 간의 적응은 죄와 벌이 가진 힘과 냉혹함, 황당함, 그리고 죽음까지, 또 기름 떨어진 등불 같은 적막과 절망까지 변화시켰다. 그러다 지난번 길에서 아이를 만났던 것처럼 시시포스는 바위를 산꼭대기에서 밀어 내리던 어느 날, 허리를 굽힌 채 힘을 주다가 시선을 바위 꼭대기 저편으로 옮겼고 산 밑의 초목과 집, 마을, 밥 짓는 연기와 어느 사원 입구에서 노는 아이들을 발견했다.
그는 신의 형벌 너머로 산 아래 사원과 속세의 밥 짓는 연기를 보았다.
그는 사원과 속세의 밥 짓는 연기가 담긴 풍광을 사랑하게 되었다. / (『시시포스의 신화』 중에서)




중국 내 발행 및 판매, 게재, 비평, 홍보의 전면 금지. 21세기 중국판 금서(禁書)

옌롄커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독일, 베트남, 이스라엘, 싱가포르, 스페인, 일본, 스웨덴, 대만,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세계 20여 개국에 작품이 번역되었으며 사회와 불화하며 억압받는 인간의 고통과 절망을 적극적인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는 작가다. 마오쩌둥의 사상과 중국의 혁명 전통을 희화화했다는 이유로 문예지 게재 즉시 중앙 정부에 의해 전량 수거당하고 발행과 판매, 게재와 비평, 홍보의 전면 금지, 소위 5금(禁) 조치를 당한 화제작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통해 중국문학의 거장 옌롄커의 작품 세계가 국내 독자들에게 처음 소개된 이후 4년이 지났다. 2012년 봄, 옌롄커의 최신 장편소설 『사서(四書)』가 드디어 한국어로 출간되었다. 이 작품 역시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에 있었던 정부의 지식인 탄압을 다루는 체제 비판적 내용으로 인해 2011년 탈고 이후 자국 내 모든 출판사로부터 거부당하고 일본, 대문, 홍콩, 프랑스, 독일을 비롯해 해외 수십여 개국에 비평가와 에이전트들의 극찬을 받으며 판권이 수출된 비운의 작품으로 이번 자음과모음에서 출간하는 한국어판은 『사서』의 첫 외국어판이기도 하다.
작가 옌롄커조차도 ‘서랍 속 원고’가 될 것을 예감하면서도 결국 쓸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라고 표현하는 이 장편소설의 무엇이 왜 그를 금지된 작가로 만들었는가? “중국에는 인민을 해방시킨 진짜 혁명도 있었지만 문화대혁명처럼 미친 혁명도 있었다. 문학은 이런 잘못된 혁명에 대해선 질문하고 해체하고 비판해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는 그의 이번 작품에는 ‘문화’를 개조한다는 명목하에 국가가 자행한 다양한 형태의 비극과 그로 인해 밑바닥까지 훼손당한 인간성의 절규로 가득 차 있다. 옌롄커의 문학 세계는 현실에 굳건히 뿌리내린 채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인간의 고통과 절망을 사회비판적인 시선 속에 그대로 드러내되, 다채로운 상징과 비유 속에 그러한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는 서사를 펼쳐보인다. 이러한 그의 문학은 중국 당대문학이 결여하고 있는 현실적 비극에 대한 참회의식을 구현해내면서 오늘의 중국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문화대혁명이 말살해버린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하려는 어느 지식인의 처절한 글쓰기

문화대혁명 당시 황허 강변의 황량한 땅에 자리 잡은 강제노동수용소 99구가 배경이다. 이곳은 종교인, 교수, 예술가, 작가, 과학자 등 전국의 지식인들 중에서 ‘사상이 불충하다’는 중앙 정부의 판단이 내려진 이들이 건전한 육체 노동을 통해 당에 충성을 배우고 사상을 개선하도록 보내져 있다. 그리고 그들을 관리하는 99구의 감독은 아직 사춘기 티를 채 벗지 못한 공산당원 ‘아이’다. ‘아이’는 99구 죄인들을 서로 감시하고 밀고하기 위해 ‘홍화오성제’라는 제도를 도입한다. 99구 죄인들끼리 서로 감시하여 당에 불충한 행동을 했거나 금서를 지니고 있거나 그러한 글을 쓰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을 ‘아이’에게 밀고할 경우 붉은 종이꽃을 1송이씩 주는 제도다. 그 꽃을 125송이 모으면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난 증거”라며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 그 이후 ‘작가’는 종이꽃을 받기 위해 자진해서 『죄인록』이라는 밀고서를 쓰는 한편 ‘아이’에게 『죄인록』을 쓰라고 받은 종이와 잉크를 일부 빼돌려 남몰래 자신의 최대 걸작 『옛길』을 쓰기 시작하는데……
옌롄커는 이 작품 안에서 말 그대로 사서, 즉 네 권의 책(『죄인록』 『옛길』 『하늘의 아이』 『시시포스의 신화』)을 액자 소설처럼 배치하여 각기 다른 등장인물과 각기 다른 글쓰기 장르를 넘나들며 서사를 진행시키고 있다. 미완의 장편소설, 일부 삭제된 정부 보고서, 미완의 철학 연구서 그리고 신화적 상징을 내포한 한 편의 장편소설을 겹쳐가며 문화대혁명 시기에 부정되었던 지식인의 존재 가치가 어떠했는지,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겪어야 했던 고통의 근원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반문하고 파헤쳤다. 이 작품은 ‘문화’를 혁명한다는 이름으로 국가 차원에서 금지당하고 부정당했던 인민들의 기억과 기록을 문학적 언어로 복원하고 그들을 대신해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려는 작가의 노력과 믿음, 야심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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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저자 - 옌롄커 1958년 중국 허난성에서 태어났으며, 1985년 허난대학 정치교육학과를 거쳐 1991년 해방군예술대학교 문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부터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다수의 장편소설과 중단편소설, 산문 등을 발표했다. 제1회, 2회 루쉰(魯迅)문학상과 제3회 라오서(老舍)문학상을 비롯한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성취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가장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꼽히고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2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어 있다. 『사서(四書)』는 2011년 발표한 옌롄커의 가장 최신 장편소설이면서 동시에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에 이루어진 지식인 탄압을 다루는 비판적인 내용으로 인해 중국 공산당 정권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자국에서 출간 금지를 당한 작품이기도 하다. 주요 작품으로 장편소설 『일광유년(日光流年)』, 『물처럼 단단하게(堅硬如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爲人民服務)』, 『딩씨 마을의 꿈(丁莊夢)』, 『즐거움(受活)』, 『풍아송(風雅頌)』, 산문집 『나와 아버지(我與父輩)』 등이 있다. 현재 베이징작가협회 1급 작가로서 집필 활동 중이다. 역자 - 문현선 역자 문현선은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와 같은 대학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했다. 2012년 현재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며 이화중국번역문화공간에서 중국어권 도서를 기획 및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생긴 대로 살게 내버려둬』, 『사랑을 담는 지갑』, 『인의 경영』, 『경화연』(전2권) 등이 있다. 문현선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와 같은 대학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했다. 2012년 현재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며 이화중국번역문화공간에서 중국어권 도서를 기획 및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생긴 대로 살게 내버려둬』, 『사랑을 담는 지갑』, 『인의 경영』, 『경화연』(전2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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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tional Information

Publisher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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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Jun 2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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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s
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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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88957076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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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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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res
Fiction / General
Literary Collections / Asian / Gen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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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 Protection
This content is DRM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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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
“아버지, 대지의 마음을 돌려드립니다”

2009년 중국 최고의 감동 스토리, 옌롄커 최고의 작품!
나와 아버지
지극히 평범하고 비천한 사람들의
‘진솔한 생존의 기록’

혹독한 자연재해로 3년간 이어진 보릿고개,
문화 대혁명 시기의 혼란, 끝나지 않는 도시 농촌의 빈부 격차…
살아 있기 위한, 살아내기 위한
아버지 세대의 눈물겨운 여정!



