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각각 숨통을 조여 오는 어둠의 그림자.세상을 밝히는 빛과, 그 빛에 가려진 그림자.과연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허구인가?[책 속으로]쏴아!철썩! 꽈르릉…….급격히 변하기 시작한 물살이 소용돌이치다가 뱃전에 부딪혀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뱃전이 기우뚱 흔들렸다.그러나 모든 배마다 2개씩의 쌍돛이 달린 8척의 선단은 이내 수평을 되찾으며 때마침 불어오는 맞바람을 맞아 돛마다 가득 부풀어오른 채 앞으로 나아갔다.물살은 점점 더 빨라져 갔다. 그리고 뱃전에 부딪히는 물결 소리도 점점 커지기만 했다.우르릉…… 우르릉!마치 거대한 괴물의 포효처럼 울음을 토하며 뱃전을 때리는 물결은 이제 갑판에까지 흰 이빨을 보이며 덮쳐 갔다.비록 8척 모두가 굵고 강건한 쇠사슬로 묶여져 어지간한 파도에는 쉽사리 흔들리지 않았으나 중심으로 가까이 갈수록 소용돌이가 심해지자 그마저 별수없이 한 잎 낙엽처럼 극심하게 흔들렸다.와르릉!때로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물기둥이 갑판을 휩쓸고 지나기도 했다.중심을 잃은 배 안의 모든 물건들이 이리저리 정신없이 밀렸다.그러나 오직 하나 움직이지 않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선두의 뱃머리에 앉은 홍의궁장여인의 신형이었다.그녀는 마치 갑판에 못박인 것처럼 요지부동(搖之不動)의 자세로 앉아 여전히 은빛 피리를 불며 애끓는 단장의 곡을 흘려내고 있었다.8척의 선단은 급격히 빨라지기 시작한 물살도 아랑곳없이 호심 가까이로 다가갔다.이제 물살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빨라져 있었다.그럼에도 배는 좀처럼 닻을 내려 멈추지 않았다.8척의 배를 한꺼번에 쇠사슬로 연결시켜 놓고 구태여 죽음의 소용돌이를 향하여 항해하는 까닭은 무엇인가?그리고 선단의 주인인 듯싶은 홍의궁장여인은 대체 누구인가?그런 숱한 의문들을 안은 채 8척의 배는 물살에 휩싸이면서도 여전히 앞으로 나아갔다.돌연 호심의 가장 중심 부분에서 펑! 하는 일성의 괴이한 소리와 함께 한 줄기의 거대한 물기둥이 화산처럼 솟구쳐 올랐다. 동시에 뽀얀 물안개가 삽시간에 사방으로 흩어졌다.은은한 달빛이 물안개에 굴절되어 갑자기 오색 찬란한 무지개를 그려냈다.그 모습은 실로 장관이었다.그러나 형상의 아름다움과는 달리 죽음의 사신은 손을 내밀고 있었다.물기둥이 솟구치는 순간 격류는 흡사 태풍의 눈처럼 일거에 8척의 배를 덮쳤다.쾅!단지 그 굉음뿐이었다. 미처 부서지는 모습조차 보이지 못했는데 8척의 배는 이 순간 광란하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깨끗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참으로 무서운 소용돌이였다.우르릉…… 우르릉!성난 짐승의 울음처럼 토해내는 격류의 굉음 사이로 이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