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루스 베스트 로맨스 소설! “나한테 왜 이래?” 그제야 눈을 들어 저를 쳐다보는 여자. 늘 탐이 났고, 가까이 가고 싶어도 제 처지를 자각하고 한 발 뒤로 물러서게 했던 여자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직도 가지고 싶다. 10여 년이 지났음에도 포기가 되지 않은 갈망이 그의 가슴을 촉촉이 적셨다. “나도 몰라.” 진심이었다. 정말 왜 서희에게 이러는지 저도 모르겠다. 흉포한 욕심, 완전히 찢어 발겨버리고 싶다가도 완벽하게 소유하고 싶은 이중성, 스스로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을 이 여자에게 설명하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는 잡은 허리를 강하게 당겨 여자에게 입을 맞췄다. 간질간질하고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에 성이 난 짐승이 서서히 눈을 뜬다. 어둔 밤이 미처 자리도 잡기 전에. “나란 놈은 아예 기억에서 지우고 살았겠지. 안 그래?” 벗어나려 기를 써도 놓아주지 않는 남자. 입술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증오로 이글거리면서 사랑한다고 잔인하게 웃는 그를 노려보았다. 악연이라는 말 예전에는 믿지 않았다.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타나 잔인한 소유욕을 드러내는 그가 두려웠다. “죽여 버리고 싶어.” 그의 말대로 되었다. 흐리멍덩한 감정이 아닌 핏빛보다 더 선명한 증오와, 죽여 버리고 싶을 만큼 강렬한 독기가 가슴에 뿌리를 내렸다. 서희는 숱 많은 그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생명의 감로수를 마시는 것처럼 오로지 뜨거운 혀에 매달렸다. 뜨거운 열락에 몸을 맡겼다. 새벽이 올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