■■■ 중국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 옌롄커!
옌롄커는 제1, 2회 루쉰(魯迅)문학상과 제3회 라오서(老舍)문학상을 비롯한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성취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중국에서는 가장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옌롄커를 점치고 있다.
동시에 옌롄커는 중국 출판계의 문제적 작가이기도 하다.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마오쩌둥의 사상과 위상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출간되자마자 판금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써내는 작품마다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구며 이슈가 되는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독일, 베트남, 이스라엘, 싱가포르, 스페인, 일본, 스웨덴, 대만,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세계 20여 개 나라에 번역, 소개되었다.
특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혁명의 언어를 욕망의 언어로 비틀어낸 중국 문단 최고의 문제작으로, 출간 즉시 폭발적인 논란을 일으키며 중앙 선전부의 긴급 명령으로 초판 3만 부가 전량 회수, 폐기되었고, 향후 출판 및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5금(禁) 조치’를 당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출판물이 전량 폐기되자 수많은 중국 독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이 소설의 해적판을 돌려보기 시작했고, 이 소설은 중국은 물론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읽어야 할 문제작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21세기 중국 최고의 화제작이자 비공식적인 베스트셀러로 떠올랐고, 해외에서도 전 세계 10여 개 나라에 소개되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번에 출간된 『나와 아버지』는 그간 작가가 써온 수많은 작품들의 밑바탕이 된 자신의 실제 이야기로, 작가가 어떤 가공도 거치지 않은 순수한 글쓰기의 상태로 되돌아가 소박한 언어로 완성한 자전 에세이다. 중국에서는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특별한 관심과 호응을 얻었고, 이미 유럽에서도 번역, 출간되었다.

■■■ 지극히 평범하고 비천한 사람들의 ‘진솔한 생존의 기록’
― 살아 있기 위한, 살아내기 위한 아버지 세대의 눈물겨운 여정!
옌롄커는 『나와 아버지』에서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대에 살았던 자신의 아버지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회고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작가 개인의 기억에서 시작되는 『나와 아버지』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고난의 세월 속에서 굶주리고 가난했던 아버지 세대의 삶을 이야기한다. 혹독한 자연재해로 3년 동안 이어진 보릿고개와 문화대혁명 시기의 혼란, 끝나지 않는 도시와 농촌의 빈부 격차 등 고난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끝없이 일하고 노력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던 농촌의 농부로 살아간 아버지 세대의 아픔과 고통, 눈물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비단 한 개인의 삶이 아니라 그 시기 농촌의 수많은 중국 인민들의 삶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경제성장의 속도가 엄청나고, 그만큼 사회의 변화 속도도 빨라지는 중국. 그 변화의 중심에서 힘든 삶을 살아냈던 아버지 형제들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나라 1960, 1970년대의 모습과 흡사하다.
『흐르는 세월(日光流年)』을 비롯하여 『물처럼 단단하게(?硬如水)』, 『즐거움(受活)』, 『딩씨 마을의 꿈(丁莊?)』, 『풍아송(?雅?)』,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人民服?)』 등 옌롄커가 그간 써온 작품들은 대부분 실험성이 강한 소설이었다. 그러나 어떤 실험성도 지니지 않은 순수한 글쓰기의 상태로 되돌아갈 필요성을 느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어떤 기교와 기술도 없이 평범하고 소박한 언어로 작품을 완성했다.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그는 글을 구상하거나 설계하지 않고, 정교하게 조탁하거나 퇴고하지 않았다. 그냥 “펜이 내 마음의 가장 아픈 곳과 가장 따스한 곳들을 툭툭 건드리고 지나가게 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독자나 평자들에 대해 전혀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내 마음과 욕망에 따라 내면에 충실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마음과 욕망에 따라 내면에 충실한 글’을 쓰기 위해서 그는 그동안 자신의 글쓰기에 담긴 긴장과 외침, 환희, 의도적으로 억누른 감정들을 하나하나 정확하고 세밀하게 분해하여, 모든 서사 속의 기교와 기술이 남김없이 완전히 씻어내려 했다. 이런 바람으로 완성해낸 작품이 바로 『나와 아버지』이고, 옌롄커는 이 작품을 통해 순수하고 소박한 글쓰기로 독자들을 만난다.

■■■ 2009년 중국 10대 도서, 2009년 중국 30대 필독서 선정!
옌롄커의 펜 끝에서 전해지는 가족과 고향 이야기는 장엄하면서도 진솔하게 다가온다. 감정을 적절히 억누르며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담담하게 써내려간 『나와 아버지』는 순수함과 소박함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2009년 중국 10대 도서’에 선정되었다.
또한 이 작품은 ‘2009년 중국 30대 필독서’로도 선정되었다. 장장 3개월여에 걸친 선정 기간을 거쳐 ‘2009년 중국 30대 필독서’가 발표되었는데, 2009년 중국 30대 필독서는 출판사 추천으로 총 90여 편의 작품이 후보에 올랐고, 각계 인사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의 까다로운 선정 작업을 거쳐 그중 30권이 최종 선택되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필독서가 중국의 몇몇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중국 전역 28개 출판사의 책들이 고루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선정 분야도 소설, 비소설, 학술, 경제경영, 아동, 만화 등으로 매우 다양해졌는데, 이 다양하고 많은 책들 중에서 30대 필독서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나와 아버지』가 중국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을 얻어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 시대를 살아온 대다수 사람들에게 지나온 세월을 되새기며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그 시기를 겪지 않은 젊은 세대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나와 아버지』의 가장 큰 힘이다.


■■■ 추천사
옌롄커는 몇 번의 인터뷰를 통해 나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진정한 ‘대작가’다. 그는 소박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견지해나가는 힘이 있다. 자신의 작품처럼 말이다. 사실 옌롄커의 작품은 대중적이지 않다. 오히려 주류 문학계의 교과서 같다. 그의 언어는 소박하고 꾸밈이 없으며, 구성도 지나치리만큼 평범하다. 이런 특징은 패스트푸드 같은 글을 원하는 독자들의 요구에 위배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순문학’으로 분류되는 그의 작품들은 출간될 때마다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2004년 출간된 『즐거움』이란 작품은 특이한 구성에 사투리가 많이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와 아버지』는 작가의 시선이 ‘민족’에서 ‘가족’으로 옮겨간 첫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가족 자전 에세이다. 평범한 인물이 엮어가는 평범한 이야기로 곳곳에 옌롄커의 흔적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묘사한 내용은 시대를 초월해 우리 세대뿐 아니라 20대 혹은 10대의 어린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속에는 시대나 나이를 뛰어넘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 도시화와 산업화는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더 멀게 만든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들 하지만 생활에 쫓겨 가족 간에도 점차 소원해지고 있다. 우리보다 한발 먼저 인생을 살아본 선배로서 옌롄커는 사진의 회환과 아픔을 감칠맛 나게 전달하고 있다. 평범하고 소박하기만 한 그의 언어는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 궈춘린(郭春林) ? 문학평론가
김진명
 한반도의 핵 문제를 다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시작으로 뚜렷한 문제의식과 첨예한 논증을 통해 우리 시대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져온 작가 김진명이 이번엔 ‘한자(漢字)’ 속에 숨겨진 우리의 역사와 치열한 정치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돌아왔다. 
한자는 모두 중국이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중국에는 ‘답(畓)’ 자가 없다.
한자를 자전에 따라 발음하면 곧 우리말이 된다. 이 괴리를 어찌 이해해야 할까?

우리나라 초대 문교부장관인 안호상 박사가 장관 시절, 중국의 세계적 문호 임어당(林語堂)을 만났을 때 “중국이 한자를 만들어놓아서 우리 한국까지 문제가 많다”고 농담을 하자, 임어당이 놀라며 “그게 무슨 말이오? 한자는 당신네 동이족이 만든 문자인데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라는 핀잔을 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당신네 동이족’. 임어당이 가리키는 동이(東夷)가 우리의 뿌리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한자(漢字)의 기원인 갑골문자가 은(殷)나라 때의 것이고, 그 은이 한족이 아닌 동이족이 세운 나라이니, 한자는 우리 글자라는 이야기이다.
한자는 정말 우리 글자일까? 김진명 작가의 이번 소설 『글자전쟁』은 그 의문에서 시작한다.

