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징뤄의 <가정은원기>는 작게는 루징뤄와 그의 친구들이 가졌던 연극의 꿈을 대표하고, 크게는 중국 초창기 화극이 해낼 수 있었던 극예술의 최고 수준을 대변한다.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젊은 연극인들과 신극동지회를 결성한 루징뤄는 ‘춘류극장’을 창설해 전통극에서 벗어난 서양식 연극을 꾸준히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창작극 <가정은원기>는 대중의 호응을 얻는 데 성공해 이들의 대표작이 되었다.
왕바이량 일가의 비극
왕바이량은 거금을 들여 기쟁집에서 타오훙을 빼내 그녀와 혼인한다. 왕가에게는 외아들 중선과 민며느리 메이셴이 있다. 타오훙은 정부와 짜고 바이량을 죽인 뒤 그의 재산을 가로챌 계획을 세운다. 왕가는 타오훙이 준 술에 독약이 들었음을 알아채고 그녀를 다그친다. 타오훙은 죄를 중선에게 덮어씌우고 중선은 이런 상황을 비관해 자결한다. 이 일로 충격을 받은 메이셴은 정신을 놓는다. 하인들의 진술로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바이량이 타오훙을 죽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하지만 허 선생의 설득으로 마음을 고쳐먹고 참전한다. 일본 신파극 영향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