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식부기란?
복식부기는 ‘자산 = 부채 + 자본’이라는 회계 방정식에 따라 자산, 부채, 자본, 수익, 비용, 이 다섯 가지 계정의 증감을 장부로 기록하는 것을 말해요. 회계 방정식에서 부채를 왼쪽으로 옮기면 ‘자산 – 부채 = 자본’이라는 식이 되는데, 자본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이라는 의미가 되죠. 이때 순자산(자본)이 늘어나는 거래를 수익이라고 하고, 순자산(자본)이 줄어드는 거래를 비용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계정들이 증가하고 감소한 기록을 모아서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같은 재무제표를 만드는 것이 복식부기의 최종 목적입니다. 재무상태표는 특정 시점의 자산, 부채, 그리고 순자산의 잔액을 나타내는 재무제표입니다. 손익계산서는 특정 기간 동안 수익과 비용의 합계를 나타내는 재무제표예요.
2. 복식부기 가계부를 쓰는 이유
우리 가계는 신용카드 대금부터 시작해서 자동차 할부금,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주택담보대출, 전세보증금에 이르기까지 부채, 즉 빚을 질 일이 많아요. 하지만 단식부기 가계부에서는 부채를 다루지 못합니다. 기껏 해야 가계부 귀퉁이에 대출 잔액을 메모하는 정도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죠. 그 정도로는 부채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없습니다. 부채 관리에 실패하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게 될 수 있어요. 열심히 번 돈, 이자 갚는 데 다 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삶을 살게 될 수도 있지요. 급기야 현재 버는 돈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부채가 커질 수 있습니다.
우리 가계의 자산에는 은행 예금, 적금만 있는 게 아니에요. 주식, 펀드, 채권, 저축성 보험, 퇴직연금 같은 금융상품부터 아파트, 빌라, 상가, 토지와 같은 부동산도 있어요. 단식부기 가계부에서는 현금, 예적금 외의 다양한 자산을 다루지 못합니다. 넓은 시야로 우리 가계가 보유하고 있는 전체 자산을 한 눈에 보고 지속적으로 그 변동 내역을 기록하지 않으면 관리하기가 쉽지 않아요.
단식부기 가계부가 가계 전체의 자산과 부채를 다루지 못하다 보니 가계의 순자산이 얼마인지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가계의 순자산은 우리 가족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부가 노동을 통해 소득을 벌어들일 수 있는 기간은 한정되어 있어요. 기껏해야 60살까지일까요? 그 뒤로는 소득 없이 모아놓은 자산을 야금야금 까먹으면서 살아남아야 해요. 순자산과 월 고정비용을 통해서 ‘무수익 생존가능 연수’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무수익 생존가능 연수’는 소득이 끊겼을 때 모아놓은 순자산으로 몇 년을 생존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제가 만든 지표예요. ‘무수익 생존가능 연수’가 우리의 남은 기대 수명을 넘어선다면 비로소 은퇴 준비가 끝난 거죠. 경제적 자유를 얻은 것이고요.
3. 척척살림 부부가계부 소개
복식부기의 가장 큰 벽은 아무래도 차변과 대변이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차변과 대변의 개념을 몰라도 쓸 수 있는 가계부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척척살림 부부가계부에서는 거래를 입력할 때 자산 또는 부채가 늘어났으면 양수로, 줄었으면 음수로 입력하면 됩니다. 그 자산 또는 부채가 왜 늘었는지 혹은 줄었는지, 원인을 나타내는 상대 계정을 선택하기만 하면 차변, 대변은 고민하지 않아도 돼요.
하지만 이 가계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그것도 부부가 함께요. 부부가 공동의 자산과 부채를 운용하면서 어느 한쪽만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다면 함께 현 재무 상황을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가 없겠죠.
복식부기 가계부를 쓰기 위해서는 일관된 회계기준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 회계기준을 부부가 어느 정도 숙지를 해야 하죠. 예를 들어 무엇을 자산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가 가장 대표적인 회계기준 문제가 되겠죠. 자동차를 자산으로 볼 것인가? 명품 가방, 명품 시계를 자산으로 볼 것인가? 침대, 옷장, 텔레비전 같은 가구, 가전도 자산으로 볼 것인가? 옷도 자산으로 볼 것인가? 저는 가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회계기준을 만들고 ‘일반가계회계기준’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이 기준에 의하면, 시간이 지나거나 사용함에 따라 가치가 감소하는 재화는 자산으로 보지 않습니다. 자동차, 명품 가방, 명품 시계, 가구, 가전, 의류 모두 비용으로 처리합니다.
가족의 재무제표를 작성하면 매월 ‘무수익 생존가능 연수’ 그래프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보면서 부부의 은퇴시기에 맞춰 순자산을 얼마나 모아야 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겠죠. 꼭 생존이라는 단어에 매달려 우울한 기분만 들게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순자산 레벨이라는 개념도 도입했어요. 순자산 레벨은 1천만 원부터 레벨 1, 2천만 원은 레벨 2, 이런 식으로 순자산이 2배가 될 때마다 오릅니다. 순자산 51억 2천만 원에 도달하면 레벨 10이 돼요. 재테크를 게임처럼 즐길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넣었어요.
4. 마치며
막상 가계부 소개 글을 쓰고 보니 부부가 함께 복식부기 가계부를 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처럼 느껴지네요. 어쨌든 저희 부부는 이 가계부(웹 버전)를 1년 넘게 써왔고, 그 덕분에 막연하기만 했던 재무 상태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꽤 선명한 현황 파악과 구체적인 목표로 바뀐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앞으로 가계부를 쓰는 데 있어 필요한 회계 지식, 가계부 사용방법, 재테크 이야기 등을 블로그와 카페에 올릴 생각입니다. 만약 가계부를 쓰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카페에 글을 올려주세요. 최대한 빠르게 답변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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