스탠퍼드 출신의 명망 있는 국제무기중개상 이태민. 어려서부터 수재라는 소리를 듣고 자란 그는 일신의 명예보다는 오로지 500억의 커미션을 챙겨 안락한 인생을 살고픈 욕망으로 가득 찬 남자다. 무기제조업체 ‘록히드마틴’에 입사한 지 2년도 안 되어 헤비급 사원이 된 태민은 특유의 비상한 머리와 국제정세를 꿰뚫는 날카로운 식견으로 나날이 탄탄대로를 걷는다. 하지만 무기중개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법의 그물에 갇히게 되고, 궁지에 몰린 그는 검찰 출석 하루 전날 중국으로 도피한다. 그곳에서 태민은 비밀에 싸인 남자 ‘킬리만자로’에게 USB 하나를 받게 되고, 머지않아 그날 밤 그가 살해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의문의 죽음 앞에 남겨진 USB. ‘중국의 치명적 약점’이라던 킬리만자로의 말을 떠올리며 태민은 정체불명의 파일을 열게 되고, 역사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과 마주하게 되는데……. 
김진명
논픽션보다 더 치밀하고 리얼한 통찰과 충격적 예언을 담은 김진명의 대작! 김진명의 장편소설 『미중전쟁』 제1권 《풍계리 수소폭탄》. 25년 작가 인생을 건 이 작품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싸드》의 종결판으로, 미·중·러·일의 이해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한반도에서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기존의 어떤 탐사보도나 보고서에도 나온 적 없는 저자만의 정세분석으로 치밀하고 리얼하게 예견하고 그 해법을 들려준다. 북핵을 둘러싼 일촉즉발의 국제정세와 동북아 패권의 방향, 미·중·러·일의 야심을 이미 시작된 전쟁 시나리오에 대입해 낱낱이 까발린다. 백악관 워룸에 불이 켜졌고, 카운트다운은 시작되었다. 미국에게 북핵은 선제타격의 최고 명분이자, 절호의 찬스이다. 김정은은 핵을 쥐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날뛰지만, 점점 미국의 계략에 말려든다. 육사 출신으로 세계은행 특별조사위원으로 일하는 변호사 김인철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파견되어 조사활동을 벌이던 중, 어느 스타 펀드매니저의 기묘한 자살사건에 휘말린다. 그를 자살하게 만든 전화통화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케이맨 제도로 날아간 인철은 주인을 알 수 없는 거액의 검은 돈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석유와 달러, 국제정세를 움직이는 전쟁장사꾼들의 검은 그림자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트럼프와 푸틴을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권력자들의 실루엣을 감지하는데....... 엄청난 재정적자로 모라토리엄에 직면한 미국 경제를 한 방에 뒤집으려는 전쟁장사꾼들의 계략에 한반도는 점점 깊은 수렁에 빠지고, 중국은 과연 미국의 전쟁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해법을 찾을 것인가?
옌롄커
중국 정부의 판금 조치를 불러온『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원형이 된 소설
『물처럼 단단하게』드디어 한국어판 출간!

루쉰 문학상, 라오서 문학상 수상작가 옌롄커 대표 장편소설
낮에는 뜨거운 혁명의 언어, 밤에는 부드러운 사랑의 밀어
“당신이 믿든 안 믿든,
당신을 위해 나는 죽어도 청강에서
혁명을 일으킬 것이고 반드시 청강의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 거요.”

? 한국어판 저자 서문 중에서
『물처럼 단단하게』는 출판되자마자 ‘적색(혁명)과 황색(성性)의 금기를 모두 어겼다’라며 중국 최고 상부기관으로부터 ‘지명’당했습니다.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출판사에서 얼마나 베이징을 오갔는지 모릅니다. 수많은 조정을 거친 뒤에야 풍파가 가라앉고 상황이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남긴 깊은 화근은 이후 『즐거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딩씨 마을의 꿈』, 『풍아송』, 『사서』로 이어졌습니다. 이 작품들이 논쟁거리가 되어 출판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은 모두 시의적절하지 못했던 『물처럼 단단하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남들이 잊어주기 바라는 민족적 아픔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기억의 쐐기를 박으려 한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게 당연한 일이지요. 저는 『물처럼 단단하게』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아,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더 있군요. 『물처럼 단단하게』는 후기작들은 물론이고 제 작가적 운명과 깊은 관계가 있지만 특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와 연관이 깊습니다. 사람들은 이 두 작품을 자매편이라고 평하곤 합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2004년, 『물처럼 단단하게』는 2000년에 완성한 작품이지요.) 하지만 저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광야에서 자유롭게 자란 나무라면 『물처럼 단단하게』는 그와 같은 수종이지만 작가의 정원에서 가지치기를 통해 훨씬 크게 잘 자라난 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나머지는 존경하는 한국 독자 여러분들께 돌립니다.(옌롄커)



