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맛보다. 사랑을 깨닫다. [2화]

디딤돌이야기

〈19세 이상〉
N극과 S극이 달라붙듯 거부할 수 없는 이끌림이었다. 다만 한 사람은 용기가 없어서 감히 욕심을 내지 못했고, 다른 한 사람은 미련해서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늘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 그의 시선을 받으면 항상 일말의 수치심도 모른 채 흥건히 젖어버리는 그녀, 윤채희. 거칠고 야만적인 움직임으로 그녀의 육체만 탐하는 남자, 본능이 알아본 운명을 차가운 이성으로 밀어내버리는 그, 한재헌. 그들은 언제가 되어야 늘 옆에 존재하고 있던 파랑새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일까. 거부할수록 더욱 더 가슴 저미게 다가오는 사랑의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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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r
디딤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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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on
Sep 1,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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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ges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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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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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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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res
Fiction / Romance / Contempor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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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란
“방학 중인가? 고등학생?” 남자가 물었다. “아…… 스무 살이에요. 삼월에 대학에 입학해요.” 시리도록 맑은 겨울날, 그는 그렇게 너무나도 어른의 모습으로 서영의 안으로 성큼 들어왔다. 어른들만의 일로 일사천리 진행된 결혼. 그래도 서영은 상대가 그라서 좋았다. 거칠 것 없는 카리스마와 제왕의 자격을 모두 갖춘 남자, 한재혁. 그의 여자가 되고 싶었다. 그의 아기를 낳고 그의 사랑을 받는 진짜 아내가 되고 싶었다. “나…… 안아주세요.” 은은한 조명 아래 드러난, 박속처럼 새하얀 그녀의 순결은 그를 사랑에 얽는다. 그러나 어느 날, 예고도 없이 불쑥 민낯을 드러낸 진실은…… 그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잔인하기만 하다. <> “첫날밤을 치를 준비는 다 되었나, 꼬마 아가씨?”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며 재혁이 낮게 속삭였다. 조금이라도 고개를 숙이면 금방이라도 입술이 닿을 거리였다. 한껏 긴장했던 서영은 꼬마라는 말에 반항심이 솟아올랐다. 놀리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든 그녀는 스물한 살의 성인이었다. 그녀의 남편을 제외하면 아무도 대학 2학년 여학생을 꼬마라고 부르지 않았다. “난 꼬마가 아니에요. 그렇게 부르지 말아요.” 재혁의 눈에 웃음기가 맺혔다. 그녀의 작은 반항이 귀여운 눈치였다. “꼬마가 아니라…… 그럼 지금부터 내가 어떤 일을 해도 놀라지 않을 자신 있나?” 말을 마친 재혁이 턱을 잡고 있던 손가락을 천천히 위로 올려 도톰한 입술을 쓰다듬었다. “뭐, 뭐하려는 거예요?” 서영은 긴장감에 말까지 더듬어버렸다. “글쎄. 뭘 하려는 거 같아?” 재혁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은근한 암시를 담으며 그녀의 입술을 희롱하고 있는 손끝에서 청결한 샤워코롱의 향기가 배어나왔다. 서영은 그녀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차례로 애무하던 엄지손가락이 부드럽게 입안으로 밀려들어오자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의 손가락이 파르르 떨리는 혀끝에 닿자 심장이 툭 떨어지는 것 같았다. 작은 접촉만으로도 아찔한 긴장감이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갔다.
