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공(空)으로 보는

· 케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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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의 대표적 경전 가운데 하나로서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 또는 『금강반야경金剛般若經』이라 한다. 이 경經은 세존世尊이 그의 제자 수보리須菩提와 나눈 문답을 空이라는 주제로 엮은 것이다.

흔히 접하는 32개의 분절로 나눠진『금강경』은 중국 양梁나라 무제의 장자인 소명태자昭明太子가 편집해 놓은 것이다. 전반적으로 분절과 제목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는 있지만,『금강경』의 주제인 空에 입각해서 볼 때 미진한 점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특히 분절의 제목이 주제를 벗어나거나 중복되는 것이 많아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에 필자는 천학임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본 경經의 분절과 제목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럼으로써 구절마다 공화空化되어 불법의 가치가 최대한 드러나도록 했다.


「금강경」의 자의字義에 대한 해석을 보면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부처의 지혜를 뜻한다고 풀기도 하고, 금강저金剛杵(vajra)를 예로 들어 마군의 항복을 받는다는 뜻을 취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금강金剛’은 중생의 업장을 빗댈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 세존世尊은 도저히 벗겨질 것 같지 않은 두꺼운 업장을 금강석에 빗대서 표현하곤 했다. 사실 중생의 업장만큼 벗기기 어려운 것도 없지 않은가. 그것이 쉬웠다면 세상에 중생 문제는 일찌감치 없었을 테고, 수행의 길도 그렇게 요원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세존은 어떤 방법으로 중생들의 업장을 녹여 깨달음으로 이끄는가?

그가 들고나온 것은 有도 아니고 無도 아닌, 제3의 존재 형태인 空이다. 세존은 有에도 無에도 속하지 않는, 그래서 매우 단순하면서도 심오한 空을 실존實存의 모습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有와 無로 가르는 중생의 시각을 네 단계[四相]로 나누고, 이것을 뛰어넘어 공화空化할 것을 주장했다. 중생이 사상四相을 초월해 공화空化하면 부처가 된다는 아주 간단명료한 얘기이다.

이 내용이 지루하리만큼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이『금강경』이다. 그래서 空과 사상四相8)을 모르면 본 경經을 수만 번 읽더라도 그 뜻을 헤아리기 어렵다.

여기서의 사상四相이란 아상我相·인상人相·중생상衆生相·수자상壽者相을 말한다. 기존의 해석을 보면 주로 ‘외계의 정보를 미혹되게 바라보는 네 가지 집착심’으로 본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금강경』은 그 순간 매우 모호하고 난해한 가르침으로 돌변한다. 그래서 독자들 사이에는 본 경經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헷갈려서 몇 번 읽다 내려놓은 경험이 있는 분들도 적잖을 것이다.

아상이란「나 위주로 보는 마음」을, 인상이란「나와 남을 함께 보는 마음」을, 중생상이란「깨달은 자와 깨닫지 못하는 자를 나누어 보는 마음」을, 수자상이란「일체의 만유萬有를 시공時空에 수놓아지는 정보의 다발로 보는 마음」을 각각 뜻한다. 수행이 진전됨에 따라 생겨나는 마음의 경지를 구분한 것으로, 이 네 가지 시각을 줄여서 사상四相이라 한다. 실로 불교 수행의 요체를 담고 있는 것이기에, 이것이 뜻하는 바를 바로 알지 못하면『금강경』의 절반 이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존은 일생 동안 중생이 지닌 사상四相을 고苦, 집集, 멸滅, 도道의 과정을 거쳐 공화空化하도록 가르쳤다. 이것이 소위 말하는 불법이다. 하지만 그 역시 여느 중생들과 마찬가지로 육신으로는 영생할 수 없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뚱이는 때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천리天理이다. 그래서 세존은 육신을 벗어야 했고, 그가 남긴 법륜法輪은 정리되어 후세에 경經이라는 이름으로 남게 되었다.

그 경經들은 제각기 기능을 하고 있다. 중생들로 하여금 반야를 증득케 하고 마음을 안정케 하여 무심無心으로 인도하는 공통된 구조를 지녔지만, 잘 살펴보면 그 나름의 독특한 접근 방식이 있다. 그 중『금강경』은 중생들의 업장을 녹여 해탈의 경지로 이끄는 데에 있어서 탁월하다. 왜 그런가 하면『금강경』은 시종일관 空이라는 처방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금강경』의 모든 분절은 예외 없이 주옥같은 진리를 담고 있다. 그럼에도 지금껏 3분의 1에 해당하는 곳만을 사상적으로 높이 쳐 온 것이 사실이다. 허나 그것은 나머지 장이 담고 있는 가치를 제대로 보지 못한 데에 기인한다.

진리란 꼭 조리 있는 말로 해야 드러나고 제구실을 하는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선 묵언이나 행동, 사소한 담화로도 더 큰 진리를 전할 수 있다.『금강경』은 바로 후자를 배경에 깔면서 진리를 전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일언반구도 버릴 것이 없다.

본서는 이런 의미를 되새기며 지금껏『금강경』에서 놓쳤던 가치를 되살리려는 취지에서 엮어졌다. 독자들은 그간 중시되지 않아 그냥 스쳐 지났던 말귀에서도 진주를 발견하고, 그것들이 어떻게 空사상과 어우러져 업장소멸과 반야증득이라는 놀라운 공효를 일궈내는지 목도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금강경』의 신역新譯에 대한 취지와 가치를 내비쳤지만 마음 한편으론 걱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금강경』은 피안彼岸의 진리를 담고 있기에 언어로써 완벽히 풀어내기란 수월치 않은 까닭이다. 하지만 空이라는 열쇠가 있기에, 그것을 잘만 사용하면 못 풀어내리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흔히 空을 말할 때, 바람 같고 이슬 같고 환영 같아 모호하기 짝이 없는 형이상形而上의 그 무엇이라 한다. 하지만 달리 보면 그것만큼 곁에 두고 늘 함께하는 것도 없다. 중생들의 번뇌망상과 일체고액 자체가 空의 범주를 벗어난 적이 없으니 말이다.

『금강경』은 멀고 아득해 보이는 空을 일상사에서 찾는 것은 물론이고, 그것에 입각한 해탈의 논조로써 사정없이 중생의 무명無明을 공략하고 있다. 이런 위대한 불법의 가피를 제대로만 받는다면 空을 깨닫고 피안의 열쇠를 움켜쥐는 자도 나오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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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불교 수행자. 現 사단법인 國仙院 이사장. 저서로는 [大道에 이르는 書], [소설天國誌], [나는 누구인가], [중도론/中道論] 외에 다수가 있다. 그는 현실과 이상이 조화를 이루는 창조적 삶을 道學의 모태로 삼고, 21세기에 부합하는 현대적 정신문화 운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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