?본문 중에서
하지만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혁명의 감정뿐입니다. 혁명가의 감정은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습니다. 산이 아무리 높고 바다가 아무리 깊어도 한눈에 반해버린 혁명가의 감정보다 넓고 깊지는 못하지요. 과연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진실해야 합니다. 그때 제 가슴에서는 형용 못 할 꽃 한 송이가 꽃잎을 한 장 한 장 피워 내고 있었습니다. 꽃잎이 피어날 때 기차가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것 같은 소리가 났지요. 그녀가 입술을 꾹 다문 채 저를 쳐다보다가 시험이라도 하려는 듯 철궤에서 미끄러지며 힘껏 두 발을 앞으로 뻗었습니다. 하늘이여, 땅이여, 그녀가 다시 열 개 태양의 빛으로 제 가슴을 불태웠습니다.
저는 어떤 초인적인 힘에 압도당했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발에는 신발 자국이 분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늘 세상에 드러나는 발등은 하얀 가운데 거뭇거뭇하고 자홍색이 섞였지만 신발 속의 두 발은 핏기 하나 없이 하�습니다. 하얗기 때문에 그 빨강이 깊고 두터워 보였고, 빨갛기 때문에 그 하양이 가늘고 부드러워 보였습니다. 이게 그녀의 발이라고? 그렇다면 종아리는, 허벅지는, 몸은? 설마 이보다 더 희고 보드라울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저는 기꺼이 유혹당한 것처럼 철궤로 미끄러져 내리며 두 다리를 벌린 채로 길게 뻗은 그녀의 두 다리를 제 두 다리 사이, 가슴 아래에 놓았습니다. 그때 제 낯빛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세상이 무너진 듯 심장이 거세게 뛰고 황허 물줄기처럼 피가 세차게 요동치는 것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저를 노리는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선가 저를 유인하는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손을 덜덜 떨고 비틀거리면서 대장정을 하듯 그녀의 두 발로 나아갔습니다. / (『혁명과의 해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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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원회 때 저는 중대 통합 학습토론회에서처럼 절반은 지역 사투리를 사용하고 절반은 일상적인 군대 말투를 써 분위기를 격앙시켰습니다. 암송하는 듯한 어투로 한 시간 반을 이야기했지요. 3일 동안 관보를 읽고 연구한 내용을 그 한 시간 반 동안 남김없이 청산유수같이 줄줄 쏟아냈습니다. 제가 말재주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좋은 줄은 몰랐습니다. 부대에 있을 때 정치공작원은 제가 정치공작원으로서의 자질이 있다고 했고, 정치교도원은 정치교도원으로서의 자질이 있다고 했지만, 연대 정치위원은 정치위원으로서의 자질이 있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연설은 대대 청년들의 얼을 쏙 빼놓았습니다. 그들은 제 재능과 능력에 놀라 제가 마오 주석님과 함께 안위안에 가기라도 한 듯, 대단한 상부 인사가 청강진의 혁명가로 내려온 듯 느꼈습니다. 그들은 제 장인에게서 항상 사투리와 욕설로 가득한 지루한 연설만 들었었지요. 하루 종일 확성기에서 꿍얼거리는 소리만 듣다가 그날 밤 제 연설을 듣자, 깔깔한 잡곡에 익숙한 입으로 갑자기 쌀이나 설탕물이 들어온 것처럼 신선함에 놀라고 마음이 설레었던 것입니다.
“아이쥔, 정말 말을 잘하는군. 어디서 배웠나?” 누군가 물었습니다.
“끊임없이 책과 관보를 읽고 일상에서 정열적으로 실천해 그렇습니다.”
제 대답에 또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정말로 장인의 권력을 빼앗을 건가?”
“제가 빼앗는 게 아니라 혁명이 빼앗는 것입니다.” / (『단단함과 부드러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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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그 비밀을 알려줄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건 저와 훙메이가 영원히 공개하지 않을 어두운 통로이자 방이고, 저희의 신성하고 위대한 사랑의 결정체이자 증거였으니까요. 저는 두 광주리에 흙을 채운 다음 땅굴에서 기어 올라와 줄을 잡아 당겨 광주리에 담긴 흙을 달빛 아래로 끌어냈습니다. 그런 다음 어깨에 메고 돼지우리 옆으로 뒷문을 나와서는 샛길을 따라 언덕 아래의 수로로 갔습니다. 언덕 위에 있던 달이 어느새 마을 꼭대기로 옮겨가 있었습니다. 청사 뒷마당에 있는 치셴탕 대전의 용마루와 추녀마루가 달빛에 부드럽게 녹아 느릿하게 출렁이는 것 같았습니다. 마을 거리에서 간혹 들리는 어슴푸레한 개 짖는 소리가 투명한 살얼음처럼 밤하늘에서 미끄러지자 초여름 달밤이 더욱 깊어지고 신비로워지며 형용할 수 없게 아름다워졌습니다. 개구리와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제 발소리에 잠시 멈췄다가 이내 다시 아무 걱정도 없다는 듯 울려 퍼지면서 제 발소리와 어깨 위 광주리의 삐걱거림을 삼켰습니다. 그러다 세상이 더할 나위 없이 고요해졌습니다. 그 정적 속에서 저는 바러우 산맥이 숨 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2년 내에 550미터의 혁명적 사랑의 땅굴을 완성하고 제 정치 생애에 방해가 될 청강진의 크고 작은 장애물을 없애며, 스물일곱 생일 전에 진장이 되어 청강진의 최고 인물이 되겠다고 굳게 결심했습니다. 그날 밤 땅굴을 0.8미터 팠고 열아홉 번 흙을 수로로 날랐으며 열아홉 번 진 정부의 기와 건물을 보면서 열아홉 번 그런 결심과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다 닭이 세 번 울고 동쪽에 우윳빛이 번지기 시작해 진정부 쪽으로 소변을 본 다음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잤습니다. / (『혁명 낭만주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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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 우리에게 이런 기회를 주는데 이 기회를 놓친다면 정말 멍청이요.”
“다 좋은데 결국 우리를 지하로 내몬 것도 혁명이에요.”
“당신 몸에 붙은 흙 좀 봐요.”
제가 말하면서 그녀의 부풀어 오른 왼쪽 젖꼭지를 가리켰습니다. 노란 콩 같은 흙 알갱이가 젖꼭지에 새로운 젖꼭지가 솟아난 것처럼 붙어 있었습니다. 그녀가 고개를 숙여 흙알갱이를 보더니 털어내려고 손을 들었다가 갑자기 도로 내려놓았습니다.
“당신이 털어줘요.” 그녀가 말했습니다.
“지금 진장한테 흙을 털라는 것이오?”
“가오 현장님, 제 젖에 붙은 흙 좀 털어주세요.”
“세상에, 지금 현장을 부려먹겠다는 것이오?”
“가오 행정관님, 이 흙 좀 핥아내주세요.”
“맙소사, 행정관을 아이 부르듯 부르는군.”
“가오 성장님, 혀끝으로 제 젖꼭지의 흙을 떨어뜨려주세요.”
“성장이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소?”
“성장도 남자인걸요. 가오 성장님, 제발 이 흙 좀 핥아서 떨어뜨려주세요.”
“혁명가라고 불러봐요.”
“천재 혁명가님, 당신은 중국 대륙에서 떠오르는 찬란한 별이지요. 당신 혀의 샘물은 목마른 인민과 대지를 적시니 그 샘물로 제 젖꼭지에 붙은 황토를 씻어내주세요.” / (『실패와 축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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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들은 아직 젊으니 억지로 숨기지 말고 말해야 하는 것을 전부 말하게. 혁명 때문이라면 10여 명을 죽이고도 계속 관직에 있을 수 있는 시대인데 자네들이 말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런 다음 류 처장이 나갔습니다.
류 처장이 나가자마자 제복을 입은 우람한 사내 넷이 방으로 들어와서는 두말하지 않고 저희 몸을 수색했습니다. 그들은 훙메이의 머리카락과 머리카락에 가려진 귀 뒤까지 전부 훑어본 다음 저와 훙메이에게 수갑을 채웠습니다. 그때 훙메이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지만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어 눈물을 삼켰습니다. 류 처장이 도착하기 전 저와 훙메이는 생각을 정리해두었지요. “훙메이, 후회해요?” 하고 제가 묻자 그녀가 “당신이 진심으로 나를 좋아한다면 후회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난 후회해요. 진작 떳떳하게 당신과 결혼하지 않은 것을 후회해요”라고 말하자 그녀가 와락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제 몸에 엎드려 울면서 “아이쥔, 됐어요. 충분해요. 당신의 그 말만으로도 당신과의 혁명은 충분히 가치 있었어요” 하고 말했습니다. 저희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눈물은 흘리지 말자고 약속했습니다. 절대 누구도 저희 이 한 쌍의 혁명가를 진흙 인형이나 허수아비, 종이인형으로 취급하도록 두지 말자고 했습니다. / (『돌변하는 풍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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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아래의 사람들은 전부 갑작스러운 침묵에 빠졌다. 맞은편 기슭으로 몰려가던 사람들도 우르르 고개를 돌리고 몸을 돌리더니 심판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나와 나의 샤훙메이를 보는 데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뚫어져라 우리의 감정을 보고 우리의 사랑을 보고 혁명가의 입술과 혀를 보았다. 단상 위에서 총을 든 병사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판결 뒤 자리를 떠나던 법관이 정신을 놓은 듯 멍해졌다. 단상 아래 군중들의 눈과 시선이 굳어졌다. 허공의 먼지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모래톱의 조약돌이 우리의 입맞춤이 보이지 않자 끊임없이 튀어올랐다. 강물 속 물고기와 게가 수면으로 올라와 환호하며 깡충깡충 뛰었다. 내 혀끝과 그녀의 입술이 두 마리 뱀처럼 장난치고 그녀의 촉촉한 입술과 내 입술이 두 마리 물고기처럼 투닥거렸다. 내 어깨가 그녀의 어깨를 누르며 엎치락뒤치락하고 그녀의 가슴이 내 가슴을 기둥처럼 받쳤다. 우리의 감정이 활활 뜨거워지고 우리의 사랑이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그런데, 그런데 바로 그때, 그 순간, 아마도 일 분, 어쩌면 하룻밤, 하루, 백 년, 또 그저 수초가 정지한 그때 혁명가가 혁명가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그들은 우리를 강 맞은편에 미리 파놓은 모래 구덩이에서 총살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를 판결의 여운도 채 가시지 않은 심판대 위에서 죽였다. 하지만 피를 흘리며 쓰러질 때에도 나와 훙메이는 달라붙어 있었다. 두 입술이 찰싹 맞붙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피비린내에 질식해 죽었다.
사람이 죽는 일은 항상 있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기러기 털보다 가볍다. 혁명이 아직 성공하지 않았으니, 동지들이여, 계속 노력하기를. / (『에필로그』 중에서)




? 억압된 욕망이 낳은 혁명의 시대, 혁명적 사랑 ― 『물처럼 단단하게』
1967년, 문화대혁명이 한창 기세를 높이기 시작하던 때에 25살의 인민해방군 군인 가오아이쥔은 4년간의 복무를 마치고 고향인 허난성 뤄양의 청강진으로 돌아온다.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애정 없이 결혼한 아내와 두 아이가 그를 서먹하게 맞이하고 마을의 권력가인 장인은 그에게 결혼 당시 약속했던 간부 자리를 주지 않은 채 냉대한다. 낙후된 고향에서 당의 새로운 정신에 따른 혁명을 실천하고 장인 대신 간부가 되겠다는 의지로 가득한 그의 앞에 친구의 아내이자 전임 진장의 며느리인 아름다운 샤훙메이가 나타난다. 각자의 가정은 잊은 채 순식간에 둘은 위험한 사랑에 빠져들고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밀회를 즐긴다. 한편 자신들의 장인과 시아버지가 정점으로 있는 청강진의 구체제 간부진을 몰아내고 자신들을 중심으로 하는 젊은 피의 세대교체를 목표로 청강 대대 혁명동원회라는 이름의 비밀 집회를 열고 그 첫 시도로 청강진의 문화유적인 북송 유학자 정이, 정호 형제의 사당과 고서적들을 불태워 봉건주의 계급의 사상과 세력의 상징을 몰아내려 하는데…….

