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내 편이라 여겼던 사람들이 짠 것처럼 한꺼번에 등을 돌린 그날. 사랑의 감정을 심어 준 윤시혁. 그마저도 나를 버렸다. “돌아왔다, 지안아.” 가까운 곳에 출장이라도 다녀온 사람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돌아왔다고 말하는 그 남자. “당신이 찾는 유지안은 죽었어요. 그러니까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지 않는 게 좋아.” 그때는 헌신짝 버리듯이 버렸으면서 왜 이제 와서. 그의 커다란 손이 자신의 손을 잡아 심장에 올려놓을 때 손바닥에 느껴지는 심장의 거센 박동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져 전류처럼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 단단한 근육 뒤로 자신만을 향해 뛰고 있는 힘찬 심장의 고동소리. 뜨겁고 절실하게 자신만을 원하고 있었다. “너로 인해 뛰는 심장이야.” 쿵쾅쿵쾅 울려 대는 소리에 마른침조차 삼켜지지 않았다. 시혁의 가라앉은 목소리에는 그녀에 대한 욕망이 고스란히 실려 있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왕성한 소유욕과 열망에 가득한 몸짓에 녹아내렸던 것을 생각하면 다리에서 힘이 쭈욱 빠져나갔다. “네 안에서만이 온전히 나를 느낄 수 있어. 네 안에 나를 묻고 싶다.” 갈라진 음성에 숨을 다급하게 들이마셔야 했다. 점점이 퍼지는 붉은 기운은 눈을 감고 있어도 더 선명하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