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의 수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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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발행인이자 한국수필학회 회장인 윤재천 수필가의 수필이론서다. 인쇄본으로 발간된 바가 있으나, '한국문학발전상' 수상기념으로 이번에 다시 전자책(e-Book)으로 상재하게 됐다. 수필이론의 집대성집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필이론에 관한 다양하고도 깊이 있는 글들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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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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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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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Jun 1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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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s
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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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5513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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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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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res
Literary Collections / Gen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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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한강 『채식주의자』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

한강 연작소설 『채식주의자』(영문판 제목 ‘The Vegetarian’)이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5월 16일 저녁 7시(현지시간, 한국시간 17일 새벽 3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 심사위원회(위원장 보이드 톤킨)는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 앨버트 미술관’에서 최종 후보작가 6인과 번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환영만찬 및 시상식을 열고 『채식주의자』의 작가 한강과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에게 상패를 수여했다. 심사위원장 보이드 톤킨(『인디펜던트』 문학 선임기자)은 “『채식주의자』는 탄탄하고 정교하며 충격적인 작품으로, 독자들의 마음에 그리고 아마도 그들의 꿈에 오래도록 머물 것이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맨부커상은 1969년에 제정된 이래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등 세계적인 권위의 상이다. 이 상의 일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2005년에 시작되어 영어로 번역된 외국 작품에 격년으로 수여돼오다가 2016년부터 영어로 번역되어 영국에서 출간된 작품에 매년 시상하는 것으로 개편되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은 주요 작가로는 필립 로스(미국), 앨리스 먼로(캐나다), 이스마일 카다레(알바니아), 치누아 아체베(나이지리아) 등이 있다.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번역의 중요성에 주목해 5만 파운드(한화 8,150만원)의 상금을 작가와 번역자에게 나누어 지급한다.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은 지난 4월 16일 쇼트리스트(최종후보작) 6편을 발표하였으며, 여기에는 오르한 파묵(터키), 옌 렌커(중국) 같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들어 있었다.

한강 작가는 수상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번역자 데보라 스미스에게 공로를 돌리고 영국 출판사 포르토벨로(Portobello)의 수석편집자 맥스 포터에게 감사를 표했다.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20여개국에서 출간

2007년 창비에서 출간된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 불꽃」 등 3편의 연작 중편을 묶은 것으로, 한강의 해외판권을 관리하는 에이전시인 KL매니지먼트를 통해 2010년부터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번역 출간돼오고 있으며, 영국에서는 지난 2015년 1월 1일 문학의 명문 출판사인 포르토벨로가 영어판을 냈다. 그후 미국과 유럽 등지를 비롯해 지금까지 모두 25개국에 해외판권이 팔렸다.

2015년 영국에서 출간 당시 런던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가 집계하는 베스트셀러 리스트 2위에 올랐고, 2016년 1월에는 영국 포일스(Foyles)서점에서 소설분야 톱10에서 1위에 올랐다.

2016년 2월 2일에는 미국 최대 출판그룹 중 하나인 펭귄랜덤하우스 그룹의 문학전문 임프린트 호가드(Hogarth)에서 미국판이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시카고트리뷴』 『라이브러리저널』 등을 비롯해 다수의 유력 매체에서 호평을 받았다. 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위클리』는 지난 2월 1일 ‘2016년 봄, 가장 기대되는 주목할 소설’ 중 첫째로 『채식주의자』를 꼽기도 했다.

한강 작가의 또다른 최근작 『소년이 온다』 역시 2016년 1월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Human Acts’(데보라 스미스 번역)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어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며, 미국에서는 2017년 1월 출판될 예정이다. 『소년이 온다』는 영국과 미국을 비롯해 북유럽 등 이미 10개 나라에 판권수출 계약을 마쳤다. 눈여겨볼 것은 구미 지역에서 『소년이 온다』가 『채식주의자』 못지않은 관심을 받으며 빠른 속도로 판권 계약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는 3월 10일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의 1차 후보작(13편)에 포함된 이래 4월 16일 최종 후보작(6편)에 올라 수상의 기대감을 높여오면서 4만여부가 추가 판매되고, 출간 9년 만에 국내소설 베스트셀러 목록에 다시 오르는 등 가파른 매출상승 추이를 보여왔다. 아울러 최근작이며 작가가 가장 애정을 갖는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창비 2014)의 판매 역시 동반 상승해 올해만 2만부에 가까운 판매현황을 보이고 있다.

