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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 역)의 캐릭터가 어떤 정형화된 캐릭터가 아니라는 게 정말로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재현물에서 여성의 캐릭터성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성녀거나 창녀로요. 그러나 이 미스 슬로운이라는 캐릭터는 이 두 분류로 분류할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 또한 이게 멜로드라마가 아니라는 게 정말로 시사점이 크고요. 멜로드라마가 아닌 이상, 여성 캐릭터는 거의 모든 서사에서 보조자로 등장하여 남성 주역을 돕는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서사물에서 미스 슬로운은 그런 보조자의 역할이 아니라, 자기가 성공을 수행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지니고 있지요. 물론, 이 역할이, 작중의 인물이 말하는 것처럼 "남근이 없을 뿐인" 존재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는 걸 압니다. 그러나 이것이 재현물임을 생각할 때, 미스 슬로운이 "남근이 없을 뿐"이라는 말은, 동시에 남성에게만 주어졌던 서사들을 수행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설령 이 캐릭터가 도덕적이거나 윤리적으로 완전하지 않더라도 대단한 영화지요. 자기가 서사를 쓰는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봐야 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자기의 캐릭터 조형이 얼마나 뻔하고 재미없었는지 반성할 수 있게 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근 몇 년 간 본 영화들 중에서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압도적인 권력 앞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개인이란 영웅이지요. 그런 영웅 서사를 무척 흥미롭게 그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