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 가는 마음들을 위한 책을 만드는 출판사, '모로'를 소개합니다

1인 출판사에선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사회, 문화적으로 소수라고 여겨지는 이야기를 조명하고 끊임없이 세상에 내놓습니다. Google Play에선 취향과 개성으로 똘똘 뭉친 글로 우리네 인생에 위로와 영감을 주는 1인 출판사 '모로'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출판사 '모로'와 '모로'를 만들고 계시는 대표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모로'가 작업한 책
안녕하세요, 출판사 모로의 대표 겸 인턴인 조은혜(@morobooks)라고 합니다. 모로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한국 속담을 모토로 해요. '모로'의 사전적 의미는 '비껴서', '옆쪽으로'라는 뜻인데요, 제가 최단 거리인 직선으로 곧게만 살지는 않은 것 같아서 붙인 이름이기도 합니다. 모든 사회가 그렇지만 특히 한국은 경로에서 이탈한 사람에게 가혹한 편인데, 모로는 주어진 최적의 경로 혹은 정해진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한 이들도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드는 걸 지향하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출판사 '모로'를 만들게 되셨나요?
조직에 속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였어요. 저는 남들보다 늦게 취업했지만 남들만큼 회사를 오래 다니지 못했거든요. 사회생활 4년 차에 세 번째 회사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때도 잘 적응하진 못했던 것 같아요. 의도와는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고, 좋아하던 이들에게 상처를 받았죠. 또다시 그만둔 뒤 두문불출한 끝에 결론을 내렸어요. 이제는 조직에 안 맞는 인간이란 걸 인정하고, 좋아하는 걸 고통스럽지 않게 해보자고요. 아예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도 지금도 책 만드는 걸 상대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모로'에서 책을 만들자고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IT 회사에 간 문과 여자' 책 표지
재미와 의미를 제일 많이 따집니다. '재미'는 제 기준이에요. "성취 같은 건 걱정하지 마. 유쾌함만 있으면 성취는 따라올 거야"라는 팀 오브라이언의 말을 믿거든요. 또 제 시간과 돈을 많이 들여야 하는데 저한테 재미가 없으면 그게 뭐든 제대로 해낼 수가 없더라고요. 의미는 타인(세상)이 기준이에요. 독자가 이 책을 읽었을 때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삶에 아주 작은 자국이라도 남길 수 있을까? 'IT 회사에 간 문과 여자'가 의미를 많이 고려한 책 같아요. 취업으로 고민하는 문과 여자 또는 학력/경력과 무관한 일을 해보려는 사람에게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저자와 비슷한 분들, 같은 업계에 있는 분들의 피드백이 제일 많았던 것 같아요.
'모로'에는 사회의 여러 목소리가 담긴 책이 많이 보입니다. 재판을 바라보는 판사의 이야기부터 퀴어, 여성까지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조명하는 이유가 있나요?
'어떤 양형 이유' 책 표지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살아가는 게 실제 사회니까요.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은 '어떤 양형 이유'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나오는데 어떤 독자들은 꽤 충격을 받기도 해요. 내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맞았지만, 가해자를 옹호하는 지적장애인, 강간을 당한 트랜스젠더, 잘리고 끼이는 노동자들 등 평소에 접하기 힘든 사례가 많이 나오거든요. 물론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죠. 하지만 전혀 없는 일도 아니거든요. 알고리즘이 우리 구미에 맞는 콘텐츠만 끝도 없이 띄우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더 이 사회가 실은 그보다 훨씬 더 크고 다양한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걸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일본 원작의 소설도 많이 보이는데, '모로'가 생각하는 일본 작품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책 플레이리스트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 책 표지
일서, 특히 일본문학은 다른 해외문학에 비해 한국 독자들이 접근하기가 쉬워요. 우리나라와 사회문화적으로 비슷한 면이 많거든요. 그런데 일본 특유의 감성이 있어서 한국문학과는 다른 맛이 있어요. (무라카미)하루키 감성이라고 해야 할까요. '프루스트 효과의 실험과 결과'는 일본의 10~20대 얘기지만 한국과 비슷해요. 입시 준비, 동아리 활동, 취업 준비 이런 것들요. 그래서 인물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데, 일본 감성으로 풀다 보니 좀 더 아련해지는 것 같아요. 별 볼 일 없던 어린 시절이 '썸머 필름을 타고!'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거죠. 또 제가 생각했을 때, 일서는 대개 느끼하지 않고 담백해요. 군더더기가 없죠. 그 점도 정말 좋아합니다.
'모로'의 책은 결국 '사람'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다는 느낌이 듭니다. 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금껏 펴냈던 책을 보니 대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더라고요. SNS에서 근사하고 대단한 사람들을 많이 봐서 그렇지, 사실 세상이 그렇게 풍족하고 멋지기만 한 건 아니잖아요. 누군가의 사랑은 축복받지만 누군가의 사랑은 부정당하고, 어떤 아이는 가족의 사랑을 받지만 어떤 아이는 폭력이 일상이고, 어느 가족이 여행을 갈 때, 어느 가족은 문틈을 막고 죽음을 택하죠. 이런 게 아니더라도 일면 행복해 보이는 이가 사실은 말 못 할 고통으로 앓고 있을 수도 있어요. 확대하고 크롭한 사진들 혹은 반대로 짜증 나고 화나는 사람들 이면에는 나름의 맥락이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두려 해요.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요.
마지막으로 '모로'를 통해 이루시고 싶은 목표가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유레루', '멋진 세계' 등을 만든 니시카와 미와 감독이 3·11 이후 영화의 쓸모에 대해 고민한 글이 있어요. 니시카와는 그 글에서 영화는 위기도 구하지 못하고, 생활을 다시 일으키지도 못한다고 자조해요. 그럼에도 자신이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사람들이 생활로부터 거리를 둘 때, 숨을 돌릴 어둠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하죠. 언제든 찾아올 수 있게 하겠다는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마음에 쉬이 채워지지 않는 구멍이 생겼을 때,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쉬고 싶을 때 함께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그런 책들이 쌓여 모로가 독자들 삶에 안전하고 아늑한 도피처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지 않을까요.
출판사 '모로' 책 읽으러 가기
올해를 빛낸 자기계발 앱 - 윌라
윌라(welaaa)
4.3Every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