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을 반죽하는 이미지 축조술,
강정의 시는 자성을 띠고 전율하는 태초의 자석이다!
물과 거울에 비친 세계가 아니라, 물과 거울이 쏟아 낸 세계. 시인이 시를 붙든 것이 아니라, 시가 시인을 점령해 버린 형국. 죽음의 한가운데서 에로스의 꽃이 핀다. 강정은 혼쭐이 났겠다. 정신이 없었겠다. 강정은 강정이 아니었겠다. 강정은 “삶도 죽음도 이미 다 겪은 건강한 노인”이었다가, “여자라 여긴 모든 형상과도 다른 여자”였다가, 그 모든 것이었다가,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가…… 지금은 기진하여 강정으로 돌아와 뻗었는가. 강정은 강정이 아닌 먼 길을 달려 강정에 거의 닿았으니, 시집 뒤에 드러누운 자는 이제 막 태어난 새끼 사자, 새끼 사슴, 순결한 아기 강정이다. 시가 강정을 낳았다. 김행숙(시인)
197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92년 <현대시세계>로 등단했다. 시집 『처형극장』. 『들려주려니 말이라 했지만,』. 『키스』. 『활』. 『귀신』과 산문집 『루트와 코드』. 『나쁜 취향』. 『콤마, 씨』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