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양심, 천안함을 추적하다: 물리학자 이승헌의 사건 리포트

· Chang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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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천안함사건의 과학적 진상규명에 앞장섰던 재미(在美) 물리학자 이승헌 교수(버지니아대학)가 이 사건에 관한 의혹들을 토대로 하여 일기 형식으로 작성한 비망록이자 사건 리포트다.

정부의 조사결과가 품은 모순을 낱낱이 분석할 뿐 아니라 한국과학계를 비롯한 이 사회 구성원들의 ‘침묵의 카르텔’을 경고하고 비판한다. 이로써 영원히 역사의 뒤페이지로 사라져버릴 수도 있었을 한 사건은 다시금 진상규명의 스포트라이트 앞에 서게 되었다. 일개 과학자가 왜 천안함사건에 연관되었을까

‘2010년 9월 13일 국방부 최종보고서 발간, 합조단 해체.’ 천안함사건에 대한 정부의 공식조사는 이렇게 매듭지어졌다. 조사결과에 제기된 결정적 의혹들은 제대로 된 답변 없이 290면에 달하는 최종보고서에서 단 몇줄로 언급되거나 아예 부록으로 밀려났을 뿐이다.

합조단이 문을 닫자 그와 동시에 주류언론도 입을 닫았다. 이렇게 상상해보자. 합조단이 ‘1번 어뢰’를 제시하며 북한의 소행이라고 단정지었던 5월 20일 이후 어느 누구도 이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면, 합조단이 세가지 흡착물질(천안함?어뢰잔해?모의폭발실험)이 일치한다며 어뢰 폭발의 근거를 제시했을 때 어느 누구도 이를 반박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를. 다행히도 우리에게는 진실의 규명을 위해 싸워온 일군의 전문가들이 있었다.

저자가 천안함사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미국에서 방학을 맞아 토오꾜오대학의 한 연구소에서 머무르며 공동연구를 하던 중이었다. 저자는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뉴스를 통해 합조단의 발표를 듣게 되고 합조단 발표 이후 이에 의혹을 제기했던 사람들이 허위사실 유포라는 명목하에 줄지어 고소를 당하는 것을 보고 의심을 품게 된다. 대부분의 언론은 정부 발표를 그대로 전하며 강경한 대북 메씨지만을 던지고 있었고 국내 과학계 또한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즈음 저자는 자신에게 자문을 구하는 한통의 메일을 재미 학자 서재정 교수(존스홉킨스대)로부터 받는다. 밤을 새운 고민 끝에 그는 과학자로서 이 사건에 발을 담그자고 결심한다.

당시 그가 입수한 정보라고는 합조단이 국회에 제출한 단 몇장의 보도자료뿐이었다. 불행 중 다행일까. 그가 받아든 합조단의 자료 중에 언뜻 자신이 20년간 연구해온 전공분야의 데이터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한눈에 보기에도 합조단이 증거로 제시한 데이터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던 것이다.

그후부터 그는 자료들을 토대로 데이터를 분석하기 시작한다. 왜 합조단이 증거로 내놓은 과학적 데이터는 조작을 의심받는가? 저자가 처음부터 자신의 실명을 밝히고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아니었다.

저자 또한 동시대 한국인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사회의 엄혹했던 시절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했던 터라, 이 책 곳곳에서 자신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에서 한 개인이 자기 이름을 걸고 정부를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을 느꼈음을 고백한다.

더구나 이 사건은 북한과 관련되어 있는 것이었다. 자칫하면 친북용공의 덫에 빠질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다만 저자는 여전히 과학적 진실의 가치를 신뢰하는 과학도이기도 했다. 저자는 합조단 데이터의 오류를 직감하고는, 자신이 그동안 벌여왔던 연구를 하나씩 되짚어보며 이를 자기 주변의 과학자들에게 재차 확인한다.

그러곤 자신의 실험실에서 밤을 새워가며 씨뮬레이션 등을 통해 합조단 조사의 모순을 밝혀낸다. (이는 저자가 합조단의 데이터를 받아든 지 단 나흘 만에 만들어낸 성과이기도 하다.)

그날 이후 저자는 공개적인 문제제기를 위해 자신의 실명을 밝히며 천안함사건에 관한 논쟁에 뛰어들게 된다. 그뒤로 5개월간 저자가 보여주는 끊임없는 탐구와 치열한 문제제기는 과연 이 사회에서 과학도들이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가라는 새삼스러운 질문을 던지게끔 한다. 천안함사건, 과학적 사실 규명이 우선이다.

그의 탐구와 문제제기가 결국 이 사건의 진상규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이 책이 출간된 2010년 11월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그가 자신의 실험과 여러 과학자?네티즌 들의 도움을 얻으면서 만들어낸 결론은 매우 구체적이고 설득력을 지닌다.