수상자 소개

한강(韓江)

1970년생.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1993년 『문학과사회』에 시를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동리문학상, 이상문학상,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한국소설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2015년 런던대학에서 한국학 박사학위(현대문학)를 받았다. 한강의 또다른 장편 『소년이 온다』를 비롯해 한국문학을 영미권에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번역문학 전문 출판사 틸티드 악시스(Tilted Axis)를 설립해 출판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채식주의자』에 대한 해외서평

“앞으로 미국 문학계에 파문을 일으키면서도 독자들과 공명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

“2016년 봄 가장 기대되는 소설” 퍼블리셔스 위클리

“충격 때문에 손으로 입을 막고 읽어야 하는 책” 오프라 매거진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산문과 믿을 수 없을 만큼 폭력적인 내용의 조합이 충격적이다.” 가디언

“일시에 마음을 빼앗긴 수준 높은 작품” 아사히신문

『소년이 온다』에 대한 해외서평

“역사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충격적이고 도발적인 소설” 가디언

“한강의 작품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질문인 ‘무엇이 인간성인가, 우리가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의 출발점이다” 미국 소설가 에이미어 맥브라이드

『채식주의자』 해외출간 목록 (현재 25개국 판권 수출)

존재의 숙명적 상처와 세상의 근원적 어둠에 대한 처연한 인식에서 출발하여 식물적 상상력으로 그에 대응해온 작가가 도달한 이 새로운 미적 차원은 놀랍고 신선하다. 상처와 어둠의 극한까지 밀어붙여 존재의 처음과 끝, 그 신비로운 근원을 엿보고자 하는 열망으로 도달한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는 우리 소설을 일상과 탐욕의 저잣거리로부터 끌어올려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황도경 「한강의 작품세계」(『문학사상』 2005년 2월호)

작가는 상처와 치유의 지식체계를 오랜 시간 동안 기록해온 신비로운 사관(史官)이다. 그녀의 많은 소설은 일상의 트랙을 벗어나 증발해버린 타인을 찾아나서는 이들의 움직임을 그린다. 이런 여러 탐색담은 대상을 찾는 것으로 귀결되지 않는다. 정상성을 벗어난 인물들을 찾아나선 ‘정상적’인 인물들은 스스로 감추었거나 잊었던 트라우마와 조우한다. 마치, 애초에 그들이 그토록 닿으려 했던 목적지가 그 깊은 상처였던 것처럼.
- 허윤진(문학평론가)「해설」 중에서

올해로 등단 13년째를 맞는, 70년대생 작가의 선두주자였던 소설가 한강이 표제작인 「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 불꽃」으로 구성된 연작소설 『채식주의자』를 창비에서 출간했다. 단아하고 시심 어린 문체와 밀도있는 구성력이라는 작가 특유의 개성이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아름다움의 미학을 완성한 수작이다. 나직한 목소리지만 숨 막힐 듯한 흡인력이 돋보이는 『채식주의자』는 지금까지 소설가 한강이 발표해온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한데 집약시켜놓은 완결편이라 할 수 있다.

상처, 욕망, 그리고 죽음

『채식주의자』의 1부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인 ‘나’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어린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 영혜는 어느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나’는 처가 사람들을 동원해 영혜를 말리고자 한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에서 영혜는 또 육식을 거부하고, 이에 못마땅한 장인이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을 긋는다.

2부 「몽고반점」은 인혜의 남편이자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아티스트 ‘나’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 사는 동생을 측은해하는 아내 인혜에게서 영혜의 엉덩이에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나’는 영혜의 몸을 욕망하게 된다. ‘나’는 영혜를 찾아가 비디오작품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청한다. 벌거벗은 영혜의 몸에 바디페인팅을 해서 비디오로 찍지만, 성에 차지 않은 ‘나’는 후배에게 남자 모델을 제안한다. 남녀의 교합 장면을 원했지만 거절하는 후배 대신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 영혜와 교합하여 비디오로 찍는다. 다음날 벌거벗은 두 사람의 모습을 아내가 발견한다.

