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품은 산

에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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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나는 네게 누구니? “서여희 미안하다…….” 산이 굳은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자 혼란스럽게 방 안을 맴돌던 여희가 몸을 딱 멈추더니 산을 바라보며 멍하니 되물었다. “뭐…… 가?” 산은 혼란스러워 보이는 여희의 눈동자에 시선을 준 채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전부가.” “우리 엄마 첫사랑이 아저씨란 이유가 왜 네가 미안할 일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러니까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은 말은…….” 산의 말을 도중에 끊은 여희가 말했다. 의외로 단호한 목소리였다. “미안해하지 마. 내가 사생아인 건 누구 탓도 아니잖아. 내가 상처받았을까 봐 걱정할 필요도 없어. 난 미혼모의 딸이고 혼혈아야. 그건 피할 수 없는 사실이잖아.” 제 존재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는 여희의 말은 곧 이미 상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말과 다름없었다. 누구도 아닌 그가 여희에게 가장 치명적인 사실을 알린 것과 다름없었다. “많이 피곤하거든? 목욕물 받을 건데, 산아.”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하며 여희가 산을 바라보았다. 어서 방에서 나가 달란 소리였다. 산은 울컥 소리 지르고 싶었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해도 너 많이 아픈 거 다 보여. 차라리 ‘네 아빠가 우리 엄마를 버렸기 때문에, 너희 할아버지가 우리 엄마를 거절했기 때문에 내가 사생아로 태어났어!’ 소리친다면, 그렇다면 한결 가벼워질 것 같았다. ‘다시는, 너도 네 할아버지도 보고 싶지 않아!’ 차라리 악을 쓰고 격분한다면 오히려 덜 두려울 것 같았다. 아니다. 사실은 여희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게 될까 봐 산은 두렵고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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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O형 특유의 다혈질이 빛나는 성격. 미인대칭비비불*을 실천하고자 노력 중이다. 어린 시절부터 장르 구별 없이 책 읽기를 즐겼으며, 한동안 시드니 셀던 의 글에 반해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제12회 신영 사이버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신영미디어에서 ‘나 는 너를 아내라 부른다’를 연재 중이다. 작품 『길들여지지 않는 아내』, 『나는 너를 아내라 부른다』, 『위험한 밀회』, 『태양을 품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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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itional Information

Publisher
에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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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Dec 2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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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s
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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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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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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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res
Fiction / Romance / Gen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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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두렵더라고요.” “사랑일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사랑이야.” 세상 고고하고 완벽한 이 총장 집안의 유일한 흠, 은도. 대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정략결혼 상대로 만났을 뿐이지만 그래도 이 남자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람보다 돈을 믿는 거대 금융 회사의 차남, 이경. ‘네’밖에 말할 줄 모르는, 자꾸 눈에 밟히는 이 작은 여자와 부부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운명적 느낌도, 첫눈에 반하는 강렬한 두근거림도 없어서. 