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라는 수식어가 딱 들어맞는 일본. 일본에 대해서 한국 독자들이 정말 많이 아는 것 같지만, 하다못해 정규 교육과정상 일본사를 제대로 배우지도 않고 지나가는 게 현실이다. 그런 현실에서 한국인에게 가장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어쩌면 이해하기 싫은?) 것이 일본의 천황제가 아닐까? 이 책의 저자 이마타니 아키라는 일본 중세사 연구자로서 천황은 일본인에게조차 ‘골치 아프고 무거운 문제’라고 밝히며, 이 책을 ‘권력자가 왜 천황이 되지 않았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사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천황이 중심이 된 조정과 장군이 중심인 막부가 병존하는 정치체제’에서, 천황과 귀족들이 구성하는 조직을 ‘공가(公家)’라고 부르고 장군과 각급 무사들이 결집하여 형성된 조직을 ‘무가(武家)’라고 부른다. 상징적인 존재인 천황과 실제 정치를 하는 집단인 무가(武家, 이 책에서는 막부)가 일치하지 않는 일본의 특이한 정치제도는 12세기 말 이후부터 이어져 사실상 2차 세계대전으로 패전국이 되었음에도 21세기인 현재까지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위해 역사적인 사건을 생생하게 서술하면서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그런 까닭으로, 일본사에 대해 잘 모르던 사람들도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총 8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가마쿠라막부부터 메이지유신 전까지 이어진 막부를 둘러싼 실력가들의 다툼과 전쟁, 막부와 천황과의 정치적 줄다리기 등을 시대순으로 배열하면서, 사건의 주인공들이 주고받은 편지, 그들이 남긴 일기 등 인용 사료를 통해 그 시대와 인물들을 구체적이면서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시한다. 아울러,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같은 막부 최고 실력자가 천황과의 관계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비교하면서 결국 천황제가 공존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천황제’를 둘러싼 여러 역사적 사건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아우르며 현존하는 천황제도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고 의문을 던지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역자도 「옮긴이 후기」에서 밝혔듯, 저자의 서술만 정설이 아니고 이 책과 비슷한 주제로 다양한 학자들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역사는 해석하는 자의 몫이라고 볼 수 있듯이, 일본사와 일본의 정치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는 손에서 놓기 힘들 정도로 재미있게 서술된 역사서로서 강력히 추천하고자 한다.
한국 독자에게 주는 시사점은?
이 책에는 시대적 배경상 당연하게도 우리 역사와 관련된 사항도 많이 등장한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과 관련해 히데요시의 상황, 전쟁 이후 이에야스가 자신의 호칭을 명나라나 다른 동남아시아국과 조선과의 관계를 다르게 쓴 서한 등을 통해 우리의 역사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고, 국제사 속에서 파악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런 점에서 한국 독자들에게는 필독할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