정모란
다 가졌지만, 배려라는 덕목만은 갖지 않은 남자, 한재헌. “분명히 말하지만, 나한테 기대 같은 건 하지 마. 우리 사이에 공식적인 연인이라는 타이틀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테니까. 그럴 마음이라면 지금 당장 돌아가도 좋아.” 그 순간, 두려웠지만 당신을 선택한 건 나예요, 윤채희. “내가 주고 싶어 준 관계니 아무것도 돌려받지 않아도 되요. 그러니 이제 끝내요.” 닿지 않는 평행선처럼 용기 내지 못한 한 사람과 미처 진심을 알아차리지 못한 다른 한 사람. 그의 본심이 무엇이든 또 다시 진창 같은 삶 속으로 빠져들기는 싫었다. 비록 그것이 그녀가 올곧이 사랑했던 한재헌이라는 남자와의 삶일지라도. “내가 너를 이렇게 원하는데도?” 재헌이 바짝 붙어있는 하체를 은근하게 움직였다. “네 몸은 나한테만 반응하지, 안 그런가?” 가슴을 밀었으나 도리어 맞붙은 하체가 더욱 노골적으로 비벼졌다. 채희는 자신의 아랫배를 쿡쿡 찌르는 단단한 감촉에 몸을 경직시켰다. “어때,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자신의 신체 일부를 적나라하게 각인시키면서 재헌이 느긋하게 물었다. 그들을 옭아매는 것이 섹스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추상적인 용어로 정의되는 관계가 아니라 본능이었다. 그에겐 그녀가 필요했다. 다른 여자는 원해 본 적도 없었다. 그건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다. “네가 나를 거부하지 못하는 이유와 내가 너를 선택한 이유는 동일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가?” 서로에게만 반응하는 본질적인 그 무엇, 그것이 그들 관계의 전부였다. 〈〈본문 맛보기〉〉 억눌린 신음이 그의 꽉 다문 잇새를 뚫고 터져 나왔다. 모든 사물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낮의 사무실에 은밀한 부위의 살과 살이 부딪치며 내는 음탕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처음 그의 집무실에서 강압적으로 안겼을 때 느꼈던 두려움이나 수치심은 이제 없었다. 우습게도 이런 도둑 같은 행위도 몇 번 지속되고 나니 근무의 연장인 것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은밀히 호출을 당하면 기대로 온 몸이 저릿저릿해지며 말초신경이 긴장으로 올올이 일어서기까지 했다. 다시 한 번 억눌린 신음이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절정에 다다른 것이리라. 몸 안의 것을 미련 없이 분출한 그가 한 차례 격렬히 몸을 떨더니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지퍼를 올리며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소리가 들렸지만 채희는 치마를 끌어내릴 생각도 못하고 정사의 쾌감에 취한 채 멍한 상태로 가만히 있었다. “계속 그대로 있을 건가?”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미련한 그녀를 현실 속으로 떨어지게 했다.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지며 채희는 서둘러 허리까지 치켜 올라가 있던 스커트를 끌어내렸다. 한 쪽 발목에 걸려 있던 팬티를 입을 때는 두 볼이 홧홧해서 얼굴을 들 수조차 없을 지경이었다. 〈〈키워드〉〉 #재벌남 #냉정남 #순정녀 #첫사랑 #몸정〉맘정
정모란
*** 본 도서는 전반부에 다소 피폐한 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니, 독자분들께서는 구매시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집착과 탐욕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남자가 있다. “말했잖아, 네 아랫구멍에 관심이 식지 않는 한 절대 내보내 주지 않을 거라고. 그 말은 최소한 죽이지는 않을 거라는 뜻이지.” 천천히 몸을 일으킨 건형이 벨트 버클을 풀기 시작했다. “보여? 그 짓하기 싫어 도망가기 바쁜 년 앞에서도 바짝 성이 나 있는 거?” 건형이 제 성기를 손에 쥐고는 아래에서부터 위로 죽 훑어 올렸다. “존심도 없는 거지. 차시연의 구멍만 눈앞에 보이면 물건이 바짝 서니 말이야.” 그녀와 똑같은 피부, 똑같은 심장 박동. 딱히 별다를 것도 없었는데 그녀는 바보처럼 스스로 무너져 내렸다. 검은 모래 바람 속에서 미친 듯이 오아시스를 찾아 헤맸지만 애초부터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다. 미련할 정도로 허상에 매달린 결과는 온몸에 덕지덕지 묻은 새까만 모래가루뿐.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렇게까지 목숨에 연연해 할 필요가 없었던 건데. 그것도 발레를 할 수 있으니 견딜 수 있을 거라는 구차한 변명까지 대며. 난 왜 몰랐던 거지. 