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증발하듯 사라진, 한때 ‘이복 오빠’라 여겼던 첫사랑 강기재. 그와 너무나 닮은 외모를 지닌 해신그룹 차기 승계자, 신이견. 부친 사업 부도의 원흉인 해신그룹을 향한 반감에도 불구, 과거의 상흔을 건드리는 이 남자를 거부할 수가 없다. *** 저돌적으로 밀고 들어오는 그를 받아내며 은수는 숨을 붙잡기 바빴다. 잡아먹힌다, 라는 단어가 이토록 실감 나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거칠게 입술이 삼켜지고 매끄럽게 혀가 파고들었다. 으스러뜨릴 듯 허리를 감쌌던 손이 바지춤을 잡아당기고 척추뼈를 더듬어 올라갔다. 조금 전까지 분노를 표해 내던 남자가 달려드니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으응, 흐, 잠깐……!” 평생 내본 적 없는 야릇한 소리가 입 밖으로 새나갔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뺨을 감싸고 질척하게 혀를 감아 왔다. 밀착한 몸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이제는 물러나지 못한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스웨터 아래로 과감하게 손이 파고들어 왔다. 그의 손을 막았지만 소용없었다. 틈 없이 달라붙는 몸에 숨구멍이 막혔다. “신이견 씨, 이, 일단 좀 씻고…….” 가까스로 입술을 떼어 내고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그 말이 신호라도 된 듯 번쩍 그녀를 안아 든 신이견이 침실로 향했다. 쿵, 소리와 함께 활짝 문이 열리고 등 뒤로 푹신한 매트리스가 닿았다. “저, 저기, 욕실에 좀…….” “싫어. 마음 바뀔 거잖아.” “아뇨. 그렇지 않아요.” 은수는 채 고르지 못한 숨을 색색대며 신이견의 눈을 올려다봤다. “아직 화났어요?” “씨발, 다 풀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