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권여선의 다섯번째 소설집이자 2016 동인문학상 수상작. 이해되지 않는, 그러면서도 쉽사리 잊히지 않는 지난 삶의 불가해한 장면을 잡아채는 선명하고도 서늘한 문장으로 삶의 비의를 그려낸다. 인생이 던지는 지독한 농담이 인간을 벼랑 끝까지 밀어뜨릴 때, 인간은 어떠한 방식으로 그 불행을 견뎌낼 수 있을까. 미세한 균열로도 생은 완전히 부서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탁월한 감각을 발휘해온 권여선은 그럼에도 그 비극을 견뎌내는 자들의 숭고함을 가슴 먹먹하게 그려낸다. 「실내화 한 켤레」 시나리오 작가인 경안이 TV에 출연한 덕에 고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혜련, 선미와 연락이 닿아 그들은 14년 만에 다시 만난다. 그 시절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셋은 오랜만에 만나 술을 마시다 우연히 아는 남자와 합세해 경안의 집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비밀스럽게 감춰져 있던 진실이 밝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