그의 결론은, 합조단이 이미 어뢰 폭발을 기정사실화하고 합조단 스스로 실시한 실험의 데이터를 더러는 조작하여 미리 정해진 방향에 억지로 끼워맞췄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의 곳곳에서 펼쳐놓는 근거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합조단이 어뢰 폭발의 명백한 증거라고 밝힌 과학적 데이터는 크게 두가지로, 하나는 어뢰에 쓰인 ‘1번’ 표식이고 다른 하나는 엑스선회절분석(XRD)과 에너지분광분석(EDS) 등의 ‘폭발물질’ 분석 데이터다. 이 두가지 데이터는 서로 연계되어 있어 단 하나라도 오류가 있다면 주장이 성립하지 않게 된다.

그중 파란색 ‘1번’ 표식은 합조단 스스로도 잉크의 성분분석 결과 북한과 연관된 점을 밝히지 못했음을 자인했을 뿐더러, 발표 당시부터 네티즌들의 패러디물이 쏟아진 사례에서 단적으로 알 수 있듯 일반적인 상식과 동떨어진 증거물이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와 더불어 송태호 카이스트 교수가 내놓은 ‘1번 표식이 그대로 남을 수 있다’는 가정을 철저히 논박한다.

석사과정 학생만 되어도 쉽게 알 수 있는 기본적인 물리학 상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합조단의 XRD와 EDS 데이터의 문제는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많은 양을 할애하고 무척 공들여 해설하는 부분이다.

저자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씨뮬레이션을 실행해보며 이 데이터들이 지닌 치명적인 문제, 즉 어뢰 폭발의 증거로 제시된 점들이 도리어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우선 합조단의 XRD데이터는, 합조단이 애초에 폭발 후 산화하여 생성된 물질이라고 공언해왔던 알루미늄 산화물 흡착물질이 천안함 선체와 어뢰 잔해에서는 존재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둘째, 합조단의 EDS데이터는 (캐나다의 양판석 박사의 결과와도 일치하게) 합조단이 제시한 그래프상에 드러난 물질들이 합조단의 주장(폭발 후 생성되는 알루미늄산화물)과는 다른, 즉 폭발과는 전혀 상관없는 자연상태의 수산화알루미늄 계열임을 증명한다.

‘열린’ 과학과 그 적들 천안함사건의 진상규명 과정은 종종 2006년 황우석사건과 비교되곤 한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첫째, 인터넷의 발달로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되면서 진실의 물꼬가 터졌다는 사실이다. 네티즌들의 문제제기는 집단지성과 민주적인 공론장의 역할로 우리 사회에서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두번째 공통점은 바로 우리 사회에서 “과학이 어떤 일을 할 수 있으며 해야 하는가를, 다시 말해 과학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해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던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다만 황우석사건과는 달리 천안함사건에서는 국내 과학계에서 개인 혹은 집단이 나서서 진상규명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사례가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저자는 이에 대해 우리 사회에 여전한 레드 컴플렉스, 한국 과학계에 팽배한 위계주의와 피해의식, 과학의 존엄성을 스스로 팽개치는 학자들의 나약함 등을 그 이유로 꼽는다. 특히 이 책에서는 이번 진상규명 과정을 거치며 두드러진 한국의 과학계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자 대담 「과학이 말해야 하는 것」을 마련했다. 저자와 이필렬 교수(방송대, 과학사)는 한국 과학계에 대한 반성과 비판, 해외 과학계의 선례와 배울 점 등을 논하며, 앞으로 우리 과학계가 지켜야 할 덕목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저자의 말처럼, 과학은 참여를 원하는 모두에게 ‘열려 있다’. 다시 말해 과학의 진실은 무수히 많은 공방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와 캐나다의 양판석 박사 말고도 이제는 국내 과학계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사회적 공론을 펼쳐나가야 한다. 이 한권의 책이 하나의 촉매제가 되길 바란다.

Changbi Publishers

Ratings and revi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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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우열
July 15, 2020
구라도 좀 성의있게 쳐야 먹히지 않을까? 이딴 책만 올리는 구글북스는 담당자 머리에 우동사리가 든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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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1963년 전북 익산에서 출생했다. 1985년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1987년에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성자와 엑스레이 산란을 이용한 고체 물리학 전공. 1996년에서 2005년까지 미국 국립표준연구소 물리학자를 역임했다. 2005년에서 2009년까지 버지니아 대학 물리학과 부교수로 지내다가 2009년부터 현재까지 버지니아대학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미국 국립 표준연구소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으며 재미한국물리학자협회의 젊은 과학자상과 미국중성자산란협회 과학상을 수상했다. 5편의 '네이처'(Nature) 자매지 논문을 포함, 현재까지 약 100여편의 SCI 논문을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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