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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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를 사람들은 시성(詩聖)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의 시를 소월(素月)의 시처럼 정겹게 읊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두고두고 읽으면서 그 의미를 가마솥에서 사골을 우려내듯 음미해야 제맛이 난다. 왜냐하면 그의 시는 시인 자신이 체험한 현실과 생각을 가슴속 깊이 녹여서 일기나 자서전을 쓰듯이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 현실은 대부분 자연과 인간과 사랑과 예술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괴테의 시를 읽으면서 그와 함께 그가 살던 시대를 여행하게 된다. 그러면서 시간과 공간의 장벽을 넘어 그 시대의 정신과 생활상 그리고 그와 얽혀 있는 인간관계를 함께 경험해 보는 기회를 맛보게 된다.


괴테는 많은 시를 썼다.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그가 살아온 여러 시기를 대표하는 시들로, 독일에서 괴테 전집 가운데 가장 권위 있고 널리 알려진 “함부르크판 괴테 전집(Goethe. Werke. Hamburger Ausgabe)”에 수록된 시와 해설을 기본으로 했다. 거기에 빠져 있는 시들은 필요에 따라 추가했다. 따라서 이 전집을 편집한 에리히 트룬츠(Erich Trunz)가 분류한 괴테의 창작 시대와 시 형태에 따랐다. 물론 최근 독일에서 나온 괴테 전집에는 창작 순서에 따라 거의 모든 시가 총망라되어 있는 것이 추세이지만,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그 많은 시 중에서 의미 있고 중요한 시들을 선별해서 읽는 것도 의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1757년부터 1775년까지의 초기 시만을 수록했다. 이후 1776년부터 1786년 이탈리아 여행까지의 시들, 이탈리아 여행 이후 고전주의 시대의 시들, 그리고 만년의 시들을 묶어 계속 소개할 예정이다. 단 ≪로마 비가≫, ≪서동시집≫이나 ≪라이네케의 여우≫, ≪마리엔바트의 비가≫, ≪크세니엔≫ 그리고 ≪베니스의 에피그람≫처럼 독립적으로 발표했거나 묶여 있는 시집들은 가능하면 별도로 묶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괴테의 작품은 괴테도 말했다시피 한 번 읽어서는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그래서 각 시에 간단한 해제를 덧붙였다. 해제에는 이 시를 창작한 동기와 시기, 발표 연도와 그 후 수정한 사실, 시의 의미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간단한 정보를 제공했다. 일단 시를 먼저 읽고 독자 스스로 시의 의미를 파악하려고 시도해 보기 바란다. 만약 스스로 시의 의미를 파악했다면 그것으로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시의 의미가 모호하다면 해제를 읽고 다시 한 번 시를 읽기를 권한다. 그러면 괴테의 의도를 더욱 명확히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아가 시의 의미를 파악하고 나면, 해설과 상관없이 공감하는 구절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