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공전》은 주인과 노비 사이의 대립, 갈등과 복수를 다룬 고소설이다. 이 작품에 나타난 노비와 주인 간의 대립과 갈등은 전통적인 신분제가 동요하던 조선 후기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조선 후기에는 곡식을 바치는 사람에게 직첩을 주던 납속수직(納贖授職), 다른 신분으로의 모칭(冒稱), 면천첩(免賤帖)의 발행 등으로 신분제가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주인공 학공이 다섯 살 되던 해에 그의 부친이 죽어 가사(家事)를 주관할 사람이 없게 되자 노비 박명석을 주동으로 한 노속들이 모반해 비합법적으로 천민 신분을 면하던 사례를 소재로 해 구성한 것이다.
진보적 사회 인식, 그리고 권선징악(勸善懲惡)
학공은 노속들의 모반으로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맞지만 유모, 춘섬, 별선 등 주변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다. 결국 관리가 된 그는 모반의 무리를 탕진하고 복수를 한다. 작자는 명문가의 자녀를 주인공으로 앞세우고 있으나 보수적인 신분 의식을 고수하지는 않는다. 정당한 절차에 따른 신분 해방을 지지하며 무력에 의한 모반은 용서하지 않는다. 이처럼 《김학공전》에는 선명한 작가 의식이 드러나고 있으며 당시의 민중 의식이 잘 반영되어 있다.
끊임없이 개작되는 이야기
《청구야담》, 《삽교별집》 등의 문헌에도 노비들의 신분 상승 욕구가 드러난 사례들이 한문 단편으로 기록되어 전한다. 이런 유의 이야기들은 널리 구전되어 오다가 한문에 소양이 있는 지식인들에 의해 한문 단편으로 구성됐을 것이다. 한편, 《김학공전》과 같이 한글 소설로도 창작됐는데, 1912년에 발표된 이해조의 《탄금대(彈琴臺)》와도 내용면에서 일치하는 점이 많아 신소설로 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미상
최운식
서울교육대학교 및 국제대학교(현 서경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제대학교(현 서경대학교)와 한국교원대학교 교수, 한국민속학회 회장, 국제어문학회 회장, 청람어문교육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에는 《심청전 연구》, 《한국 고소설 연구》, 《한국 설화 연구》, 《한국 서사의 전통과 설화 문학》, 《전래동화 교육의 이론과 실제》, 《한국인의 삶과 문화》, 《함께 떠나는 이야기 여행》, 《다시 떠나는 이야기 여행》, 《한국의 민담》, 《옛날 옛적에》, 《가을 햇빛 비치는 창가에서》, 《한국, 한국인, 그리고 한국 문화》, 《외국인을 위한 한국 문학》, 《터키 1000일의 체험》, 《옛이야기 속 행복 찾기》, 《성경 이야기와 한국 이야기》, 《능소화처럼》, 《새로운 보금자리에서》와 고소설 교주본 《금방울전》·《심청전》·《옥단춘전》 등 50여 권이 있다.