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열병으로 물들다

· 에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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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삶을 망치는 무기야. 어떤 순간에도 네 이성이 감정에 밀려나지 않도록 경계해야만 한다.’ 긴 시간 반복된 냉정한 그 가르침은 저주처럼 스며들어 가영, 그녀의 심장을 얼렸다. “제가 부사장님의 이성이 돼 드리겠습니다.” 그런 그녀의 얼어붙은 심장을 예리한 칼날처럼 파고들어 온 그 남자, 최민혁. 가영은 난생처음, 뜨겁게 끓는 제 심장을 느끼게 되는데... “옆에 있어 줄 수 있어요?” “!” 순간적으로 민혁은 사나운 바람이 불어오는 소리를 들었다. 갈등과 망설임을 흔적조차 없이 먼 곳으로 날려 버리는 강풍이었다. 늑골 전체를 흔드는 것 같은 바람이 그의 가슴을 가득 채웠다. 그가 손가락으로 가영의 뺨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을게요.” 스르르 눈을 감은 가영이 두 손으로 그를 꼭 끌어안았다. 가 본 적 없는 길이기에 후회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사람을 선택해 본 적 없기에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그 또한 알 수 없다. 하지만 혼자인 시간은 이제 그만 끝내고 싶다. 별것 아닌 존재인 것 같은 자신을 느끼는 일도 그만두고 싶다. 배신감과 상처 따위의 감정으로 일렁거리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얼굴, 그리고 형제들의 얼굴……. 오래도록 강요당하며 살아온 것만 같은 기분을 깨뜨려 버리고 싶다. 민혁은 솔직하게 자신을 파고드는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밤새 취하고 싶은 달콤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는 홧홧한 열기를 뿜어낼 것 같은 가슴을 대담하게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거부하거나 밀어내는 대신 자신을 세게 끌어안는 가영에게선 다시금 그녀의 진한 외로움이 느껴졌다.

Quelques mots sur l'auteur

잔잔하게 부는 바람이 좋다. 촉촉하게 내리는 비가 좋다. 비가 내리는 밤, 자판을 두드리며 글을 쓰는 일이 참 좋다. 출간작 : [절정] [밀애] [그 겨울, 열병으로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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