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친구에서 약혼자가 된 지 7년.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간섭하지 않은 지 7년. “태어나줘서 고마워, 하태조.” 그 7년이, 말 한마디로 깨진다. 내 손을 잡아. 천국을 보여줄게. 네가 원하는 게 내 몸뿐이라도 상관없어.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고, 그는 망설임 없이 그녀를 가졌다. 그녀는 그의 손아래에서 처음으로 절정을 느낀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아, 벗어나지 못하겠구나. 미리보기 “태어나줘서 고마워.” 나긋한, 꿀을 발라놓은 것처럼 사랑스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해강은 태조에게 그런 말을 했다.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그 말 한마디에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태조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애틋함이었다. 그리고 태조는 그 애틋함 뒤에 지독한 욕망을 숨기고 있었다. 애틋함은 욕망을 숨기기 위함이었다.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는데.” “진심이야, 생일 축하해, 하 대표.” 태조의 생일을 맞이해 해강과 태조는 그녀의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지하에 있는 분위기 좋은 바에 앉아 술을 마시던 참이었다. “한 번만 더 말해 줘.” “태어나줘서 고마워, 생일 축하해. 하 대표.” 마티니가 찰랑이는 잔을 살짝 든 해강이 말했고, 태조는 역시나 위스키가 찰랑이는 잔을 들어 보인 후, 그는 찰랑이는 술을 단숨에 먹어치웠다. 가슴에 붙은 불을 잠재우려는 듯, 하지만 술은 그 불길을 잠재우기는커녕 더욱 크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해강의 말 한마디가, 숨결 하나가, 태조의 마음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