3부 「나무 불꽃」은, 처제와의 부정 이후에 종적없이 사라진 남편 대신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가족들 모두 등돌린 영혜의 병수발을 들어야 하는 인혜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영혜가 입원한 정신병원의 연락을 받고 찾아간 인혜는 식음을 전폐하고, 링거조차 받아들이지 않아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영혜를 만나고, 영혜는 자신이 이제 곧 나무가 될 거라고 말한다. 강제로 음식을 주입하려는 의료진의 시도를 보다못한 인혜는 영혜를 큰병원으로 데리고 가기로 결심한다.

영혜를 둘러싼 세 인물, 영혜의 남편·형부·언니의 시선으로 구성되는 3부작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장면은 가족 모임에서 영혜가 손목을 칼로 긋는 장면이다. 아내의 육식 거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던 남편으로서는 그 충동적인 행동이 그저 끔찍한 장면으로만 기억될 뿐이다. 피를 흘리는 처제를 들쳐업고 병원에 간 형부는 그동안 자신이 해왔던 비디오작업이 송두리째 모멸스럽고 정체 모를 구역질을 느끼고 그후로 전혀 다른 이미지(바디페인팅)에 사로잡힌다. 어린시절부터 가까이서 본 동생 영혜가 죽음을 불사하고, 식물이 되기를 원하는 것을 알게 된 언니는 그 장면을 안타깝고 원망스럽게만 기억한다.

막을 수 없었을까. 두고두고 그녀는 의문했다. 그날 아버지의 손을 막을 수 없었을까. 영혜의 칼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남편이 피흘리는 영혜를 업고 병원까지 달려간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정신병원에서 돌아온 영혜를 제부가 냉정히 버린 것을 말릴 수 없었을까. 그리고 남편이 영혜에게 저지른 일을, 이제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을, 값싼 추문이 되어버린 그 일을 돌이킬 수 없었을까. 그렇게 모든 것이-그녀를 둘러싼 모든 사람의 삶이 모래산처럼 허물어져버린 것을, 막을 수 없었을까. ―「나무 불꽃」 중에서

동일한 장면을 다른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영혜’와 ‘아버지’에게서도 발견된다. 어린 딸의 다리를 문 개를 오토바이에 묶어 끌고다니다 죽이는 아버지에게는 개의 살육이 그저 부정(父情)의 실천이었을 뿐이겠지만, 모두에게 ‘불분명한 동기’인 영혜의 육식 거부가 실은 그 어린시절의 끔찍한 기억에서 비롯된 것이다.

육체적인 욕망과 예술혼의 승화를 절묘하게 결합시킨 수작으로 극찬을 받으면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2부 「몽고반점」은 연작소설 『채식주의자』 전체 줄거리에 연결되면서 이 소설의 차원을 확장하고 심화한다. 각 부에서 각기 다른 시선으로 조명되는 욕망의 근원은 결국 영혜라는 주인공의 상처와 기억의 문제로 수렴된다.

숨막힐 듯한 식물적 상상력의 궁극
「작가의 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채식주의자』의 주인공 ‘영혜’는 작가가 10년 전 발표한 단편 「내 여자의 열매」(『내 여자의 열매』, 창비 2000 수록)에서 선보였던 식물적 상상력을 궁극의 경지까지 확장시킨 인물이다. 희망없는 삶을 체념하며 하루하루 베란다의 ‘나무’로 변해가던 「내 여자의 열매」의 주인공은, 어린시절 각인된 기억 때문에 철저히 육식을 거부한 채로 ‘나무’가 되기를 꿈꾸는 영혜와 통한다.

난 몰랐거든. 나무들이 똑바로 서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게 됐어. 모두 두 팔로 땅을 받치고 있는 거더라구. 봐, 저거 봐, 놀랍지 않아?
영혜는 벌떡 일어서서 창을 가리켰다.
모두, 모두 다 물구나무서 있어.
[…]
어떻게 내가 알게 됐는지 알아? 꿈에 말이야. 내가 물구나무서 있었는데…… 내 몸에서 잎사귀가 자라고, 내 손에서 뿌리가 돋아서…… 땅속으로 파고들었어. 끝없이, 끝없이…… 사타구니에서 꽃이 피어나려고 해서 다리를 벌렸는데, 활짝 벌렸는데……
[…]
나, 몸에 물을 맞아야 하는데. 언니, 나 이런 음식 필요 없어. 물이 필요한데. ―「나무 불꽃」 중에서

단순한 육식 거부에서 식음을 전폐하는 지경에 이르는 영혜는 생로병사에 무감할뿐더러 몸에 옷 하나 걸치기를 꺼리는, 인간 아닌 다른 존재로 전이된 모습으로 그려진다. 더 나아가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채식주의자」)라고 믿는 영혜는 아무도 공격하지 않고, 공격받지 않는 순결한 존재가 되는 듯하다.

