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문에 휩싸여 내리막길을 걷던 여배우 지연.
단역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생활비를 충당하던 그녀에게
어느 날, 고액의 스폰 제의가 들어온다.
<갑이 원할 때는 만남에 응할 것.
그 만남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묻지 않아야 한다.
대신 육체적인 관계는 딱 한 번뿐이다.>
평생 바른 길이 아니면 걷지 않던 그녀였지만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었기에 결국 그 제안에 응하게 된 지연.
그리고 그날 이후, 그녀의 인생에 커다란 균열이 찾아오는데…….
* * *
“흐읏.”
지연은 입술 안 연한 살을 질끈 깨물며 신음을 참아 냈다.
“한지연한테서 이런 향기가 났었지.”
실수였을까. 시종일관 정중하던 남자의 말투가 달라졌다. 마치 그녀를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였다.
‘내가 아는 사람일까? 어딘지 목소리가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
지연이 품었던 의심은 아주 잠깐이었다. 그의 손길이 집요하게 몸 구석구석을 더듬는 까닭에 다른 생각은 할 수 없었다.
분명 예상했던 일이었고, 이보다 더한 것도 상상했는데 막상 그 일을 마주하고 보니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머릿속에는 엄마와 오빠 그리고 유진의 얼굴이 떠올랐다. 결국 지연은 이를 악물고 이 상황을 참아 내는 수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그러나 남자는 그녀를 편하게 놔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기어이 팬티 속으로 커다란 손을 불쑥 넣어 왔다.
“흐읍.”
김소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