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을 맛보다. 사랑을 깨우다.

·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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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인간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몰아 받은 남자, 한재석. 어쩌다 자신의 가슴팍에나 닿을까 말까 한 꼬맹이에게 꽂혔을까. 나, 한재석이 키스를 원하는 유일한 여자라면 말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당연히 알아줘야 하지 않나? 전후좌우 사정도 없이 너의 첫 키스 상대는 내가 될 거라 당당히 말하는 큰오빠의 친구. 자신이 무슨 말을 하건, 어떤 행동을 하건 능수능란하고, 여유만만인 그 앞에 한없이 작고 여린 여자, 유신우. 내가 당신에게 먼저 안아 달라고 했는데…… 그래도 내 마음을 몰라요? <> “못하겠으면 내가 해도 되고. 누가 하든 나야 상관없으니까.” 정말로 키스라도 할 셈인지 갑자기 재석이 큰 키를 구부리며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다. “하, 하겠다고 했잖아요.” 화들짝 놀란 신우는 자기도 모르게 두 눈을 꼭 감고 그의 볼에 입을 맞추었다. “하! 꼬맹이, 우리가 지금 소꿉장난하는 유치원생이냐?” 재석의 입에서 헛웃음과 함께 조소가 흘러나왔다. “뭐, 뭘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설마 정말로 키스를 하라는 건 아닐 테죠?” 재석이 무언의 동의를 표하며 장난스럽게 씩 웃자 신우는 등줄기로 소름이 오싹 끼쳤다. 농담이 아닌가 보았다. “못해요. 내가 왜요?” 갑자기 진지해진 재석의 모습에 본능적으로 두려워진 신우는 울음이 나올 것만 같았다. 아까부터 거세게 뛰던 심장은 그의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친 순간부터 이미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뛰고 있었다. “기억 안나나? 내가 너의 첫 키스 상대자가 될 거라고 했던 말?” 그래, 그런 말을 했던 것도 같다. 할머니 희수연 땐가 드레스 단추를 풀어준답시고 들어와서는 능글거리며 했던 그 말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그런 되도 않는 말에 동의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이 유신우를 정말로 물로 본 것이다. “무슨 헛소리예요? 그리고 내가 아직 키스를 해 봤는지 못 해봤는지 어떻게 알고 자꾸 이래요? 나 많이 해봤다니까요.” “그건 해보면 아는 거고.” 태연한 재석의 모습에 화가 난 신우는 그만 소리를 버럭 질렀다. “나한테 키스하기만 해봐요! 가만두지 않을 테니!” 도가 지나친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하는 재석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자 신우는 있는 힘껏 그의 가슴을 밀었다. “저리 비키라니까요!” 아무리 밀고 주먹으로 쳐도 바위처럼 버티고 서서 조소를 짓고 있는 남자를 보자 그녀의 커다란 두 눈에서 기어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정상적인 사람이 아닌 것이 틀림없었다. 잠시 그녀가 하는 양을 내려다보던 재석이 가만히 턱을 들어올렸다. “나한테 손끝 하나 대지 말아요!” 신우는 사납게 재석의 손가락을 밀쳐내었다. 격렬한 반항을 무시라도 하듯 다시 턱이 들어 올려졌다. 몸에 붙은 징그러운 벌레를 떼어 내듯 신우는 다시 한 번 그의 손가락을 밀쳐내었다. 분명히 거부의사를 명확히 표시했건만 무슨 심보인지 재석은 또 다시 그녀의 조그만 턱을 들어 올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뿌리치고 잡고 다시 뿌리치고. 서너 번의 실랑이를 하고나자 제풀에 지친 신우는 고집스런 긴 손가락에 턱을 맡긴 채 망연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들의 날선 다툼과는 상관없이 어느새 주변으로 장막처럼 어둠이 낮게 내려앉고 있었다. 재석의 시선이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맑은 눈동자에 잠시 머물렀다가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 도톰한 복숭아 빛 입술에 머물렀다.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던 재석이 천천히 몸을 숙였다. 그의 입술이 촉촉이 젖은 눈가를 조심스럽게 스쳐 지나갔다. 민트향이 섞인 청결한 숨결이 이마를 간질이자 신우는 숨을 죽였다. 매끄러운 혀가 눈 주위로 맺혀 있던 눈물을 부드럽게 핥았다. 따뜻한 혀가 눈가를 적시는 순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전율이 신우의 몸을 휘감았다.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어떤 말로도 방금 느낀 생소하고도 관능적인 감각을 묘사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하아, 꼬맹이, 너 때문에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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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모란 '긍정'을 삶의 모토로 여기며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만나게 해준 자상한 남편에게 늘 감사하며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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