반면 영혜 주위의 인물들은 육식을(영혜 남편), 혹은 영혜의 몸과 몽고반점 그리고 자신의 예술혼을(영혜 형부) 지독하게 욕망한다. 그들의 욕망은 결국 누군가에게 또다른 상처를 주고 끔찍한 기억을 남긴다. 인간의 욕망이란 본래 그런 것이다. 생명이 있는 한, 그 대상이 무엇이든간에 욕망할 수밖에 없는 동물적인 육체로 살아가야 하는 정체성을 포기한 영혜는 결국 죽음에 이르는 길을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영혜로 표상되는 식물적인 상상력의 경지는 소설가 한강의 작품세계를 가로지르는 소설 미학이며, 이야기로서든 상상력으로서든 감각으로서든 우리 소설의 차원을 확장시키는 시도임에 분명하다.

Changbi Publishers

한강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 수상 <채식주의자>의 한강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

섬세한 감수성과 치밀한 문장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온 작가 한강의 여섯번째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가 출간되었다. 1980년 광주의 5월을 다뤄 창비문학블로그 '창문'에 연재할 당시(2013년 11월~2014년 1월)부터 독자들의 이목을 끌었던 열다섯살 소년의 이야기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를 통해 한강만이 풀어낼 수 있는 방식으로 1980년 5월을 새롭게 조명한다. 한강은 무고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듯한 진심 어린 문장들로 어느덧 그 시절을 잊고 무심하게 5·18 이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여전히 5·18의 트라우마를 안고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무한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에 맞서 싸우던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그후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받는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당시의 처절한 장면들을 핍진하게 묘사하며 지금 "우리가 '붙들어야 할' 역사적 기억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환기하고 있다(백지연 평론가)." "이 소설을 피해갈 수 없었"고,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느꼈"다는 작가 스스로의 고백처럼 이 소설은 소설가 한강의 지금까지의 작품세계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신형철 평론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 도시의 열흘'과 소년을 위로하는 한강의 간절한 목소리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철저한 고증과 취재를 바탕으로 한강 특유의 정교하고도 밀도 있는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다. 5·18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소년 동호는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한 것을 계기로 도청 상무관에서 시신들을 관리하는 일을 돕게 된다. 매일같이 합동분향소가 있는 상무관으로 들어오는 시신들을 수습하면서 열다섯 어린 소년은 '어린 새' 한 마리가 빠져나간 것 같은 주검들의 말 없는 혼을 위로하기 위해 초를 밝히고, ‘시취를 뿜어내는 것으로 또다른 시위를 하는 것 같은’ 시신들 사이에서 친구 정대의 처참한 죽음을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혼한테는 몸이 없는데, 어떻게 눈을 뜨고 우릴 지켜볼까.
(…) 눈을 감고 있던 외할머니의 얼굴에서 새 같은 무언가가 문득 빠져 나갔다. 순식간에 주검이 된 주름진 얼굴을 보며, 그 어린 새 같은 것이 어디로 가버렸는지 몰라 너는 멍하게 서 있었다.
지금 상무관에 있는 사람들의 혼도 갑자기 새처럼 몸을 빠져나갔을까. 놀란 그 새들은 어디 있을까.
_ 본문 중에서

혼은 자기 몸 곁에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을까.
그게 무슨 날개같이 파닥이기도 할까. 촛불의 가장자릴 흔들리게 할까. (…)
용서하지 않을 거다. (…)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 자신까지도.
_ 본문 중에서