사막은…… 꿈속이 아니라 바로 이곳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꿈에 그리던 오아시스가 반드시 사막에 있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모든 것이 검게 변하던 순간, 시연은 자신을 옭아맨 검은 그림자를 과감히 지워낸다. 그리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던 남자, 한정후. “넌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가 없어. 그런 무게까지 네 작은 어깨에 지우지마.” 눈이 마주치자 그의 눈빛이 진해진다. “지금까지 받은 상처만으로도 넌 이미 충분히 고통 받았어. 그러니까 더 이상은 네가 잘못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해명할 필요도, 다른 사람의 잣대로 네 영혼에 상처를 내는 일도 그만둬야 해, 알았니?” 어느 순간부터인지는 모르지만 장난꾸러기 같던 정후의 시선이 짙게 물들어 있었다. 숨바꼭질하는 어린애처럼 이리저리 시선을 피하며 눈을 맞추지 않으려 해도 단단히 옭아맨 밧줄처럼 동공을 파고드는 직설적인 눈빛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왜 그렇게 봐요?” 이런 건…… 익숙하지 않다. 남자와 마주 앉아 다정하게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교환하는 것. 시연은 어쩔 바를 모르며 입술만 달싹거렸다. “환하게 웃는 게 너무 예뻐서.” 그가 한껏 잠긴 목소리로 대답했다. “웃는 거 많이 서툰데…….” 말끝을 흐리는 도톰한 입술 위로 그의 시선이 옮겨왔다. “그렇지 않아, 아주 예뻐.” “…….” “키스하고 싶을 정도로. 사랑은…… 마치 새벽이슬을 맞으며 담을 넘어오는 도둑 같다. 언제 들어왔는지도 모르게 철벽같은 주인의 마음 깊은 곳을 순식간에 훔치고 달아나버린다. 혹시라도 들킬까봐 최대한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이루어지지만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속수무책이다. 굳이 장미가 피지 않아도, 거리마다 벚꽃이 눈물처럼 흩날리지 않아도, 안개처럼 수줍게 피어오르는 아지랑이만으로도 알 수 있는 거였는데. 길게 음영을 드리우고 있는 속눈썹에 시선이 닿는 순간 두 개의 입술이 하나인 것처럼 깊숙이 맞물렸다. 그리고 탐색하듯 시작된 부드러운 침입. 한 몸처럼 뒤섞이는 건 이른 봄의 미풍처럼 달달한 숨결만이 아니다. 열에 들뜬 붉은 혀도 그녀의 좁은 입속에서 얽혀들었고 두근대는 심장소리 또한 부산스럽게 뒤엉켰다. 그렇게 사랑은 시작되었다.
정모란
신이 인간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몰아 받은 남자, 한재석. 어쩌다 자신의 가슴팍에나 닿을까 말까 한 꼬맹이에게 꽂혔을까. 나, 한재석이 키스를 원하는 유일한 여자라면 말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당연히 알아줘야 하지 않나? 전후좌우 사정도 없이 너의 첫 키스 상대는 내가 될 거라 당당히 말하는 큰오빠의 친구. 자신이 무슨 말을 하건, 어떤 행동을 하건 능수능란하고, 여유만만인 그 앞에 한없이 작고 여린 여자, 유신우. 내가 당신에게 먼저 안아 달라고 했는데…… 그래도 내 마음을 몰라요? <> “못하겠으면 내가 해도 되고. 누가 하든 나야 상관없으니까.” 정말로 키스라도 할 셈인지 갑자기 재석이 큰 키를 구부리며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하, 하겠다고 했잖아요.” 화들짝 놀란 신우는 자기도 모르게 두 눈을 꼭 감고 그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하! 꼬맹이, 우리가 지금 소꿉장난하는 유치원생이냐?” 재석의 입에서 헛웃음과 함께 조소가 흘러나왔다. “뭐, 뭘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설마 정말로 키스를 하라는 건 아닐 테죠?” 재석이 무언의 동의를 표하며 장난스럽게 씩 웃자 신우는 등줄기로 소름이 오싹 끼쳤다. 농담이 아닌가 보았다. “못해요. 내가 왜요?” 갑자기 진지해진 재석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두려워진 신우는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아까부터 거세게 뛰던 심장은 그의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친 순간부터 이미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뛰고 있었다. “기억 안나나? 내가 너의 첫 키스 상대자가 될 거라고 했던 말?” 그래, 그런 말을 했던 것도 같다. 할머니 희수연 땐가 드레스 단추를 풀어준답시고 들어와서는 능글거리며 했던 그 말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되도 않는 말에 동의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이 유신우를 정말로 물로 본 것이다. “무슨 헛소리예요? 그리고 내가 아직 키스를 해 봤는지 못 해봤는지 어떻게 알고 자꾸 이래요? 나 많이 해봤다니까요.” “그건 해보면 아는 거고.” 