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만나는 상실과 사랑의 순간
반복되는 생의 회로를 섬세하게 붙잡아온 김중일의 여섯번째 시집 『만약 우리의 시 속에 아침이 오지 않는다면』이 [문학과지성 시인선] 565로 출간됐다. 시인은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래 20년간 활발한 시작 활동을 이어왔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다시 한번 삶과 죽음을 포개놓으며 떠난 이들을 삶의 영역으로 불러들인다. 그러나 김중일의 시를 꼭 떠난 이와 남겨진 이의 만남으로만 설명할 필요는 없다. 이 세상엔 살아 있으나 투명한 것,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 수없이 많고 시인은 늘 그 곁에 있다.
발문을 쓴 박소란 시인은 그를 ‘슬픔의 수집가’ ‘슬픔의 계승자’로 명명하며, 죽음의 편에 가까이 서 있는 이 시들이 “신비하게도 상실의 시편이 아니라 사랑의 시편이 되었다”고 말한다. 2014년 아버지의 죽음과 세월호 참사 등 개인적·사회적 사건을 연달아 겪으며 슬픔을 기록하는 데 천착해온 시인 김중일은 어느덧 죽음이 피할 수 없는 삶의 자장 속에 있음을 받아들인 걸까. 그는 한층 성숙해진 얼굴로 삶에 잠시나마 어린 것들을 기억하는 애도의 공간을 마련한다. 그렇게 슬픔 속에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이번 시집은 기획에 따라 부를 나누는 대신 사전의 형태를 빌려 가나다순으로 59편의 시를 배열했다. 그렇기에 독자는 어떤 의도를 의식할 필요 없이 개개의 시를 자유로이 탐험하고 찾아 읽을 수 있다.
1977년 서울 출생.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국경꽃집』 『아무튼 씨 미안해요』 『내가 살아갈 사람』 『가슴에서 사슴까지』 『유령시인』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김구용시문학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