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밤

권다유

2024年3月 · 에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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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선생님으로 조용히 살아오고 있던 은정. 집으로 돌아오던 길 집 앞에 피투성이로 쓰러진 남자를 발견하고 그를 돕는다. 돕지 말았어야 했는데, 엮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로 인해 평화로웠던 그녀의 일상이 완전히 깨져 버린다. “불편하면 여기 앉아.” 그가 자신의 허벅지 위를 손으로 툭툭 쳤다. 지금 허벅지 위에 앉으라고 한 거지? 은주가 깜짝 놀라 동그란 눈을 껌뻑였다. 그가 그녀가 들고 있던 머그컵을 빼앗아 들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다시 말했다. “올라와.” “네?” “두 번 말하는 거 안 좋아해.” “그건 좀…….” “술을 더 마셔야 대담해지겠어? 철종이한테 와인 사오라고 할까?” 그가 은근하게 웃으며 말하자 온 몸에 열이 올랐다. 왠지 이 남자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 무슨 용기가 샘솟았는지 은주는 주섬주섬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허벅지 위에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어색함에 양 볼이 터질 듯이 붉은 색으로 물들었다. “뭘 그렇게 쑥스러워해. 귀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