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쿵 소리 한 번 없이 흐느낌으로’
핵전쟁 후 방사능에 의해 멸망하는 세계와 최후에 이르는 인류
엘리엇의 시 「텅 빈 사람들」의 마지막 구절 '세상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쿵 소리 한 번 없이 흐느낌으로'에서 영감을 얻어 핵전쟁 후 방사능에 의해 멸망하는 세계와 최후에 이르는 인류의 모습을 섬세한 필치로 그린 네빌 슈트의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모던 라이브러리 독자 선정 20세기 100대 영미 문학'에 선정되었으며, 그레고리 팩, 에바 가드너 주연의 대작 영화 「그날이 오면」의 원작 소설로도 잘 알려져 있다. 팻 프랭크의 『아아, 바빌론(Alas, Babylon)』과 조지 R. 스튜어트의 『지구는 죽지 않는다(Earth Abides)』와 함께 종말 문학의 대표작품으로 꼽히며, 코맥 맥카시의 『로드』 등 이후의 종말 문학에도 크나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다.
핵전쟁이 몰고 올 인류의 최후, 방사능에 대한 경고.
방사능에 의해 예고된 종말, 인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해변에서』의 시작은 왜 시작되었는지 파악조차 안 되는 핵전쟁으로 지구 북반구가 순식간에 멸망에 이르고, 남아프리카, 남미, 호주 등의 도시만이 살아남은 시점에서 시작된다. 코발트 탄의 후유증으로 대기를 타고 퍼지는 방사능이 점차 남하하며 리우데자네이루와 케이프타운을 차례로 무너뜨리고, 호주에서도 점차 영향권을 넓혀 가는 상황. 길어야 반년 이내에 최남단 도시인 멜버른마저 방사능에 점령되고 지상의 동물들은 모두 죽음에 이르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에 도전한다. 살아남은 미해군 잠수함 스콜피언 호에게 북반구에서 방사능 수치가 내려간 곳을 찾으라는 임무를 내린 것이다. 기름을 수입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기기들이 멈춘 세상에서, 핵잠수함인 스콜피언만이 가능한 임무였다. 그러나 인류의 생존에 희망을 걸고 시작된 잠항은 결국 실패로 끝나고, 인류는 예고된 죽음을 기다리는 참혹한 상황을 맞이한다.
『해변에서』에는 소란스럽지 않지만 참혹한 최후를 밀도 있게 담아내며, 충격적이고 절망적인 결말을 통해 핵과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독자들에게 일깨운다. 또「아마게돈」이나 「투머로우」 등의 종말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인류의 모습과 달리 『해변에서』에서는 소소한 일상의 희망을 실현해 나가며, 차분한 기다림과 폭풍전야의 행복을 통해 최후를 맞는 인류의 모습을 더욱 더 안타깝게 그린다.
■줄거리
중국과 소련의 분쟁에서 시작된 핵전쟁으로 전 세계에 핵이 투하되고, 일순간에 지구의 절반이 멸망에 이른다. 이렇다 할 정보나 관련 소식도 없는 상황에서 호주의 과학자들은 7~8개월 이내에 최후의 인류까지 모두 사망에 이를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는다. 잠항 중 벌어진 핵전쟁으로 인해 다행히 살아남은 미해군 핵잠수함 스콜피언 호는 북미 지역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는 생존 신호를 확인하라는 임무를 받고 잠항에 들어간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절망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