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m spiro, spero. 살아 숨 쉬는 한은 희망이 있으리라.
* * *
“고개 들어.”
명령을 내리자 녀석은 순순히 고개를 들었다. 리카르도는 무심결에 제 입가를 비죽 올리지 않도록 무던히 노력해야만 했다.
“제이, 인생이 참 좆같지?”
“…….”
“그런데 이걸 어떡하나. 앞으로는 더 좆같아질지도 모르는데.”
마른 등허리를 쓸어내렸다. 손바닥에 감겨드는 몸 선은 벗기지 않고도 그려낼 수 있었다. 아랫도리에 열감이 몰렸다. 아, 불쌍한 제이.
“어쩌다가 나 같은 놈에게 걸려서는.”
우악스럽게 엉덩이를 쥐었다. 아직 멍 자국이 남아있을 게 뻔한 살갗을 강하게 거머쥐자 녀석의 잇새로 고통이 섞인 신음이 흘러나왔다. 꼴에 참는다고 이를 악문 게 보여 웃음이 나왔다. 그래서 놀리듯 물었다.
“도망가고 싶어?”
제이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분노로 순간 머리가 텅 비었었지만 한바탕 눈물을 쏟고 나니 점차 정신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 와서 그럴 리가. 게다가 자신은 그에게 입단식의 맹세로써 스스로를 팔았다.
이것도 사랑이라면 사랑인가. 마침내 깨달은 감정에 붙여진 이름은 꽤나 거창했다.
제이는 남자의 목에 팔을 둘러 그의 고개를 끌어 내렸다. 맞닿는 입술에 온갖 잡생각들이 단번에 날아갔다.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두툼한 혀에 불길이 번진 듯 온몸이 반응했다.
남자의 체온은 뜨겁다.
제이는 그 온기를 두고두고 곱씹어 볼 생각이었다.
저자 - JOEUN
꾸준히 좋은 글을 쓰려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