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강혁입니다.” “반가워요, 무진이 누나예요.” 통성명을 하려는 남자에게 이름을 들려주지 않는 것. 유진은 관심이 가는 그에게 줄 하나를 던졌다. 줄을 잡는 건 그의 몫이고 그에게 줄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주는 건 유진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관심 영역 안으로 들어온 남자를 무분별할 정도로 방목하지는 않는다. “무진이 생일 기념으로 저녁을 먹으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시면 함께 가요.” 통(通)하고 통(通)하고 다시 또 통(通)하는 그런 사람을 만나 버렸다. “발랑 까진 것처럼 보여요?” “적당히.” “적당히, 얼마나?” 팔꿈치를 테이블에 댄 그녀가 한 손으로 턱을 괬다. 손바닥 가장자리에 닿은 유진의 입술이 꽃잎처럼 봉긋했다. 물 잔을 들어 올리며 그가 대답했다. “내 마음에 들 만큼.”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이었다. “오늘 밤에 뭐 해요?” 강혁이 물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녀가 강혁에게 물었다. “뭘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