“이것을 쓰면서 작가로서 처음으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맹렬히 벽에 부딪혔다. 마치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르는 듯했다. 하지만 그 결과, 생명력과 의지로 가득한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옌롄커)

『물처럼 단단하게』는 1979년 단편 「천마 이야기」로 데뷔한 이래 30년 이상 강고하게 쌓아올린 옌롄커의 문학 세계에서 『일광유년』, 『딩씨 마을의 꿈』, 『즐거움』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장편소설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세계사에서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기이하고 기형적인 형태의 혁명이었던 1960~7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욕망과 야망을 불태운 두 남녀가 거침없이 구시대적 사상, 문화, 풍속을 척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혁명은 욕망의 촉매제인가? 욕망은 혁명의 도화선인가? 문화대혁명이라는 ‘붉은 악몽’ 속에서 인간의 억압된 원초적 욕망은 순식간에 사회적 야망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이 작품은 장대한 분량 속에서 전반부는 하층 계급에서 벗어나고자 모반을 꾀하며 권력욕과 성욕이 결합되는 과정을 그리고, 후반부에 와서는 그들이 더 큰 권력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은밀한 희생양이 되는 파국을 보여준다.

? 연약하고 단단한 ― 권력욕과 애욕은 서로 결합하고 배척하고 의지하고 모반한다
이 소설은 주제와 형식면에서 두 가지의 극단적 구조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그 세계는 남자와 여자이며, 밤과 낮이고, 사랑과 죽음이며, 국가와 개인이고, 지상과 지하이자, 협력과 배신이다. 한쪽은 삶, 혁명, 정치, 권력, 인민 등 위대한 마오쩌둥의 붉은 이름으로 가득 찬 양(陽)의 세계이고 다른 한쪽은 묘지, 땅굴, 정욕 등 음(陰)적인 욕망으로 가득 찬 세계이다. ‘혁명가곡’에 의해 촉발되는 충동적인 욕망만이 이 두 세계를 연결시켜준다. 이러한 부분은 문화대혁명 시기의 선전 선동 문학에서 자주 사용되던 혁명과 사랑의 서사에 대한 패러디로써 작가가 의도적으로 구성한 장치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성과 사랑은 문화대혁명 시대에는 문학에서 다루기가 애매한 주제였다. 그나마 사랑은 있었지만 성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성이 삭제되고 그 자리를 혁명애에 기반한 동지 간의 정치적 연대와 신뢰가 대신 들어서곤 했다. 문화대혁명 초기 마오쩌둥에 의해 행해졌던 여러 중요한 언설들이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가오아이쥔과 샤훙메이의 대화를 통해 그대로 전해지고 변주된다. 연인 간의 지극히 사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서도 그들은 국가적 사상과 정치적 수사에 의존하고, 마오쩌둥과 공산당을 향한 충성 서약과 남녀의 영원한 사랑의 언약은 동일한 맥락, 동일한 언어로 취급된다. 이 소설은 문화대혁명의 중국 사회가 잉태해낸 괴물의 본질을 재해석해내 당대 중국 문학의 ‘문혁 서사’가 갖는 한계를 깨고 이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 작가는 고도의 언어적, 형식적 실험으로 ‘단단함’과 ‘연약함’ 간의 기묘한 변화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정치권력의 거대한 목소리를 해체하고, 광명의 지상 세계에 숨겨진 허위와 황당함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폭로하며 그 연약한 본질을 드러내 보인다. 작품 안에서 배치된 온갖 정치적 발언과 재현 형식은 때로는 한국 독자 입장에서는 다소 읽기를 방해할 수도 있을 만큼 밀도가 높지만 혁명 담론과 사적 욕망의 언어가 뒤엉켜 만들어내는 이러한 불협화음이야말로 『물처럼 단단하게』의 가장 커다란 매력이자 문학적 성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명
논픽션보다 더 치밀하고 리얼한 통찰과 충격적 예언을 담은 김진명의 대작! 김진명의 장편소설 『미중전쟁』 제2권 《백악관 워룸》. 25년 작가 인생을 건 이 작품은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싸드》의 종결판으로, 미·중·러·일의 이해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한반도에서 북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기존의 어떤 탐사보도나 보고서에도 나온 적 없는 저자만의 정세분석으로 치밀하고 리얼하게 예견하고 그 해법을 들려준다. 북핵을 둘러싼 일촉즉발의 국제정세와 동북아 패권의 방향, 미·중·러·일의 야심을 이미 시작된 전쟁 시나리오에 대입해 낱낱이 까발린다. 백악관 워룸에 불이 켜졌고, 카운트다운은 시작되었다. 미국에게 북핵은 선제타격의 최고 명분이자, 절호의 찬스이다. 김정은은 핵을 쥐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날뛰지만, 점점 미국의 계략에 말려든다. 육사 출신으로 세계은행 특별조사위원으로 일하는 변호사 김인철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파견되어 조사활동을 벌이던 중, 어느 스타 펀드매니저의 기묘한 자살사건에 휘말린다. 그를 자살하게 만든 전화통화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케이맨 제도로 날아간 인철은 주인을 알 수 없는 거액의 검은 돈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석유와 달러, 국제정세를 움직이는 전쟁장사꾼들의 검은 그림자에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트럼프와 푸틴을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권력자들의 실루엣을 감지하는데....... 엄청난 재정적자로 모라토리엄에 직면한 미국 경제를 한 방에 뒤집으려는 전쟁장사꾼들의 계략에 한반도는 점점 깊은 수렁에 빠지고, 중국은 과연 미국의 전쟁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해법을 찾을 것인가?
옌롄커
“아버지, 대지의 마음을 돌려드립니다”

2009년 중국 최고의 감동 스토리, 옌롄커 최고의 작품!
나와 아버지
지극히 평범하고 비천한 사람들의
‘진솔한 생존의 기록’

혹독한 자연재해로 3년간 이어진 보릿고개,
문화 대혁명 시기의 혼란, 끝나지 않는 도시 농촌의 빈부 격차…
살아 있기 위한, 살아내기 위한
아버지 세대의 눈물겨운 여정!



■■■ 중국에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 옌롄커!
옌롄커는 제1, 2회 루쉰(魯迅)문학상과 제3회 라오서(老舍)문학상을 비롯한 20여 개의 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의 지지와 대중의 호응을 동시에 성취한 ‘가장 폭발력 있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중국에서는 가장 강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옌롄커를 점치고 있다.
동시에 옌롄커는 중국 출판계의 문제적 작가이기도 하다.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마오쩌둥의 사상과 위상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출간되자마자 판금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써내는 작품마다 중국 대륙을 뜨겁게 달구며 이슈가 되는 그의 작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독일, 베트남, 이스라엘, 싱가포르, 스페인, 일본, 스웨덴, 대만,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세계 20여 개 나라에 번역, 소개되었다.
특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혁명의 언어를 욕망의 언어로 비틀어낸 중국 문단 최고의 문제작으로, 출간 즉시 폭발적인 논란을 일으키며 중앙 선전부의 긴급 명령으로 초판 3만 부가 전량 회수, 폐기되었고, 향후 출판 및 홍보, 게재, 비평, 각색을 할 수 없는 ‘5금(禁) 조치’를 당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출판물이 전량 폐기되자 수많은 중국 독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이 소설의 해적판을 돌려보기 시작했고, 이 소설은 중국은 물론 해외 독자들 사이에서도 반드시 읽어야 할 문제작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21세기 중국 최고의 화제작이자 비공식적인 베스트셀러로 떠올랐고, 해외에서도 전 세계 10여 개 나라에 소개되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번에 출간된 『나와 아버지』는 그간 작가가 써온 수많은 작품들의 밑바탕이 된 자신의 실제 이야기로, 작가가 어떤 가공도 거치지 않은 순수한 글쓰기의 상태로 되돌아가 소박한 언어로 완성한 자전 에세이다. 중국에서는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특별한 관심과 호응을 얻었고, 이미 유럽에서도 번역, 출간되었다.

