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났던 남자들 중에 당신이 최고로 멋졌지만 두 번의 만남은 없을 거야.” “의외인걸. 인생사는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지.” 화려한 남성편력을 자랑하는 스캔들 메이커 여은. 어떤 남자와도 두 번 만나는 일이 없는 그녀는 처음 본 남자와 환상적인 섹스를 즐기고 미련 없이 헤어지지만 생각지 못한 일로 재회하게 되는 두 사람. “당신 인생은 당신의 것이 아니란 말이야.” “원하는 게 뭐지?” “내 여자가 되는 거!” 아버지 민서면의 부도를 막는 조건으로 그녀에게 정부를 제안하고 여은은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데…… “내가 왜요? 왜 그 분풀이를 내가 받아야 하는데요?” “왜냐고? 네가 바로 민서면의 딸이기 때문이야. 용진기업의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훈서의 끝없는 원망과 복수심은 점점 더 여은을 옥죄어 오고, “최주석이라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까? 그 이름을 기억해 내십시오.”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은 그와 그녀의 가족들을 충격에 빠트리고 마는데……. [본문 내용 중에서] “눈치도 빠르군.” “왜 이러는 거예요?” “일단은 난 당신과 섹스를 나누는 게 좋아.” “하!” “그리고 당신을 내 수중에서 꼼짝 못하게 하는 것도 꽤 재미있을 것 같아.” “날 당신 곁에 둔다고 해서 이익이 뭐예요? 얻어지는 것이 있으니 그럴 생각을 하는 거 아니에요?” “말하고 싶지 않아. 당신은 질문을 해서도 안 되고 조건을 걸어서도 안 돼. 내가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면 돼.” “정말 멋대로군요. 당신 때문에 아빠가 쓰러졌어요.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그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건데요?” “노코멘트!” “그럼 얘기가 안 되겠군요. 그만 갈게요.” 그녀가 일어났지만 그는 잡지 않고 와인을 마셨다. 그를 노려보던 그녀가 몸을 돌려 문가에 다다랐을 때 그는 입을 열었다. “괜찮겠어? 내일 어음이 또 들어간다면 완전히 끝일 텐데.” 우뚝 멈춰 선 그녀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나가고 싶었지만 그를 자극하면 정말로 끝이라는 생각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그녀에게 다가와 뒤에서 끌어안았다. 그녀의 몸이 딱딱하게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긴장할 필요 없어. 당신을 다치게 하지는 않을 테니까.” “떨어져요.” “이럴 생각이 전혀 없이 왔나?” 그의 손이 그녀의 옷 속으로 들어와 피부를 매만졌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입술이 목에 닿아 숨결이 느껴지자 두 눈을 꽉 감았다. “기분이 어때? 황홀해지지?” “끄응.” “날 거부할 수 있으면 해봐.” 그는 그녀를 홱 돌려세우고 블라우스를 거칠게 잡아 뜯었다. 단추가 우두둑 떨어지면서 브래지어가 보이자 그의 입가에 조롱기 섞인 미소가 걸렸다. 그녀는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 뒤로 물러섰다. “우리 이러지 말자고. 서로 볼 거 다 본 사이에 내숭 떨 필요 없잖아.” “싫어요. 가까이 오지 말아요.” “재미있군. 다가가면 어떻게 할 건데?” “난 당신한테 잘못한 거 없어요.” “맞아, 없어. 그래도 나와 이렇게 엮일 수밖에 없는 당신 운명을 탓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