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람이 모여 일하지만 서로에게 관심은 없는 곳. 다시 만날 일 없는 일회성 인연뿐인 곳, 모델하우스. 홍보단으로 일하던 다영은 하모니 아파트 분양 홍보관에 합류했다가 직업 군인 출신의 보안팀 남자와 자꾸만 엮인다. “이상하게 안 보일 때도, 이렇게 눈앞에 있어도 자꾸 다영 씨 생각이 나요.” 거듭되는 은락의 직진 때문에 조금씩 흔들리는 마음. 결국 다영은 그에게 제 현실을 털어놓는다. “나 이혼녀예요. 내가 연상에 이혼 경력까지 있어도 정말 감당할 수 있겠어요?” 다영은 그가 자신을 너무 아프게 거절하지 않았으면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분명하게 잘라 내어 괜한 미련이 싹트게 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다른 사람이 하는 말로 다영 씨를 판단하지 않을 겁니다. 다영 씨가 상처받지 않게 지킬 거예요.” 어쩌자고 이 남자는 다영이 듣고 싶은 말만 해 주는 걸까. 그를 고스란히 닮아 있는 고백이라, 다영은 그 마음을 받아들이기도 전에 이미 최은락이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버린 기분이었다. *** “……다영 씨.” “응.” 그는 섹스한 뒤에 곧장 좋았느냐고 감상을 물을 만큼 어리숙한 사람은 아니었다. 때문에 그저 당신이 좋다든가, 사랑한다든가 하는 달콤한 후희가 흘러나올 거라 짐작하고 있을 때였다. “다영 씨. 한 번만 더.” 아직 열이 식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불쑥 솟아오른 그가 엉덩이를 쿡쿡 찔러 오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며 등골이 싸르륵 식어 내렸다. 그러다 결국엔 한숨 섞인 웃음만 힘없이 내뱉고 마는 것이다. “……좋아요.” 언제나 그랬듯 쓸데없이 빼거나 내숭 부리지 않고 답하는 나를, 그가 애정을 담뿍 담은 손길로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마음인지 가슴인지 알 수 없는 곳이 벅차 다시 숨이 가빠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내내 비워 두었던 자리를 비집고 들어오듯, 그렇게 그가 나를 쉼 없이 채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