억울한 영혼들의 말을 대신 전하는 오월의 노래

정대는 동호와 함께 시위대의 행진 도중 계엄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져 죽게 되고, 중학교를 마치기 전에 공장에 들어와 자신의 꿈을 미루고 동생을 뒷바라지하던 정대의 누나 정미 역시 그 봄에 행방불명되면서 남매는 비극을 맞는다. 무자비한 국가의 폭력이 한순간에 무너뜨린 순박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과 무고하게 죽은 어린 생명들에 대한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정대의 절규하는 듯한 목소리로 대변된다. 5·18 당시, 인구 40만의 광주 시민들을 진압하기 위해 군인들이 지급받은 탄환은 80만발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런 엄혹한 분위기 속에서도 국가의 부조리에 맞서도록 어린 그들까지 시위현장으로 이끌었던 강렬한 힘은 다만 ‘깨끗하고도 무서운 양심’ 하나였다. 그렇게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느끼며 수십만 시민들이 모여 만든 위대한 ‘양심의 혈관’을 함께 이루었던 것이다.

키가 자라고 싶었지.
팔굽혀펴기를 마흔번 연달아 하고 싶었지.
언젠가 여자를 안아보고 싶었지. 나에게 처음으로 허락될 여자, 얼굴을 모르는 그 여자의 심장 언저리에 떨리는 손을 얹고 싶었지. (…)
차디찬 방아쇠를 생각해./그걸 당긴 따뜻한 손가락을 생각해./나를 조준한 눈을 생각해./쏘라고 명령한 사람의 눈을 생각해.//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 잠든 그들의 눈꺼풀 위로 어른거리고 싶다, 꿈속으로 불쑥 들어가고 싶다, 그 이마, 그 눈꺼풀들을 밤새 건너다니며 어른거리고 싶다. 그들이 악몽 속에서 피 흐르는 내 눈을 볼 때까지. 내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왜 나를 쐈지, 왜 나를 죽였지.
_ 본문 중에서

그날 도청에 남은 어린 친구들도 아마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겁니다. 그 양심의 보석을 죽음과 맞바꿔도 좋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총을 메고 창 아래 웅크려앉아 배가 고프다고 말하던 아이들, 소회의실에 남은 카스텔라와 환타를 얼른 가져와 먹어도 되느냐고 묻던 아이들이, 죽음에 대해서 뭘 알고 그런 선택을 했겠습니까?
_ 본문 중에서

소설은 동호와 함께 상무관에서 일하던 형과 누나들이 겪은 5·18 전후의 삶의 모습을 통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인 단면들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오히려 치욕스러운 고통이 되거나 일상을 회복할 수 없는 무력감에 괴로워하는 이들의 모습은 35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시 수피아여고 3학년 시절에 5·18을 겪은 ‘김은숙’은 '전두환 타도'를 외치는 데모로 점철된 대학생활을 포기하고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면서 담당 원고의 검열 문제로 서대문경찰서에 끌려가 ‘일곱대의 뺨’을 맞기도 한다. 봉제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고귀한 우리’ 자신을 지키기 위해 노조활동을 하다 쫓겨난 ‘임선주’는 이후 양장점에서 일을 하다가 상무관에 합류하게 되고, 경찰에 연행된 후 하혈이 멈추지 않는 끔찍한 고문을 당한다. 상무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대학생 ‘김진수’ 역시 연행된 이후 ‘모나미 볼펜’ 고문, 성기 고문 등을 받으며 끔찍한 수감생활을 했고, 출소 후 트라우마로 고통받다 결국 자살하고 만다. 소설은 이러한 국가의 무자비함을 핍진하게 그려내면서 ‘유전자에 새겨진 듯 동일한 잔인성’으로 과거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인간의 잔혹함과 악행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다음 문단은 검열 때문에 온전히 책에 실리지 못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어서 먹선으로 지워진 넉줄의 문장들을 그녀는 기억했다. (…) 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았다. 어떤 표정, 어떤 진실, 어떤 유려한 문장도 완전하게 신뢰하지 않았다. 오로지 끈질긴 의심과 차가운 질문들 속에서 살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_ 본문 중에서

처음 자료를 접하며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연행할 목적도 아니면서 반복적으로 저질러진 살상들이었다. 죄의식도 망설임도 없는 한낮의 폭력. 그렇게 잔인성을 발휘하도록 격려하고 명령했을 지휘관들. (…) 저건 광주잖아. 그러니까 광주는 고립된 것, 힘으로 짓밟힌 것, 훼손된 것, 훼손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의 다른 이름이었다. 피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광주가 수없이 되태어나 살해되었다. 덧나고 폭발하며 피투성이로 재건되었다.
_ 본문 중에서