■■■ 지극히 평범하고 비천한 사람들의 ‘진솔한 생존의 기록’
― 살아 있기 위한, 살아내기 위한 아버지 세대의 눈물겨운 여정!
옌롄커는 『나와 아버지』에서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대에 살았던 자신의 아버지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회고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작가 개인의 기억에서 시작되는 『나와 아버지』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고난의 세월 속에서 굶주리고 가난했던 아버지 세대의 삶을 이야기한다. 혹독한 자연재해로 3년 동안 이어진 보릿고개와 문화대혁명 시기의 혼란, 끝나지 않는 도시와 농촌의 빈부 격차 등 고난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끝없이 일하고 노력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던 농촌의 농부로 살아간 아버지 세대의 아픔과 고통, 눈물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비단 한 개인의 삶이 아니라 그 시기 농촌의 수많은 중국 인민들의 삶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경제성장의 속도가 엄청나고, 그만큼 사회의 변화 속도도 빨라지는 중국. 그 변화의 중심에서 힘든 삶을 살아냈던 아버지 형제들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나라 1960, 1970년대의 모습과 흡사하다.
『흐르는 세월(日光流年)』을 비롯하여 『물처럼 단단하게(?硬如水)』, 『즐거움(受活)』, 『딩씨 마을의 꿈(丁莊?)』, 『풍아송(?雅?)』,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人民服?)』 등 옌롄커가 그간 써온 작품들은 대부분 실험성이 강한 소설이었다. 그러나 어떤 실험성도 지니지 않은 순수한 글쓰기의 상태로 되돌아갈 필요성을 느낀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어떤 기교와 기술도 없이 평범하고 소박한 언어로 작품을 완성했다. 한국어판 서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그는 글을 구상하거나 설계하지 않고, 정교하게 조탁하거나 퇴고하지 않았다. 그냥 “펜이 내 마음의 가장 아픈 곳과 가장 따스한 곳들을 툭툭 건드리고 지나가게 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독자나 평자들에 대해 전혀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고 오로지 내 마음과 욕망에 따라 내면에 충실한 글을 쓰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마음과 욕망에 따라 내면에 충실한 글’을 쓰기 위해서 그는 그동안 자신의 글쓰기에 담긴 긴장과 외침, 환희, 의도적으로 억누른 감정들을 하나하나 정확하고 세밀하게 분해하여, 모든 서사 속의 기교와 기술이 남김없이 완전히 씻어내려 했다. 이런 바람으로 완성해낸 작품이 바로 『나와 아버지』이고, 옌롄커는 이 작품을 통해 순수하고 소박한 글쓰기로 독자들을 만난다.

■■■ 2009년 중국 10대 도서, 2009년 중국 30대 필독서 선정!
옌롄커의 펜 끝에서 전해지는 가족과 고향 이야기는 장엄하면서도 진솔하게 다가온다. 감정을 적절히 억누르며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담담하게 써내려간 『나와 아버지』는 순수함과 소박함이라는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2009년 중국 10대 도서’에 선정되었다.
또한 이 작품은 ‘2009년 중국 30대 필독서’로도 선정되었다. 장장 3개월여에 걸친 선정 기간을 거쳐 ‘2009년 중국 30대 필독서’가 발표되었는데, 2009년 중국 30대 필독서는 출판사 추천으로 총 90여 편의 작품이 후보에 올랐고, 각계 인사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의 까다로운 선정 작업을 거쳐 그중 30권이 최종 선택되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필독서가 중국의 몇몇 출판사에서 출간된 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중국 전역 28개 출판사의 책들이 고루 선정되었다는 것이다. 선정 분야도 소설, 비소설, 학술, 경제경영, 아동, 만화 등으로 매우 다양해졌는데, 이 다양하고 많은 책들 중에서 30대 필독서로 선정되었다는 것은 『나와 아버지』가 중국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감을 얻어냈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 시대를 살아온 대다수 사람들에게 지나온 세월을 되새기며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고, 그 시기를 겪지 않은 젊은 세대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나와 아버지』의 가장 큰 힘이다.


■■■ 추천사
옌롄커는 몇 번의 인터뷰를 통해 나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진정한 ‘대작가’다. 그는 소박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끝까지 견지해나가는 힘이 있다. 자신의 작품처럼 말이다. 사실 옌롄커의 작품은 대중적이지 않다. 오히려 주류 문학계의 교과서 같다. 그의 언어는 소박하고 꾸밈이 없으며, 구성도 지나치리만큼 평범하다. 이런 특징은 패스트푸드 같은 글을 원하는 독자들의 요구에 위배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순문학’으로 분류되는 그의 작품들은 출간될 때마다 큰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2004년 출간된 『즐거움』이란 작품은 특이한 구성에 사투리가 많이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그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나와 아버지』는 작가의 시선이 ‘민족’에서 ‘가족’으로 옮겨간 첫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가족 자전 에세이다. 평범한 인물이 엮어가는 평범한 이야기로 곳곳에 옌롄커의 흔적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아버지의 사랑을 묘사한 내용은 시대를 초월해 우리 세대뿐 아니라 20대 혹은 10대의 어린 독자들의 공감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속에는 시대나 나이를 뛰어넘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 도시화와 산업화는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더 멀게 만든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들 하지만 생활에 쫓겨 가족 간에도 점차 소원해지고 있다. 우리보다 한발 먼저 인생을 살아본 선배로서 옌롄커는 사진의 회환과 아픔을 감칠맛 나게 전달하고 있다. 평범하고 소박하기만 한 그의 언어는 날카로운 바늘이 되어 독자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 궈춘린(郭春林) ? 문학평론가
옌롄커
중국 정부의 판금 조치를 불러온『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원형이 된 소설
『물처럼 단단하게』드디어 한국어판 출간!

루쉰 문학상, 라오서 문학상 수상작가 옌롄커 대표 장편소설
낮에는 뜨거운 혁명의 언어, 밤에는 부드러운 사랑의 밀어
“당신이 믿든 안 믿든,
당신을 위해 나는 죽어도 청강에서
혁명을 일으킬 것이고 반드시 청강의 혁명을
성공으로 이끌 거요.”

? 한국어판 저자 서문 중에서
『물처럼 단단하게』는 출판되자마자 ‘적색(혁명)과 황색(성性)의 금기를 모두 어겼다’라며 중국 최고 상부기관으로부터 ‘지명’당했습니다.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출판사에서 얼마나 베이징을 오갔는지 모릅니다. 수많은 조정을 거친 뒤에야 풍파가 가라앉고 상황이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남긴 깊은 화근은 이후 『즐거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딩씨 마을의 꿈』, 『풍아송』, 『사서』로 이어졌습니다. 이 작품들이 논쟁거리가 되어 출판 불가 판정을 받은 것은 모두 시의적절하지 못했던 『물처럼 단단하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남들이 잊어주기 바라는 민족적 아픔에 피가 뚝뚝 떨어지는 기억의 쐐기를 박으려 한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는 게 당연한 일이지요. 저는 『물처럼 단단하게』의 운명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아,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더 있군요. 『물처럼 단단하게』는 후기작들은 물론이고 제 작가적 운명과 깊은 관계가 있지만 특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와 연관이 깊습니다. 사람들은 이 두 작품을 자매편이라고 평하곤 합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2004년, 『물처럼 단단하게』는 2000년에 완성한 작품이지요.) 하지만 저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광야에서 자유롭게 자란 나무라면 『물처럼 단단하게』는 그와 같은 수종이지만 작가의 정원에서 가지치기를 통해 훨씬 크게 잘 자라난 나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제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나머지는 존경하는 한국 독자 여러분들께 돌립니다.(옌롄커)



