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집은 어디인가

·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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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는 옥탑방에서 혼자 살고 있는 미혼 남자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열쇠공이었던, 그래서 그들에게 가난과 작은 열쇠가게를 물려받은 열쇠공이다. 어느 날, 한 달에 많이 나와야 만 원이나 나올까 말까한 와이의 집 전기세가 삼십만 원이 넘게 나왔다. 뭔가 오류가 있었으려니 생각했지만 그 다음 달에도 여지없이 삼십만 원이 넘게나왔다. 전기를 훔쳐 쓰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와이는 장롱 속에 숨어 전기를 훔쳐 쓰는 사람을 찾기로 한다. 며칠을 지킨 끝에 찾아 낸 전기도둑. 그 사람은 다름 아닌 와이의 이상형인 일본 배우 아오이 유우와 너무도 닮은 여자였다. 그녀는 다른 이유도 아닌 ‘배가 고파서’ 전기를 훔쳐 쓴, 오로지 물과 전기만으로 배고픔을 해결하는 여자로. 온몸에 전기가 흘러 닿으면 감전해서 죽을 지도 모르는 여자였다. 그녀, 제이는 와이의 집의 전기에서 ‘쓸쓸한’ 맛이나 그 맛이 마음에 들어 와이의 의사는 묻지도 않고 그 집에 머물겠다고 통보한다. 와이는 그런 그녀가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고 싫다. 그래서 자신의 고등학교 때 절친한 친구지만, 5년간 연락이 없었던 케이에게 그녀를 떠넘기기로 하고 그의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케이의 자살시도를 발견한다. 케이는 부유하게 자랐지만 우울증을 앓아 늘 죽음에 대한 충동으로 괴롭지만 와이는 케이에게 늘 자신의 여자친구를 빼앗겼던 기억에 괴롭다. 케이는 전기를 먹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기타를 잘 치는 제이가 마음에 들고 그런 케이와 제이가 못마땅한 와이는 어떻게든 제이를 케이의 집에 버려두고 가고 싶다. 제이는 어릴 적부터 숲에서 살았고, 어느 날 집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케이는 제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묘사한 숲의 그림지도를 한 장 가지고 그녀의 집을 찾아주자고 제안하고, 제이, 와이, 그리고 케이는 그녀의 집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데...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는 감칠맛 나는 문장과 여운을 남기는 구성이 돋보이는 전작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로 제14회 문학동네작가상을 받은 작가 장은진의 새 장편소설이다. 2010년 7월부터 11월까지 인터넷 웹진에 연재되었던 작품으로 연재 당시 장은진 특유의 독특한 상상력과 슬프고 우울하면서도 따뜻함을 잃지 않는 이야기로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는 전기와 물밖에 먹을 수 없는 여자, 제이와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가는 불우한 두 남자, 와이와 케이가 제이의 집을 찾아다니는 두 달간의 여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장은진 작가는 이 작품으로 전작들에서 보여 준 ‘고립’과 ‘소통’에 대한 고민을 더 깊고 풍부하게 그려냈다. 작가 특유의 서정성을 드러내는 방식 또한 보다 더 정교해졌음을 느낄 수 있다. ? 한 여자 그리고 두 남자, 외로운 인생들의 보금자리 찾기 제이, 케이 그리고 와이는 모두 외로운 젊음들이다. 제이는 전기가 흐르는 몸을 타고나 타인과 그 어떤 신체 접촉도 할 수 없는 탓에 어린 시절부터 숲 속에 고립되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며 살아왔다. 와이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일찍부터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팍팍한 생활에 짓눌려 누군가와 제대로 된 관계를 맺어 보지를 못했다. 그리고 케이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수시로 자살충동을 느끼며 광기에 사로잡힌 어느 날 자신의 귀를 잘라내 냉동고에 보관하고 있을 만큼 정서적으로 불안정하다.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는 이처럼 저마다 불행과 고통을 품고 살아가던 세 사람의 삶이 우연한 기회에 서로 얽히면서 시작되는 일종의 ‘로드무비’다. 제이가 들려준 어렴풋한 기억을 바탕으로 그림 속에 구현해낸 ‘구름다리 건너 깊은 숲 속, 그녀의 집‘을 찾아 두 사람을 이끌고 나서는 케이의 여정. 그 길에서 피어나는 여러 가지 형태의 감정과 생각들이 장은진 작가 특유의 담담하고 맑은 색조로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집을 찾아 준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이 여행에서 위안과 평온을 찾게 되는 것은 오히려 와이와 케이 쪽이다. 처음에는 아옹다옹 다투기만 하던 두 사람은 제이를 통해 서로의 외로움을 보듬어 주고, 고독을 견뎌낼 수 있도록, 상처를 극복하도록 서로를 독려한다. 제이가 품고 있는 생에 따뜻한 긍정은 두 남자의 삶을 포근하게 위무해 준다. 그리하여 결국 와이와 케이는 각자 인생의 ‘진짜’ 보금자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고립에서 벗어나 새로이 소통하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이야기에 목마른 자이다. 이야기가 자신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듣는 자(혹은 읽는 자)와 말하는 자가 필요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살고 있지만 이야기를 할 시간도, 상대도 없는 빈곤감에 도시의 사람들은 언제나 혼자이다. 제이는 비록 손끝 하나 닿을 수 없는, 절대적이고 물리적인 거리를 요구하지만 위로가 필요한 케이에게는 따뜻한 음악을 연주해 주고 불안정한 와이의 마음에는 평온이 깃들게 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녀의 이야기는 때로는 한 권의 책이었고 때로는 한 곡의 음악이었다. 천일야화의 셰에라자드가 죽지 않기 위해 이야기를 함으로써 스스로를 구해 낼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면 그녀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타인에게 자신을 이해시키기 위해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또한 이야기를 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는데 그러한 과정을 통해 깊은 숲속에서 오랜 시간 고립되어 있던 그녀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의 조그만 방에 스스로를 가둔 사람들을 ‘관계’와 ‘소통’의 공간으로 이끌어낸다. 와이가 궁핍하고 비루한 삶의 결핍감을 극복하게 되고, 케이가 정서적 불안함을 떨치고 ‘살고 싶다’는 희망을 품게 되는 것도 그녀의 집을 함께 찾아다니며 그녀와의 이야기를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에서 나오게 되면서부터였다. 이야기의 기능은 이해로부터 시작된다. 결국 『그녀의 집은 어디인가』는 ‘이야기’를 통한 이해와 소통에 관한 소설이다. 누군가와의 이야기가 필요한 당신, ‘어쩌면 당신이 집을 비운 사이, 그녀가 당신 집을 찾아갈지도 모른다. 그녀가 다녀간 걸 어떻게 아느냐고? 다른 달보다 전기세가 유독 많이 나왔다면, 그녀가 다녀갔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한번쯤 전기요금 고지서를 주의 깊게 살펴볼 일이다.

About the author

1976년 광주에서 태어나 200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소설집『키친 실험실』과 장편소설 『앨리스의 생활방식』『아무도 편지하지 않다』가 있다. 2009년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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