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그대는…… 내가 정말로 징그럽지 않아?”
“네.”
“정말로?”
“네.”
그는 그녀에게서 나는 희미한 비누 향을 맡으며 어미의 품에 파고든 아이처럼 그녀의 목에 뺨을 비볐다. 심장 박동이 거세지고,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동이 밀려와 그를 뒤흔들었다. 고개를 들자 커튼을 걷은 창문에서 새어나온 빛 한줄기가 그의 눈을 비추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녀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흰 베일 속에 감춰진 머리카락과 그를 또렷이 응시하는 붉은 눈동자. 그는 이토록 아름다운 눈동자를 본 적 없었다.
사람을 매료하는 붉은빛, 그는 제 몸을 감싸는 경이로운 전율에 숨을 삼키며 그녀의 코와 붉은 입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술에 입 맞추고 싶다. 부디 그녀의 숨이 내 숨을 앗아갔으면 좋겠다. 칼날 같은 깨달음과 함께 그는 제 몸을 관통하는 벼락같은 감정에 눈을 감았다.
사랑이었다.
저자 - 하녹
여주 원앤온리 남주, 여주 때문에 우는 남주, 삶의 이유가 여주인 남주, 남주에게 구원이 되어주는 여주, 남주의 모든 것이 되는 여주를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