‘꽃이 핀 쪽으로’이끌어주는 한강의 손길

한강은 이번 소설을 통해 ‘살아남았다’는 것이 오히려 치욕이 되는 사람들이 혼자서 힘겹게 견뎌내야 하는 매일을 되새기며, 그들의 아물지 않는 기억들을 함께 나눈다. 한강 작가는 “무덥고 습했던 여름 끝에 가로수 아래를 걷다가, 잘 마른 깨끗한 홑청 같은 바람이 얼굴과 팔에 감기는 감각에 놀라며 동호를 생각”한다. 따뜻했던 봄날의 오월을 지나 ‘그 여름을 건너가지 못한 동호, 이런 아침을 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동호’를 떠올리며 작가는 우리가 ‘날마다 만나는 모든 이들이 인간이란 것을’ 되새기고, 인간으로서의 우리가 이들에게 어떠한 대답을 해줄 수 있는가를 간절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리하여 이제는 더이상 억울한 영혼들이 없기를, 상처 입은 영혼들이 “밝은 쪽으로, 빛이 비치는 쪽으로, 꽃이 핀 쪽으로” 나아가 평온할 수 있기를 기도한다. 5·18 희생자들의 ‘눈 덮인 무덤들’ 사이에서 못다 핀 소년 동호를 추모하기 위해 작가 한강이 마음을 다해 밝힌 작은 촛불들이 안타까운 세상에 온기를 더해줄 것이다.

당신들을 잃은 뒤, 우리들의 시간은 저녁이 되었습니다.
우리들의 집과 거리가 저녁이 되었습니다.
더이상 어두워지지도, 다시 밝아지지도 않는 저녁 속에서 우리들은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잠을 잡니다.
_ 본문 중에서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_본문 중에서

추천사

어둠과 폭력의 세계 속에 상처 입은 존재들을 섬세하게 그려온 한강의 소설이 5월 광주의 시공간에서 벌어진 잔혹한 학살의 참상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증언하는 자의 소명의식과 듣는 자의 상상력이 치열하게 어우러지는 간절한 고백의 서사는 잊을 수 없는 ‘그 도시의 열흘’을 고통스럽게 되살린다. 물방울이 내쏘는 햇빛의 파편에도 눈이 시린 순결한 ‘어린 새’의 흔적을 쫓는 이 소설은 우리가 ‘붙들어야 할’ 역사적 기억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환기하고 있다.
_ 백지연 문학평론가

어떤 소재는 그것을 택하는 일 자체가 작가 자신의 표현 역량을 시험대에 올리는 일일 수 있다. 한국문학사에서 ‘80년 5월 광주’는 여전히 그러할 뿐 아니라 가장 그러한 소재다. 다만 이제 더 절실한 것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응징과 복권의 서사이기보다는 상처의 구조에 대한 투시와 천착의 서사일 것인데, 이를 통해 한국문학의 인간학적 깊이가 심화될 여지는 아직 많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이 쓴 광주 이야기라면 읽는 쪽에서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겠다고 각오한 사람조차 휘청거리게 만든다. 이 소설은 그날 파괴된 영혼들이 못다 한 말들을 대신 전하고, 그 속에서 한 사람이 자기파괴를 각오할 때만 도달할 수 있는 인간 존엄의 위대한 증거를 찾아내는데, 시적 초혼과 산문적 증언을 동시에 감행하는, 파울 첼란과 쁘리모 레비가 함께 쓴 것 같은 문장들은 거의 원망스러울 만큼 정확한 표현으로 읽는 이를 고통스럽게 한다. 5월 광주에 대한 소설이라면 이미 나올 만큼 나오지 않았느냐고, 또 이런 추천사란 거짓은 아닐지라도 대개 과장이 아니냐고 의심할 사람들에게, 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둘 다 아니라고 단호히 말할 것이다. 이것은 한강을 뛰어넘은 한강의 소설이다.
_ 신형철 문학평론가

