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어? 그냥 여기까지 할까?” 그의 도발에 은솔이 꽉 잠긴 목소리로 받아쳤다. “그럴 수 있겠어? 여기서 그만둘 수 있냐고.” 예상 못한 질문이었는지 그의 얼굴에 살짝 당황한 빛이 서렸다. 그런 그를 올려다보며 은솔이 낮게 중얼거렸다. “하고 싶다고 애원해 봐.” 차현의 입에서 피식 웃음이 터졌다. “지금 뭐하는 거야? 서은솔. 도발하는 거야?” “도발하는 거 맞아.” 입술을 깨문 은솔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가 주는 괘락에 이성의 끈이 무너지기 직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무작정 무너지기 싫다고. 자존심이 상했다.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속절없이 무너지는 건 싫었다. 이왕 하는 거라면…… 자신이 차현을 무너뜨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