?본문 중에서
하지만 세상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혁명의 감정뿐입니다. 혁명가의 감정은 산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습니다. 산이 아무리 높고 바다가 아무리 깊어도 한눈에 반해버린 혁명가의 감정보다 넓고 깊지는 못하지요. 과연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진실해야 합니다. 그때 제 가슴에서는 형용 못 할 꽃 한 송이가 꽃잎을 한 장 한 장 피워 내고 있었습니다. 꽃잎이 피어날 때 기차가 가슴을 뚫고 지나가는 것 같은 소리가 났지요. 그녀가 입술을 꾹 다문 채 저를 쳐다보다가 시험이라도 하려는 듯 철궤에서 미끄러지며 힘껏 두 발을 앞으로 뻗었습니다. 하늘이여, 땅이여, 그녀가 다시 열 개 태양의 빛으로 제 가슴을 불태웠습니다.
저는 어떤 초인적인 힘에 압도당했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운 발에는 신발 자국이 분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늘 세상에 드러나는 발등은 하얀 가운데 거뭇거뭇하고 자홍색이 섞였지만 신발 속의 두 발은 핏기 하나 없이 하�습니다. 하얗기 때문에 그 빨강이 깊고 두터워 보였고, 빨갛기 때문에 그 하양이 가늘고 부드러워 보였습니다. 이게 그녀의 발이라고? 그렇다면 종아리는, 허벅지는, 몸은? 설마 이보다 더 희고 보드라울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저는 기꺼이 유혹당한 것처럼 철궤로 미끄러져 내리며 두 다리를 벌린 채로 길게 뻗은 그녀의 두 다리를 제 두 다리 사이, 가슴 아래에 놓았습니다. 그때 제 낯빛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저 세상이 무너진 듯 심장이 거세게 뛰고 황허 물줄기처럼 피가 세차게 요동치는 것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저를 노리는 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디선가 저를 유인하는 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손을 덜덜 떨고 비틀거리면서 대장정을 하듯 그녀의 두 발로 나아갔습니다. / (『혁명과의 해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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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원회 때 저는 중대 통합 학습토론회에서처럼 절반은 지역 사투리를 사용하고 절반은 일상적인 군대 말투를 써 분위기를 격앙시켰습니다. 암송하는 듯한 어투로 한 시간 반을 이야기했지요. 3일 동안 관보를 읽고 연구한 내용을 그 한 시간 반 동안 남김없이 청산유수같이 줄줄 쏟아냈습니다. 제가 말재주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좋은 줄은 몰랐습니다. 부대에 있을 때 정치공작원은 제가 정치공작원으로서의 자질이 있다고 했고, 정치교도원은 정치교도원으로서의 자질이 있다고 했지만, 연대 정치위원은 정치위원으로서의 자질이 있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그 연설은 대대 청년들의 얼을 쏙 빼놓았습니다. 그들은 제 재능과 능력에 놀라 제가 마오 주석님과 함께 안위안에 가기라도 한 듯, 대단한 상부 인사가 청강진의 혁명가로 내려온 듯 느꼈습니다. 그들은 제 장인에게서 항상 사투리와 욕설로 가득한 지루한 연설만 들었었지요. 하루 종일 확성기에서 꿍얼거리는 소리만 듣다가 그날 밤 제 연설을 듣자, 깔깔한 잡곡에 익숙한 입으로 갑자기 쌀이나 설탕물이 들어온 것처럼 신선함에 놀라고 마음이 설레었던 것입니다.
“아이쥔, 정말 말을 잘하는군. 어디서 배웠나?” 누군가 물었습니다.
“끊임없이 책과 관보를 읽고 일상에서 정열적으로 실천해 그렇습니다.”
제 대답에 또 누군가가 물었습니다.
“정말로 장인의 권력을 빼앗을 건가?”
“제가 빼앗는 게 아니라 혁명이 빼앗는 것입니다.” / (『단단함과 부드러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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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그 비밀을 알려줄 마음이 없었습니다. 그건 저와 훙메이가 영원히 공개하지 않을 어두운 통로이자 방이고, 저희의 신성하고 위대한 사랑의 결정체이자 증거였으니까요. 저는 두 광주리에 흙을 채운 다음 땅굴에서 기어 올라와 줄을 잡아 당겨 광주리에 담긴 흙을 달빛 아래로 끌어냈습니다. 그런 다음 어깨에 메고 돼지우리 옆으로 뒷문을 나와서는 샛길을 따라 언덕 아래의 수로로 갔습니다. 언덕 위에 있던 달이 어느새 마을 꼭대기로 옮겨가 있었습니다. 청사 뒷마당에 있는 치셴탕 대전의 용마루와 추녀마루가 달빛에 부드럽게 녹아 느릿하게 출렁이는 것 같았습니다. 마을 거리에서 간혹 들리는 어슴푸레한 개 짖는 소리가 투명한 살얼음처럼 밤하늘에서 미끄러지자 초여름 달밤이 더욱 깊어지고 신비로워지며 형용할 수 없게 아름다워졌습니다. 개구리와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제 발소리에 잠시 멈췄다가 이내 다시 아무 걱정도 없다는 듯 울려 퍼지면서 제 발소리와 어깨 위 광주리의 삐걱거림을 삼켰습니다. 그러다 세상이 더할 나위 없이 고요해졌습니다. 그 정적 속에서 저는 바러우 산맥이 숨 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2년 내에 550미터의 혁명적 사랑의 땅굴을 완성하고 제 정치 생애에 방해가 될 청강진의 크고 작은 장애물을 없애며, 스물일곱 생일 전에 진장이 되어 청강진의 최고 인물이 되겠다고 굳게 결심했습니다. 그날 밤 땅굴을 0.8미터 팠고 열아홉 번 흙을 수로로 날랐으며 열아홉 번 진 정부의 기와 건물을 보면서 열아홉 번 그런 결심과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다 닭이 세 번 울고 동쪽에 우윳빛이 번지기 시작해 진정부 쪽으로 소변을 본 다음 집으로 돌아가 잠을 잤습니다. / (『혁명 낭만주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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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이 우리에게 이런 기회를 주는데 이 기회를 놓친다면 정말 멍청이요.”
“다 좋은데 결국 우리를 지하로 내몬 것도 혁명이에요.”
“당신 몸에 붙은 흙 좀 봐요.”
제가 말하면서 그녀의 부풀어 오른 왼쪽 젖꼭지를 가리켰습니다. 노란 콩 같은 흙 알갱이가 젖꼭지에 새로운 젖꼭지가 솟아난 것처럼 붙어 있었습니다. 그녀가 고개를 숙여 흙알갱이를 보더니 털어내려고 손을 들었다가 갑자기 도로 내려놓았습니다.
“당신이 털어줘요.” 그녀가 말했습니다.
“지금 진장한테 흙을 털라는 것이오?”
“가오 현장님, 제 젖에 붙은 흙 좀 털어주세요.”
“세상에, 지금 현장을 부려먹겠다는 것이오?”
“가오 행정관님, 이 흙 좀 핥아내주세요.”
“맙소사, 행정관을 아이 부르듯 부르는군.”
“가오 성장님, 혀끝으로 제 젖꼭지의 흙을 떨어뜨려주세요.”
“성장이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소?”
“성장도 남자인걸요. 가오 성장님, 제발 이 흙 좀 핥아서 떨어뜨려주세요.”
“혁명가라고 불러봐요.”
“천재 혁명가님, 당신은 중국 대륙에서 떠오르는 찬란한 별이지요. 당신 혀의 샘물은 목마른 인민과 대지를 적시니 그 샘물로 제 젖꼭지에 붙은 황토를 씻어내주세요.” / (『실패와 축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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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들은 아직 젊으니 억지로 숨기지 말고 말해야 하는 것을 전부 말하게. 혁명 때문이라면 10여 명을 죽이고도 계속 관직에 있을 수 있는 시대인데 자네들이 말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런 다음 류 처장이 나갔습니다.
류 처장이 나가자마자 제복을 입은 우람한 사내 넷이 방으로 들어와서는 두말하지 않고 저희 몸을 수색했습니다. 그들은 훙메이의 머리카락과 머리카락에 가려진 귀 뒤까지 전부 훑어본 다음 저와 훙메이에게 수갑을 채웠습니다. 그때 훙메이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지만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어 눈물을 삼켰습니다. 류 처장이 도착하기 전 저와 훙메이는 생각을 정리해두었지요. “훙메이, 후회해요?” 하고 제가 묻자 그녀가 “당신이 진심으로 나를 좋아한다면 후회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난 후회해요. 진작 떳떳하게 당신과 결혼하지 않은 것을 후회해요”라고 말하자 그녀가 와락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제 몸에 엎드려 울면서 “아이쥔, 됐어요. 충분해요. 당신의 그 말만으로도 당신과의 혁명은 충분히 가치 있었어요” 하고 말했습니다. 저희는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눈물은 흘리지 말자고 약속했습니다. 절대 누구도 저희 이 한 쌍의 혁명가를 진흙 인형이나 허수아비, 종이인형으로 취급하도록 두지 말자고 했습니다. / (『돌변하는 풍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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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아래의 사람들은 전부 갑작스러운 침묵에 빠졌다. 맞은편 기슭으로 몰려가던 사람들도 우르르 고개를 돌리고 몸을 돌리더니 심판대에 시선을 고정한 채 나와 나의 샤훙메이를 보는 데에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뚫어져라 우리의 감정을 보고 우리의 사랑을 보고 혁명가의 입술과 혀를 보았다. 단상 위에서 총을 든 병사들 눈이 휘둥그레졌다. 판결 뒤 자리를 떠나던 법관이 정신을 놓은 듯 멍해졌다. 단상 아래 군중들의 눈과 시선이 굳어졌다. 허공의 먼지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모래톱의 조약돌이 우리의 입맞춤이 보이지 않자 끊임없이 튀어올랐다. 강물 속 물고기와 게가 수면으로 올라와 환호하며 깡충깡충 뛰었다. 내 혀끝과 그녀의 입술이 두 마리 뱀처럼 장난치고 그녀의 촉촉한 입술과 내 입술이 두 마리 물고기처럼 투닥거렸다. 내 어깨가 그녀의 어깨를 누르며 엎치락뒤치락하고 그녀의 가슴이 내 가슴을 기둥처럼 받쳤다. 우리의 감정이 활활 뜨거워지고 우리의 사랑이 반짝반짝 빛을 발했다…….
그런데, 그런데 바로 그때, 그 순간, 아마도 일 분, 어쩌면 하룻밤, 하루, 백 년, 또 그저 수초가 정지한 그때 혁명가가 혁명가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그들은 우리를 강 맞은편에 미리 파놓은 모래 구덩이에서 총살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를 판결의 여운도 채 가시지 않은 심판대 위에서 죽였다. 하지만 피를 흘리며 쓰러질 때에도 나와 훙메이는 달라붙어 있었다. 두 입술이 찰싹 맞붙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피비린내에 질식해 죽었다.
사람이 죽는 일은 항상 있지만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어떤 죽음은 기러기 털보다 가볍다. 혁명이 아직 성공하지 않았으니, 동지들이여, 계속 노력하기를. / (『에필로그』 중에서)