Changbi Publishers

김애란
2002년, 약관의 나이로 등단한 이래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두 권의 소설집만으로 한국일보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이효석문학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2천년대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김애란의 첫번째 장편 『두근두근 내 인생』이 출간되었다. 2010년 여름부터 2011년 봄까지 계간 『창작과비평』에 연재될 당시부터 문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은 이 작품은 가장 어린 부모와 가장 늙은 자식의 청춘과 사랑에 대한 눈부신 이야기를 다룬다. 담백하고 신선한 문장들로 담아낸 벅찬 생의 한순간과 사랑에 대한 반짝이는 통찰이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동시에 어느 순간 울컥, 눈물을 감출 수 없게 한다. “김애란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도대체 가능한가”(신형철 『몰락의 에티카』)라는 반문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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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스러움이라든가 시치미를 떼는 말짱함으로 보더라도 그녀는 운명적인 이야기꾼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그야말로 첫 장편인데도 어색하지 않게 이야기 속으로 말려들어가게 만드는 은근한 매력을 갖고 있다. 자아란 미망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는데, 사람이 원래 욕망의 산물이기 때문이고 어차피 남들의 영향에 의하여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작가의 산문은 도처에 생에 대한 ‘숨은그림찾기’와 같은 두 겹의 모양을 배치해두었고, 이러한 ‘공중전’이 김애란 소설의 의젓함이자 품위이기도 할 것이다. - 황석영 소설가

인생이 알 수 없는 신비로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나이 든 어린 영혼이 건네는 이야기를 읽는 동안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책장이 바삐 넘어간다. 남은 부분이 얇아지면 얇아질수록 조바심이 난다. 하지만 읽는 일을 멈출 수 없다. 비극에서 낙천의 보석을 골라내는 타고난 재능, 희극에서 통찰에 이르는 길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정묘한 내비게이터의 면모를 본다. 놀라 다시 본다. - 성석제 소설가

Changbi Publishers

김진명
김진명, 이번에는 카지노의 비밀을 풀다!
돈, 욕망, 그리고 인간을 그린 매력적인 도박 소설!

종교와 이데올로기가 죽고 오직 돈이 지배하는 세상,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은 오늘도 카지노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어떠한 의식이나 절차 없이 바로 돈으로 승부를 거는 공간 카지노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 걸까?
강원랜드에서 마카오, 라스베이거스까지…… 이 소설은 세계의 유명 카지노를 배경으로 카지노의 세계를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도박 소설’을 표방하면서도 속을 파고들면 그저 그런 스토리에 실망감을 안은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이 소설을 통해 그 실망을 보상받을 수 있겠다. 이제껏 현실과 픽션을 넘나들며 당대의 첨예한 미스터리를 통쾌하게 해결해주었던 작가 김진명의 놀라운 변신! 진정한 프로 도박사와 카지노의 세계를 이토록 현실감 있게 그려낸 도박 소설은 지금까지 없었다.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그동안 알고 있던 모습과는 또 다른 김진명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도박사들이 벌이는 위험한 게임
“이겨야 하는 게임이라면 반드시 이긴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면 바카라를 하게 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가장 간단한 도박이 가장 흥미진진하다는 진리를 말해주듯 바카라는 동전 던지기와도 같은 간단한 규칙으로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하지만 이런 쉬운 바카라야말로 비극을 부르는 무서운 게임이다. 아무리 많이 이긴 경험이 있다고 해도 한 번 무너지면 순식간에 자신의 모든 걸 잃을 수 있고, 그러한 순간이 되기까지 포기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바카라이기 때문이다.
여기, 바카라에 맞서는 최고의 도박사들이 있다. 도박에 관한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는 스페셜리스트 서후. 그는 도박에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지는 게임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게는 사람을 죽이는 ‘카지노 도박’이 아니라 인생을 살리는 ‘카지노 게임’인 것이다.
한편 50연승의 대기록, 3천으로 176억을 이기며 마카오 최고의 프로 갬블러로 불렸던 우필백이 있다. 카지노의 신화라 할 수 있는 그는 바카라 학교를 세워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불패의 도박사 한혁과 혜기를 창조해낸다.
카지노를 이길 수 있는 인간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김진명 소설 특유의 속도감으로 흥미진진한 카지노의 세계를 읽다보면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진정한 도박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진짜 카지노의 세계를 살아가는 도박사들의 삶과 서후와 한혁 두 승부사의 운명적인 대결까지! 인간과 카지노의 한판 승부 속에 진정한 승리자가 되는 게임의 법칙이 밝혀진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이미 승자다.