그래서 몰랐다. 동정도 미운정도 아님을. 어쩌면이 아니라 그냥 사랑이었음을. 이미 시작되어 버린, 그래서 사랑이라는 것을. 본문 내용 중에서 “심란해요?” “조금은요.” 죽도록 사랑해서 하는 결혼도 막상 전날 밤이면 오만 가지 생각에 잠을 못 잔다고 하는데 은도는 오죽할까 싶어 이경은 딴죽을 걸지 않았다. “채이경 씨가 싫어서는 아니에요.” “알아요.” 은도는 이경을 돌아보며 옅게 웃었다. “많은 걸 갖고 태어난 덕이라고 생각해요.” 이경의 말에 동의하지 못하면서도 은도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줬다. 차라리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부모 밑에서 정상적으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많이 가진 사람을 부러워는 했을지라도 매일이 지옥 같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남들처럼 웃으면서 사람답게는 살지 않았을까. “사랑, 안 해봤어요?” 어쩌면 만난 이후로 은도가 한 첫 번째 사적인 질문이지 않을까. “했어야 했나?” “아쉽지 않겠어요?” 이경은 걸음을 멈췄다. “사랑까지는 아니지만 이은도 씨 나쁘지 않아요.” 기다린 그림자를 만들며 이경이 진지하게 말했다. 바람에 실려 날아오는 그의 듣기 좋은 목소리를 은도는 감상하듯 들었다. “지금보다 잘 웃고 지금보다 수다스러워지면 더 좋아질지도 모르고.” 은도의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렸다. 뽀얀 얼굴 위로 어지럽게 흩날리는 머리칼을 이경이 손으로 쓸어 넘겼다. 찰나였지만 은도의 뺨에 손이 닿자 마치 심장에 닿은 것처럼 뜨거웠다. 정지한 듯 오롯이 눈을 바라보고 있는 은도는 예뻤다.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것만 같은 짙은 검은 눈동자를 이경은 빤히 응시했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착각에도 그는 깊이를 가늠하기 위해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이경의 시선을 받아 내며 은도도 쉽사리 숨을 내쉬지 못했다. 바람 소리도, 봄날 같은 따사로운 햇살도, 그리고 지나는 사람들도 둘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듯한 순간이었다. 서로 간간이 숨을 쉬며 온전히 빠져들었다. 머리를 쓸어 넘겼던 이경의 손이 다시금 은도의 뺨에 닿았다. 그의 커다란 손이 은도의 얼굴을 감쌌다. 델 듯 뜨거웠지만 거둬 내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마음이 흔들렸던 건지도 모르겠다. 착각이었더라도, 충분히 혼란스러웠기에, 다가간 건 그래서였다. 이경의 입술이 숨이 닿을 듯 가까이 다가왔다. 머리는 정지하고 가슴은 세차게 뛰었다. 은도는 생각이라는 걸 할 수가 없었다. 가만히 기다리는 것밖에는 할 게 없었다. 그렇게 입술이 닿으려는 그때, 따릉따릉. 빠른 속도로 자전거가 두 사람을 향해 달려왔다. 위험을 감지한 이경이 은도의 허리를 휘어잡아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휘청이며 은도가 쓰러지듯 이경의 품에 안겼다. 고개를 까딱하며 자전거를 탄 학생이 유유히 두 사람 곁을 지나갔다. “오늘은 이걸로 만족.” 이경의 입술이 은도의 이마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때에야 정신을 차린 은도가 이경의 가슴을 슬그머니 밀어냈다.
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다시는 당신에게 내 모든 것을 주진 않겠어요!” 어린 시절부터 인혁만을 해바라기한 혜석에게 되돌아온 건 씻을 수 없는 깊은 상흔. 그로 인해 혜석은 단기기억상실에 걸린 사람처럼 인혁을 향했던 지난 마음을 기억에서 지워냈다. 9년 만에 나타난 정혼자 인혁은 혜석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두 사람의 결혼을 발표하고 이에 분노한 혜석은 하룻밤 일탈의 상대가 정혼자 인혁인줄 까마득히 모른 채 그와 밤을 보내게 되는데……. “누군가를 가슴에 담는 것이 어떤 고통을 동반하는 것인지 이미 뼛속 깊이 경험했어요. 그 감정이 사람을 얼마나 뒤흔들어놓는지 골수까지 기억하고 있다고요. 그런 내게 집착이든 사랑이든 다시 그 감정에 빠진 거냐고 묻고 있는 건가요?” 혜석의 목소리는 연극을 위해 무대에 오른 배우의 것처럼 절제된 흡입력이 있었다. “골수까지 병들도록 한 사람을 해바라기 해보았어요.” 어린 시절 인혁을 향했던 감정은 철없는 아이의 집착이 아니었다. 사랑이었다. 사춘기 소녀에 불과한 그녀가 인혁에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어떻게 하던 그의 시선을 붙잡아 두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주위 사람들의 근심과 빈축을 함께 받았지만 상관치 않았다. 그를 향한 마음이 감당하기 힘들어지면 하루에도 몇 번씩 주위 사람들에게 분풀이를 하곤 했었지만 그 행동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는 알고 싶지도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의 관심과 애정만이 늘 고팠을 뿐이다. “다시는 그 감정에 빠지고 싶지 않아요.” “결혼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이 아내로서의 의무라면, 뜨거운 침대가 아내로서의 필요조건이라면……. 의무에 충실하겠다고 약속드리겠어요. 대신 제 마음까지 드러내 보이라는 욕심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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