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인간이 혼례라.” “네.” “그게 제물이지 신부라 할 수 있나?” “신부라는 이름의 제물이죠.” 바보도 아닌데 그걸 모를 수가 있을까. 다만 제게 주어진 운명이 그게 전부였을 뿐, 다른 건 생각할 수 없는 삶이었을 뿐. ‘악신’이라 불리는 신이 이런 느낌인 줄 전에는 미처 몰랐듯이 말이다. “제법 의연하구나. 울고불고할 줄 알았더니 그러지도 않고. 적어도 다시 기절시킬 필요는 없겠다.” 제 손으로 잡아왔는데도 그 존재는 홀연하게 느껴졌다. 인간을 하나 잡아 오자 했을 때는 이런 망설임을 느끼지 않았는데, 막상 눈앞에 두고 ‘설영’이라는 이름을 듣고, 천천히 눈을 깜빡이는 걸 보고 있자니… 가슴이 묘하게 흔들렸다. “…너는, 신에게 시집가는 일에 의문을 가져 본 적 없느냐.” “태어나길 주신의 신부로 태어났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먼저 배운 것도 그것이고요. 그냥 그래야 하는 줄로 알고 살았습니다.” “세뇌다, 세뇌. 그게 바로.” “그런가요.” “나는 말이다. 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