 

<책 속에서>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바로 도박이다. 따라서 도박에는 완전한 조화가 필요하다. 카지노 게임을 도박처럼 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도박을 도박처럼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카지노 게임은 공부처럼 해야 한다. 뜨거운 미역국을 한 사발 가득 떠서 밥상에 옮겨놓는 조심스러움과 몇 십 번이고 불어서 식혀 먹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크게 이기기 위해서는 때가 왔을 때 위험을 감수하고 베팅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에 더해 얼마간의 운이 따를 때 크게 이기는 거 아닙니까?”
“그것은 필패의 길이다. 열 번 중 아홉 번을 이기더라도 한 번 지면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게 카지노 게임이다. 카지노 게임은 그날 얼마를 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땄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카지노 게임은 공부처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카지노 게임에 있어서 운이나 재수란 무엇입니까?”
최 교수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런 것은 없다.”
“네? 도박에서 제일 중요한 게 운이 아닙니까?”
“그것은 하수들의 생각이다.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는 공부라고 여긴다면 거기에 운이 끼어들 틈은 없다.”
“하지만…….”
“도박사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한 판을 맞히고 못 맞히고는 우연이다. 그 숱한 우연의 바다를 헤엄치면서 자신만의 조화를 통해 필연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도박사의 몫이다.”
다음날은 2,600으로 400을 이기는 게임이었지만 처음부터 어려웠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 모두가 순식간에 가진 돈을 다 잃는 사태가 벌어졌다. 아무도 못 맞히는 그런 그림이 연속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형천은 100도 채 잃지 않았다.
“대단하군요. 모두가 다 오링됐는데 어째 혼자서만 그렇게 잘하쇼?”
이형천은 자신의 게임법을 얘기하려다 입을 꽉 다물었다. 아무와도 얘기하지 말라던 서후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이해가 될 것도 같았다. 언젠가 자기만 잘됐던 날 자랑하기에 바쁘다가 순식간에 가진 것 모두를 잃어버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게임을 100 단위로 쪼개 100만 이기려 하다 보니 못 맞힐 때라 하더라도 그렇게 크게 잃지는 않았다. 이형천은 몇 번 못 맞히면 그대로 오링으로 이어지곤 하던 예전의 게임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 것이었던가를 새삼 떠올렸다.
욕심으로만 잔뜩 어우러졌던 과거의 게임은 그야말로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이형천은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이상하게도 과거와는 달리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갑자기 게임이 엄청나게 느셨어요.”
과거의 자신을 기억하는 한 딜러가 놀랍다는 듯 말을 던져왔다. 이형천은 그냥 싱긋 웃고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그림이 바뀌면서 누구나 맞힐 수 있는 쉬운 그림이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다 잃고 떠났기 때문에 이형천은 혼자 슬슬 벳을 했다.
너무도 쉬운 게임이었다. 이형천은 아주 안전하게 100씩 게임을 잘랐고 어렵지 않게 목표를 채웠다.
“인간이란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존재예요. 생각해보세요. 인간의 그 장대하고 파란만장한 운명을. 그 운명 앞에 인간이란 다만 겸허할 수밖에 없어요. 두 사람이 카지노 게임을 잘한다고요? 항상 딴다고요? 그러나 카지노 게임이란 그런 게 아니에요. 잃어야 해요. 잃으면서 슬픔과 고난을 겪는 겁니다. 그러면서 지혜를 터득하는 거지요. 하지만 두 사람은 기계처럼 돈이라는 목적을 위해 제조된 사람들이에요. 우 프로의 탐욕이 두 사람을 만들어낸 거지요.”
“어쨌든 우리는 이겨요. 늘 이겨왔어요.”
“카지노 게임이란 본래 지는 겁니다. 숱한 패배 속에 살아남는 지혜를 터득하고자 하는 인간의 몸부림이에요.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도박이란 본능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인간의 숙제예요. 그러나 두 사람은 도박에 이기게끔만 설계되었어요. 많은 노름꾼들이 다 그렇지요. 이긴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주변을 모두 황폐화시키고, 본인 역시 삶을 그르치고 말지요. 지금 두 사람에게 패배를 가르쳐주지 않으면 두 사람은 기계적으로 돈을 위해 일하게 되고, 결국 돈에 치여 삶을 망치고 맙니다. 나는 두 사람을 살리고 싶었고, 그래서 이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중단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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