태연한 재석의 모습에 화가 난 신우는 그만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나한테 키스하기만 해봐요! 가만두지 않을 테니!” 도가 지나친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는 재석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자 신우는 있는 힘껏 그의 가슴을 밀었다. “저리 비키라니까요!” 아무리 밀고 주먹으로 쳐도 바위처럼 버티고 서서 조소를 짓고 있는 남자를 보자 그녀의 커다란 두 눈에서 기어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었다. 잠시 그녀가 하는 양을 내려다보던 재석이 가만히 턱을 들어올렸다. “나한테 손끝 하나 대지 말아요!” 신우는 사납게 재석의 손가락을 밀쳐내었다. 격렬한 반항을 무시라도 하듯 다시 턱이 들어 올려졌다. 몸에 붙은 징그러운 벌레를 떼어 내듯 신우는 다시 한 번 그의 손가락을 밀쳐내었다. 분명히 거부의사를 명확히 표시했건만 무슨 심보인지 재석은 또 다시 그녀의 조그만 턱을 들어 올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뿌리치고 잡고 다시 뿌리치고. 서너 번의 실랑이를 하고나자 제풀에 지친 신우는 고집스런 긴 손가락에 턱을 맡긴 채 망연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들의 날선 다툼과는 상관없이 어느새 주변으로 장막처럼 어둠이 낮게 내려앉고 있었다. 재석의 시선이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맑은 눈동자에 잠시 머물렀다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 도톰한 복숭아 빛 입술에 머물렀다.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던 재석이 천천히 몸을 숙였다. 그의 입술이 촉촉이 젖은 눈가를 조심스럽게 스쳐 지나갔다. 민트향이 섞인 청결한 숨결이 이마를 간질이자 신우는 숨을 죽였다. 매끄러운 혀가 눈 주위로 맺혀 있던 눈물을 부드럽게 핥았다. 따뜻한 혀가 눈가를 적시는 순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이 신우의 몸을 휘감았다.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어떤 말로도 방금 느낀 생소하고도 관능적인 감각을 묘사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하아, 꼬맹이, 너 때문에 미치겠다.”
정모란
일탈이라고는 전혀 모를 것 같은 고지식한 외모의 건축학과 교수, 김유신. 열혈 영화 전문 기자, 이홍주. 일 때문에 몇 번 만난 게 전부인 남자에게 잠도 깨지 않은 새벽 날아든 요상한 문자. -당신 때문에 자다가 깼습니다. 문자 이후로 맥락도 없이, 두서도 없이 훅훅 들어오는 이 남자의 멘트. -서른 넘어 처음 몽정이란 걸 했습니다. -나랑 연애 할래요? -홍주 씨와 열 군데 장소에서 섹스를 하고 싶습니다. 미친 변태 아닌가 싶었지만 이상하게 끌린다. 게다가 이 남자…… 처음이란다. 그렇게 시작된 걷잡을 수 없는 관계, 나 괜찮은 거니? <> 잠결이었다. 문자 알림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홍주는 손을 더듬어 베개 머리맡에 두었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액정에 생소한 번호가 찍혀 있다. 그리고 우측 상단에 선명하게 보이는 현재 시각은 새벽 세 시. 모르는 사람에게 이 시간에 문자가? 의아해 하면서 손가락을 놀렸다. 김유신? 설마 역사책에 나오는 그 김유신 장군은 아닐 테고.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는 그 김유신인가? 홍주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다시 휴대폰 액정을 들여다보았다. ‘나 때문에 자다가 깼다고?’ 아무리 봐도 문자 내용이 이상했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런 문자를 보낸 거지?’ 홍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문제의 남자를 떠올려보았다. 김유신, 몇 번 방송을 같이 하며 안면을 튼 정도이다. 이름이 특이해서 출연자들 사이에서 한동안 농담의 대상이 되었던 인물이기도 하다. “흠…….” 문자를 곱씹고 있는 사이 그만 잠이 다 달아나버렸다. 무시하고 지나치기엔 기억 속의 그 남자는 너무 점잖은 분위기였고 문자의 내용 또한 꽤나 황당했다. ‘혹시 애인한테 보내야 하는 걸 실수로 나한테 잘못 보낸 거 아냐?’ 불쑥 그런 생각이 들자 모른 체 할 수가 없었다. 홍주는 얼른 메시지를 입력한 다음 전송버튼을 눌렀다. 다시 잠을 청하려는데 답신이 왔다. 뭘, 고맙다는 답장까지. 생긴 것처럼 예의바른 남자라고 생각하며 홍주는 다시 액정을 켰다. 뭐야……. 뭐지, 이 남자! 홍주는 그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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