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중년을 넘긴 한 남자가 인터뷰를 준비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내 이 남자는 카메라와 감독을 향해 거침없이 말을 건넨다. 슬라바 페티소프. 구 소련 하키팀에게 금메달을 안겨준 전설적인 영웅이자 현 러시아 체육부장관인 그는 처음 하키를 시작했던 어린 시절부터 회상을 시작한다. 냉전시대, 동구와 서구 모두 열광했던 아이스하키는 실제 전쟁을 방불케하는 치열한 대결이었다. 두 나라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는 이내 팀 내의 균열과 서구 세계에 대한 대표선수들의 동경, 이에 대한 구 소련 정부의 억압 등으로 이어졌다. 어린 시절 하키 선수를 꿈꿨던 게이브 폴스키는 카메라를 매개로 대상인 페티소프와 끊임없이 긴장을 유발하면서, 구 소련 정권의 폭력적 억압과 서구 자유세계의 소비 자본주의 등 냉전시대 양자 모두에 대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한다. 스포츠 영웅과 희생양, 그리고 소치 올림픽의 수장이라는 권력자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순간, 영화는 개인, 권력, 이데올로기 사이의 중층적 관계를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