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환
이 영화의 재밌는 점은 그냥 재난영화로만 보면 지겹기 그지 없는 평작이라는 점이다. 광활한 우주, 이를 바라보는 롱테이크는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단 두명 뿐인 등장인물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개처럼 짖으며, 혼자말을 중얼거리는 모습이 영화 내용의 절반 가량이라는 점은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기대한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준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이 영화는 걸작이 된다. 주인공의 삶과 중력의 관계, 그 물리적, 심리적인 부분에서의 이중적인 중력의 의미, 감독이 대놓고 심어둔 삶과 연관된 메시지, 결말부로 나아가며 변하는 주인공과 진화를 연상시키는 지상에서의 마지막 씬. 그러니 부디 부탁드린다. 2012나 투모로우를 기대했다면 조용히 다른 영화를 보시라. 그런 기대감을 줄이고 주인공이 어떻게 자신의 역경을 헤쳐나가는지, 우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볼 생각이라면 당신의 100분 가량이 아쉽지 않을 것이다. 뱀발이지만 이 영화는 큰 모니터, 적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만큼 클 수록 좋다. 보면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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