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뒤렌마트가 말했지. 오직 사랑과 살인에만 우리의 진심이 남아 있다고. 너는 살아 있으니 나는 너를 사랑하는 건가?” 그녀는 살아 있는 매 순간마다 약점이 되어 그를 죄어 올 것이 분명했다. 죽이느냐, 살리느냐. “너는 참 이상해.” “당신도 이상합니다.” 머리로는 수십 번을 죽이고 수십 번을 다시 살렸다. 피의 독재를 목전에 둔 아랍 연방 오만의 술탄 내정자, 아샨 알 루제르타. 그의 잔혹하고 공허한 총구 끝에 선 그녀, 한서윤. “이 놀이도 이제는 끝내야겠지.” 고귀하고 무자비한 폭군이 그녀에게 내건, 일생일대의 포학한 러시안 룰렛....『독재(獨裁)』 「그……만…….」 애원이 통할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쓸데없는 짓을 해 본다. 그럴수록 서윤의 동굴 속을 드나드는 그의 혀는 더욱 농밀하게 움직일 뿐이었다. 시선은 여전히 그녀에게 향해 있었다.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피하는 순간, 이 남자는 더욱 잔인하게 자신을 몰아가리라. 버티고 서 있던 한쪽 발이 풀어지자 아샨이 예상했단 듯 그녀의 종아리 사이에 자신의 팔을 넣어 어깨에 걸쳤다. 벽과 아샨의 사이에서 완벽하게 고립된 서윤은 모든 것을 그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혀의 돌기가 클리토리스를 문지르고, 그녀의 애액을 진득하게 핥았다. 점액질들이 서로 맞붙어서 떨어지는 그 소리가 혹여나 아래까지 들리지는 않을지 서윤의 얼굴이 벌게졌다. 섹스에 있어서 무슨 짓이든 다 하는 이 남자에게 이미 아래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게 분명했다. 「아아…….」 서윤의 입에서 기어이 신음이 터지자 그가 혀를 깊게 동굴 속으로 집어넣었다. 물컹하고 살아 있는 생물이 몸 안으로 들어와 휘젓고 있었다. 서윤의 손가락이 깊게 아샨의 머리칼 속으로 파고들었다. 몽롱하게 풀린 의식 사이로 밤하늘 같은 그의 눈동자가 또렷하게 박혔다. 그녀의 나른한 얼굴을 보고서야 하체에서 입을 뗀 아샨이 자신의 입술을 핥으며 씩 웃었다. 마치 은밀한 장난을 친 개구쟁이처럼. 「말해 봐.」 「뭘…….」 「넣어 달라고.」 정말 한국어 선생이 누구인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서윤이 짧게 웃었다. 「내가 왜?」 「내가 지금 넣고 싶어 죽겠으니까.」 묘하게 말이 다르지만, 또 그 의미가 같았다. 한 번쯤은 져 줘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그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로 서윤을 바라보고 있었다. 입술을 그녀의 아랫배에 맞추고 시선은 여전히 향해 있다. 「넣어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