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의 늪

· 다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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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지가 자그마치 7년이었다.

그 시간 속에는 그들이 함께 넘어온 많은 역경이 존재했다.

선대 공작부부의 냉혹한 반대부터 주변에서 쏟아진 따가운 이목까지.


그토록 힘겹게 헤쳐 온 길 끝에 놓인 건, 아이러니하게도 제 남자의 권태였다.


*


“우리 이제 그만 할까요?”

“뭘?”


되묻는 어조가 여상하다.


“뭘 그만하자고.”

“……이런 관계.”

“…….”

“결혼 얘기 들었어요.”


당신이 지금 나와 불같이 섹스를 치른 후에 가는 자리가 그 결혼 상대를 만나러 가는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단지 의례적인 결합일 뿐이야.”

“…….”

“귀족들끼리 결혼, 큰 의미 없는 거라고 말했잖아.”


왜일까, 라샤에게는 그 말이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라’는 것처럼 들렸다.

또 한 번 시계를 힐끔거린 그가 이내 침실을 벗어났다.

커다란 침실에 홀로 남은 라샤는 이불을 끌어 올렸다. 실내엔 온기가 충만하나 서늘함은 가실 일이 없다.


그의 사랑이, 제게서 살점처럼 떨어져 나가는 순간이 너무도 훤히 보이고 있었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쳐봐도 끝내 발목을 붙들고 마는

제 남자의, 그의

《권태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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