? 억압된 욕망이 낳은 혁명의 시대, 혁명적 사랑 ― 『물처럼 단단하게』
1967년, 문화대혁명이 한창 기세를 높이기 시작하던 때에 25살의 인민해방군 군인 가오아이쥔은 4년간의 복무를 마치고 고향인 허난성 뤄양의 청강진으로 돌아온다.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애정 없이 결혼한 아내와 두 아이가 그를 서먹하게 맞이하고 마을의 권력가인 장인은 그에게 결혼 당시 약속했던 간부 자리를 주지 않은 채 냉대한다. 낙후된 고향에서 당의 새로운 정신에 따른 혁명을 실천하고 장인 대신 간부가 되겠다는 의지로 가득한 그의 앞에 친구의 아내이자 전임 진장의 며느리인 아름다운 샤훙메이가 나타난다. 각자의 가정은 잊은 채 순식간에 둘은 위험한 사랑에 빠져들고 마을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밀회를 즐긴다. 한편 자신들의 장인과 시아버지가 정점으로 있는 청강진의 구체제 간부진을 몰아내고 자신들을 중심으로 하는 젊은 피의 세대교체를 목표로 청강 대대 혁명동원회라는 이름의 비밀 집회를 열고 그 첫 시도로 청강진의 문화유적인 북송 유학자 정이, 정호 형제의 사당과 고서적들을 불태워 봉건주의 계급의 사상과 세력의 상징을 몰아내려 하는데…….

“이것을 쓰면서 작가로서 처음으로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맹렬히 벽에 부딪혔다. 마치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르는 듯했다. 하지만 그 결과, 생명력과 의지로 가득한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옌롄커)

『물처럼 단단하게』는 1979년 단편 「천마 이야기」로 데뷔한 이래 30년 이상 강고하게 쌓아올린 옌롄커의 문학 세계에서 『일광유년』, 『딩씨 마을의 꿈』, 『즐거움』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장편소설로 손꼽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세계사에서 그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만큼 기이하고 기형적인 형태의 혁명이었던 1960~7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자신들의 욕망과 야망을 불태운 두 남녀가 거침없이 구시대적 사상, 문화, 풍속을 척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혁명은 욕망의 촉매제인가? 욕망은 혁명의 도화선인가? 문화대혁명이라는 ‘붉은 악몽’ 속에서 인간의 억압된 원초적 욕망은 순식간에 사회적 야망의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이 작품은 장대한 분량 속에서 전반부는 하층 계급에서 벗어나고자 모반을 꾀하며 권력욕과 성욕이 결합되는 과정을 그리고, 후반부에 와서는 그들이 더 큰 권력의 치부를 숨기기 위해 은밀한 희생양이 되는 파국을 보여준다.

? 연약하고 단단한 ― 권력욕과 애욕은 서로 결합하고 배척하고 의지하고 모반한다
이 소설은 주제와 형식면에서 두 가지의 극단적 구조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그 세계는 남자와 여자이며, 밤과 낮이고, 사랑과 죽음이며, 국가와 개인이고, 지상과 지하이자, 협력과 배신이다. 한쪽은 삶, 혁명, 정치, 권력, 인민 등 위대한 마오쩌둥의 붉은 이름으로 가득 찬 양(陽)의 세계이고 다른 한쪽은 묘지, 땅굴, 정욕 등 음(陰)적인 욕망으로 가득 찬 세계이다. ‘혁명가곡’에 의해 촉발되는 충동적인 욕망만이 이 두 세계를 연결시켜준다. 이러한 부분은 문화대혁명 시기의 선전 선동 문학에서 자주 사용되던 혁명과 사랑의 서사에 대한 패러디로써 작가가 의도적으로 구성한 장치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성과 사랑은 문화대혁명 시대에는 문학에서 다루기가 애매한 주제였다. 그나마 사랑은 있었지만 성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성이 삭제되고 그 자리를 혁명애에 기반한 동지 간의 정치적 연대와 신뢰가 대신 들어서곤 했다. 문화대혁명 초기 마오쩌둥에 의해 행해졌던 여러 중요한 언설들이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 가오아이쥔과 샤훙메이의 대화를 통해 그대로 전해지고 변주된다. 연인 간의 지극히 사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에서도 그들은 국가적 사상과 정치적 수사에 의존하고, 마오쩌둥과 공산당을 향한 충성 서약과 남녀의 영원한 사랑의 언약은 동일한 맥락, 동일한 언어로 취급된다. 이 소설은 문화대혁명의 중국 사회가 잉태해낸 괴물의 본질을 재해석해내 당대 중국 문학의 ‘문혁 서사’가 갖는 한계를 깨고 이를 한층 더 발전시켰다. 작가는 고도의 언어적, 형식적 실험으로 ‘단단함’과 ‘연약함’ 간의 기묘한 변화를 보여주고 이를 통해 정치권력의 거대한 목소리를 해체하고, 광명의 지상 세계에 숨겨진 허위와 황당함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폭로하며 그 연약한 본질을 드러내 보인다. 작품 안에서 배치된 온갖 정치적 발언과 재현 형식은 때로는 한국 독자 입장에서는 다소 읽기를 방해할 수도 있을 만큼 밀도가 높지만 혁명 담론과 사적 욕망의 언어가 뒤엉켜 만들어내는 이러한 불협화음이야말로 『물처럼 단단하게』의 가장 커다란 매력이자 문학적 성취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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